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21)
421화. 페인 해적단 (3)
백사장을 뒤덮은 수백 마리의 소라게들.
2m에 육박하는 거대한 체구의 갑각류들이 먹잇감을 포착했다.
달칵! 달칵! 달칵!
날카로운 집게발 소리가 유독 크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들이 노리는 건….
‘화이트 펄’ 호와 그곳을 지키고 있는 이태민과 유연화였다.
“하하… 이건 좀 지나치게 많은 거 아냐?”
유연화가 백사장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적들이 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해적이 아닌 소라게들일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개체 하나하나에서 만만치 않은 마력이 느껴졌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A급에 가까운 B급.
그게 무려 500마리 이상이다.
고작 둘이서 막아내기엔 불가능한 일일 터.
“형한테 연락할게!”
이태민이 다급히 통화 요청을 눌렀다.
띠링! …띠링!
상태창이 빠르게 점멸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됐어.”
유연화가 강제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누, 누나? 갑자기 왜…?”
“이런 거 하나 해결 못 하고 일일이 오빠 방해하면 우리는 발목만 잡는 것밖에 더 돼?”
콰앙!
건틀릿을 낀 주먹이 맞부딪쳤다.
“탑을 마지막까지 오를 수 있는 건 진혁 오빠밖에 없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수많은 유망주들과 랭커들을 만나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진혁과 비교한다면 뉴비에 불과했다.
화려하고 의미 없는 수식어들과 애매한 업적들만 가져다 붙여놨을 뿐.
탑의 정상을 보기 위한 진짜 고인물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그렇기에.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진혁을 도와야 한다.
그게 모든 이들이 살아남아 또 다른 90일을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
“그리고 우리도 최근에 2차 전직까지 끝냈잖아. 충분히 막을 만해.”
“이걸 보면서 해 볼 만하다고 하는 사람은 형이랑 누나 정도밖에 없을 거야. 하아. 알겠어. 간만에 화끈하게 놀아보겠네.”
유연화와 이태민이 보유하고 있는 마력을 모조리 끌어모았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이곳에서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각오로.
[이태민이 2차 전직 ‘라운드 오브 엑자일(Round of Exile)’을 발동합니다!]모든 기계를 다룰 수 있는 것뿐 아니라. 모든 기계의 성능을 최대치로 올려주는 힘.
화이트 펄 위에 있던 모든 포탑이 기동했다.
철컹!
쿠쿠쿵!
포신들을 따라 마력탄이 장전됐다.
거기에….
이태민이 티타늄으로 만든 하얀 갑주를 착용했다.
단순히 공격과 방어를 위한 갑주가 아닌, 최첨단 로봇에 가깝다.
플라즈마 광선검과 수십 발의 고폭탄들까지 완벽하게 갖추어진 전투형 병기란 뜻이다.
위이잉!
이태민이 짙은 녹색으로 뿜어져 나오는 광선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콰앙!
“하압!”
유연화 역시 움직였다.
이태민이 중거리에서의 서포팅을 담당한다면, 유연화는 최전방에서 적을 분쇄하는 포지션을 맡고 있었다.
[유연화가 2차 전직 화랑 – ‘착호갑사(捉虎甲士)’를 발동합니다!]화랑이 보유한 능력 중 하나인 착호갑사.
호랑이 발톱을 연상케 하는 건틀릿이 소라게들의 껍질을 무자비하게 찢어버렸다.
가볍고 빠르게.
백사장에 발자국조차 남지 않는다.
콰앙… 쾅!
가뜩이나 날렵한 유연화의 몸이 착호갑사의 효과로 인해 2배 가까이 빨라졌다.
잔상이 채 지워지기도 전에 유연화의 주먹에서 폭풍이 일어났다.
“키에에에!”
“키이이!”
순식간에 가장 선두에 있던 놈들이 조각 조각났다.
화력을 집중시킨 탓에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다.
일거에 수십 마리를 쓸어버렸다고 해도 남은 놈들의 수는 그 10배가 훨씬 넘었으니까.
이제부터는 정신력의 영역.
“얼마든지… 와 봐.”
유연화와 이태민이 태산처럼 화이트 펄 호의 앞에 섰다.
* * *
주입식 패턴화 덕분에, 진혁은 수정동굴을 꽤나 빠른 속도로 주파할 수 있었다.
이제 외부로 이어지는 출구까지 머지않았다.
“허억… 헉….”
천유성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나마 진혁이 공략 팁을 알려줬기에 망정이지. 혼자서 이곳에 왔다간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랐을 것이다.
아니, 심지어 온갖 팁들을 미리 알려주었음에도 이토록 큰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수정동굴의 난이도는 극악에 가까웠다.
어째서 해적들이 이곳에 보초를 세우지 않았는지 이해가 갈 정도였으니까.
‘엘리스 씨도 마력이 한계치에 도달한 것 같군.’
모든 전투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뽐냈던 유럽의 랭커.
정확한 정체를 아는 이는 없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인 건 틀림없다.
그런 엘리스마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함께 온 월영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그런데.
“이야. 이 풀이 여기서도 자라네. 다음 주주총회 때 우려내면 찻값이 거저나 다름없겠어. 디저트는 화려하게 생긴 이쪽 버섯으로 하면 되려나?”
저 망할 고인물은 어떻게 된 건지 호흡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
너무나 익숙하게.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모든 함정과 몬스터들을 처리해버렸다.
‘한두 걸음…이면 따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째서일까?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상대의 등이 더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신기루를 쫓는 것처럼 계속되는 방황은 끝이 보이질 않았다.
“왜 그렇게 개껌 뺏긴 멍멍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냐?”
진혁이 천유성을 바라보다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개, 개껌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네놈은 내 속이 어떤지도 모르고…!”
모르긴.
“딱 봐도 영양가라곤 1도 없는 걸로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데?”
보나마나 뻔하다.
“차라리 나중에 무슨 과로 갈지나 고민하는 게 어때? 그… 성형외과! 사실 네 얼굴 다 뜯어 고친 거라고 하고 홍보하면 되게 잘 먹힐 것 같지 않아?”
made by 검성.
다른 건 몰라도 칼솜씨라면 자신 있습니다! 이렇게 앞광고 뒷광고를 잔뜩 넣으면 강남에 빌딩 몇 채 세우는 거야 일도 아닐 거다.
혹시 잘 안 되더라도 칼 한 번 뽑으면 환자들이 다 도망갈 테니. 뒷일을 걱정할 필요도 없을 테고.
“……그걸 말이라고 하는 소리냐? 아니… 됐다. 대답하지 마라. 더 이상 이야기 해봤자 내 머리만 아파질 것 같으니.”
천유성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문득 아까 전의 일이 떠올랐는지 화제를 전환했다.
“배 쪽은 어떻게 할 거냐? 아까 보니 지원을 요청하던 것 같은데?”
유연화와 이태민 쪽에서 온 긴급 통화.
상황을 유추해 보건대, 기존에 상정해 둔 적보다 더 강한 놈들이 나타난 게 분명했다.
하지만.
“괜찮아. 그 둘이라면.”
진혁은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꽤나 믿고 있나 보군.”
“이 거지같은 게임을 그렇게 오래 버틴 애들이야. 탑이 나타난 이후에도 하루도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았어.”
노력하고. 성장했다.
이미 충분히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가고 있음에도.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서.
강자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또 노력해 왔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진혁은 두 사람의 뜻에 반해 지원을 보낼 생각은 없었다.
“그래, 알겠다. 더 위로 가려면 두 사람도 그 정도는 해내야 한다는 거겠지.”
“맞아. 계속해서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날 테니까.”
저벅.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환한 태양빛이 보였다.
마침내 수정 동굴이 끝난 것이다.
느슨했던 공기가 다시 팽팽해졌다.
“여기서부터는 스피드 런이야.”
마력을 갈무리하던 진혁이 망령나무의 낫을 앞으로 뻗었다.
그 말대로 출구에는 몇몇 해적들이 모여 시시덕대고 있었다.
“준비됐다. 시작해라.”
천유성이 재차 검을 붙잡았다.
[트리플 매직 ‘이터널 라이트닝’이 발동됩니다!]12줄기의 번개가 지면을 타고 앞으로 쇄도했다.
“그러니까, 이번에 본섬에서 내가 죽이는 술집을… 헉?”
난데없는 기습.
강한 마력을 감지한 해적들이 다급히 몸을 피하려 했지만, 마법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라이트닝을 피할 순 없었다.
“으아아아!”
“끄아악!”
파치치칙!
새카맣게 타버린 몸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12명의 보초들이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한 채 쓰러졌다.
툭.
탓!
진혁을 선두로 한 나머지 인원들이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기습의 묘미는 속도.
적이 입은 피해를 가늠하기도 전에 최대한 많은 타격을 입히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진혁은….
어떻게 하면 상대가 가장 고통스러워하는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 * *
“제5 대대장이 죽었습니다! 으, 은발의 여자를… 막을 수가 없습니다!”
“왼쪽의 남자 놈도 장난 아니야. 벌써 스물이 넘는 애들이 당했다고!”
“시, 식량창고가 불탄다! 당장 꺼라. 저게 다 타버리면 끝장이란 말이다!”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린 페인 해적단의 본거지.
여기저기서 치솟는 불길들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선장인 콥스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섬의 곳곳에 배치해둔 병력과 난공불락을 자랑하는 미로들.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어째서 이 심장부가 공격받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수정 동굴로… 적들이 그곳을 통과해 공격해왔습니다!”
“뭐, 뭐라고?”
설마, 그 지옥을 살아서 지나왔단 말인가?
지금까지 수백이 넘는 부하들을 전멸시킨 곳이 바로 그 동굴인데?
심지어 두려움을 모르는 ‘시체 먹는 소라게’들조차 그곳으로 가라는 명령만큼은 듣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 섬에 처음 들어온 놈이 그 길은 또 어찌 알았단 말이냐. 아니, 알았다고 하더라도….”
콥스가 말끝을 흐렸다.
모든 것이 상식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현실을 아무리 부정해봤자 지금 상황이 바뀌는 건 아니었다.
“침착해. 그래봤자 소수로 들어온 기습이야. 게다가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개인플레이를 하고 있어 주잖아?”
곁에 있던 니라샤의 말에, 콥스가 탁자 위에 있는 지도를 살폈다.
연이어 들려오는 보고에 따르면, 적들은 핵심 타겟들을 노리기 위해 따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각개 격파하기엔 오히려 더 낫다는 말인가?”
“그래. 시간이 부족한 건 저쪽이야. 강진혁 그놈도 지금쯤이면 정박해둔 배가 공격받고 있다는 걸 눈치챘을 테니까.”
배를 지키고 있는 유연화와 이태민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무한히 버티진 못할 것이다.
사람이 가진 마력의 양과 체력은 한정되어 있었기에.
무엇보다 니라샤에겐 이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우우웅!
손에 잡고 있는 성유물이 당장이라도 날뛰고 싶다는 듯 요동쳤다.
“강진혁은 내가 죽일 테니. 넌 다른 놈들을 맡아.”
“뭐라고? 내 안방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놈을 다른 놈에게 넘겨줄 순 없다.”
“……미안하지만, 너 혼자만으론 그 녀석을 이길 수 없어. 그냥 내가 하자는 대로 해.”
콥스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어느새 손이 허리춤에 있는 화승권총으로 향했다.
“신격들의 가호 좀 받는다고 너무 기고만장해 하는구나. 성유물을 가지고 있는 건 너 혼자만이 아니다.”
이러다간 아군끼리 싸우게 생겼다.
자존심만 센 멍청이는 이래서 다루기가 힘든 법인데….
쳇.
니라샤가 혀를 찼다.
“둘이서 사냥하는 걸로 하지. 그거면 되겠어?”
“진즉에 그럴 것이지.”
둘 사이에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바로 그때.
콰아아앙!
천막 앞에 거대한 마력이 폭발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힘.
쿠쿠쿠쿠쿠!
혈액으로 만든 혈풍이 일대를 거칠게 갉아먹었다.
이 마력은….
모를 리가 없지.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고
인물 코퍼레이션에 소속된 이들 중에서도 최강이라 평가받는 랭커를.
“네놈들이 감히 내 계약자에게 덤빈 멍청이들이더냐?”
지면에서 몇 미터 떨어진 상공.
아타락시아의 가주가 니라샤와 콥스를 내려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