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49)
449화 새로운 고대종 (2)
“……!?”
“……이건?”
가장 먼저 이변을 깨달은 건 군타페르와 베헤모스였다.
계곡을 따라 메아리치는 음성.
‘모오오기’라는 반쯤 장난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외침엔 측량하기 힘든 마력이 배어 있었다.
틀림없다.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마스코트이자 진혁이 데리고 다니는 고대종이다.
자신이 보낸 혈족들을 상대하면서 무림맹의 떨거지들을 규합하느라 정신이 없는 줄 알았는데….
‘우리가 움직일 걸 알고 미리 대비했다는 건가. 게다가 무림 쪽에 받는 신뢰도 내 예상보다 더 탄탄했던 것 같군.’
생각보다 일에 손이 더 많이 가야 될 것 같다.
고대종이 이곳에 있다면 절대 쉬운 싸움은 되지 않을 테니까.
“어떻게 할 생각이야? 역시, 내가 나서야 하는 거려나?”
베헤모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마찬가지로 고대종 중 하나인 그녀에겐 고구마의 존재가 흥미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 천마들을 쓸 생각이다.”
“괜찮겠어? 피해가 꽤 클 텐데?”
“어느 정도 해방된 상태인지는 모르지만, 숫자만 충분히 붙인다면 능히 대처할 수 있을 거다.”
“흐응. 완전히 버림패로 쓰겠다는 뜻이네.”
“그러려고 데리고 온 소모품들이니까.”
군타페르가 뒤쪽에서 오는 천마들을 힐끗 바라봤다.
확실히, 하나하나가 엄청난 힘을 보유하고 있지만….
단지 그뿐이다.
사냥에 성공한 개는 죽여야 후환이 남지 않는 법.
애초에 군타페르는 천마들 중 그 누구도 살려둘 생각 따윈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도 일부러 거리를 두고 정보가 누설되지 않게 특별히 신경 써 두지 않았던가?
그런데 바로 그때.
“킥…!”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서큐버스 레미아.
천마들에게 계속해서 환각을 걸어두기 위해 이곳까지 데려왔던 그녀였다.
“뭐가 그리 웃기는 게지?”
“별건 아니고 그냥… 언제나 자기가 그린 계획대로 움직이던 당신이 이렇게나 당황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서.”
“내가 당황을 한다고? 마계의 패왕인 군타페르가 말이냐?”
“발끈하며 대답하는 거 보니 정곡을 제대로 찔렀나 보네.”
“이 빌어먹을 암캐 주제에… 쓸모가 있어서 목숨 줄을 붙여줬더니, 아주 죽여달라고 용을 써대는구나.”
군타페르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끄아아아!”
그러자 레미아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넌 가장 마지막에 죽일 거다. 누가 더 강자인지 그 눈으로 확인시켜준 뒤에. 그 다음에 가장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해주지.”
[군타페르가 ‘심연의 눈’을 발동합니다!]쿠쿠쿠쿠!
계곡 위로, 거대한 눈이 나타났다.
하얀 눈동자와 그 주위에 타오르는 흑염.
상공에서 모든 것을 관조하듯. 심연의 눈이 미친 듯이 눈알을 굴렸다.
그러다 문득 시선이 한 곳에서 멈췄다.
……찾았다.
“안개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고 있군. 지능이 높은 편은 아니라 들었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건가.”
그래도 위치를 파악한 시점에서 이미 승부는 결정났다.
“천마들에게 전해라. 목표물을 찾았다고.”
* * *
“모, 모기 모기!”
고구마가 열심히 날개를 파닥였다.
“대장, 같이 좀 가!”
“하아, 하아, 하아….”
“주인은 최대한 시간을 끌라고만 말하고 보내버리면 우리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지금 와서 그게 중요해? 살고 싶으면 뛰어. 뛰라고!”
“히이익!”
“다들 조용히 해. 머리 아파.”
투두두두두!
정령수들이 정신없이 뒤를 따랐다.
벌써 몇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는 술래잡기.
미리 이 지형에 대한 정보를 듣지 않았다면, 진즉에 상대에게 잡혔을 것이다.
하지만, 진혁이 알려준 지도는 안개 속에서도 정확히 빠져나갈 샛길을 제공해 주었다.
“쳇!”
“미꾸라지들 같으니라고…!”
천마들이 포위망을 더욱 거세게 좁혔다.
검강을 실은 검들이 앞을 가로막는 돌과 나무들을 가차 없이 절단 내 버렸다.
서걱!
콰득!
짜증나던 추격전도 이제 거의 끝에 도달했다.
‘패스파인더’로 살던 천마 임기영이 지금까지의 길들을 토대로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착한 끝.
긴 절벽을 뒤에 두고 고구마와 정령수들이 배수의 진을 쳤다.
마침내 토끼몰이에 성공한 것이다.
“역시, 본신으로 현현하는 건 힘든 모양이군.”
“소유자가 신격도 아닌 플레이어니 당연한 결과이긴 하지. 고대종 본신의 마력을 감당하는 건 어려울 테니까.”
“순순히 가지고 있는 걸 내려놓거라 꼬맹이 파충류야.”
“모, 모기!”
고구마가 양손으로 고대종의 알을 꼭 감쌌다.
이것만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내줄 수 없다는 듯이.
정령수들도 각자의 마력을 끌어올린 채 전투를 준비했다.
“알을 잃었다간 우리도 죽을 게 뻔해.”
“그 악마 같은 주인이 실패를 용납할 수 있을 리 없지.”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결과가 같다면. 일단 발악이라도 해보는 수밖에.”
“결사항전인가?”
“굳이 죽는 길을 택하겠다면야….”
“빠르게 끝내주마.”
콰콰콰콰!
곧바로 서로 다른 마력이 교차했다.
각종 원소 마법이 천마의 전신을 강타했다.
그러나, 정령수의 공격 정도론 호신강기에 흠집조차 가지 않았다.
귀족들의 손에 무너져가던 제국의 망나니 3황자로 태어나 대륙을 일통한 황제.
병약한 어머니와 여동생을 둔 F급 헌터에 빙의되어 S급에 오른 랭커.
고시원에서부터 시작해 전 세계 팬들을 휩쓸어버린 대스타까지.
모두가 각자의 사선을 넘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절대자들이다.
파츠츠!
검들이 선과 선을 그으며 쇄도해 나갔다.
“힉?”
운디네의 코앞까지 검이 다가갔다.
아무리 물의 정령이라 하더라도 검강을 실은 검에는 치명상을 입을 터.
그렇다고 함부로 피하려 했다간 손에 쥐고 있는 ‘영원의 모닥불’을 잃어버리게 될 거였다.
그 순간.
[고구마가 Lv?? ‘피어’를 발동합니다!]쩌렁쩌렁!
전신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공간을 장악했다.
에이션트급 드래곤을 연상케 하는 피어.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쿠쿠쿠쿠쿠!
한 점으로 응집되기 시작한 하얀 빛.
드래곤의 브레스를 뛰어넘는 고대종만의 권능.
고유성창(固有聖唱) ‘단죄의 검’이다.
…이건 위험하다.
호신강기 따위로는 단 1초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천마들이 사력을 다해 몸을 옆으로 날렸다.
콰콰콰콰콰콰!
한 줄기 빛이 직선으로 내달렸다.
닿는 것이라면 공기마저도 태워버리는, 말 그대로 적의를 지닌 모든 것들을 심판하는 단죄의 검이다.
위력은 성체와 비교도 할 수 없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천마들을 공포에 몰아넣기엔 충분했다.
* * *
치이익!
삽시간에 변해버린 지형.
“크으윽!”
“이 정도일 줄이야.”
“제대로 맞았다간 뼈도 못 추렸겠어.”
제법 멀리 피했음에도 내상을 입고 말았다.
그나마 상황 판단이 빨랐으니 망정이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내상을 입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히야. 진짜 기대 이상의 물건이네. 대체 어느 쪽 계열이지 저 녀석? 성체 버전을 좀 보고 싶은데….”
베헤모스의 입꼬리가 더더욱 올라갔다.
몸이 근질거렸는지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자세를 취한 건 덤이다.
“모… 모기이이….”
고구마의 숨이 연신 헐떡였다.
방금 전 일격으로 모든 것을 쏟아부은 탓이었다.
분명, 천마들의 전열을 흐트러뜨렸으니,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으나….
……아쉬운 점은 그 이후에 이어질 동료들의 후속타가 없다는 점이다.
“주인을 잘못 만난 걸 탓해라.”
어느새 군타페르가 고구마의 등 뒤를 잡았다.
팟!
고대종의 알이 품 안에서 사라졌다.
“모기!”
“막, 막아!”
“안 돼애!”
고구마와 정령수들의 절규를 뒤로하며….
콰득!
군타페르의 손이 고대종의 알 속으로 파고들었다.
껍질이 박살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노란색 액체가 사방으로 뿜어졌다.
한데.
“……뭐냐 이건?”
군타페르의 얼굴이 당혹으로 일그러졌다.
고대종의 알이라 믿었던 것에서 그 어떠한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알이 깨지기 전까지 흘러나오던 마력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설마….
“맞아. 그 설마가.”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린 건 바로 그때였다.
계곡 위쪽.폭포가 있는 곳에 방금 전에 부순 알과 똑같이 생긴 알을 든 진혁이 있었다.
“가짜 알을 추격하느라 고생이 많았어.”
“그런 말도 안 되는….”
현재 고대종의 알을 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영원의 모닥불’일 터.
그건 틀림없이 운디네란 물의 정령이 들고 있었다.
말을 하던 군타페르가 무언가를 깨달았다.
“이 쓰레기 같은 놈이…. 그냥 시간을 벌기 위해서 연극을 했던 거였구나!”
“그래, 모닥불이 진품이라면 알의 진위여부는 크게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 특유의 체취와 마력만 묻혀둬도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덕분에 늦지 않게 계곡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림맹의 정예들은 물론, 그 외에 준비하고 있던 것도 모두 끝마칠 수 있었고.
“그래… 네 말대로 시간을 조금 벌었다고 치마. 그래서 뭐가 달라질 거라는 거지.”
진짜 고대종의 알을 부화시키려 해도 영원의 모닥불로 덥힐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군타페르가 아니었다.
피식.
군타페르가 숲 곳곳에 포진해 있는 정파와 사파의 고수들을 바라봤다.
“아니면, 인간들에게나 통용될 법한 포위망으로 이 몸을 어떻게 해볼 생각이었던 거냐?”
“명색이 마계의 마왕을 사냥하는데, 고작 그것만 준비했을 리가 있나.”
걱정 마라.
그렇게 실망하지 않아도 될 만한 것을 보여줄 테니까.
바로 지금부터 말이다.
따악.
진혁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중간 관리자 엘리를 통해 받은 특전.
신격 소환.
그걸 통해 진혁은 친분이 있던 세력의 한 신격에게 도움을 구했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을 다른 층계로 옮겨 달라고.
“부탁은 들어드리겠습니다만, 강진혁 플레이어님도 저희가 부탁드린 일을 반드시 해주셔야만 합니다.”
상공에 나타난 헤임달이 긴 지팡이를 앞으로 뻗었다.
“걱정 마. 약속은 반드시 지킬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헤임달이 지팡이를 수평으로 그었다.
우우웅!
층계를 이동할 수 있는 고유 능력이 발동되었다.
“젠장… 헤임달!”
군타페르가 고함을 지르며 마력을 끌어모았다.
능력이 완전히 실현되기 전에 헤임달을 죽이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군타페르는 헤임달을 향해 공격을 날리지 못했다.
헤임달에게 신경조차 쓰지 못할 정도로. 더욱더 최악의 일이 벌어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진혁이 준비했던 두 번째 카드를 사용했다.
[고유 능력 ‘고대 결계’가 발동됩니다!] [12성급 결계 ‘깊은 수면의 끝자락’이 발동됩니다!]우우웅!
계곡 전체에 걸쳐 푸른 마력이 솟구쳤다.
수십 개의 육망성들 위로 고대 룬어들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모든 문자들이 레미아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군타페르의 권능과 레미아의 고유 능력을 통해 천마들에게 걸어둔 암시.
그걸 파훼하기 위한 것이 바로 이 결계다.
“으으으?”
“뭐, 뭐야?”
천마들이 머리를 움켜쥐었다.
서큐버스의 세뇌가 풀리면서 교묘하게 조작해둔 정신이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을 대비해 천마들에게 채워뒀던 각종 보석들은….
촤르륵!
이미 누군가의 손에 쥐여져 있었다.
“이중첩자는 정말로 못 할 짓이로군.”
비어마운트가 형형색색의 보석들을 손 안에 가득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