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38)
438화. 격변하는 세계 (1)
[시련의 탑 44층.]군타페르의 영지… 아니, 영지였던 곳은 그야말로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타닥… 타닥….
아직까지 꺼지지 않은 잔불.
마치, 핵샤워를 맞은 곳처럼. 거대한 크레이터들이 곳곳에 보였다.
그리고 그 한가운덴 반파된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바로, 군타페르의 개인 궁전이.
“피해는?”
군타페르가 무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좌우로 서 있던 마족들이 흠칫하며 몸을 떨었다.
상상 이상으로 타격이 컸기에, 있는 그대로를 말했다간 그 분노를 그대로 직면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마족 한 명이 용기를 냈다.
“처음 크라켄과 싸운 15사단과 22사단이 궤멸했고 이 와중에 백작급 상위 마족 셋이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후에 나선 리치 마법병단이….”
“병력 피해는 이미 대충 알고 있다. 내 계획에 차질이 갈 만한 피해가 있는지를 보고하란 말이다.”
“예… 예! 그게…. 헬라이어 토굴이 증발했습니다.”
“……토굴이라면, 설마, 여왕까지 당했다는 말이냐?”
“그, 그렇습니다.”
퍼퍽!
보고를 하던 마족의 머리가 그대로 사라졌다.
머리를 잃어버린 몸이 비틀대다가 그대로 모로 쓰러졌다.
“빌어먹을….”
군타페르의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병력이야 다시 양산하면 그만.
허나, 헬라이어는 흔한 마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위종이다.
5m에 이르는 덩치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기동력과 스피드를 보유했으며, 집단 전투마저 뛰어났기에….
…그야말로 군타페르가 심혈을 기울여 키우는 비밀병기였다.
‘언젠가 마신이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놈들이었는데….’
한 달에 1개의 알을 낳는 여왕이 죽었으니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강진혁 그 한 놈 때문에.
“흐음. 아무래도 우리가 온 타이밍이 썩 좋진 않은 것 같군요“
새로운 목소리가 끼어든 건 바로 그때였다.
군타페르 맞은편에 있던 신격이 어깨를 으쓱였다.
황금색 방패와 창을 가진 날렵한 체구의 여성.
올림포스를 대표해 마계에 온 승리의 여신 ‘아테나’였다.
그녀 옆에는 마찬가지로 비슷한 종류의 무장을 한 전쟁의 신 ‘아레스’도 있었다.
“집안 문제 때문에 멀리서 온 손님들께 못 볼 꼴을 보여드렸군요.”
군타페르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니에요. 저희도 직접 이곳 상황을 보니 심란해 하실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 정말 지독하게도 날뛰었군. 그 인간 하나가 아스가르드 전체보다 더 큰 피해를 입힌 것 같아.”
두 신격이 이해한다는 듯 주위를 훑었다.
처참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탑에 존재하는 최악의 재앙이라는 게 온몸으로 느껴질 만큼 말이다.
바로 그때.
우우웅!
이번 회의의 마지막 멤버가 나타났다.
저벅.
다소 무거운 발걸음.
상급 관리자, ‘하스팅’이었다.
“……다들 먼저 와 계셨군요.”
그런데.
하스팅의 외형이 뭔가 평소와는 달랐다.
“하스팅 님 왼쪽 팔은 어쩌다가 잃어버리신 겁니까? 얼굴에 있는 상처도 제법 커 보이는데….”
군타페르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상급 관리자가 저토록 큰 부상을 입다니.
그게 말이 되는 일이란 말인가?
아무리 정신 나간 놈이라도 하더라도 상급 관리자를 공격하진 않았다. 그럴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세력도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제 몰골이 어떤지가 중요한 건 아니니, 다들 관심은 접어두시죠.”
하스팅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날카로운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충성을 다한 결과가 이런 꼴이었으니까.
왼쪽 팔과 오른쪽 눈.
계속된 실패로 인해 태고의 존재들이 가져간 것들이다.
그나마 목숨까지 빼앗진 않았지만, 그걸 위안으로 삼기엔 잃은 게 너무나 뼈아팠다.
‘한 번 더 실패하면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
아직까지 니알라토텝이 산 채로 팔을 썰어내던 그 기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른침을 삼킨 하스팅이 입을 열었다.
“제가 독자적으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아스가르드의 잔존 세력이 이집트 신격들과 접촉했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정말입니까?”
아레스와 아테나가 깜짝 놀라 외쳤다.
아스가르드의 패잔병들을 추적하고 있던 올림포스로서는, 그들의 행방이 최우선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놈들이 그쪽으로 갔다는 건….”
“예. 서로 힘을 합치기 위해서겠죠.”
“하지만, 두 세력은 지금껏 서로 접점이 없었을 텐데요? 특히 기반을 잃어버린 아스가르드가 대뜸 찾아간다고 해서 이집트 쪽에서 받아줄 이유는 없습니다.”
얻을 건 없는데, 괜히 나머지 세력들만 자극할 수 있는 상황.
이집트는 절대 동맹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올림포스의 두 신격과 달리 군타페르의 사고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만약, 그 둘의 만남에 제3자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그렇겠죠. 다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세력들의 움직임에는 언제나 그 녀석이 있다는 걸요.”
동맹을 할 만한 이유를 제공하고. 서로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냈다고 가정해야 한다.
가령, 이집트가 보유하고 있는 고대종의 알들을 부화시킬 방법을 찾았다든가 하는.
게다가. 마계가 혼란스러운 지금이야말로 놈이 움직이기 가장 좋은 타이밍일 터.
“하스팅 님께서도 그걸 내다보고 저희를 한 자리에 불러 모으신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저 역시 모든 것의 배후엔 강진혁이 있다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 동맹의 싹이 완전하게 개화하기 전에 밟아놔야겠군요.”
군타페르가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화르륵!
불꽃과 함께, 손발이 구속된 서큐버스가 나타났다.
“하아…. 하아….”
레미아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초점 없는 동공이 수축했다 팽창하기를 반복했다.
“때마침, 인간들이 30층으로 갈 차례입니다.”
30층은 시련의 탑에 존재하는 모든 층계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린 이 더러운 배신자와 그 층계가 가진 고유 특성을 이용해 놈의 허를 찌르면 됩니다.”
상대가 한 발 먼저 움직이려 한다면, 이쪽은 두 걸음 먼저 움직이면 될 뿐.
수 싸움이라면 얼마든지 자신이 있었다.
하급 마족으로부터 군단장의 작위를 가진 마왕이 되기까지. 수없이 많은 전쟁과 모략을 경험해 왔으니까.
* * *
“짹! 짹! 짹!”
따사로운 햇살 아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평화롭네.”
진혁이 단풍이 가득한 거리를 바라봤다.
모처럼, 탑 밖에서 시간을 보내니 모든 게 느긋하고 여유롭게 느껴졌다.
특히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티라미수 케이크까지 곁들이고 있다면 말이다.
“오오오! 이건, 무엇이냐? 입에서 살살 녹는구나.”
엘리스가 두 눈을 반짝였다.
악마의 음식이라는 누텔라를 듬뿍 바른 크로플.
그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까지 올렸으니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다.
벌써 7접시째를 비운 엘리스가 이번엔 슈크림과 팥이 가득 든 빵에 눈독을 들였다. 마카롱을 한 움큼 추가한 건 덤이다.
“다 좋은데, 너 그렇게 먹다간 데굴데굴 굴러다니게 될걸?”
“짐에게 한 말이냐?”
“응. 날지 못하는 뱀파이어라니, 조금 슬프지 않아?”
“훗! 짐을 뭘로 보는 것이냐. 짐은 아무리 많은 걸 먹어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느니라.”
엘리스가 자랑스럽게 어깨를 폈다.
흠….
글쎄다.
“그런 것치곤 여기서 지방이가 안녕이라고 인사를 하는 것 같은데?”
진혁이 스푼으로 엘리스의 배를 쿡쿡 찔렀다.
하얀 속살이 말랑말랑 움직였다.
“어, 어딜 감히…! 응? 진짜네. 아니, 언제 짐에게 뱃살이….”
엘리스가 허둥지둥 거울로 달려갔다.
그러더니 충격에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비틀거리며 돌아왔다.
“초콜릿 더 먹을래? 사탕가루 뿌려 먹는 게 사장님 추천 메뉴라던데?”
“계, 계약자… 짐은 닭가슴살 샐러드와 방울토마토로 부탁한다.”
“드레싱은?”
“피… 필요 없다. 사치니라.”
엘리스가 세상을 다 잃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보니 좀 딱하긴 하네.
살이라고 해봐야 1kg 쪘을까 말까인데, 장난삼아 한 말에 진심으로 충격을 먹은 듯싶었다.
바로 그때.
“호오. 너답지 않게 꽤나 근사한 카페를 아는군.”
“길이 너무 막혀서 오는 데 늦었어요. 죄송해요.”
천유성과 테레사가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검은색과 베이지색.
근사한 롱코트를 입은 두 사람은 영화배우라 해도 믿을 지경이었다.
“와아….”
“저것 봐. 천유성이야. 그 검성.”
“너무 잘생겼다, 세상에나….”
“실물이 진짜였네. 실물이.”
“테레사 씨도 있어. 뷰튜브 아니면 만나기도 힘든 인기인인데.”
“그러고 보니 저쪽에 전부 고인물 코퍼레이션 멤버들이잖아?”
카페 안에 웅성거리는 소란이 일어났다.
워낙 이목을 끄는 인기인들이 모여 있으니, 당연히 말이 나올 수밖에.
“이래서야 마음 편히 회의도 하기 힘들겠군.”
“아니면 자리를 옮길까요? 조금 조용한 곳이 있을 텐데….”
“아니, 여기가 딱 좋아. 잠깐만, 에헤이. 잠깐만 기다려보라니까?”
진혁이 일어나려던 두 사람을 황급히 막았다.
여기서 나가버린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더럽게 수상한데… 대체 또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냐?”
“수작이라니. 나는 그저 순수하게….”
말을 하던 진혁이 시계를 확인했다.
슬슬 올 때가 다 됐는데….
그 순간.
위이이잉!
우주선이 이륙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카페 앞에 하얀색 스포츠카들이 다가오더니, 차례대로 주차하기 시작했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s 모델들이다.
스릉!
천유성이 검을 반쯤 뽑았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신중하게 고르는 게 좋을 거다. 저 차들은 다 뭐지?”
정말로 말 한 마디를 잘못한다면, 카페에서 칼부림이 나는 꼴을 보게 될 거다.
“하하… 그게, 저쪽 회사에서 스폰이 좀 들어왔거든. 우리 멤버들이 차에 탄 모습을 보여주면, 자동차를 무료로 주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우리가 이 먼 곳까지 온 게 단순히 차량 홍보를 하기 위함이었다?”
“꼭 그런 것만 있는 건 아니고. 유성아? 아얏! 찔렸어. 피난다고?”
진혁이 뒷걸음질 쳤다.
“이건 협회장님도 부탁한 거야. 게, 게다가 30층 공략하는 데 필요한 아이템까지 제공받기로 했다니까?”
“한상진 협회장님이?”
칼날이 살짝 목에서 떨어졌다.
장유유서가 투철한 의대생 덕에, 조금은 대화할 여지가 생긴 듯싶었다.
“응. 안 그래도 조금 있다가 오시기로 했거든. 아무렴, 내가 사리사욕 때문에 저 제안을 받아들였겠어?”
“그럼, 단순히 사진만 찍으면 된다는 거냐?”
“그, 그게… 사실 조금 더 해줘야 하는 게 있는데.”
진혁이 상대측에서 받은 의상을 꺼내들었다.
레이싱 카에는 그에 걸맞은 옷이 필요한 법.
고인물 코퍼레이션 중에서도 천유성과 테레사 그리고 엘리스는 반드시 이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게 상대측이 내건 조건이었다.
“그냥. 죽어라.”
“베어버리겠어요. 진혁 씨.”
“저, 저런 망측한 걸 입으라니. 아타락시아 가문의 수치다!”
이번엔 셋의 분노가 그대로 진혁에게 향했다.
하지만,
덜컹!
뜻밖의 타이밍에 새로운 인물들이 끼어들었다.
가게를 찾은 손님이나 고인물 코퍼레이션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이 아니다.
오기로 한 한상진도 아니었다.
검은색 정장에 선글라스.
하얀색 장갑에는 그와 대조적으로 검은색 십자가가 새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