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51)
451화. 마계 전쟁 (1)
은은한 노란 빛이 나는 깃털.
루비처럼 새빨간 눈.가장 비슷한 외형을 고르라면 봉황이 떠오를 것이다.
“미요오오!”
품 안에 쏙 들어올 만한 크기의 고대종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부화한 후 처음, 자신의 주인이 된 존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젠장, 어느새…!”
군타페르가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날렸다.
아직, 제대로 된 교감이나 계약이 이루어지기 전에 죽인다면. 기회는 남아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네 상대는 나다. 이 짝뿔 자식아.”
기다렸다는 듯 베리엘의 창이 번개처럼 쏘아졌다.
콰콰쾅!
흑창 키샨이 군타페르의 흑갑을 꿰뚫었다.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반대편에 있던 나무들을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크으으….”
꿀렁하고.
관통당한 부위가 순식간에 원래의 모습을 찾았다.
“그렇게 죽여 달라 용쓰지 않아도 된다. 베리엘… 네 차례는 바로 다음이니까.”
“호오. 그거 재밌군. 입만 털지 말고 실천이라는 걸 좀 해 보거라. 애먼 우리 사도는 그만 괴롭히고 말이야.”
“……여기서 진짜 끝을 보자는 말이로구나.”
“지긋지긋한 악연을 정리할 때도 됐으니까.”
철컹!
스윽….
군타페르와 베리엘이 서로를 정면에서 마주봤다.
마계의 기둥이 되는 두 마왕의 전쟁.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끝나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선공을 한 건 베리엘 쪽이었다.
퍼어엉!
직경 5m가 넘는 붉은색 구체들이 하늘에서 쏟아져내렸다.
하나하나가 작은 언덕을 날려버릴 만큼의 마력을 지닌 구체들이었다.
순간, 군타페르의 도끼에 검은 기운이 서렸다.
아래에서….
…위로.
공간을 절단하는 참격이 구체들을 베어버렸다.
콰콰콰콰콰!
무수히 많은 불빛이 점멸했다.
역시나….
신격들 간의 격돌인 만큼 전투 자체가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하지만, 하늘 간에도 격은 존재하는 법.
진혁이 신중하게 상황을 살폈다.
‘역시, 베리엘이 불리해.’
가뜩이나 지지기반이 5배 이상 차이가 났었는데, 군타페르가 마신의 신물까지 얻게 되면서 그 격차는 더욱더 벌어졌다.
수없이 닳고닳아온 경험과 마왕으로서의 권능이 아니었다면 이미 진즉에 승부가 갈렸을 것이다.
“미요오!”
“그래, 당연히 알고 있지.”
진혁이 노란 봉황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처음 고구마를 만났을 때처럼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갖은 고생을 해서 얻었으니….
당연히 그에 걸맞은 이름을 지어줄 생각이다.
처음 봤을 때부터 한 가지 이름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후라이드.”
노란 통닭이 생각나는 애정 넘치는 이름이다.
기억하기 쉬울뿐더러, 여태껏 싫어한다는 사람 역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노란 튀김 위에 빨간 양념 소스를 바른 것 같은 외모는 후라이드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어때, 너도 마음에 들지?”
“미, 미요?”
후라이드가 격하게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저건 아마도 좋다는 뜻이리라.
아니, 틀림없이 좋다는 뜻이다.
“좋아. 네 이름은 앞으로 후라이드다.”
진혁이 생긋 웃었다.
“미요오오오오!!!???”
* * *
쾅! 콰앙! 콰콰콰콰쾅!
눈코 뜰 새 없이 몰아치는 검풍.
“꺄하하하!”
광기에 젖은 베헤모스가 미친 듯이 대검을 휘둘렀다.
“모기!”
고구마가 공중전의 묘미를 살려 이리저리 몸을 날렸다.
파닥거리는 작은 날개.
최대한 바람을 타며 가속했기에, 제아무리 베헤모스라 해도 쉽사리 직격타를 먹일 수 없었다.
한 번, 두 번….
헛손질이 계속되자 베헤모스가 약이 잔뜩 올랐다.
잡힐 듯 잡히지 않으니 짜증이 솟구칠 수밖에.
“본체가 아니라… 적당히 놀아주려 했는데.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넌 꼭 잡고 만다.”
[베헤모스가 Lv?? ‘폭풍의 걸음’을 발동합니다!]걷는 즉시 그 주위에 폭풍을 만드는 스킬.
쿠쿠쿠쿠쿠!
돌풍과 태풍이 지면을 휩쓸기 시작했다.
“모, 모기이?”
고구마가 균형을 잃은 채 토네이도에 휘말렸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토네이도에 고구마의 눈이 빙글빙글 돌았다.
“모기이이!”
“이제야 촐랑거리던 걸 잡았네. 술래잡기는 이걸로 끝이다. 꼬마 파충류야.”
붉게 날이 선 대검.
같은 고대종을 학살하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낸 성유물이었다.
중심도 제대로 못 잡는 상황에서 공격을 당했다간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을 터.
이걸로 체크 메이트다.
그런데 바로 그때.
휘이이잉!
지금까지 보지 못한 열풍이 가세했다.
[후라이드가 Lv1 ‘바삭바삭 작열풍’을 발동합니다!]“미요오오!”
타오르는 바람이 베헤모스를 덮쳤다.
생전 처음 접해보는 묘한 열기다.
“크아아!”
끔찍한 격통에, 베헤모스가 거리를 벌렸다.
대체 어디서 날아온 공격인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화염 계열 공격 따위로는 자신의 피부에 상처 하나 내기 힘들 텐데….
상위신격이나 같은 종류의 고대종이 아니고서야….
부릅뜬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그러자 그곳엔.노란색 털을 가진 고대종과 진혁이 서 있었다.
이제야 모든 게 앞뒤가 맞았다.
“결국… 알을 부화하는 데 성공한 거냐.”
“내가 고대종들이랑 제법 친하거든. 가정적인 성격이라 날 잘 따르기도 하고. 그치 후라이드야?”
“미…요오오….”
후라이드가 고개를 푹 숙였다.
“딱 봐도 이름부터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것 같은데? 저 용족한테는 고구마라고 부르질 않나. 만약, 내가 계약을 한 당사자였다면 너부터 죽였을 거다.”
저거… 저, 저. 뚫린 입이라고 말 함부로 하는 것 봐라.
우리 사이를 이간질이나 시키고.
“안 그래 구마야? 내가 너희한테 얼마나 잘해주는지 말 좀 해줘봐.”
진혁이 고구마를 향해 동의를 구했다.
그러나 고구마는 새로 온 후라이드의 등을 토닥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모기모기.”
“미요오오….”
후라이드가 글썽이는 눈으로 고구마를 바라봤다.
혹시라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근사한 이름과 행복한 미래가 있느냐고 물으면서.
절레절레.
고구마가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떤 고충과 설움을 느끼고 있는지 다 안다는 듯.
그리고 그 모든 걸 체념한 채 살아가야 한다는 것까지도… 전부.
그 도리질에 포함되어 있었다.
* * *
‘빌어먹을. 왜 이렇게 갈수록 일이 꼬인단 말이냐.’
군타페르가 베헤모스 쪽 상황을 보다 결국 초조함을 드러냈다.
새롭게 깨어난 고대종으로 인해 베헤모스가 발이 묶여버렸기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상대를 쓸어버릴 것이라던 확신은 간데없고.
이제는 이 상황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계속 싸웠다간 승산이 반반이 될지도 모른다.’
고작 직속 군단 하나만 데려온 상황에서 굳이 무리할 이유 역시 없었다.
영지에 있는 본대까지 동원해 다시 한 번 전투를 치른다면, 이런 식으로 팽팽하게 전투가 흘러갈 일 자체가 없을 것이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전원, 물러난다.”
군타페르가 퇴각을 명했다.
“하오나, 군주시여…?”
“조금만 더 하면 끝을 볼 수 있나이다!”
직속 마족들이 깜짝 놀라 외쳤다.
“이제야 막 몸이 달아올랐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
불만족스러운 건 베헤모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처럼, 마음껏 부딪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군타페르는 이미 마음을 굳힌 뒤였다.
“목숨이 연장된 걸 다행으로 여겨라. 인간.”
“도망가는 쪽이 그런 말 하면 더 없어 보이던데… 뭐, 꼬리를 말겠다면야 일부러 쫓진 않을게.”
“……그 말.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군타페르가 어금니를 깨물었지만, 그 이상 대응하지 않았다.
그걸로 치열했던 전투에 쉼표가 찍혔다.
“전원 영지로 퇴각하라!”
“마왕의 명령이시다. 전투를 중지해라. 그만 싸우란 말이다!”
상위 마족들이 후방을 담당하며, 신속하게 병사들을 갈무리해 전장에서 빠져나갔다.
“누구 마음대로….”
“끝을 정하는 건 네놈들이 아니다!”
몇몇 천마들이 추격을 하려 했으나, 큰 성과를 내진 못했다.
워낙 완벽하게 진형을 유지했기에, 틈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현재.
베리엘의 임시 거처에선 새로운 임시 동맹의 멤버들을 위한 조촐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흐음. 차린 건 별로 없지만, 많이들 들지.”
식탁에 앉은 베리엘이 너스레를 떨었다.
정말이지….예의상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차린 게 별로 없다.
늙어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만드라고라로 만든 수프.
어떤 생명체로 만들었는지 알고 싶지도 않은 말라비틀어진 고기 요리.
가시가 잔뜩 달린 과일과 아이스크림까지.
만약 베리엘이 아니라 다른 마왕이었다면, 암살을 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거다.
“이건 짐에 대한… 아니, 요리에 대한 모욕이니라.”
엘리스가 포크를 움켜쥐었다.
“벽곡단이 그리워지는군….”
천마들을 대표해 참석한 비어마운트도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모오오기!”
“미요오!”
고구마와 후라이드는 아예 식탁에서 도망치려고 몸부림을 치는 중이었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식사가 될 리 만무하다.
어쩔 수 없지.
이런 독극물을 강제로 먹으라 할 수는 없었으니까.
슬쩍 식기를 밀어 넣은 진혁이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영지 상황이 많이 안 좋나 봐? 성도 다 쓰러져 가는 것 같고….”
후두둑.
말과 동시에 천장 한 쪽이 무너져내렸다.
군데군데 희미하게 밝혀둔 촛불들이 가늘게 흔들렸다.
“크, 크흠!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조금 여유가 없을 뿐이다. 그래도 이번 전쟁만 잘 마무리된다면, 그 이후엔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 그때까지만 좀 양해 부탁하마.”
“아니… 딱히 불만이 있다기 보다는….”
그래도 명색이 마왕인데, 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얘도 처음 만났을 땐 꽤나 당당하고 고고했는데 말이지.
“그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 건가? 당연히 조금 전 전투에서 끝을 볼 거라 생각했건만, 갑자기 상대의 제안을 받아들여 도망갈 빌미를 주지 않았나?”
비어마운트가 눈살을 찌푸렸다.
진혁이 워낙 흔쾌히 상대를 놔줬기에, 무언가 준비된 대책이 있다고 여겼는데.
속을 까보니 빈털터리 마왕과 다 쓰러져가는 거점만 있지 않은가?
심지어 말은 군단장이라 하면서 정작 영지에는 그럴듯한 병사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반면, 상대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보여줄 게 훨씬 더 많아 보였다.
“이해는 해. 하지만, 계속 싸웠다면 우리가 힘들었을 거야. 군타페르뿐 아니라, 다른 마왕들도 눈치를 채기 시작했거든.”
“새로운 변수가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인가?”
“그런 의미지.”
“하지만, 그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변수인 것 아니더냐? 본좌가 보기엔 오히려 놈들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만 더 준 꼴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닌데, 시간을 벌게 된 건 이쪽도 마찬가지야.”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걸 훨씬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건… 군타페르 쪽이 아닐 거다.
“과연, 놈이 지금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해?”
진혁의 입가에 잔잔하고도 깊은 미소가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