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24)
424화. 천세(千歲)의 사도 ‘니라샤’ (3)
“으아아악!”
니라샤의 목에 핏대가 섰다.
감당하기 힘든 격통은 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음은 화농독으로 해볼까. 아니지. 아니야. 미쳐버리기 직전까지 웃음이 나오는 독이 좋겠어. 고통의 끝은 쾌락이라던데, 웃음의 끝은 어떨지 궁금했거든.”
“으으… 으으으….”
독극물을 이용한 생체실험은 고작 30분 남짓 자행됐지만, 니라샤가 체감상 느끼는 시간은 족히 수백 시간에 이르렀다.
문득, 진혁이 손속을 멈췄다.
“어떻게, 계속할까?”
이건 니라샤에게 묻는 게 아니다.
그 몸에 빙의된 신격에게 묻는 것이지.
“…애초부터 목표가 나였단 말이냐?”
“잔챙이 하나 잡을 거였으면 애초에 이렇게 공을 들이지도 않았어.”
락샤샤 정도면 대어다.
천세 내에서도 발언권이 제법 있는 편이었으니까.
“원하는 게 뭐냐?”
“너희도 애써 구한 사도를 이렇게 허무하게 잃고 싶진 않을 거 아냐? 나도 괜히 유명한 랭커를 죽이고 인도 정부의 추적을 받고 싶진 않아. 뭐, 당장 속은 시원하겠지만, 득보단 실이 더 많을 것 같다 이거지.”
“그럼 당장 풀어다오. 만약 그렇게 해준다면 우리 쪽에서도 이 이상 나서진 않을….”
“에헤이.”
진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하면 계산이 그런 식으로 돼? 황금이나 콩알 반쪽이나 물건에는 값이라는 게 있는데?”
하물며 목숨 값이라면 말할 필요조차 없다.
진혁이 락샤샤를 향해 손바닥을 쫙 폈다.
“내놔.”
“뭐, 뭘 말이냐?”
“계속 시치미 떼지 말고. 순순히 넘겨. 비마나의 파편.”
천세를 상징하는 최강의 공중요새 ‘비마나’.
그 파편이라면 여러 가지로 쓸 데가 많다.
단, 신격의 동의를 얻어야만 양도가 가능한 성유물이었기에, 진혁은 일부러 니라샤를 궁지에 몰아붙였었다.
“그건….”
락샤샤가 곤란한 듯 말끝을 흐렸다.
설마, 이걸 요구할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한 탓이었다.
“아깝긴 하겠지. 하지만, 심혈을 기울여 뽑은 사도를 잃는 것보단 낫잖아?”
비마나 그 자체를 넘기라는 것도 아니고. 파편만 넘기라는 거다.
“…….”
락샤샤가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을 쏟아부어도 대답할 건 하나뿐이었다.
“이것만 넘기면… 우리를 보내주는 건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이 자리에서 내보낼 거야.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할게.”
“…알겠다. 그럼, 네 말에 따르도록 하지.”
“락샤샤!”
락샤샤가 고개를 끄덕이자, 니라샤가 고함을 질렀다.
눈물콧물을 질질 짤 땐 언제고. 몇 분 좀 쉬었다고 그새 눈에 독기가 차올랐다.
저 표독한 얼굴 좀 봐라.
쯧쯧.
“조용히 해라. 우선 살아야 할 것 아니냐?”
“……큭!”
니라샤가 욕설을 목구멍으로 집어 삼켰다.
당장은 살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복수할 기회도 있는 법이었다.
[‘비마나의 파편’이 새로운 주인에게 양도됩니다.] [비마나의 파편]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제한된 조건에서만 습득)
내용: 최상급 성유물 중 하나로, 무기로 사용할 경우 대상의 몸에 ‘만다라’의 표식을 남기게 됩니다. 또한 재료로 사용할 경우 ‘보라색’ 등급의 성유물을 제조하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파편은 충격에 의해서는 파괴되지 않습니다.)
천세의 사도가 되지 않는 한 입수가 불가능한 아이템.
이건 환호성이 터져 나올 만큼 짭짤한 소득이다.
“약속은… 지켜라.”
“걱정 마. 한 입으로 두말하는 성격은 아니니까.”
진혁이 ‘전장 선택’을 해제했다.
공간이 유리창처럼 박살나며, 숲 대신 기존 섬의 전경이 나타났다.
……지금이다!
락샤샤가 재빨리 원거리 공간이동 마법을 사용했다.
혹시라도 진혁이 뒤통수를 칠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파팟!
순식간에 바뀐 시야.
릭샤샤와 니라샤가 도착한 곳은 간다라 길드의 함선이 정박해 있는 섬의 북쪽 해안가였다.
“당장 죽여 버리겠다. 저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을!”
니라샤가 길길이 날뛰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에선 수치심과 증오가 한데 뒤섞여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비마나의 파편은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 그런 놈이 우리 신화의 성유물을 가지고 있게 내버려둘 순 없지.”
락샤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틀란티스의 창(1회용)’이 개방됩니다!]알루티로부터 받은 히든 카드.
워낙 말도 안 되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조금 전에는 사용하지 못했다.
지근거리에서 사용했다간 투창을 하는 이 역시 말려들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거리에서라면….
가능하다.
얼마든지 가능하고말고.
쿠쿠쿠쿠쿠!
푸른색 마법진이 연이어 나타났다.
가속력과 정확도를 살리기 위해.
보조 마법들이 중첩되기 시작한 것이다.
적어도 섬의 절반은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 마력이 모였다.
그런데 투창을 하려던 바로 그때였다.
욱씬하고.
어깨 쪽에서 강한 통증이 솟구쳤다.
뭐라 말하기도 전에 살이 불룩 튀어나왔다.
마치, 터져버리기 직전처럼.
이건 설마….
[고유 능력 ‘혈폭(血爆)’이 발동됩니다!]니라샤의 앞에 붉은색 상태창이 나타났다.
“이 쓰레기 같은 새…끼야아아!”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배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 * *
멀리서 솟구치는 피보라.
고문할 때 시간차로 발동되게끔 체내에 심어둔 혈폭이 발동된 모양이다.
“무사히 보내준다고 하지 않았어?”
엘리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랬었지.”
그래서 ‘무사히’ 보내주긴 했다.
단지, 그 이후는 보장하지 않았을 뿐.
“애초에 살려 보냈으면 언제라도 뒤통수를 칠 놈들이야. 락샤샤야 사도를 잃어서 열받겠지만, 어차피 놈들하고는 앞으로도 계속 적대관계일 테니까.”
어떤 걸 선택하든 한 배를 탈 수 없는 운명이라는 뜻이다.
물론, 만에 하나 니라샤가 이쪽의 뒤통수를 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혈폭은 발동하지 않았을 거다.
몸속에 심어두면서 공격 계열의 마력을 끌어모을 경우에만 발동하게끔 설계해 뒀기 때문이다.
결국, 자업자득이라는 소리다.
‘마력 반응으로 보아하니, 그 창을 받은 게 맞나 보네.’
알루티가 엮여 있는 거야 이미 알고 있었다.
자연히, 놈이 가지고 있는 아틀란티스의 창을 넘겨줬을 거라는 것 또한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고.
여러 가지 기연들을 독식하기 위해 나름대로 판을 짜봤는데, 일이 잘 맞물려 모든 걸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놈의 배에 가서 창을 좀 가져와 줘. 삼지창이니까 눈에 확 띌 거야.”
“내, 내가 왜? 나도 한창 싸우느라 지쳤단 말이야.”
“분명, 이맘때 코코넛 크랩이 한창 물이 올랐다고 들었는데. 부드러운 살점을 녹진한 내장 소스에 듬뿍 찍어 먹으면….”
어우야.
아주 그냥 밥도둑이 따로 없다.
“…….”
엘리스의 입가에 흥건하게 고인 침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전성기 때를 만끽했기 때문인지 쉽사리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조금 더 선심을 쓰는 수밖에.
“힘 쓰느라 고생했으니, 오랜만에 내 피도 좀 나눠줄게. 마력 회복엔 그게 가장 좋다고 했었지?”
“……! 다, 당장 가마! 그 약속, 반드시 지켜야 한다. 계약자!”
자존심이고 뭐고 한 방에 날아갔다.
엘리스가 격하게 날개를 파닥이며 해안가를 향해 날아갔다.
이걸로 ‘아틀란티스의 창’을 얻는 건 물론 2개의 스킬 복사조건까지 모두 클리어했다.
[복사 조건: 긴긴 악연으로 점철된 관계. 지금까지 당신을 극도로 괴롭혀 온 적에겐 그에 걸맞은 최후가 필요한 법입니다. 니라샤에게 자유와 절망을 동시에 안겨주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그녀가 가진 고유 능력과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복사 조건: 해적에게도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는 법. 하지만, 콥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소중한 부하라 할지라도 가차 없이 사지로 몰아넣습니다. 그런 콥스에게 해적의 규칙이 무엇인지 그 대가가 어떤 건지 알려주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그가 가진 고유 능력과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2개의 복사 조건은 이미 달성했다.
복사할 스킬을 고르는 것 역시 이미 끝났고.
파츠츠!
진혁의 양 손에 황금색 반원이 나타났다.
‘나선 챠크람’.
나선 챠크람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스킬로.
천세와 간다라 길드의 트레이드마크인 챠크람을 다룰 수 있게 되며, 마력 효율이 최적화되어 있어 아무리 마나통이 비어 있는 상황에서라도 무기 없이 싸우지 않게 만들어 준다.
서걱!
바위 하나가 깔끔하게 절단되었다.
손맛이 깔끔하다.
‘방심한 적의 뒤통수를 치기도 좋겠어.’
투척과 근접전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니,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스킬이었다.
다음은….
진혁의 시선이 또 다른 스킬로 향했다.
‘9개의 교수대’.
‘행운 스탯’과 가장 유사한 능력이 있다면 바로 콥스의 스킬일 것이다.
단순히 가지고만 있어도 패시브처럼 각 스킬의 잠재력을 끌어올려주기 때문에, 이 또한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능력들과도 높은 시너지가 났다.
‘생각했던 것보다 수확이 많긴 하네.’
이미 천유성과 월영이 나머지 페인 해적단의 잔당을 쓸어버리고 전리품을 획득하는 중이었다.
각종 금은보화는 물론, 다양한 종류의 아이템들도 얻게 됐으니 그야말로 금광이라도 발견한 기분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이 모든 것들을 나머지 길드와 나누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다.
다음은 이번 점령전을 통해 얻은 스탯을 분배할 차례.
띠링!
진혁이 개인 상태창을 활성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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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진혁
성별: 남
레벨: 165
힘 109 민첩 121 체력 73 마력 414 간극 100 행운 10 적응형 78 정기 112.55
보유한 스탯 포인트: 15
보유한 코인: 14,299,570
직업: 룬의 지배자
고유 성창: 역천(逆天)의 륜, 페이즈 2, 8개의 늪
고유 능력: ‘융합(融合)’, ‘검의 무덤’, ‘별의 가호’, ‘아누비스의 심판’, ‘혈마기(血魔氣)’, ‘만다라(曼茶羅)’, ‘1초 무적’, ‘천독(千毒)’, ‘하얀 맹수’, ‘만상공유(萬祥共有)’, ‘태양의 성역’,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 ‘트리플 매직’, ‘거신의 일격’, ‘화룡의 숨결’, ‘고속검(高速劍)’, ‘툼그레이브의 오른팔’, ‘버서커’, ‘바람의 영역’, ‘음영극살(陰影亟殺)’, ‘태초의 불꽃’, ‘혈폭(血爆)’, ‘검은 눈물’, ‘툼그레이브의 다리’, ‘괴력난신(怪力亂神)’, ‘군단의 핵’, ‘고대 결계’, ‘천마신공(天魔神功)’, ‘멘트라 테이밍’, ‘니힐리즘’, ‘멸천만독(滅天萬毒)’, ‘적토승마(赤兎乘馬)’, ‘기계군주’, ‘극진태권도’, ‘몽마의 맹세’
스킬: 스킬의 내용이 너무 많아 ‘접어 두기’ 상태로 전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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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서고라는 말에 걸맞게 저장된 능력들은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오른 레벨도 무려 5개.
역시나, 고생한 만큼 얻은 경험치도 장난이 아니다.
29층의 보스라 할 수 있는 콥스를 처리한 데다, 락샤샤가 아바타화된 니라샤를 제거한 것도 반영이 된 듯싶었다.
‘패시브 스킬이 늘어났으니 스탯은 마력에 투자해야겠어.’
[마력이 414 → 429로 상승합니다.]좋아.
이걸로 해적섬에서의 싸움이 모두 끝났다.
정확히는 대결전을 앞둔 쉼표에 불과했지만.
‘본래라면 다음 층계로 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떠야 하는데… 그것도 미뤄졌군.’
[현재 29층의 층계 공략은 끝나지 않았습니다.]아포칼립스 시나리오가 발생됨에 따라 크라켄을 처리해야만 이 층계를 벗어날 수 있게 된 거다.
층계의 진입은 자유롭되 나가는 건 막혀버린 상황이란 소리다.
‘쉽지 않긴 하겠어.’
전성기의 힘을 1시간 이상 유지시킬 수 있다면 모를까.
안타깝지만, 지금의 만상공유로도 크라켄을 쓰러뜨리는 건 무리다.
신격들로 구성된 상위 세력마저도 감당하기 버거운 게 ‘아포칼립스’란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뿐이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형! 찾았어요!”
마침내 이태민이 부탁했던 걸 가져왔다.
아름다운 하늘색 껍데기를 가진.
바로 ‘천년 고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