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59)
459화. 고인물 코퍼레이션 VS 군타페르 (1)
탑의 매 층계에는 상대적으로 마력이 뒤틀리는 곳이 존재하는데.
일명 ‘특이점’이라 불리는 장소들이 그에 해당했다.
‘보통은 다음 층계로 넘어갈 수 있는 지점이거나 보스몬스터가 위치하는 유적 등이지.’
시스템의 규율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졌기에, 군타페르가 게이트를 만든다면 틀림없이 그 중 하나를 노렸을 것이다.
진혁이 매의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예상은 했었지만, 실피드와 노움은 추격에 실패했다.
‘푸달락이 있는 곳도 후보 중 하나지만, 거긴 아닐 거야.’
바바리안의 왕국은 눈에 띄어도 너무 눈에 띄었다.
그렇다면…….
가능성이 높은 7개의 후보군들을 빠짐없이 훑어야 한다.
부스럭!
수풀 사이를 가로지르자 거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약 50m에 이르는 대형 폭포.
벌써 4군데나 허탕쳤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번이 정답이었으면 좋겠다.
너무 시간을 끌었다간 마계에서 대비할 수 있는 여유를 줄 수 있었으니까.
“빌어먹을. 여기도 아니면 정말로 베어버리겠다.”
천유성 역시 씩씩거리며 검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하여간 인질 놀이 좀 했다고 까칠해지기는.
이래서 속이 좁은 녀석이랑 놀면 안 되는 건데…….
“저, 정말이야. 진짜 촉이 왔다니까? 이번에 딱 한 번만.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믿어줘라.”
하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속마음과는 전혀 달랐다.
천유성이라면 진짜로 벨 거라는 걸, 그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우우웅!
폭포 사이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물살에 의해 감춰져 있긴 했지만, 틀림없다.
이 기운.
이 마력…….
‘게이트’가 저곳에 있다.
“찾았어!”
“쳇! 아깝군. 벨 수 있었는데.”
천유성이 반쯤 뽑았던 검을 집어넣었다.
최대한 마력을 집중해보니, 게이트 주변에 몇몇 호위병들이 있는 게 느껴졌다.
들키지 않게 신중하게 접근하려면…….
“저곳인가?”
푸달락이 몸을 들썩였다.
“맞습니다.”
“굳이 생포할 필요는 없는 거고?”
“그렇긴 한데, 인원이랑 배치를 좀 보고…….”
“돌겨어어어억!”
푸달락이 목청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머, 멈추세요. 잠깐……!”
“우오오오!”
“바바리안이 간다!”
“진정한 근육이 뭔지 저 마족 놈들에게 똑똑히 보여주자!”
“아니 좀 멈추라고!”
이런 정신 나간 놈들에게 참을성과 기습의 묘미를 기대한 것부터가 글러먹었다.
적이 보이면 일단 뚝배기부터 깨고 보는 게 이들의 본능이었으니까.
함정이 있든, 적이 몇 배가 많든.
바바리안들에게 있어 그런 건 하등 중요하지 않았다.
쿵! 쿵! 쿵! 쿵!
도끼와 검을 든 전사들이 순식간에 폭포 인근까지 달려갔다.
“적습이다!”
“뭐야? 그 멍청한 원시인들이 여길 어떻게?”
“빨리 경보부터 울려라! 게이트는 반드시 파괴해야 한다!”
하급 마족들이 다급히 움직였다.
게이트가 닫히기까지 이제 머지않은 상황.
조금만 버틴다면 바바리안들이 마계에 갈 수 있는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콰아앙!
“크하하하! 찰지구나!”
“그래도 높은 층에 사는 놈들이라고 제법 패는 맛이 있군!”
“이런 미친 놈들……!”
“끄아아악!”
개개인의 실력은 거의 동급.
하나를 잡기 위해선 하나가 죽어야 한다.
그럼에도 바바리안들은 기꺼이 웃으면서 목숨을 내던졌다.
그 차이는 결정적이었다.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군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했으니까.
쿠웅!
쿵!
“끄으으…….”
“커억…….”
채 10분도 되지 않아 게이트를 지키고 있던 마족들이 전멸했다.
바바리안들이 부상당한 마족들을 찾아다니며, 단칼에 마무리지었다.
“빨라서 좋긴 한 이래도 되는 거냐? 분명 초기 계획은…….”
“하아. 나도 알아. 아는데…… 저 정도일 줄은 예상 못 했어.”
이미 몇몇인가는 게이트를 통해 마계로 넘어갔다.
엑센시온이나 다른 마족들은 자기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보고를 하는 타이밍을 다소 늦출 터.
그 틈을 찌르려고 했건만…….
이쪽에서 게이트의 위치까지 파악했단 말이 이제 곧바로 군타페르의 귀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어떻게 하긴.
“바바리안들을 데리고 왔으니, 바바리안의 방식대로 승부를 봐야지.”
진혁이 옆에서 광소를 터뜨리고 있는 푸달락을 바라봤다.
“크하하하! 오늘따라 몸이 가뿐하다 못해 날아갈 것만 같구나!”
이제는 피 튀기는 전면전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 ⁕ ⁕
“……실패라고?”
마몬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예……예! 놈들이 바바리안들을 포섭했고 저희가 만들어둔 게이트의 위치도 찾아냈습니다.”
하급 마족이 즉각 머리를 조아렸다.
충격적인 소식이다.
전사의 증표라 할 수 있는 돌멩이를 제공한 데다, 각 마왕들이 믿었던 심복들까지 붙었건만.
그 모든 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라는 게 증명된 셈이었으니까.
“엑센시온이나 다른 마족들은 뭘 하고 있길래. 여태 소식이 없는 거냐!”
“그거야…… 임무의 실패에 대한 변명을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겠지. 아니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바바리안의 거점에 피해를 줄 생각이었다든가.”
마몬의 말에 군타페르가 한 마디 덧붙였다.
“흐음. 확실히 그 말이 맞겠네. 그래도 놈들이 게이트를 이용할 거라는 걸 알게 됐으니, 마냥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아.”
“꽤나 낙천적이구나 아스모데우스.”
“뭐, 그럴 수밖에 없지. 어차피 바바리안들이 가세했다고 해도 정면대결은 이쪽이 훨씬 유리하니까.”
아스모데우스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맺혔다.
“무엇보다 이 싸움은 군타페르, 네 몫이잖아? 우리야 베리엘보다는 저 녀석을 밀어주고 있긴 하지만, 최악의 경우 베리엘이 이긴다고 해도 크게 손해 볼 일은 없어.”
마왕들은 어디까지나 이해관계에 의해 협력하고 있다.
힘에서 밀려서 도태된다고 한들, 그걸 가엽게 여기거나 도와줄 이유 따윈 없다는 의미다.
결국, 철저한 약육강식의 논리만이 남아 있을 뿐.
“너…… 이 박쥐같은 새끼가…… 내 뒤통수를 치려고 했다간 가만두지 않겠다.”
군타페르가 주먹을 쥐었다.
“후후. 너무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고. 입장이 바뀌었다면 너도 나와 똑같이 행동했을 테니까. 무엇보다 이기면 그만이잖아. 안 그래?”
이긴다면.
그렇다면 모든 게 해결된다.
마신이 자리를 비운 이상, 마계를 혼란스럽게 했다고 해서 책임을 추궁할 존재도 없을 것이다.
“아니면 설마 뭐야……. 그 위대한 군타페르께서 고작 인간 한 명 따위에게 겁을 먹었다는 건 아니겠지?”
“개소리 지껄이지 마라. 아스모데우스. 한 마디만 더 하면 맹세컨대 그 입을 찢어버릴 거다.”
쿠쿠쿠쿠쿠!
군타페르의 몸을 따라 상상할 수 없는 살기가 흘러나왔다.
여차하면, 이 안에 있는 모든 마왕들을 적으로 삼아버릴 기세다.
“알겠어. 알겠다고. 그만 좀 진정해. 일단 우리는 네 편이라니까? 그저 일만 확실히 잘 매듭지어달라고 말하는 것뿐이야.”
아스모데우스가 꼬리를 말았다.
군타페르의 기운이 한 층 옅어졌다.
“그래…… 좋다. 네놈 말대로 베리엘과 강진혁 두 놈만 처리하면 문제 될 건 없겠지.”
저벅.
군타페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몸을 돌렸다.
싸움을 건다면…… 얼마든지 받아주지.
감히 누구에게 이빨을 드러냈는지 똑똑히 알려주마.
“병력을 집결시켜라. 베리엘의 영지로 직접 가겠다.”
⁕ ⁕ ⁕
후욱하고.
메마른 공기가 피부에 와닿았다.
푸달락을 비롯한 대규모 바바리안 부대들이 게이트를 통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게이트가 유지되는 한 계속해서 추가 지원을 약속했으니, 적어도 50개 이상의 부족이 이곳에 모일 것이다.
“정말 지독한 곳이군. 여기가 그 마계인지 뭔지 하는 곳인가?”
“공기가 좀 답답하긴 하죠?”
“숨만 쉬어도 시체 더미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새삼스레, 마계가 얼마나 살기가 힘든 곳인지 실감이 갔다.
돼지우리에 넣어놔도 불평하지 않는 바바리안들이 지독하다는 말을 할 정도면 말이다.
그래도 든든한 지원군들 덕에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졌다.
지금부터는 타임어택.
기습의 묘미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한 만큼,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진혁이 베리엘에게서 얻은 지도를 펼쳤다.
게이트가 있는 지점과…… 군타페르가 평소 영지를 관리하는 동선을 겹쳐놓는다면…….
그래.
현 시점에서 가장 크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건 역시나 이것뿐이다.
우우웅!
[‘천라지망’이 발동됩니다!]푸른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천라지망은 본디 추격을 위한 능력.
하지만, 활용하기에 따라선 주위에 있는 지형과 지물을 파악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좌표 245, 37, 513.’
진혁이 번개처럼 눈에 보이는 정보를 낚아챘다.
만약 자신이 군타페르라면 분명, 이 길을 통해 물자를 나를 것이다.
“이곳에서 목책 등을 이용해 거점을 만들고 계세요. 전 잠시 주변 정찰을 좀 하고 오겠습니다.”
“흠! 알겠다! 근데…….”
푸달락이 머리를 긁적였다.
“거점은 어떻게 만드는 거냐?”
“……왕국도 만든 양반이 그것도 모른다고요? 성채며 마을이며 해자까지 만들었던데?”
“그건 예전에 어린 드래곤을 살려준 대가로 받았다. 마법인지 뭔지로 뚝딱뚝딱 잘 만들어주더군.”
어쩐지 저 멍청한 놈들이 만든 것치곤 쓸데없이 웅장하다더니.
해츨링이 만들어준 거라면 이해가 된다.
“그냥 대충 주위나 잘 살피고 계십쇼. 적이 오면 근성으로 싸우시고요.”
“그거라면 내가 자신 있는 분야다. 게다가 든든한 전사도 함께 있지 않는가!”
“크하하! 화통한 게 마음에 드는 성격이로군. 본좌가 함께하고 있을 테니, 제자는 마음 편히 정찰을 하고 오거라.”
암황이 호기롭게 외쳤다.
하긴, 스승님과 추혼사영도 있으니, 최소한의 방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천유성과 테레사 씨도 든든하게 제 한 몫을 해줄 테고.
“그럼…….”
진혁이 단숨에 마력을 끌어모았다.
콰앙!
‘검마천령보’가 발동되자, 지면에 깊은 발자국이 생겼다.
빠르게 바뀌는 시야.
하늘 높게 솟구친 진혁이 고함을 질렀다.
“말랑아!”
부우웅……!
바람소리와 함께 구름 사이로 말랑흑두루미가 나타났다.
“모기이!”
“미요오!”
푸른빛 비늘 위에는 고구마와 후라이드 역시 함께 있었다.
우당탕!
등 위에서 뽈뽈 거리며 뛰어놀고 있는 걸 보니, 말랑흑두루미의 등이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이다.
두 고대종 입장에선 하늘 위에 떠 있는 전용기 같은 기분일 테니까.
심지어 고구마는 비늘 위에 마정석을 녹여 만든 소스를 바르며 그걸 할짝할짝 핥아대는 걸 즐겨하고 있었다.
후라이드는 그걸 보고 배우듯 따라하고 있었고.
“후후. 나는 긍지 높은 사신수…… 기상을 지배하는 최강의 신수지…….”
“됐고. 저기 빛이 보이는 곳으로 날아가기나 해.”
“후후. 이 몸은 명령을 듣는 게 아니라, 그저 저 빛이 신기해보여서 가는 것뿐이다. 원래 고귀한 신수는 절대 남의 말을 듣지 않으니까.”
“그래그래. 네가 제일 세니까. 입 좀 다물고 열심히 꼬리나 움직이렴.”
자꾸 말대답하면 도마뱀 꼬치로 만들어버리는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