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44)
444화. 프로듀스 천마 101 (3)
“이 지역에 남궁세가 보다 강한 놈들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누구냐, 너희들은?”
비어마운트가 싱글벙글 웃었다.
아주 재밌어 죽겠다는 듯한 얼굴이다.
대부분의 천마들이 2회차를 겪으면서 초기 천마였을 때와 성격이 달라지긴 하는데.
이 녀석은 그 중에서도 많이 변한 케이스였다.
무게감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대장장이 일이 많이 고되긴 했나 봐. 명색이 천마가 그런 식으로도 가볍게 웃고?”
“푸하하! 진짜 오랜만이네.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놈들은. 진짜로, 언제인지 기억도 제대로 나질 않아.”
비어마운트의 미소가 한 층 더 짙어졌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났는지 작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아, 그래! 그 고양이 놈이 무림인 외에도 방해꾼이 있을 거라고 하더니. 그게 바로 너희였구나.”
고양이라면…?
중급 관리자 ‘엘리’다.
이번엔 그 녀석이 천마들을 인도하는 역할을 한 게 틀림없었다.
다수의 거주자들이 개입한 걸 어떤 패널티로 상쇄시키는가 했더니.
그 중엔 정보가 포함된 모양이다.
‘패널티 중에서 제일 성가신 게 주어졌네. 차라리 스팩 업이나 더 시키는 게 나은데.’
진혁이 속으로 혀를 찼다.
동시에.
‘빙하조형’으로 만든 창이 앞으로 뻗었다.
인사 겸 상대의 반응속도와 대처를 보기 위함이었다.
콰앙!
“워우…!”
비어마운트가 맨손으로 다급히 창을 쳐냈다.
하지만, 첫수가 막힐 거라는 것쯤은 예상했던 진혁이 곧바로 두 번째 공격을 퍼부었다.
‘태초의 불꽃’과 ‘혈마기’로 만든 마력 덩어리.
그 짧은 찰나에 3번이나 압축시켰다.
헬파이어처럼 뜨거운 흑염이 주위의 공기를 순식간에 덥혔다.
이건 맨손으로 쳐내기 어려울 거다.
“88번검 레퀴러스.”
비어마운트가 양손검을 꺼내들었다.
검신 전체가 붉은 검은 무게만 해도 족히 100근이 넘어 나가보였다.
콰앙! 콰아앙!
콰콰콰쾅!
화려한 불꽃이 사방으로 피어올랐다.
저 무거운 검을 바람개비처럼 다루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놀라운 건 상황에 대처해 무기를 소환하는 능력이었다.
레퀴러스를 버린 미어마운트가 이번엔 두 개의 단검을 뽑았다.
52번검 ‘챵그리’ 59번검 ‘모레트’.
전격 속성과 가속 능력이 있는 검이 좌우로 교차했다.
……빠르다.
진혁이 ‘홍련’과 ‘바너드’를 이용해 궤적을 비틀었다.
카가가각!
서로의 몸이 바람개비처럼 회전했다.
무게중심을 잔뜩 낮춘 진혁이 상대의 발목을 노렸고.
가볍게 몸을 띄운 비어마운트가 이번엔 진혁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파파파팟!
감히 눈으로 따라가기조차 힘든 공방전.
분명, 교차하는 검격은 헤아릴 수 없을 진데, 서로의 몸에 가해지는 유효타는 단 하나도 없었다.
“하하하! 이걸 전부 막는다고? 50번대 검들은 제국의 소드 마스터도 반으로 갈라 죽였는…흡!?”
말을 하던 비어마운트가 크게 고개를 옆으로 젖혔다.
서걱!
볼을 스치고 지나간 단검이 허공에 고정됐다.
볼을 따라 흐르는 붉은 피.
‘이기어검’
검술의 끝이라 일컫는 경지가 펼쳐졌다.
“아직 누가 사냥 당하는 입장인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넌 지금 나 하나랑 싸우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처지야.”
어느새 멈춘 마차.
“아무리 천마라 해도 사신수 중 하나인 이 몸을 우습게 볼 생각이더냐?”
하늘 위에 있는 말랑흑두루미도.
“검이라면 지지 않는다.”
“감히, 짐을 앞에 두고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이냐?.”
검강을 끌어올린 천유성과 마찬가지로 고유능력을 개방한 엘리스도 있었다.
“모오오기!”
거기에 고대종인 고구마와 정령수들까지 자리를 잡았다.
진혁이 시간을 끄는 동안 완벽하게 포위망을 갖춘 것이다.
“…….”
그제야 비로소 비어마운트의 표정이 180도 달라졌다.
본능적으로 직감한 것이다.
남궁세가를 쓸어버렸던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내가 정면을 맡겠다. 대장장이 천마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느껴보고 싶군.”
[천유성이 ‘검의 노래’를 발동합니다!]‘추혼검’의 초식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하나같이 날카롭기 짝이 없는 절초.
거기에, 진혁과의 대련을 비롯한 수많은 실전 경험까지 뒷받침되었다.
“큭!”
비어마운트가 어금니를 깨물었다.
정면승부에서는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 했지만, 호흡을 깨뜨리는 검은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기엔 충분하고도 남았다.
[엘리스가 ‘블러드 레인’을 발동합니다!]주공(主攻)은 이쪽이다.
엘리스가 하늘에서 떨어뜨린 작살들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이건, 조금 전 추혼검보다 몇 배는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위력도 위력이지만, 숫자가 터무니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9번…검 ‘미스탈린’.”
결국, 비어마운트가 대장장이로서 최강의 자리에 올랐던 검을 소환했다.
넘버링 언더 10.
나뭇가지와 비슷한 형태를 가진 보라색 검이 갈라진 균열 너머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뿌드득!
이가 갈린다.
“벌레들을 상대로 진심으로 상대하게 될 줄이야.”
자존심이 많이 상했는지 얼굴마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군데군데 금이 간 갑옷은 처음의 광채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금부터는 많이 다를 거다.”
[비어마운트가 고유능력 ‘천마신공(天魔神功)’을 발동합니다!] [2번째 고유능력 ‘불굴의 장인’이 발동됩니다!]‘불굴의 장인’은 무구 제작 뿐 아니라, 각 무구의 성능을 최대치로 발동하게 해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또한, 고유능력의 숙련도에 따라 다수의 무기들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힘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제국을 집어삼킨 시점의 비어마운트라면 최소한 10개 이상을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13번 검. 16번 창. 30번 방패….
각종 무구들이 정신없이 나타났다.
천마의 능력에… 최강을 자랑하는 성유물이 쥐어진 셈이다.
쾅!
순식간에 앞으로 도약한 비어마운트가 천유성의 간격으로 파고들었다.
“어딜…!”
엘리스가 지원사격을 했지만, ‘미스탈린’의 대공방어 능력에 가로막혔다.
‘즉발 카운터’
발동하는 즉시 오히려 상대방에게 공격을 되돌려주는 능력은 상대의 공격이 거세면 거셀수록 빛을 발했다.
“강진혁!”
“알고 있어!”
상대가 한 자리수 넘버링의 무기를 꺼냈다면, 평범한 성유물로는 상대하기 힘들다.
진혁이 쥐고 있던 두 개의 단검을 버렸다.
홍련과 바너드가 사라진 자리.
우우웅!
아공간에서 보관중이던 새로운 무기가 나타났다.
지그프리트가 가지고 있던 신화 속 마검.
용살검 ‘발뭉’이다.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우에서 좌로.
콰아앙!
두 개의 성유물이 격돌했다.
* * *
“크아아! 으아아악! 빌어먹을, 빌어먹을!”
“……쿨럭! 후우….”
폭풍이 지나고 간 자리에 희비가 엇갈렸다.
오른쪽 팔이 작살 난 비어마운트가 괴성을 내질렀다.
반면, 진혁은 상처를 입긴 했지만, 훨씬 경미한 수준이었다.
정확히 미스탈린의 마력이 응집되는 지점을 노린 덕에, 능력이 발동되는 걸 막을 수 있었다.
마력구에 빛이 다 차는 시점을 정확히 공략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역으로 당했을 것이다.
“어떻게… 내 검의 능력을 알고 있는 거지?”
“많이 싸우다보면 자연히 알게 돼. 비슷한 능력을 지닌 무기를 상대해본 적도 있고.”
“믿을 수 없다… 아직 새파랗게 어린 놈이 그토록 많은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단 말이냐?”
“믿고 안 믿고는 자유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닐 텐데.”
한 쪽 팔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 이상 승부는 끝났다.
‘나머지 검들이 전부 개방되기 전에 끝내서 다행이네.’
만약 그랬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피해가 컸을 것이다.
저벅.
진혁이 앞으로 걸었다.
‘우선 완전히 제압한 다음에 상대 쪽 정보부터 뜯어내 볼까.’
비어마운트가 생존해 있을 시에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도 그렇고.
죽이는 것보다 살려둬서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프로듀스 천마 101 이후의 일을 생각한다면 더욱더.
진혁이 ‘빙하조형’과 ‘고대결계’를 발동해 비어마운트를 포획하려고 할 때였다.
순간.
부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화살 한 발이 날아왔다.
조금 더 옆쪽에 있던 천유성이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궤적을 읽었으니 바로 쳐내버리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무슨?”
검에 닿기 직전, 화살이 궤도를 틀었다.
마치 살아 숨 쉬는 뱀처럼 움직인 화살이 천유성의 검을 피해 허벅지에 파고들었다.
“크읍!”
천유성의 얼굴이 왈칵 구겨졌다.
평범한 화살이 아니다.
화살촉에 닿는 순간부터 상처 부위가 굳어버리기 시작했으니까.
“독…인가.”
“아니, 저주야.”
진혁이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봤다.
‘천라지망’을 통해 드러난 위치.
가벼운 경갑에 하얀 천을 두른 금발의 미남자가 보였다.
그리스의 영웅 중 하나. ‘파리스’다.
저 녀석이 여긴 어떻게 온 거지?
게다가, 파리스 뿐 아니라, 다른 기척들도 느껴졌다.
상위 마족, 그것도 순혈종이다.
“처음 뵙는군요. 강진혁… 그 이름이 맞죠? 제 이름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파리스잖아.”
“호오. 절 아시나요?”
“곱상하게 생긴 면상으로 남의 여자나 뺏고 정면 승부는 안 되니 멀리서 암습이나 날려대는 놈팽이는 한 명 밖에 없거든.”
“후후. 사람 속을 뒤집는 게 특기라더니. 정말 그 말이 맞나보네요. 당장이라도 미간에 화살을 박아주고 싶으니까요.”
“그래? 그럼, 말만 하지 말고 들어와 봐.”
진혁이 파리스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마음만은 굴뚝같지만, 오늘은 아니에요. 저희는 저분을 데리고 가려고 왔으니까요.”
역시, 목적은 비어마운트였나.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어.”
“저런… 안타깝네요. 평화롭게 대화로 해결할 기회였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걱정 마. 너희를 싹 죽이면 없던 평화도 찾아올 테니까.”
“큭큭! 정말 괜찮겠어요? 이러는 동안에도 당신 쪽 친구들이 박살나고 있을 텐데?”
파리스의 이죽임에, 진혁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그게… 무슨 소리지?”
“강진혁, 당신은 마왕 군타페르를 너무 우습게 봤어요. 그 자는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앞을 내다보고 있었거든요.”
툭, 툭….
파리스가 가볍게 지면을 두드렸다.
[‘헤르메스의 거울’이 개방됩니다.]그러자, 나무 위로 거대한 게이트가 나타났다.
그 안에서 보이는 건 천마와 암황 그리고 천마신교의 정예부대들이었다.
당문과 아미파에 떨어진 재벌3세를 처리하기 위해 떠났던… 이들이….
……지금은 처참하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몰골이 되어 있었다.
“너….”
진혁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파리스가 이곳에 왔을 때부터 설마설마 하긴 했는데.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 중에서 가장 최악의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