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47)
447화. 마계의 역습 (3)
사면초가(四面楚歌).
완벽하게 갖추어진 포위망에 구멍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설령, 이곳에 있는 게 상위 신격이라 할지라도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부상당한 군식구들이 이렇게나 많이 딸려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거… 생각보다 더한 놈이었군.”
군타페르가 속에 있던 감상을 내뱉었다.
솔직히 말해, 여기서 빠져나갈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쥐새끼 같다는 건 인정이야. 절대 안 놓칠 거라 확신했는데… 실책이네.”
함께 있던 베헤모스도 분하다는 듯 혀를 찼다.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멤버들은 물론, 천마와 그 휘하까지 엘리가 만들어 준 게이트를 통해 모조리 빠져나간 상태.
특히 테마의 핵심인 천마를 놓친 건 승리라고 보기에 너무나 아쉬운 결과였다.
그나마….
뒤에 남아 게이트를 지키고 있는 진혁이 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머리만 잘라낸다면 나머지야 시간을 갖고 천천히 말려죽이면 그만이었으니까.
“후우….”
진혁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계속된 전투로 인해 전신에 걸린 피로가 극에 달했다.
‘별의 가호’를 통해 빠르게 몸을 횝고하고 있긴 했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위치를 추적당하지 않으려면 조금 더 버텨야 해.’
그 다음에 게이트를 닫아야 비로소 안전하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마냥 버티기엔 눈앞에 있는 상대들이 너무나 막강하다는 점이었다.
콰앙!
김동환이 몸을 날렸다.
무시무시한 파공성과 함께 검강을 실은 만년필이 목을 노렸다.
‘정면. 아니, 뒤…!’
진혁은 사각에서 오는 공격을 빗겨냈다.
카가가각!
피어오르는 불꽃.
이번에도 종이 한 장 차이다.
각 천마가 어떤 스킬들을 즐겨 쓰고, 어떤 스타일의 전투를 선호하는지 전부 암기하고 있는 덕분이었다.
“빌어먹을!”
김동환이 욕설을 내뱉었다.
자존심 강한 천마가 힘을 합쳐 한 명을 공격하는 것도 열받는데.
그렇게 공을 들였음에도 도무지 상대는 쓰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진혁이 숨을 쉬는 1분1초가 모욕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천마 ‘케인’이 Lv28 ‘발리슛’을 발동합니다!]부우웅… 콰콰콰콰콰!
정직한 직선 궤도.
그러나, 그 위력과 속도는 운석에 비견됐다.
워낙 거대한 기를 욱여 넣어 크기마저 지름이 10m에 이르렀다.
‘숨 쉴 틈도 제대로 안 주네.’
진혁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더도 덜도 말고 1분 정도만 있다면 마력을 최적화할 수 있을 텐데….
“6번검….”
비어마운트의 목소리가 들린 건 바로 그때였다.
“셈마뉴엘.”
한 자리 수 검의 개방.
황금색으로 물든 검신이 눈부신 광휘를 뿜어냈다.
열십(十)자로 교차한 검격이 날아오는 쇠공을 그대로 베어냈다.
서걱!
붉게 물든 절단면에서 열기가 피어올랐다.
“템빨 지리는 천마가 옆에 있으니 든든하긴 하네.”
“네놈과 손을 잡으면 꽃길만 있을 거라고 하더니, 이래서야 내 명줄만 재촉한 격이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저쪽에 붙든가?”
“그걸 말이라고… 아니면, 나라도 게이트 안으로 보내다오.”
“에헤이. 그건 안 되지. 우린 운명 공동체인데,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전우애. 그런 거 몰라?”
“개논리를 지껄이는 게 내가 살던 제국의 궁정마법사 영감을 보는 듯 하구나. 앓으니 죽어야지. 젠장할.”
바로 그때.
툭.
베헤모스가 움직였다.
중력을 거스르는 대검이 번개처럼 폭사되었다.
‘순간 가속’ 능력과 ‘질량 변화’ 능력.
차라리 빠르더라도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면, 익숙해지기라도 할 텐데.
검이 움직이는 도중에 급가속과 급감속을 반복하는 터라, 타이밍을 맞추는 게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다.
카카캉!
진혁이 두 개의 단검을 교차했다.
휘청하고.무게중심이 무너졌다.
마지막 가속에 무게까지 압축한 일격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저 작은 덩치에… 저런 위력이라니.’
때릴 곳이 많았던 크라켄이 그리워지는 기분이다.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 거냐!”
“1분만 시간을 끌어줘.”
“1분이라고?”
뭔가를 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는 믿을 수밖에 없다.
만약 다른 길이 있는 게 아니라면.
[비어마운트가 고유능력 ‘불굴의 장인’을 발동합니다!] [‘잊혀진 재보’가 개방됩니다.]지면으로부터 솟구치는 수많은 날붙이.
모두 비어마운트가 대장장이의 삶을 살며 만들어낸 최강의 무구들이었다.
“1번부터 10번 검. 동시 개방.”
점멸하는 형형색색의 빛.
하나 같이 신화를 쌓아 올린 검들이 주인의 부름에 응답했다.
콰콰쾅!
베헤모스의 대검이 허공에서 막혔다.
콰앙! 콰콰콰쾅!
엄청난 속도로 교차하는 검격.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바뀌는 무기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호오.”
보유하고 있는 마력이나 능력은 베헤모스 쪽이 압도적이었지만, 전력을 다하는 비어마운트 역시 그리 호락호락 당해주진 않았다.
그렇게 일순간 생긴 공백을 이용해.
진혁이 사력을 다해 마력을 회복했다.
‘진태청화랑심법’이 발동되자, 몸에 쌓인 피로가 빠르게 사라졌다. 동시에, 새롭게 생성된 마력이 혈관을 따라 질주하기 시작했다.
쿠쿠쿠쿠쿠!
무리한 확장과 수축의 반복은 분명, 이후에 큰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위험한 다리를 건너야 한다.
적어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닫을 때까지, 상대가 추격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 하게 만들어야 했으니까.
그걸 위해선….
‘꺼내야 돼.’
최상의 컨디션에서만 찰나에 사용할 수 있는 성유물.
바로 ‘패도의 왕관’이 진혁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탑을 상징하는 일곱 개의 왕관 중 하나가 깨어납니다!] [모든 스탯이 +30만큼 상승합니다!] [치명타 확률이 30%만큼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천마신공의 능력치가 ‘Lv100’으로 상향 조정됩니다.] [마력과 정신력 소모가 극심합니다. 왕관의 착용 시간에 제약이 걸립니다.] [남은 시간 0H : 3M : 0S]“……무슨!”
“뭐냐, 저 터무니없는 힘은?”
군타페르와 베헤모스 그리고 전투를 관망하던 천마들 사이에서 경악스러운 탄성이 터져나왔다.
전신에 있는 솜털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유형화된 마력은 격이 달랐다.
진혁이 ‘홍련’과 ‘바너드’를 허리 뒤로 움직였다.
주어진 3분을 압축해.
단 한 번의 검을 만든다.
[고유능력 ‘잊혀진 검들의 무덤’이 발동됩니다!]한 호흡에 한 쌍의 단검이 서로 다른 궤적을 그렸다.
일검(一劍).
츠…걱!
공간이 절단되었다.
* * *
무엇이 어떻게 된 건진 모른다.
그저 상상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다가왔고. 의식의 끈이 1초 가량 끊어졌다.
그게 전부다.
후두둑….
잘린 뿔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크아아아!”
베헤모스가 고통에 찬 포효를 내뱉었다.
본능적으로 상대의 공격을 받아치긴 했지만, 베헤모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뿔 중 하나를 잃어버렸다.
“도망친 건가.”
군타페르가 게이트가 있던 방향을 바라봤다.
게이트는 이미 닫혀 있었다.
진혁과 함께 말이다.
반면.
비어마운트는 빠져나가지 못했다.
두 사람이 빠져나갈 만큼 게이트의 마력을 유지하지 못했던 탓이다.
“하하. 이러면 완전히 나가린데….”
가차없이 버려진 비어마운트가 마른 침을 삼켰다.
“배신자 녀석. 꼴 좋게 됐구나. 그나마 다행이다. 분풀이라도 할 네놈이 남아 있어서.”
“그러게 말했지 않느냐? 놈은 썩은 동아줄이라고.”
“아주 갈가리 찢어죽여주지.”
나머지 천마들이 으르렁거렸다.
덕분에 잔뜩 고생을 했으니, 이제 그 대가를 치르게 해줄 시간이다.
“기, 기다려다오. 나도 그 녀석이 내 팬던트를 가지고 간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배신을 할 수밖에 없던 거다.”
“고작 목숨을 부지하려고 인간 놈의 하수인이 됐다는 말이더냐? 그걸 변명이라고 지껄이는 거고?”
“빌어먹을, 나도 쪽팔린 건 알고 있다. 자기 동료도 버릴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전부 내 실책이지.”
“더는 들어주기 역겹군. 그만 죽어라.”
스릉!
다시 한 번 검이 뽑혔다.
“맨입으로 살려달라는 게 아니다! 강진혁, 그 인간이 다음에 어떻게 움직일지. 나도 대충 그 계획을 엿들었단 말이다!”
“잠깐만 멈춰 주시죠.”
군타페르가 손을 올렸다.
“군타페르. 당신은 이 녀석의 말을 믿는 건가? 보나마나 목숨을 건지려고 하는 거짓말이다.”
“이야기 정도는 들어본 다음에 결정해도 나쁠 건 없지 않겠습니까?”
“쳇! 마음대로 해라. 최종 결정은 그대가 하는 것이니.”
김동환이 한 걸음 물러났다.
군타페르가 비어마운트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갔다.
“그래서, 놈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무엇이죠?”
“말하면… 내 배신은 없던 일로 해주는 거겠지?”
“쓸 만한 정보면 그리 해드리겠습니다. 상급 관리자분을 통해 새로운 팬던트도 제공해드리도록 하죠.”
“그렇다면야….”
비어마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놈과 나머지가 간 곳은 ‘무림맹’이다. 그곳에서 전력을 가다듬고 고대종인지 뭔지 하는 것의 알을 부화시킬 계획이라 하였다.”
무림맹과의 연합, 게다가 고대종을 깨운다?
군타페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집트와 연결이 된 시점에서 놈들이 보유하고 있는 알들이 변수가 될 거라곤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렇게나 빠르게 그 방법을 찾아낼 줄이야.
“방법에 대해서 말하던가요?”
“무슨 나무에서 얻은 것과 모닥불 같은 걸 이용한다고 하던데, 나도 처음 들어보는 종류였다.”
아스가르드의 지원과 영원의 모닥불. 그래, 그렇게 된 거였군.
이제야 모든 게 이해가 됐다.
“이 정도면 된 건가?”
“흐음. 확실히 나쁘지 않네요. 알겠습니다. 당신에게 두 번째 기회를 드리죠. 다시 나머지 천마분들과 가세하여 놈의 추격을 맡아주세요.”
“그, 그래. 이번엔 실망시키지 않으마.”
안도의 한숨을 내쉰 비어마운트가 자리를 떠났다.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제가 보기엔 찜찜한 구석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상위 혈족 중 하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정보 자체는 꽤나 신빙성이 높아 보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석연찮은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래, 일부러 남겨둔 거겠지.”
군타페르가 피식 웃었다.
진혁이 비어마운트를 버릴 이유는 없었다.
일부러 자신들에게 넘기려는 이유가 아니라면 말이다.
“적당히 환심을 사서 거짓 항복을 하게 한 뒤… 이중첩자 노릇을 하든, 아니면 내가 허점을 보이면 기습을 가하든 할 생각일 거다.”
이미 레미아를 통해서 같은 수법을 사용했기에,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리라.
“다 알고 계셨던 거군요. 허면, 어째서 저 자를 다시 받으신 겁니까?”
“친구는 가까이 그리고 적은 더욱더 가까이 두란 말이 있지 않더냐? 녀석도 내부에 첩자를 심어두려면 어느 정도 진실이 섞인 정보를 줘야할 터. 나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만 하면 된다.”
적어도 고대종에 관한 이야기는 진실일 거다.
문제는 무림맹이라는, 진혁에게 유리한 지형으로 끌어들이려하는 점인데….
“베헤모스에게 전해라. 상대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를 준비를 하라고.”
놈들이 무림맹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면….
이쪽은 최강의 고대종을 이용해 천마의 근거지가 있는 십만대산을 박살내 버리면 된다.
‘너는 몰라도 과연 천마가 자신의 영토가 박살나는 걸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있을까?’
군타페르가 난전을 위한 첫 번째 수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