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36)
436화. 각자가 휴가를 보내는 방법 (3)
쿠쿠쿠쿠!
유사가 좌우로 갈라지며, 오아시스에 있던 물이 모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동시에, 강력한 마력이 모여들었다.
신격의 현현이 이루어질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토르와 로키가 자세를 잡았다.
발두르와 헤임달도 긴장한 눈으로 앞을 주시했다.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린 건 바로 그때였다.
“크르르…!”
쏴아아!
모래가 하나로 합쳐지더니 이내 검은 쟈칼의 형상으로 변했다.
아누비스.
이집트 상위 신격 중 하나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빌어먹을 흰둥이들이 떼거리로도 몰려왔네. 여기가 너희 집 안방인 줄 아느냐?”
아누비스가 으르렁거렸다.
“뭐라고…?”
토르의 이마에 굵은 심줄이 튀어나왔지만, 그보다 한 발 먼저 로키가 나섰다.
“예고 없이 영역에 침범한 건 사과드립니다. 당신을 만나려면 이곳에 와야 한다기에 어쩔 수 없이 결례를 범했습니다.”
“누가 그런 말을 지껄였는데?”
“강진혁…이라고 하면 대답이 될까요?”
“뭐? 그 녀석이 여길 알려줬어? 날 만나라면서?”
아누비스가 깜짝 놀라 외쳤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진혁이 시켰다는 말 때문이었다.
“예. 이 말을 전하라는 것도 덧붙였습니다. 아포칼립스로 인해 마계의 균형이 깨지면, 이와 동맹을 맺은 올림포스 역시 흔들릴 때가 올 거라고요.”
심상치 않는 대화가 튀어나왔다.
아누비스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잡았다.
“……역시 그 미친놈이 크라켄을 투척한 거였군. 젠장. 그건 그렇다치고. 그거하고 너희가 날 만나러 온 게 무슨 상관인데?”
“저희가 온 이유야 뻔하지 않겠습니까? 동맹. 그것도 아스가르드와 이집트. 그리고 고인물 코퍼레이션 간의 삼자동맹을 제안드리려 합니다.”
“…….”
대화의 깊이가 더욱 깊어졌다.
처음엔 그저 귀찮은 불청객을 쫓기 위해 왔던 일이.
이제는 상층부의 균형을 단번에 깨버릴 수 있는 일로 커져버렸다.
“어이가 없군. 조금 쓸 만한 인간들과… 거점을 잃어버린 패잔병들과 손을 잡으란 말이냐? 강진혁이 마음에 든 건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도로서의 이야기일 뿐. 대등하게 손을 잡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아누비스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로키는 그런 반응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빌붙기만 하는 동맹을 제안하려는 거였으면 이곳까지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건….”
아누비스의 동공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화르륵!
검으면서 하얀 불꽃이 타들어갔다.
‘영원의 모닥불’.
고대종의 알들을 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성유물이다.
태양의 샘물을 머금은 위그드라실의 뿌리가 파괴되면서 나온 재.
그걸 다른 재료들과 섞어 만들어낸 것이다.
조합법이 워낙 까다롭고 난해했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0.01%도 채 되지 않는 걸로 알았는데….
“그래…. 그런 거였나. 그 녀석이 알려준 거였어.”
인간이라 하기엔 너무나 터무니없는 능력을 지닌 플레이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놀라움과 경악의 연속이었다.
고깝게만 보던 자신의 인식마저 자력으로 바꿔버린 게 강진혁이었으니까.
그가 개입했다고 하면, 아스가르드에서 영원의 모닥불을 손에 넣은 게 마냥 헛소리는 아니었다.
‘거절하기 쉽지 않게 됐군.’
다수의 고대종 알을 보유하고 있는 이집트에게 있어. 알을 부화하는 데 핵심인 모닥불은 또한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무엇보다….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정보력과 아스가르드의 모닥불. 마지막으로 이집트 신격들의 고대종들까지.
어쩌면, 제법 나쁘지 않은 그림이 그려질지도 모른다.
“확실히, 그 녀석들이 이대로 세력을 확장하게 내버려둘 순 없겠지. 너희 다음 차례가 우리가 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칠죄종이 날뛴 터라 흉측하게 변해버린 오아시스.
평화적으로 스스로의 영역만을 지키려고 했던 결과가 지금 눈앞에 있다.
“알겠다. 나머지 신들에게도 말해보마.”
아누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에서는 한창 치열한 경기가 이어지는 중이었다.
‘눈 가리고 수박 깨기’에선 단연 천유성과 월영이 빛을 발했다.
마음의 눈으로 보라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시전하던 두 검객이 닥치는 대로 검을 휘둘렀다.
“꺄아아아!”
“거기 아니야!”
“나 죽는다. 진짜 죽을 뻔했어.”
정령수들이 팔짝팔짝 뛰어다녔다.
눈을 가린 살인귀들이 미쳐 날뛰고 있으니, 기겁을 할 수밖에.
애초에 천유성과 월영 사이에는 서로의 검술이 한 단계 더 높은 경지에 있다는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던 터라. 이번 게임은 더 이상 게임이라 부르기 힘든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콰콰콰콰콰!
‘추혼검무(追魂劍舞)’
‘음영검법(陰影劍法)’
두 개의 검이 직선과 사선으로 내달렸다.
백사장 위로 어지럽게 생기는 검흔.
수박이 반으로 쪼개지고 붉은 과즙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조금 전의 테레사도 그렇고. 다들 제정신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승부욕에 불타는 게 두 사람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감히, 짐 앞에서 최강을 논하다니. 이까짓 수박 모조리 박살내주마.”
[엘리스가 Lv?? ‘블러드 스피어’를 발동합니다!]공간이 열리며, 허공에 수많은 꼬챙이들이 나타났다.
정확히 수박만 부숴야 점수로 인정되는 특성상, 정확도가 생명.
하지만, 엘리스의 꼬챙이에는 그런 섬세한 컨트롤이 가능할 리 없다.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박살 내는 게 ‘블러드 스피어’의 특징이었으니까.
“아, 안 돼!”
천유성이 다급히 외쳤지만, 이미 엘리스의 손가락이 앞으로 뻗은 뒤였다.
퍼퍼퍼퍽!
근소한 차이로 앞서가던 ‘정의 구현’ 팀의 점수가 지옥으로 떨어졌다.
[미워도 다시 한번(98점) vs 정의 구현(-146점)]2라운드가 끝났다.
1라운드는 상대가 이겼으니 이제야 비로소 균형이 이루어진 셈이다.
스코어 1:1의 상황.
결국 승부처는 마지막 ‘무인도에 있는 깃발 뽑아오기’에 따라 결정되게 되었다.
파라다이스 아일랜드로부터 약 2km 떨어진 지점에 있는 무인도에 꽂혀 있는 깃발을 찾아. 그걸 먼저 뽑는 팀이 최종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어때? 좀 괜찮아 보여?”
진혁이 신중하게 저 멀리 있는 무인도와 파도의 흐름을 살폈다.
“파도가 거칠진 않습니다만…. 상대 쪽에서 가만히 내버려두진 않을 겁니다.”
월영이 힐끗 천유성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그곳엔 사악한 표정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악마들이 있었다.
그동안 먹여주고 재워주고 아껴준 은혜를 잊어버리다니.
쿠데타를 벌인 대가는 천 배 만 배 붉은 피로 응징해줘야지.
“일단, 내가 생각해둔 게 있어. 얼마나 먹힐진 잘 모르겠지만, 변수 정도는 만들어 볼 수 있을 거야.”
적어도 섬까지 먼저 도달할 순 있을 거다.
그 이후에는 압도적으로 불리해질 테지만.
“주군만 믿겠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저도 천유성 님에게 지고 싶진 않아졌거든요. 상대 쪽 배를 침몰시켜 버리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이길 겁니다.”
월영의 눈이 승부욕으로 불타올랐다.
이 녀석도 점점 맛이 상해가는 것 같다.
처음엔 모두에게 버림받은 예리한 칼날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그럼, 마지막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양측 팀은 준비해 주십시오.”
곧, 릭이 준비한 두 척의 배가 바다로 나아갔다.
나무줄기로 대충 만든 뗏목이었기 때문에 노를 젓는 것 외엔 뾰족한 수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우리에겐 운디네가 있지. 거기에 기상을 다루는 신수도 함께하고 있다.”
천유성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물의 정령수 ‘운디네’.
특히, 진혁에게 원한이 쌓일 대로 쌓여 있는 이 불쌍한 정령은 복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기 한 몸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었다.
사신수 중 하나인 말랑흑두루미, 아니, ‘청룡’ 역시 비장한 표정을 지은 채 여의주를 움켜잡았다.
“둘 다… 정말 괜찮겠나?”
“괜찮을 리가 없잖아. 분명, 이번 일에 대한 대가를 몇 배나 치르게 될 텐데.”
운디네의 얼굴에서 지난 세월이 묻어 나왔다.
끝없는 고문과 고통의 연속.
배신의 대가가 얼마나 가혹한지는 누구보다도 정령수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럼에도….
작은 반격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면, 마음에 입은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할 수 있다면…!
기꺼이 지옥 속으로 한 걸음을 내디딜 각오가 되어 있었다.
“훗! 고고한 영혼을 가지고 있는 신수라면, 절대 포기해선 안 되는 신념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법이지.”
청룡 역시 담담히 미래의 후폭풍을 받아들였다.
“그 희생. 잊지 않으마.”
천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운디네가 ‘아쿠아 블래스트’를 발동합니다!] [말랑흑두루미가 ‘기상개변(氣象改變)’을 발동합니다!]쿠쿠쿠쿠쿠!
정의구현 팀의 배가 엄청난 속도로 내달렸다.
반면, 진혁이 있는 곳에는 먹구름과 함께 강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단숨에 격차가 벌어졌다.
“주군!”
“알고 있어!”
이번 게임의 핵심은 누가 먼저 섬에 도달하느냐는 것.
숨겨져 있는 깃발을 찾으려면 절대적인 시간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진혁이 고구마를 끌어안은 채 뗏목의 뒤로 향했다.
“모기?”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고구마의 입에 무언가 들어왔다.
마정석.
정확히는, 시련의 탑에서 손꼽히는 붉은 소스를 듬뿍 발라둔 특제 마정석이다.
태국 고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막강한 캡사이신 액체는 그 반응 또한 빨랐다.
검은색 피부가 순식간에 붉게 변했다.
“모오오기이이이!”
고구마의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쿠쿠쿠쿠쿠!
운디네의 아쿠아보다 더 격렬한 폭풍이 몰아쳤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역전되어버린 배.
“젠장, 저 쓰레기가 또…!”
보다 못한 천유성이 검을 뽑았다.
“저대로 가게 내버려둘 순 없어요.”
“당연하지! 계약자가 모자를 갖게 하진 않겠다!”
테레사와 엘리스 역시 마력을 끌어올렸다.
파츠츠!
‘블러드 스피어’, ‘성탄세례’, ‘추혼검탄’까지.
각기 다른 세 개의 스킬이 폭사되었다.
배를 침몰시켜버리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긴 일격이다.
“주군!”
월영이 다급히 외쳤다.
테레사와 천유성의 공격만으로도 만만치 않은데, 엘리스까지 진심으로 나섰다.
저건 상쇄시키거나 빗겨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래, 그래야 내 사원들이지.”
진혁이 킬킬대며 웃었다.
광기에 젖은 이들만 들어올 수 있는 게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입사 조건인 법.
아무렴, 순딩하게 구경만 하고 있었다면 오히려 이쪽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주군, 감탄만 하실 게 아니라… 저거 맞으면 저희 다 죽습니다!”
“괜찮아.”
진혁이 사색이 된 월영을 안심시켰다.
먼저, 아무리 강한 공격을 받더라도 버틸 수 있는 카드가 있다.
“모기?”
방금 전까지 브레스를 뿜어대던 고구마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일명 ‘고대종 방패’.
각기 다른 방향에서 오는 공격은 모조리 고구마를 통해서 받아치면 될 뿐이다.
콰앙!
폭발하는 새하얀 불꽃.
“모기!?”
콰아앙!
검기가 몸체를 두드렸다.
“모오기기!”
콰아아앙!
마지막 피로 만든 작살은 고구마의 정신을 일순간에 날려버렸다.
“모…모…기이이….”
검은 몸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너희 희생. 잊지 않으마.”
진혁이 고구마의 눈 위에 하얀 티슈를 올려놨다.
제한된 마력을 소모해버린 고구마는 더 이상 게임에 참가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또 옵니다!”
월영이 재차 소리쳤다.
이번엔 아예 배로 건너오려는 듯, 천유성이 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래, 네 녀석이라면 그럴 줄 알았다.
직접 승부를 내고 싶은 거겠지.
하지만 말이다.
‘나에게도 히든 카드 하나 정도는 남아 있어.’
언제라도 편이 되어줄 수 있는 든든한 동료.
우우웅!
아공간 인벤토리가 개방되며….
“적을 막는 거. 응. 할 수 있어. 해볼게. 확률은 반반이야.”
프레이가 두 개의 단창을 든 채 허공에서 천유성과 맞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