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25)
425화. 해저 도시 ‘아틀란티스’ (1)
천년 고둥.
아틀란티스로 갈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현실적인 걸 고르라면 단연코 이걸 이용하는 거다.
원래라면 조금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긴 했지만, 아틀란티스의 창을 얻은 이상 모두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그래서, 여기에 대고 질문을 하면 그 방법을 알려준다는 거냐?”
천유성이 미심쩍다는 눈으로 물었다.
“그럼, 신비로운 천년 고둥님은 뭐든지 대답해주시거든.”
“어이가 없군. 애들 장난도 아니고.”
“어허. 정 믿지 못하겠으면 물어봐.”
진혁의 계속된 재촉에 천유성이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아틀란티스로 가는 길을 말해라.”
그러자.
천년 고둥이 부르르 떨렸다.
“거긴 고결하고 강한 이들만 갈 수 있다. 넌 안 돼.”
튀어나온 말은 무미건조한 기계음에 가까웠다.
단, 사람의 속을 박박 긁는 종류였지만.
“뭐, 뭐라고?”
천유성의 표정이 왈칵 구겨졌다.
웬 해안가에 널브러진 고둥 따위가 면상에 대고 고결하지 않다고 지껄여 댔으니, 당연히 어이가 없을 수밖에.
“푸하하! 읍… 나, 나 안 웃었어. 봐. 진지한 표정이야.”
옆에 있던 진혁만 폭소를 터뜨리다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으득!
어금니를 깨문 천유성이 재차 입을 열었다.
“당장 아틀란티스로 가는 길을 말해라.”
“안 돼. 넌 자격 미달이야.”
“…….”
스릉!
류화가 예기를 발했다.
하지만,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천년 고둥’을 파괴할 경우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붉게 떠오르는 메시지가 가로막았다.
지금까지 시련의 탑을 경험해온 바로, 붉은 상태 메시지를 무시했다간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크윽!”
천유성이 반쯤 뽑은 검을 가까스로 집어넣었다.
“고귀하면서 강한 짐의 말이라면 들을 것 같구나.”
엘리스가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섰다.
“고하라. 미천한 생선들이 사는 곳이 어디인지.”
아타락시아의 가주.
명예와 강함을 모두 갖춘 탑의 절대자 중 하나가 명했다.
그런데.
“몰라.”
되돌아온 대답은 똑같았다.
여전히 무미건조한 말투로.
“지…금 짐조차 부족하다고 하는 것이냐?”
“꼬맹이는 입장하지 못하는 곳이야.”
“꼬, 꼬맹이?”
“응. 7살 꼬맹이. 발끈하는 거 보니 뼈를 때렸나 보네. 근데. 사실이야.”
“으아아악! 바보 성녀가 날 무시하는 걸로도 모자라서 이젠 이 망할 조개껍데기 따위까지 날 꼬맹이 취급해? 내가 원래대로만 돌아가면 진짜…!”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엘리스가 길길이 날뛰었다.
역시….
이래서 천년 고둥은 다루기가 성기시긴 하다.
아예 무시를 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무엇보다 페널티가 걸려 있는 이상 파괴해버린다고 협박할 수도 없었다.
만약, 페널티를 초월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은.
진혁이 백사장에 꽂아둔 아틀란티스의 창을 바라봤다.
‘이게 아니었으면 재료를 모으느라 고생깨나 했겠네.’
월영이 섬의 내부를 이 잡듯이 뒤지고 있긴 했지만, 원하는 재료들을 다 찾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미지수였다.
“천년 고둥. 우리가 인어들에게 가려는 건 그들을 노예로 잡거나 해치려는 게 아니야. 오히려 도움을 주려는 거지.”
진혁이 마지막으로 나섰다.
“그러니 대답해 줘.”
크라켄을 막기 위해서.
층계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이번 회동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한다.
“넌….”
천년 고둥으로부터 기계음이 나왔다.
“못생겨서 안 돼.”
“…….”
이 새끼가….
진혁이 간신히 평정심을 유지했다.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지, 짐이 생각하기엔… 계약자 정도면 굉장히 잘생긴 편에 속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미의 기준이 좀 잘못된 것 같군. 난 천년 고둥의 말에 동의한다.”
“형은… 남자답죠. 예.”
“하하하. 오빠가 꽃미남 스타일은 아니긴 하지.”
각양각색의 반응이 이어졌다.
대부분 상처받는 말들뿐이었지만.
그래. 이렇게 될 것 같긴 했다.
“구마야.”
“모기!”
“먹어치워.”
“모오기!”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고구마가 천년 고둥을 향해 폴짝 달려들었다.
“날 먹으면….”
오독. 오도독!
고구마가 가차 없이 껍질을 부수고 안에 있는 보석을 깨물었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
띠링! 띠링! 띠링!
[‘천년 고둥’이 파괴되었습니다!]붉은 상태창이 하늘을 가득 뒤덮었다.
천년 고둥은 한 종족이 신성시 여기는 영수 중 하나.
그걸 해한다는 건 곧 종족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였다.
* * *
“이게 무슨 짓이냐? 분명, 인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으면서…!”
천유성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얘가 박박 긁어대잖아?”
고분고분하게 위치만 알려줬어도 이런 일은 없었다.
천년 만년 질문 따먹기나 하고 있을 시간도 없었고.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너도 속 시원한 거 아니었어?”
씰룩이는 입가부터 좀 진정하고 뭐라 해라.
천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 같은 표정이니까.
“큼.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보다 이젠 어떻게 되는 거냐?”
어떻게 되긴.
[29층 ‘인어 종족’의 분노가 고인물 코퍼레이션에게 향합니다!]이렇게 되는 거지.
부글부글.
바다 속에서 기포들이 일제히 솟구쳤다.
하나 둘이 아닌, 수십.
마력의 기운으로 보건대 꽤나 화가 나 있는 게 틀림없다.
곧바로 수십의 인어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 놈들이… 이젠 선을 넘다 못해 아주 죽여 달라고 발악을 해대는구나!”
아름다운 외모의 인어가 분통을 터뜨렸다.
어느새 겨눈 화살에서 수속성 계열의 강한 기운이 응집됐다.
당장이라도 수많은 화살들이 해안가를 향할 것만 같았다.
“싸울 거면, 말해. 다 쓸어버릴 테니까.”
엘리스가 꼬챙이를 소환했다.
이태민과 유연화 또한 언제라도 움직일 준비를 끝냈다.
하지만.
“아니. 인어를 죽이는 건 논외야.”
천년 고둥은 몰라도 인어에게 해를 입혔다간 고인물 코퍼레이션과 인어 종족 간에 전쟁이 벌어질 거다.
물론, 그걸 막기 위해선 인어들의 분노를 잠재울 만한 ‘이유’를 전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오랜 세월 잃어버렸던 여왕의 창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푹!
진혁이 백사장에 박혀 있던 아틀란티스의 창을 뽑았다.
“……!? 자, 잠깐. 사격 중지!”
공격 명령을 내리려던 인어가 그 자리에서 멈췄다.
모를 리가 없지.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
먼 옛날, 인어들이 29층을 지배하던 시절 그 영광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성유물을.
엘리스가 아타락시아 가주의 명예를 되찾고 싶어 하고. 천유성이 빌어먹을 1승을 소망하듯.
인어들에게 있어 가장 원하는 걸 꼽으라면 이 창이 최상위에 올라갈 것이다.
비록 1회용에 불과한 열화버전이긴 했지만, 그거야 연기만 잘하면 문제없을 터.
“이래도 공격할 거야?”
“어, 어떻게… 네놈들이 그걸….”
“지금 입수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 게다가 이걸 봤으면, 먼저 활부터 내리는 게 순서 아닐까?”
“……시위를 풀어라.”
“대장?”
“명령이다!”
“아, 알겠습니다.”
여자 인어의 말에, 나머지 인어들이 적개심을 누그러뜨렸다.
좋아. 이제야 좀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다운 대화를 해볼 수 있게 됐다.
“첫 이미지가 좀 안 좋게 시작한 건 맞지만, 오해야 차차 풀어나가자고.”
“천년 고둥을 부순 걸 오해라고 넘어갈 생각인가?”
“최대한 빨리 너희들과 접촉하려면 이 방법밖엔 없었거든. 또, 공격을 한 거라면 너희들 쪽이 먼저야. 항해 도중에 우리한테 대뜸 화살을 쏜 인어가 있었거든.”
“그건, 너희가 우리를 노예로 잡아간 놈들과 한패일 수도 있으니….”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오해라는 거야.”
과거에 시시콜콜한 것들을 하나하나 따질 생각은 없다.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닌 미래였으니까.
“원하는 게 뭐냐?”
“여왕을 알현하고 싶다.”
“무리한 이야기로군.”
“창을 얻고 싶으면, 무리한 걸 해내야 할 거야.”
“……알겠다. 대신, 갈 수 있는 건 당신 하나여야만 한다.”
“계약자! 그 조건은 안 된다고 해야 한다.”
홀로 가야 한다는 말에, 엘리스가 즉각 반발했다.
“괜찮아. 어차피 처음부터 혼자 갈 생각이었어. 너희들은 길드 쪽… 아니, 테레사 씨를 도우러 가줘.”
지금쯤 연합 길드의 함대들은 기간트달로스와 치열하게 맞붙고 있을 거다.
든든한 전력 중 하나였던 간다라 길드는 케이시, 주드로와 싸우느라 제대로 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
하물며 니라샤가 사망한 지금은 조직력이 완전히 와해되어 버렸으리라.
“정말 괜찮겠느냐?”
“걱정하지 마. 크라켄이 나오기 전엔 돌아올 테니까.”
진혁이 생긋 웃었다.
* * *
보글!
기포 방울이 한 쌍의 해마가 끄는 거대한 전차(戰車)를 감쌌다.
“인간들은 물속에서 호흡이 힘들 테니, 여기에 타면 된다. 다루기 매우 까다로운 아이들이니 뒤에 얌전히….”
“그래그래. 얌전한 애들이구나.”
진혁이 전차에 서서 고삐를 당겼다.
너무나 익숙하게.
해마들이 진혁의 손길에 맞춰 좌우로 움직였다.
심지어 온몸을 달싹이며, 애교까지 부리는 모습은 인어들로서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
인어들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멘트라 테이밍’에 ‘교감’, 무엇보다 시련의 탑에 존재하는 모든 탈 것들을 마스터했다는 사실을 몰랐으니, 당연히 어이가 없을 수밖에.
그렇게 진혁과 인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빠르게 바뀌는 시야.
고속으로 이동하는 해마는 점점 더 바다 깊은 곳으로 향했다.
30분 정도가 흐르자 대장격인 인어가 말을 걸어왔다.
“평범한 인간은 아닌 것 같다만, 의외로 허술한 것 같군.”
“흐음. 내가 허술하다고?”
“그렇다. 만약, 이게 모두 함정이라면, 아틀란티스로 가는 게 아니라 그저 심해의 어딘가로 가는 거라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우리가 그대를 이곳에서 죽이고 창만 회수하는 방법도 있다.”
뭐,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다.
“너희끼리 가능하다면.”
진혁이 마력 일부를 해방했다.
파츠츠….
‘검의 무덤’과 ‘혈마기’.
흉흉하기 짝이 없는 살기가 피어올랐다.
지금까지 그 어디서도 마주한 적 없는 짙고 불길한 마력이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떠 보는 걸 통해 우위를 가져보려 했던 인어들이 호흡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
너무 겁을 준 것 같긴 하다.
진혁이 분위기 전환 겸 화제를 바꿨다.
“싸울 생각은 없으니 그리 겁먹지 않아도 돼. 그건 그렇고, 이름을 계속 모르고 있었네.”
“레피티아 안 드라카온미아 테 아르탄미르라고 한다.”
뭔가 쓸데없이 길고 장황한 이름이 튀어나왔다.
“인어의 이름은 다 그렇게 긴 거야?”
“고귀함을 표현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수식어가 필요한 법이니까.”
“그럼, 여왕님 이름도…?”
“그렇다. 마타메티오 레 팔라디온 드리아 카 마시아스티르스 7세시다.”
와….
이건 갈수록 가관이다.
대체 저걸 무슨 수로 다 기억하냐?
천유성 정도 되는 천재면 모를까. 몇 번을 들어도 까먹을 거다.
“너무 길어서 기억하기 힘든데, 우리 식으로 좀 바꿔서 불러도 될까?”
“인간들이 우리를 부르기 어려워하긴 하더군. 하면, 어떤 이름으로 부를 생각인가?”
한 번만 들어도 뇌리에 콕 박히면서… 인어의 특징도 살릴 수 있는 이름.
진혁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