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6)
46화 기자회견 (1)
경기장 전체가 적막에 잠겼다.
예상을 뒤엎어 버린 결과에 모두가 할 말을 잃어버린 탓이었다.
“…….”
“…….”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도합 두 번 놀라야만 했다.
첫 번째는 동 랭크의 플레이어들을 압살해 버린 천유성의 실력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그런 천유성이 전력을 다했음에도 쓰러뜨릴 수 없는 괴물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
전율로 인해 일어난 솜털이 아직까지 곤두서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영원 같았던 침묵을 깬 건 누군가의 한 마디였다.
정확히는 욕설에 가까운 탄성이었지만.
“이런 미친……!”
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상식을 완전히 깨 버린 상황이었기에.
그만, 속에 있는 진심을 내뱉어 버리고만 것이다.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도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봐, 봤어? 검강만으로도 눈이 튀어나올 뻔했는데, 마법 계열의 스킬들까지 사용한 거?”
“그것도 보조로 익힌 수준이 아니야. 방금 그 하얀빛, 마정석으로 만든 보호벽을 박살내고 외벽까지 뚫어 버렸잖아!”
“인간이 맞긴 한 건가? 어디 상층에 있던 보스 몬스터가 뛰쳐나온 게 더 그럴듯하잖아?”
“아직도 믿기지가 않네. 젠장.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어수선한 분위기 속.
진혁은 경기장 바로 옆에 서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이네요?”
진혁이 생긋 웃었다.
“……그렇군. 자네와는 박물관에서 본 이후 처음이니까.”
“아으…….”
민정우와 이유리가 몸을 움찔했다.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철저하게 밟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던 탓이었다.
“사실, 첫 스타트가 조금 살벌하긴 했지만,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흠. 나 또한 자네와 척을 지고 싶진 않네. 솔직히 말해 적으로 만났다간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거든.”
“나, 나도 마찬가지야.”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앞으로 좋아지자는 의미에서 부탁 하나만 드리겠습니다. 기왕이면 소환사이신 이유리 씨가 힘써 주셨으면 좋겠네요.”
“뭐? 부탁?”
“예. 들어보시고 거절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렇다면야…….”
“물론.”
진혁의 눈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앞으로의 관계 따위, 변기통에 집어넣은 뒤 내려 버릴 생각이라면 얼마든지 거절하셔도 돼요.”
“……!”
이유리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말이 좋아 선택권이 있는 부탁이지.
거절했다간,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할 수 있는 거라면…… 아니,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들어줄게.”
“감사합니다.”
진혁이 이유리에게 필요한 것을 말했다.
보스 공략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과제. 동시에 소환사인 이유리라면 훨씬 더 쉽게 준비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언제까지 준비하면 되는데?”
“내일 모레. 그때까지 여기 주소로 전부 보내 주세요.”
“이, 이렇게 많은 걸 이틀 만에 하라고?”
“왜. 못 하시겠어요?”
“아니, 아니야. 하면 되잖아, 하면.”
이유리가 울상을 지으며 진혁이 건네준 쪽지를 챙겼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가볍게 인사한 진혁이 자리를 뜨려고 할 때였다.
‘이건……?’
진혁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감각에 무언가 잡혔다.
위쪽이다!
쿠우웅!
관중석에 있던 남자가 뛰어내렸다.
거대한 덩치와 근육질의 몸.
협회 앞에서도 만났던 정도현이었다.
“이건 정말 의외로군. 치어리더인 줄 알았던 놈이 이 정도 힘을 갖고 있을 줄이야.”
“시비를 거는 거라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는데, 몸이 완전히 풀려서 힘 조절을 못 해 줄 것 같으니까.”
진혁이 싸늘하게 내뱉었다.
동시에 ‘진실의 눈’을 통해 상대방의 상태창을 엿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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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정도현
성별: 남
나이: 33세
레벨: 21
힘 40 민첩 17 체력 18 마력 8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보유한 코인: 8,535
직업: 차력사(借力士)
고유 능력: 거인의 힘
스킬: Lv5 ‘거인의 손아귀’, Lv5 ‘거인의 방패’, Lv5 ‘고통 둔화’, Lv5 ‘깊은 호흡’, Lv4 ‘약자 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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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 조건: 현재 대상은 당신에게 무언가 꿍꿍이를 갖고 접근했습니다. 그 의도가 뭔지 파악한다면, 대상이 갖고 있는 스킬 중 ‘거인의 손아귀’를 복사할 수 있습니다.]……꿍꿍이라고?
단순히 시비를 걸기 위한 게 아니라는 뜻인가?
아니, 그것보다 시스템은 정도현의 의도를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복사 조건에 진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아주 잠시뿐이었다.
시련의 탑에 관한 비밀을 푸는 건 이후의 일일 뿐.
지금 당장은 고민해 봐야 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신경 쓸 여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워워.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고. 싸우려고 그러는 게 아니니까.”
정도현은 살기를 뿜어내는 진혁을 향해 양 손바닥을 들어올렸다.
마치, 싸울 의사 자체가 없다는 것처럼.
“그럼, 뭣 때문에 사람 귀찮게 하는 건데?”
“앞으로 자주 볼 것 같아서……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되도 않는 너스레를 떨던 정도현이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진혁은 손을 마주잡지 않았다.
이제 와서 잘 부탁한다고?
그럴 리가 없지.
남을 깔보기만 할 줄 아는 놈에게 그런 신사적인 태세전환이 가능할 리 없다.
시스템 말대로 다른 이유가 있을 터.
진혁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천유성과 비교하면 떨어지긴 했지만.
정도현도 동 랭크 대비 꽤나 강한 축에 속했다.
그런데, 녀석이 왜 무도회에 나오지 않았을까?
그리고 다른 대형 길드와는 다르게 왜 길드 마스터인 홍덕표는 이곳에 직접 온 것일까?
‘이곳에 와야만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지.’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까지는 몰랐지만,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진혁이 정도현을 바라봤다.
평온함을 가장한 얼굴 뒤에, 열등감과 분노가 뒤섞여 있는 게 보였다.
녀석은 결코 친해지려고 내려온 게 아니다.
오히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과시하기 위함에서 온 것이리라.
악수라는 행위. 정도현이 갖고 있는 ‘거인의 힘’이라는 고유 능력. 무도회에 내보내지 않고 아껴 둔 플레이어. 길드의 성장을 위해 안달이 나 있는 길드 마스터.
단서와 단서가 취합된다.
그리고 마침내.
진혁의 머리에 무언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래. 기자들이 와 있는 거군.’
난데없이 나타난 루키가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갈 걸 우려해 정도현을 보낸 것이다.
전투라면 몰라도. 단순히 힘을 이용한 악력만큼은 정도현이 훨씬 우위에 있을 테니까.
모두의 주목을 받던 대형 신인이 완력에 밀려 괴로워한다?
이쪽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면서 동시에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거다.
확실히.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상대가 나만 아니었다면 말이지.’
그때였다.
띠링! 띠링! 띠링!
진혁의 가설이 옳다는 걸 증명하듯.
복사 조건의 달성을 알리는 상태창이 연이어 나타났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스킬 ‘거인의 손아귀(B)’를 획득하셨습니다!] [거인의 손아귀]입수 난이도: B
내용: 대형 몬스터인 거인이 갖고 있는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악력이 비약적으로 증대하며, 본인 체중의 10배에 달하는 아이템까지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역시나.
예상이 맞았다.
‘그런 꿍꿍이가 있는 거였구나.’
이거, 일이 재밌게 돌아간다.
진혁이 만면에 웃음을 띠운 채, 이번엔 지하에서 얻은 고유 능력을 사용했다.
[고유 능력 ‘아누비스의 심판’이 발동됩니다!]우우우웅!
미세하게 떨리는 공기.
사용자가 세 가지 질문을 하고 대상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하면 그로서 조건은 충족된다.
“이 악수는 흑운 길드 전체를 대표해서 하는 거냐?”
진혁이 첫 번째 ‘질문’을 했다.
“물론이다. 덕표 형님도 너에게 관심이 있거든. 보아하니 길드가 없는 것 같은데, 우리와 함께하면 특별대우를 해 주지.”
특별대우라…….
마음에도 없는 개소리를 잘도 지껄이네.
의도를 뻔히 알고 있으니, 이런 말 한 마디 한 마디조차 역겹게 들렸다.
하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아직 문답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사실 급전이 필요한데, 거기 가입하면 계약금도 두둑이 당겨 주나? 왜. 스포츠 스타들도 이적 시즌 되면 선불로 얼마씩 주고 하잖아?”
“푸하하! 뭐,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니겠나? 액수만 말하면 얼마든지 맞춰 주지.”
이걸로 두 번째.
아누비스의 심판이 이래서 사기다.
별 시답잖은 질문으로도 조건이 충족됐으니까.
무엇보다 감각이 극히 예민한 놈이 아니라면, 상대는 이 스킬이 발동되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집트 녀석들을 자극하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텀을 주고 써주기만 하면 된다.
“진지하게 생각해 볼게.”
진혁이 정도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렇게.
두 손이 마주했다.
***
‘걸렸다!’
정도현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드디어 상대가 미끼를 덥석 문 것이다.
‘아무리 검술과 마법에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순수한 힘만큼은 약할 수밖에.’
이걸로 상대를 찍어 누르고 기자회견을 갖는다면, 최상의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때마침 두 사람이 악수를 하는 걸 본 기자들이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든 채.
두 사람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누구지?”
“문양을 보면 흑운 길드에 소속된 플레이어 같은데?”
“오오! 다른 길드들보다 먼저 저 플레이어를 영입하려는 생각인가 보군. 이거 완전히 특종 각 제대로 잡을 수 있겠어.”
“대형 길드와 유망주와의 만남이라…. 이건 톱 기사는 따놓은 당상이구만.”
‘완벽한 타이밍이다!’
[정도현이 Lv5 ‘거인의 손아귀’를 발동합니다!]정도현의 팔뚝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강철조차 우그러뜨릴 수 있는 거인의 힘이 인간의 손을 통해 재현되었다.
그런데.
“……어?”
고통으로 일그러져야 할 상대의 얼굴이 너무나 평온했다.
부르르 하고.
마주잡은 손이 격렬하게 떨렸다.
힘의 균형이 팽팽하게 유지되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이럴 수가…….
‘설마, 근력조차 나와 대등하다는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모든 분야에 완벽한 만능형 플레이어 따위는 듣도 보도 못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힘을 쥐어짜내도 균형은 깨지지 않았다.
마치 자신과 똑같은 능력을 사용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때.
“마지막으로 묻지.”
진혁이 천천히 입술을 땠다.
“크읍! 씨벌. 묻긴 뭘 물어?”
얼굴이 시뻘게진 정도현이 가까스로 대답했다.
“단순히 힘이라면, 네가 우위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였냐?”
“그거야 당연하지! 너 따위 비실비실한 놈이랑 나랑…… 커억?”
정도현이 질문에 대답한 순간.
갑자기 팽팽했던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
상대가 강해진 건가?
아니. 그건 아니다.
약해진 건…….
‘오히려 나였나?’
믿기 힘들었지만, 고유 능력은 물론 스킬까지 모조리 봉인당한 상태였다.
우드득!
손에 전해지는 압박감이 견딜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부러진다.
이대로라면 틀림없이 손가락이 모조리 아작 날 터였다.
“놔…… 놔라. 이거 놓으라고!”
“응? 왜? 아파?”
진혁이 피식 웃었다.
“끄아아악!”
“엄살 부리지 말고. 보니까 힘에 꽤 자신이 있는 것 같던데, 덩치는 산만 해서 질질 짜고 그러면 안 되지.”
“그만, 그마아아안!”
결국, 정도현이 온몸을 마구 비틀다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처음 상대를 갖고 놀아야겠다는 생각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고.
머릿속엔 온통 이 끔찍한 고통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퍼억!
정도현이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반격이라기 보단 살아남기 위한 발악에 가까웠다.
물론.
그런 어설픈 공격 따위가 통할 리 없다.
진혁이 복부에 꽂힌 정도현의 주먹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
그걸로 끝.
콰앙!
번개처럼 내지른 주먹이 정도현의 복부에 파고들었다.
“꾸웨에엑!”
완전히 기역자로 꺾인 몸.
피와 함께 토사물이 쏟아진 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진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홍덕표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짓밟아 놓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파츠츠……!
낯선 마력이 끼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