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53)
453화. 마계 전쟁 (3)
진혁의 부름에 따라 다수의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일간 준비한 카드 중 하나.
“크르르…!”
“컹컹컹!”
이집트 신격들로부터 받아온 ‘혼’과 이유리에게 부탁한 ‘인형’을 통해 만든 특수병대,
바로 ‘쟈칼 부대’다.
검은 피부에 황금빛이 도는 무기들을 지닌 쟈칼들이 당장이라도 달려들 준비를 갖췄다.
숫자는 약 500.
성채의 측면에 위치한 숲에 매복을 했기에, 지금이라면 공격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젠장, 어쩔 수 없군.”
천유성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검을 뽑았다.
‘류화’에 녹색빛이 일렁였다.
“그래도. 천마들을 상대할 때보다는 낫겠죠. 무엇보다 이 스승은 천공자만 있다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답니다. 후후.”
천유성과 함께 넘어온 추혼사영이 생글생글 웃었다.
“푸하하! 제자 덕분에 지옥에도 다 와보고. 정말 나만큼 보람 넘치는 삶을 사는 스승은 무림 전체를 통틀어 놓고 봐도 없을 게다. 아주 효도 관광이 따로 없어.”
암황 역시 껄껄껄 폭소를 터뜨렸다.
새삼스럽긴 하지만, 그 사장에 그 사원이라고.
제정신이 아닌 멤버들만 잔뜩 모인 것 같다.
“엘리스 씨는 왜 오지 않는 거냐?”
“응. 걔는 따로 시킨 일이 있어서 이번엔 합류하지 않을 거야.”
“그건 좀 아쉽게 됐군. 원거리 지원이 꽤나 든든했는데 말이지.”
“그건 그런데, 대신, 든든한 검성이 옆에 있잖아?”
“입에 발린 소리는 그쯤해라.”
어쨌든 이걸로 시작이다.
“가자.”
진혁이 선두에 섰다.
* * *
블레인 성채는 두 마왕의 영지를 잇는 최단 거리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다.
시간과 물자를 아끼려면 최우선 타겟이 되어야 한다는 뜻.
하지만, 그럼에도 베리엘은 여태까지 이곳을 공격한 적이 없었다.
난공불락의 요새에 들이박다가 박살나느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회로를 찾아 공격을 해왔던 것이다.
분명 그게 지금까지 두 마왕이 해왔던 전투 방식이었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냐, 이게?”
불레인 성채를 책임지고 있는 상위 마족 ‘메자이크’는 지금 상황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상대 쪽에서 정면 승부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적의 수는 약 500. 쟈칼의 형태를 한 인형들이 주력입니다. 동쪽 숲에서 몸을 숨긴 터라 대응이 다소 늦을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약한 부분을 찾으려고 용을 쓰긴 한 모양이다.
마계의 듬성듬성 난 숲에서 그나마 시야가 가려지는 루트를 찾아내는 걸 보면.
“그래도 너무나 멍청하군. 고작 저 숫자로… 여길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수많은 대군이 몰려와도 끄떡없는 게 이곳이다.
성채에 머무는 상위 마족의 수만 해도 스물이 넘었으니까.
게다가 지하 감옥에 가둬둔 대형급 마수들과 최종병기라 할 수 있는 ‘그것’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도 만에 하나 방심해선 안 된다.
호랑이도 토끼를 사냥할 때 전력을 다하는 법이었으니.
“침입자를 친절하게 맞아주어라.”
메자이크가 성채의 가장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곧, 전투가 시작되었다.
콰콰콰쾅!
콰아앙!
거대한 화염이 달려오는 쟈칼들을 집어삼켰다.
“깨갱!”
“크아아!”
사지가 갈기갈기 찢겨나간다.
마기를 주입해 만든 마력 덩어리는 말 그대로 눈앞에 보이는 모든 걸 쓸어버렸다.
쟈칼들 역시 최대한 간격을 벌리며, 화력이 집중되는 걸 막으려 했지만….
……단지 그뿐이다.
처음부터 전력 차이가 너무 심하게 벌어져 있었다.
“크크크. 완전히 죽여 달라고 용을 쓰는 꼴이군요.”
“저렇게 대책 없이 죽으로 오는 놈들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강진혁이란 놈도 별거 없군.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고 들었건만.”
혈족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우우우웅!
해자 쪽에서 엄청난 기운이 응집되는 게 포착되었다.
[암황이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 ‘흑호신권(黒號神拳)’을 발동합니다!]쟈칼들에 시선이 집중된 사이, 어느새 성벽 바로 아래에 도달한 이가 있었다.
걸어서 도달한 게 아니다.
흠뻑 젖어 있는 몸.
“배수로… 쪽을 통과했다고?”
하지만, 그쪽은 대형종도 산 채로 잡아먹는 ‘시체 거미’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을 텐데?
그걸 단신으로 빠져나왔다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콰아아앙!
몇 겹의 방어마법과 결계들을 박살내며.
암황의 정권이 성벽 한 쪽을 무너뜨렸다.
* * *
“크하하! 보았느냐? 본좌가 가장 먼저 길을 열었다! 정파의 떨거지들과는 차원이 다르지.”
암황이 기쁨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고작 그것 좀 했다고 잘난 척하기는, 안에 들어가서 활약하는 게 진짜예요.”
추혼사영이 질 수 없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
죽는 한이 있어도 상대에게 질 수 없다는 집념.
두 호랑이가 으르렁대며 서로의 우위를 점쳤다.
이 와중에도 서로 자존심 겨루기를 하는 게 어이가 없긴 했지만….
어쨌든 쟈칼들을 희생시킨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고유 능력 ‘툼그레이브의 다리’가 발동됩니다!] [‘검마천령보’가 발동됩니다!]검은 칼날처럼 변한 다리.
콰앙!
지면을 박찬 진혁이 단숨에 성채 안으로 몸을 날렸다.
다들 정신이 없어 하는 이때가 기회다.
그렇게, 진혁을 포함해 열 마리 남짓한 쟈칼들이 침투에 성공했다.
“최대한 휘저어.”
“크릉!”
쟈칼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사라졌다.
이제부턴 시간을 얼마나 끄느냐가 관건.
파츠츠!
빙하조형을 발동하자 통로와 통로 사이에 거대한 얼음 방벽이 만들어졌다.
두께만 해도 무려 30cm가 넘는 두꺼운 얼음이 마족들을 가로막았다.
“큭!”
“이까짓 잔재주를!”
방해물이야 박살내면 그뿐.
이 정도는 단순히 시간벌기밖에 되지 않는다.
“들어온 적은 소수다. 철저하게 각개 격파해라!”
메자이크가 성채 내에 있는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성벽을 통과한 건 조금 놀라긴 했지만, 어차피 놈들 입장에선 벌집 안으로 들어온 꼴이다.
대응만 무난히 한다면 변수 따윈 없을 터.
그런데.
“크악!”
“아아악!”
덤벼들었던 마족들 사이에서 피보라가 일어났다.
카카카캉… 서걱!
……빠르다.
무슨 놈의 움직임이 저리 괴랄한지. 진혁은 두 개의 단검을 든 채 성채 내부를 종횡무진 누볐다.
마족들이 포위망을 구축한 채 진혁의 사각을 노렸지만….
카캉!
그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기습마저 모조리 튕겨냈다.
호흡 한 번 가다듬을 동안, 혈족 열이 당했다.
거기에, 성채의 주를 이루는 마수들 역시 종잇조각 잘리듯 학살당하는 중이었다.
“키에에에!”
“케에에!”
2m의 체구에, 양손에 갈고리가 달린 ‘헬레이저’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으나, 발을 묶어두는 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그래도.
“양산형이라면 얼마든지 있다. 아무리 강한 놈이라 하더라도 마력의 총량이라는 게 있을 터. 그 한계에 도달하는 시점이 네놈이 죽는 순간이다.”
이미 다른 거점에도 이곳이 공격받았다는 사실을 알렸다.
조금 있으면, 그곳에서 보낸 지원군이 벌떼처럼 몰려들 것이다.
후두둑….
진혁이 단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방위 거점이라고 하더니 진짜 많이들 모아두긴 했네. 꽤 많이 줄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래서야 하루종일 걸려도 힘들겠어.”
수만 마리나 되는 마수들을 일일이 베어버릴 순 없다.
그렇다면…….
대군전에 적합한 능력을 꺼내주면 된다.
이럴 때를 위해서 그동안 착실하게 온갖 능력들을 모아오지 않았던가?
진혁이 모았던 마력을 천천히 해방했다.
[고유 성창 ‘8개의 늪’이 발동됩니다!]치이이익!
상상을 초월하는 독운무가 흘러나왔다.
각기 다른 농도를 지닌 늪이 헬레이저들을 심연으로 빨아들였다.
“키……켁! 케엑!”
“키이이…….”
숫자 따윈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능력의 범위 내에 들어간느 족족 한 줌의 핏물이 되어 사라졌으니까.
“애꿎은 애들 그만 희생시키고 직접 나와. 명색이 성주라는 놈이 그 위에서 입만 나불대는 건 아니겠지?”
“이 찢어 죽일 인간 놈이 누구보고 입만 살았다고 지껄이는 것이냐?”
메자이크의 몸에서 돌풍이 몰아쳤다.
늪의 일부가 갈라지며, 진혁의 모습이 보였다.
쿠쿠쿠쿠쿠!
깍두기처럼 일정하게 갈라진 지면.
잘려나간 파편들이 소용돌이치듯 진혁을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파편들이 진혁의 몸에 닿기 바로 직전.
우뚝하고.
파편들이 허공에 멈췄다.
[고유 능력 ‘트리플 매직’-‘텔레키네시스’가 발동됩니다.]단순히 막은 것만이 아니다.
깎여나간 돌들이 순식간에 마름모 형태로 변했다.
우우웅!
뾰족한 끝이 메자이크를 향했다.
저 짧은 찰나에 마력의 주도권을 뺏고 거기에 형태 변화까지…… 동시에 했다고?
지금까지 보여준 걸 보면, 근접전에 특화되었다 생각했는데.
저런 고등마법을 연속적으로 사용할 줄이야.
뿌득!
그래도 저 정도로 감히……!
“그 장난감 같은 검이나 놀릴 것이지…. 수백 년간 이 성채를 지킨 나를 뭘로 보고!”
마법이라는 게 무엇인지.
이 성채를 지킨다는 게 무엇인지.
똑똑히 알려주겠다!
메자이크가 양 손에 마력을 집중했다.
콰콰콰콰콰!
마름모 형태의 파편들에서 나무줄기들이 자라났다.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나무줄기들이 폭풍처럼 눈에 보이는 걸 찢어버렸다.
진혁이 ‘블링크’와 ‘빙하조형’으로 만든 만화경을 통해 종이 한 장 차이로 빠져나갔다.
쾅! 쾅! 콰콰쾅!
도로 양 측에 있던 건물들이 굉음과 함께 하나로 합쳐졌다.
땅이 꺼지고. 그 아래서 철골로 만든 꼬챙이들이 튀어나왔다.
보통이라면 몇 번, 아니, 몇 십 번이고 죽었어야 할 일.
허나, 미꾸라지처럼 움직이는 진혁은 계속해서 한 박자 빠르게 움직였다.
제대로 된 대응조차 안 하며 약 올리는 모습에 메자이크의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쳤다.
[‘살점을 먹는 꽃’이 기도하기 시작합니다!]‘Pray the Lord.’
화르륵!
각각의 꽃들이 입에서 붉은 섬광이 모여들었다.
“어디…… 이래도 웃을 수 있는지 보자.”
소형 브레스들을 연상케 하는 수십 개의 빛줄기들이 뿜어졌다.
성채들 통째로 박살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그 정도로 응집된 마력은 터무니없었다.
콰아아앙!
콰콰쾅!
땅이 통째로 갈아엎어지며, 셀 수 없는 크레이터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쇠는 물론, 바위마저 그대로 녹아버렸으니 얼마나 화력이 막강한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허억……. 헉.”
탈진하기 직전이 되어서야 메자이크의 공격이 멈췄다.
무차별 난사를 했기에, 성채 내부에 성벽에 있던 쟈칼들까지 전멸해 버렸다.
무리하긴 했지만, 수성에 성공한 것이다.
* * *
“놈은?”
“그게…….”
잔해를 살피던 부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와중에 빠져나갔다니.
정말이지 바퀴벌레가 따로 없다.
전장을 둘러보던 메자이크가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해.’
승리를 했다는 사실이 이상하다는 게 아니다.
애초에 이 정도 전력 차가 나는 이상,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다.
단지, 이상하다는 건 상대가 제대로 준비도 없이 들이박았다는 점이다.
‘고작 인형을 만든 쟈칼 따위를 주력이라고 하기엔…. 잠깐.’
그러고 보니.
이번 전투에서 적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천마들이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몇몇은 있었지만 기존에 알고 있던 수에 비해 현저하게 적었다.
공성전에서 최강의 화력을 낼 수 있는 고대종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석연찮던 위화감이 끈적끈적한 확신으로 변했다.
설마….
질 걸 알면서도 일부러 시비를 건 거라면….
이 모든 게 단순히 시간을 끌기 위한 것이었다면.
“군타페르께…연락해라. 지금 당장!”
뭔가 잘못 되었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