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26)
426화. 해저 도시 ‘아틀란티스’ (2)
‘탐식의 눈’에 나타난 내용.
[인물 정보]이름: 레피티아 안 드라카온미아 테 아르탄미르
레벨: 85
고유 능력: 해류(海流)의 의지(종족 한정 능력)
스킬: 해마 조련 Lv15, ‘일괄 지휘’ Lv15, ‘멀티 샷’ Lv14, ‘바다의 성창’ Lv14.
복사 조건: 인간에 대한 인어들의 신뢰는 현재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 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1. 최소한 셋 이상의 인어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십시오(단, 그들이 그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하고 사용해야만 합니다.)
2. 아틀란티스의 창(원류)을 넘겨주십시오.
3. 29층의 진정한 주인에게 그 층계를 돌려주십시오.
종족 한정 고유 능력.
모든 인어들은 동일한 고유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바다에서라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효율을 자랑하는 게 바로 ‘해류(海流)의 의지’다.
‘조건이 3개나 붙긴 하지만, 어떻게든 손에 넣어야 해.’
29층뿐 아니라, 상층부에 가서도 수중에서 전투를 해야 하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그때 이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는 엄청난 차이를 야기할 것이다.
‘우선 적절한 이름을 짓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어.’
이름을 명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양쪽이 모두 만족하는 경우라면 더욱더 말이다.
놀라운 센스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이들에게만 허락된 영역일 터.
진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연어 초밥 어때?”
29층에는 존재하지 않는 지구의 생선.
정확히는 비슷한 종류가 있었지만, 그 이름이 달랐다.
이거라면 절대 잊어버리는 일이 없을 거다.
주홍빛 머리카락에 쌀밥처럼 흰 갑주를 걸친 레피티아 어쩌고와, 연어 초밥은 너무나도 잘 매치가 되었으니까.
“연어 초밥이라는 게 무엇이냐?”
“우리 쪽 세계에서 떠받드는 이름이야. 굉장히 인기가 많지.”
“호오. 그런가? 꽤나 마음에 드는 이름이구나. 허면, 여왕폐하께도 인간들의 이름이 있는 것이냐?”
음. 여왕의 이름이라….
“참치 초밥.”
기억하기론 아틀란티스의 여왕들은 대대로 핑크빛이 도는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
“초밥이라는 단어가 겹치는데… 무슨 의미라도 있나 보구나.”
“그건 칭호의 일종이야. 인간들이 인정한 상대에게만 주는 거라고 알면 돼. 아까 보니까 부하들을 지휘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던데?”
“크흠! 뭐, 우리 인어들이 어려서부터 워낙 혹독하게 훈련을 해온 덕분이지. 그보다 영광이로구나. 여왕 폐하와 같은 칭호라니….”
레피티아, 아니, 연어 초밥이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분위기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엄청나게 강한 힘을 가진 강자로부터 인정까지 받았으니, 연어 초밥으로서도 어깨가 으쓱할 수밖에.
게다가….
‘우리 쪽 성물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렇고 해마를 저토록 자유롭게 다루는 것도 그렇고…. 절대 평범한 인간이 아니야.’
문헌에 기록되어 전해져 오는 전설.
인어와 인간의 혼혈로 이루어진 ‘용사’가 나타나 위기의 순간 아틀란티스를 구원할 거라는 내용이 있다.
수백 년간 해적들에게 노예가 되어 고통받던 삶을 바꾸어줄 이가 반드시 나타날 거라며,
인어들은 오직 그 희망 하나만을 의지한 채 버티고 또 버티는 중이었다.
녹색 동공이 가늘어졌다.
‘조금 전 보여줬던 강함….’
틀림없다.
문헌에 기록되었던 주인공이 바로 저 남자다.
그리고 그런 연어 초밥을 보며, 진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뭐, 오해할 만하긴 하지.’
저들이 저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용사, 아니, 정확히는 귀환자.
시련의 탑에서 태어난 거주자들 중 다른 차원에 갔다가 온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문헌에 있는 건 가끔 층계를 부유하는 귀환자들이 핍박받는 이들을 구해줬던 걸 기록해둔 거겠지.
‘대부분의 귀환자들은 심성이 선한 쪽에 가까웠으니까. 특히 그 녀석이라면 더 그럴 테고.’
이곳에 왔던 건 귀환자 ‘메드레이’다.
현재는 30층대에 있을 테지만, 과거에 이곳에서 왕국 하나를 멸망시키고 그곳에 있던 인어들을 전부 구해 냈던 것이다.
결국, 그 녀석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풀리게 생겼다.
“그럼, 안내하겠다.”
일행이 다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한참이나 이동한 끝에 진혁과 인어들은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히든 플레이스 해저 도시 ‘아틀란티스’에 입장합니다!]심해에 펼쳐진 장관.
분명, 수 킬로미터는 아래로 내려왔음에도, 태양빛이 그대로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특이한 박테리아들이 서식한다고 하더니, 진짜 신기하긴 하네.’
진혁이 작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 말대로 아틀란티스는 지상의 대도시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훨씬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입구를 지키던 경비가 재빨리 예를 갖췄다.
“아틀란티스의 창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들었습니다. 레피티아 안….”
“앞으로는 연어 초밥이라 부르거라.”
“예?”
“창을 가져온 용사가 준 이름이다.”
“용사…라고요?”
경비의 뒤에 해마를 능숙하게 모는 진혁이 보였다.
“그게, 정말입니까?”
“확실한 건 아니지만, 들어맞는 부분이 많다. 적어도 헛소리를 해대는 건 아니야.”
“그, 그렇군요.”
경비들의 표정이 한층 더 딱딱해졌다.
만약, 상대가 정말로 용사라면 인간이라고 해서 업신여길 순 없다.
“알겠습니다. 바로 안내하도록 하죠. 여왕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 *
좌우로 늘어선 기둥.
크고 웅장한 옥좌 위엔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인어가 앉아 있었다.
인간의 나이로 치면 아무리 많이 봐도 20살 초반으로 보이는 외모였다.
그리고 그 좌우에는 갑주를 걸친 친위대들이 보였다.
진혁이 연어 초밥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오오… 저자가 바로 용사란 말인가?”
“페인 해적단도 저 인간이 쓸어버렸다고 하더군. 우리 군 전체가 하지 못했던 걸 말이야.”
“용사는 무슨. 신성한 천년 고둥을 부순 망나니지.”
“창도 뭔가 수작을 부린 게 분명해. 그토록 오랫동안 사라졌던 게 난데없이 나타난 것도 말이 되지 않아.”
상반된 반응이 엇갈렸다.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였지만, 진혁의 귀엔 그 모든 말들이 낱낱이 들어왔다.
“아틀란티스에 온 걸 환영합니다. 이 먼 곳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어요.”
옥구슬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의 시선이 여왕에게 향했다.
“아닙니다. 저야 말로 덕분에 눈이 호강했네요. 아, 제 이름은 강진혁이라고 합니다.”
진혁이 검지와 중지, 두 개의 손가락을 왼쪽 가슴에 댄 채 짧게 고개를 숙였다.
인어들의 예법에 한 치도 어긋남이 없는 동작이다.
“인간이 황실의 예를….”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다시 한 번 내부가 소란스러워졌다.
“대충 눈치채고 계시겠지만, 강진혁 님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저희가 신성하게 여기고 있는 영수를 죽였지만, 또 아틀란티스의 성유물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이죠. 물론, 그렇게 하신 이유에 대해선 들었습니다. 꼭 저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하셨던가요?”
“예. 바다에 민감한 인어들은 느꼈겠지만, 현재 이 층계에 고대 생명체가 깨어나고 있습니다.”
기간트달로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재앙, 크라켄이 말이다.
“그거에 대해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라켄이 노리는 건 바다 위의 존재들이지 저희가 아니에요.”
29층을 점거하고 있는 수많은 해적들과 왕국들.
그들을 포식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무엇보다 바다와 교류하며 날쌔게 움직이는 인어들은 크라켄에게 있어 매력적인 먹잇감이 아니었다.
결국, 우선순위에서 한참이나 밀린다는 뜻.
하지만,
“그들이 전부 죽고 난다면 그 이후에 대해선 생각해 보셨습니까? 몇 달, 몇 년은 버틸지 몰라도 언젠가는 방관을 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 이 층계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죽지 않는 한, 놈은 절대 멈추지 않을 테니까요.”
“…….”
여왕이 입술이 꼭 포개졌다.
그렇다.
시간 차이일 뿐.
아틀란티스 역시 영원히 안전한 거점이 될 순 없었다.
그게 현 여왕의 시대가 아닐지라도 후대의 여왕은 망국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리라.
“그렇다면, 당신과 손을 잡으면 그 악마를 몰아낼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위기의 순간 종족을 구원하는 것. 그게 바로 용사가 존재하는 의의 아니겠습니까?”
진혁이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용사를 자처했다.
일부러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가슴을 부풀린 건 덤이다.
아…. 이럴 때 천유성이나 테레사였으면 여유로운 미소도 지었을 텐데.
내가 하면 어째 깔보는 듯한 비웃음이 될 것 같아서 하질 못하겠다.
“……당신이 정말로 용사라면 크라켄을 상대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정말로 용사라면 말이에요.”
의심이 섞인 질문.
이건 마지막 시험이다.
모든 의혹을 한 번에 잠재워버릴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있냐는.
그리고 그 질문에….
우우웅!
진혁이 말없이 아공간 인벤토리를 개방했다.
그곳에서 나온 건 독특한 문양이 새겨진 팔찌였다.
곤륜파의 보물창고에서 얻은 ‘귀환자의 팔찌’.
바로, 메드레이가 남긴 성유물 중 하나였다.
“저, 정말이다….”
“메드레이 님의 유물이랑 똑…같아.”
이번엔 경악에 가까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문헌에 남겨진 특유의 문양.
인어들이 아니라면 결코 알 수 없는 내용이다.
사전에 모조품을 만든다거나 하는 행동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정말이었군요.”
여왕 역시 모든 걸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용사가 나타났다면 머뭇거리고 있을 이유는 없을 터.
“용사님의 결정을 따르겠습니다. 저희들도 용사님을 도와 크라켄과 싸우도록 하죠.”
마침내 여왕이 결정을 내렸다.
“여, 여왕 폐하!”
“그건…!”
순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신들도 전쟁을 할 준비에 전념해주세요.”
한 번 내려진 명령은 번복되지 않는다.
메드레이의 뒤를 잇는 용사가 나타났다는 명분이 갖춰진 상태라면 더욱더.
‘교감이랑 9개의 교수대도 쏠쏠하게 도움이 된 것 같네.’
진혁의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걸렸다.
인어 종족의 지원을 약속받았으니 이걸로 확률이 꽤나 올랐다.
그런데 바로 그때.
“단.”
여왕이 예상 밖의 조건을 덧붙였다.
“아틀란티스의 창을 반납해주는 것 외에도 용사님께서 해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메드레이 경의 유물을 가지고 계시니, 강진혁 님께서도 알고 있으시겠죠?”
가만,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문헌에서 뭔가 더 내용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용사는 반드시 후손을 남겨야 한다. 이후에 닥쳐올 또 다른 위험을 막기 위해서.
인어와 인간의 혼혈.
애초에 여왕이 지나치게 사근사근 다가왔던 것도 모두 이 때문이었다.
용사인 게 확실시 되는 시점에서 더 이상 남남이 아니게 될 테니까.
동시에.
부르르….
손가락에 끼고 있던 ‘브라함의 반지’가 격하게 떨렸다.
몰래 반지에 숨어 함께 아틀란티스에 온 엘리스가 격노하고 있는 것이다.
봉인이 모조리 풀려버릴 정도로 그 감정은 여과 없이 전해졌다.
“용사님? 저희 조건을 받아들이실 건가요?”
“…….”
진혁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볼을 타고 흘러 내리는 식은 땀.
이건 좀 곤란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