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48)
448화. 새로운 고대종 (1)
무림맹의 총본산.
무림 전체에 걸쳐 자행된 천마들의 습격으로 인해 현재 각 문파의 가주들과 장로들은 모두 이곳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엔 진혁을 비롯한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멤버들 역시 함께 하는 중이었다.
“만만치 않은 놈들이다. 천마들도 천마들이지만, 상위 혈족들 역시 하나같이 괴물들만 뽑아 왔다.”
“우리도 간신히 빠져나오는 게 고작이었어. 주인.”
“응응. 맞아. 어떤 양심이 융털로 뒤덮인 악마…가 아니라, 선량한 시민이 뒤통수를 친 덕에 제대로 죽을 뻔했었지.”
천유성과 정령수들이 한 마디씩 내뱉었다.
새삼스러운 생각이긴 하지만, 천유성 저 녀석도 그 지옥에서 살아 돌아오는 거 보면 진짜 물건이긴 물건이다.
“고생했어. 그런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거였어?”
제법 아끼던 옷이었는데, 칼질 한 번에 걸레짝이 되어버렸다.
버림패로 쓴 천유성의 화풀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던 탓이다.
“목을 안 잘라버린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라. 아니면, 이 자리에서 아예 끝을 보는 방법도 있다.”
“에, 에헤이.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다 널 믿어서 그런 거라니까?”
진혁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보다, 비어마운트인지 뭔지 하는 천마는 괜찮은 거야? 애써 포로로 삼았는데, 너무 쉽게 포기했잖아?”
엘리스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긴, 겉보기엔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비어마운트는 군타페르를 내부에서 무너뜨리기 위해 심어둔 일종의 바이러스였다.
“있어 봐. 나중에 까보면 꽤나 근사한 일이 벌어질 테니까.”
녀석이 활약하는 시점은 훨씬 더 이후가 될 거다.
서로가 준비한 카드들에 따라 그 시점 역시 완전히 달라질 테고.
하지만, 지금 당장은 변칙적인 변수가 아닌 판을 엎을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말씀하신 대로 전부 준비했습니다.”
무당파의 소유명.
일전에 무림에서 참교육을 제대로 시켜둔 노예 중 하나였다.
그동안 실력이 많이 늘었는지, 몸에서 흘러 나오는 기세가 확연히 달랐다.
“절정급 이상으로만 뽑은 것 맞지?”
“예. 정예 중에 정예들로만 간추렸습니다. 어떨 걸 시키시든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그래, 꽤 위험한 일이 될 테니까 출발하기 전에 든든히 먹여둬.”
“그렇지 않아도 숙수들에게 말해 두었습니다.”
때마침.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제대로 준비를 한 모양이다.
콰앙!
엘리스가 바닥을 새게 내리쳤다.
세상에서 가장 진지하고 근엄한 표정을 지은 채.
“뭐, 뭐야. 넌 또?”
“고한다.”
“고하긴 뭘?”
“짐도 싸우려면 든든하게 먹어야 하느니라. 그러니 지금 당장 저 냄새가 나는 곳으로 짐을 데려다다오.”
잘 먹은 귀신이 때깔도 좋은 법이라지만, 뱀파이어에게도 같은 규칙이 적용될 줄이야.
입가에 침이 흥건한 엘리스는 이미 이성의 끈을 놓은 지 오래였다.
어쩔 수 없지.
스승님이나 천마 역시 내상을 회복하고 있는 지금.
남아 있는 최대 전력 중 하나의 심기를 거스를 순 없었으니까.
* * *
무림맹의 연회 장소 중 하나인 ‘청연루(靑蓮樓)’.
지글지글!
잘 익어가는 북경 오리와 향긋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인 어향장육부터 혀만 닿아도 사르르 녹아버리는 동파육과 매콤한 사천식 탕수육까지.
그야말로 온갖 산해진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곳이… 천국이로구나.”
엘리스가 두 눈을 반짝였다.
무림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다른 건 몰라도 음식 하나만큼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콱.
송곳니를 타고 들어오는 감미로운 액체.
전력을 다하기 위해 진혁이 피를 빨 수 있는 기회는 그리 자주 오는 게 아니다.
“후후후…!”
진혁의 팔에 껌딱지처럼 달라붙은 엘리스가 행복에 가득 찬 미소를 지었다.
“부탁인데, 적당히 조절해. 1회 권장 헌혈량 정도는 알고 있지?”
“짐은 그딴 건 모르느니라. 동맥을 깨물어버리기 전에 얌전히나 있거라. 아직 마력이 덜 회복됐으니.”
“…….”
어째 좀 많이 불안하다.
자칫하다간 싸우기도 전에 미라가 되어 말라비틀어져 버릴지도 모르겠는데?
진심으로. 혼자서 상위 혈족을 전부 사냥해야 수지타산이 맞을 것 같다.
그런데 바로 그때.
화르륵!
연못 앞쪽에 푸른 불길이 솟구쳤다.
스르릉!
천유성이 반사적으로 검을 뽑은 채 자세를 잡았다.
엘리스 역시 오물거리던 입을 잠시 멈췄다.
이 현상은….
“마족….”
군타페르의 혈족 중 하나가 나타났다.
“흐음. 여기가 무림맹이라 불리는 곳인가.”
“세월들도 좋네. 이 와중에 목구멍에 뭔가 넘어가는 걸 보면.”
검은색 긴 뿔과 하얀 피부가 인상적인 한 쌍의 남녀가 나타났다.
‘칼밴더’와 ‘마리안느’.
군타페르의 피를 이어 받은 직계 혈족이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둘이서 기어들어오는 것이냐?”
“남궁세가의 원한을 갚아주겠다!”
수천 명이 가족과 지인들이 목숨을 잃었기에, 천마들과 마족들에 대한 분노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래서 감정에 휘둘리는 놈들이랑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는데.”
“참아라, 마리안느. 열등한 종족의 본성이 어딜 가겠느냐? 놈들도 우리 제안을 듣는다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저도 그랬으면 하네요. 오라버니.”
두 혈족이 무림맹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할 말을 이어갔다.
당연히, 그 모습이 좋게 보일 리 없었다.
“쳐라!”
“존명!”
병장기가 일제히 뽑혔다.
“무림에 대한 침공을 멈추겠다. 한 가지 조건만 들어준다면, 지금 이 시간 부로 개미 새끼 한 마리 해치지 않으마.”
“또한 이번 일에 대한 보상으로 29층에 대한 지배권을 약속하지.”
29층은 상층부와 중층부를 나누는 경계점.
그렇기에, 저 층계를 확보한다면 중층부에서 그 누구도 감히 무림에게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
터무니없는 제안에, 일순간 정적이 찾아들었다.
“지금, 저 간악한 소리를 진지하게 듣는 것은 아니겠죠! 지금 당장 목을 쳐야 합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남궁세가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가주를 잃은 마당에 그 어떠한 사탕발림이 귀에 들어오겠는가?
그러나, 무림맹주 입장에선 복수를 넘어 그 이상으로 고려해야할 것들이 많았다.
‘상위 세력들이 작정하고 움직인다면, 무림 전체가 힘을 모아도 힘들 터. 하물며 그토록 강대하던 천마까지 패배한 상황이다.’
전을 면키 위해 싸울 뿐이지. 만약 화를 피할 수 있다면….
그 기회는 잡아야 한다.
무림을 이끄는 맹주로서,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조건은?”
“강진혁과 천마를 포기해라.”
“……어려운 이야기로군. 그분은 무림의 은인이시다.”
“그래, 대충은 들어 알고 있다. 그 자가 과거에 무림을 구했다고 했었지. 하지만, 아무리 영웅이니 뭐니 해도 그 사람 한 명 때문에 지금의 무림이 박살난다면… 그걸 은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칼밴더가 어깨를 으쓱했다.
말도 안 되는 궤변이긴 했지만, 힘 있는 쪽에서 말을 한다면 그건 더 이상 궤변이 아니다.
그러나.
“이야, 개소리도 저 정도면 노벨상감이네. 나를 버리면 무림을 가만히 내버려 둔다고?”
억지논리라면 어딜 내놔도 밀리지 않는다는 이가 나타났다.
진혁이었다.
“우린 군타페르께서 약속하신 걸 그대로 말했을 뿐이다.”
“네놈만 죽일 수 있다면 무림이야 아무래도 상관없거든.”
“너희야 그렇겠지. 하지만, 계약을 맺은 나머지 천마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놈들의 목적은 무림을 정벌하는 것.
다시 말해 이 제안은 천마들과는 전혀 타협이 되지 않은 독단일 것이다.
아니. 그것보다는….
“너희도 그럴 생각 자체가 없는 거야. 처음부터 말이지.”
그럼에도 굳이 이런 쇼를 벌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
정확히는 고대종의 알이 부화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대충 군타페르가 지금 어디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현재 무림에서 유일하게 고대종의 알을 부화시키기 가장 좋은 장소.
바로 그곳을 선점하려고 장난질을 치고 있는 것이다.
“처리해. 영양가 없는 놈들이야.”
“잠깐, 우리는 너에게 말을 하려 온 게 아니라…,“
툭.
탓.
천유성과 엘리스가 동시에 움직였다.
검강이 실린 검이 칼밴더의 목으로 향했다.
콰캉!
칼밴더가 다급히 검을 뽑아 응수했다.
“나는 말을 전하러 온 사신이다. 대체 어느 정신 나간 것들이 사신에게 손을 댄단 말이냐!”
“사신이 무슨 프리패스 키인 줄 아나?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신은 목을 치는 게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관례였어.”
콰콰콰쾅!
엘리스의 붉은 채찍이 사정없이 날뛰었다.
순도 높은 마력을 흡혈한 덕에, 채찍의 위력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일격에 연못 주위의 풍경이 완전히 바뀌어버릴 수준이었으니까.
혈족들에게 갖은 고생을 하며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천유성 역시 매섭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건 예상보다 훨씬 더 버겁다.
“맹주! 정말 이들에게 무림의 미래를 맡길 것이냐!”
“…….”
무림맹주 쪽은 침묵을 유지했다.
당연히 미끼를 물 거라 생각했었는데, 이쪽도 마음처럼 움직여주질 않았다.
“우릴… 죽였다간 후회할 거다.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면….”
“알아.”
“뭐?”
“군타페르를 비롯해 너희 쪽 주력들은 지금 회색 안개 계곡으로 향하고 있잖아? 보니까 내가 영원의 모닥불을 손에 넣은 것까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너… 설마…?”
“알면서도 바로 움직이지 않고 일부러 이곳에 남아 있었다고? 어째서?”
칼밴더와 마리안느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래, 이 상황이 이해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군타페르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면….
그렇다면 모든 게 말이 된다.
* * *
회색 안개 계곡.
험준한 지형에 계곡 전체가 안개에 잠겨 있는 탓에, 이곳은 실력 좋은 심마니와 약초꾼들 마저 잘 찾지 않는 험지였다.
“과연, 기가 풍부한 곳답군. 계곡 전체에 흐르는 안개가 마력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주고 있어.”
군타페르가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곳이라면 고대종을 부화시킬 최적의 장소가 틀림없었다.
영원의 모닥불을 사용하기에도 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만약, 모른 채 넘어갔더라면 정말로 또 다른 고대종이 부화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쓸 만한 정보였군요. 덕분에 한 시름 놨습니다.”
“별 말씀을….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군타페르가 옆에 있는 비어마운트를 향해 만족을 표했다.
혈족 둘이 무림맹을 흔들며 최대한 시간을 끌어줄 테니.
이걸로 상대가 가진 유일한 카드도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기이이.”
이상한 소리가 들린 건 바로 그때였다.
워낙 작은 소리긴 했지만, 계곡을 따라 메아리치는 음성은 결코 환청이 아니었다.
“방금… 저 소리 못 들었습니까?”
“무슨 소리요?”
“지금 분명….”
“모오오이기이이!”
이번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