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60)
460화. 고인물 코퍼레이션 VS 군타페르 (2)
말랑흑두루미가 엄청난 속도로 비행했다.
부우우웅!
과연, 기상을 다루는 신수답다.
달리는 것보다 몇 배는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했으니까.
시야의 아래로.
무수히 많은 마차들이 보인다.
그것을 호위하고 있는 수많은 마족들 역시도.
모두 베리엘의 영지를 침공하기 위해 군타페르 쪽에서 준비한 보급품들이었다.
‘상위종은 셋인가…….’
저걸 노린다면 전쟁을 하는 데 있어 꽤나 큰 수확을 올릴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그 이상의 것도…….
“알고 있지?”
“그래. 최대한 기척을 지우마.”
말랑흑두루미가 최적의 타이밍을 잡기 위해 구름 속을 누볐다.
* * *
두두두두.
마족들이 머리가 두 개 달린 말들의 고삐를 재촉했다.
“서둘러라. 일정이 밀렸다간 군타페르께서 가만히 두지 않으실 거다.”
“예……!”
“속도를 좀 더 높이겠습니다.”
전쟁에 있어 속도는 생명.
얼마나 빨리 거점을 확보하고 원활한 보급로를 뚫는지가 관건이다.
어차피 베리엘이야 가만히 내버려둬도 박살나기 직전의 상태였지만…….
모든 일에 만전을 다하는 군타페르의 특성상 실수 따윈 용서하지 않으리라.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화르륵!
하늘 위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열기가 느껴졌다.
“뭐, 뭐야?”
평범한 화염이 아니다.
마왕의 권능에 근접하는…….
동시에 그보다도 훨씬 더 이질적이고 희귀한 힘.
‘브레스’.
“전부 피해라!”
지휘관의 얼굴이 절망으로 일그러졌다.
콰콰콰콰콰콰!
한 줄기 빛이 지면을 휩쓸었다.
감히 막거나 피하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 겁화.
스쳐 지나간 마족들이 모조리 증발했다.
방금 한 번으로 병력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졌다.
“당장…… 당장 진열을 갖춰라! 한 번에 몰살당하지 않게 최대한 거리를 벌려서!”
살아남은 마족들이 허둥지둥 반격을 할 자세를 취했다.
그래도 정예들을 뽑아왔는지, 브레스에도 주눅 들지 않고 보급품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후라이드가 Lv2 ‘작열의 소용돌이’를 발동합니다!]불꽃으로 만들어진 소용돌이들은 애써 만든 대형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기 시작했다.
고구마처럼 막강한 한 방은 없었지만, 다수로 나뉜 소용돌이는 광역피해를 주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크하하하! 이게 바로 위대한 신수들의 힘이다! 내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위대한 종족인지 똑똑히 보란 말이다! 후후후!”
말랑흑두루미의 기상개변 역시 화력을 증폭시키는 데 톡톡히 한 몫 했다.
순식간에 숯덩이로 변해버린 시체들.
툭!
진혁이 지면에 착지했다.
계약한 소환수들에게 분배 받은 경험치 역시 쏠쏠하긴 했지만, 지금 노리는 건 그런 게 아니다.
어디 보자.
마차 속에 있는 십여 개의 상자들.
콰앙!
가장 앞에 있는 상자의 뚜껑이 경첩째 뜯겨나갔다.
이건…….
……대박이다! 진혁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온갖 종류의 마도구부터 식량과 병장기까지.
마차 안에는 각종 전쟁물자들이 그득히 실려 있었다.
5개의 보급로 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골랐는데,
잘하면 여기에 ‘그것들’까지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진혁이 더욱더 속도를 높였다.
두 번째 마차, 세 번째 마차 그리고 네 번째 마차…….
푸른색을 띤 상자의 뚜껑이 하늘 높게 솟구쳤다.
역시나!
확률이 높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고생한 모든 것들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58개의 스킬서’를 발견하셨습니다.] [7성급 ‘마왕의 결계’로 인해 보호받고 있습니다.]군타페르가 나름대로 방어책을 대비해 두긴 했지만, 결계사의 입장에선 우스울 뿐이다.
‘날 상대로 고작 3중 중첩 결계라니…… 이건 너무 쉽잖아?’
다른 놈들이야 7성급 결계면 쩔쩔맬 테지만.
군타페르 입장에선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진혁이 ‘고대 결계’를 이용해 상자에 걸린 함정들을 모조리 파훼해버렸다.
곧바로, 안쪽에 보관된 고풍스러운 책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 B랭크 이하.
하급 마족들에게 속성으로 주입하려고 만들어둔 스킬서들이다.
‘이걸 흡수하면 전력에 크게 도움이 될 거야.’
어디 그뿐이랴?
이 중에 몇몇은 기존의 스킬들과 융합하여 상위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데 쓰일 수 있었다.
진혁이 쌓여 있는 스킬서 중 하나를 꺼내들었다.
동시에 스킬들을 저장해둔 ‘세계의 기억’이 개방되었다.
[스킬서 ‘에어 블래스터(C)’와 스킬 ‘빙하조형’이 융합합니다!] [스킬 ‘에어 프로즌(A)’를 융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에어 프로즌]입수 난이도: A
내용: 20M 내에 있는 모든 적들을 공중으로 띄운 뒤. 0.5초간 얼어붙게 만듭니다. (대상의 레벨과 능력에 따라 얼어붙는 시간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광역 CC기와 관련된 스킬.지금 얻은 스킬들에……. 푸달락의 고유 능력까지 손에 넣으면 꽤나 쓸 만한 능력들을 대거 융합할 수 있을 거다.
‘이후에 50층과 올드 가드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도 최대한 많은 스킬들을 모아둬야 해.’
진혁이 계속해서 새로운 스킬서들을 흡수했다.
[……‘마족의 뿔’(S)을 융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용암 갑옷’(A)을 습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새로 익힌 스킬들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본래라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마왕은 물론, 상층부의 신격들과도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으니.
그런데도 왜일까?
두근! 두근! 두근!
계속해서 강해지고 성장하는 이 상황이 미치도록 재밌었다.
* * *
군타페르와 전면전이 시작된 지 하루.
두 세력 간의 전쟁은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해졌다.
콰콰콰쾅!
쿠쿠쿠……퍼퍼펑!
“끄아아아!”
“커억!”
순수한 힘과 힘의 대결.
피와 먼지로 얼룩진 전장에서 비명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생각보다 잘 버티는군. 낡아빠진 성채 따위 반나절이면 쓸어버릴 거라 생각했거늘.”
군타페르의 혈족 중 하나가 혀를 찼다.
눈앞에 보이는 게, 사실상 베리엘에게 남은 유일한 거점이다.
한데, 숲의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성채는 의외로 쉽사리 함락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본체를 유지하고 있는 천마들과 새로 투입된 바바리안 부족들 덕에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바바리안들의 유격대는 마계에 진입한 이후 집요하게 후방을 공략하고 있었다.
게릴라 전과 소규모 국지전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게다가 천마들 역시 장렬하게 산화하겠다는 듯. 몸을 가리지 않고 최전선에서 날뛰는데…….
이게 또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그래봤자 시간 벌기밖에 안 돼.”
“맞는 말이야. 소모전만 해서 같은 숫자만 갉아먹어도 우리가 훨씬 유리하니까.”
보급로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포위망만 유지한다면…….
변수 따윈 없다.
아무리 외부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한들, 본진이 궤멸된다면 의미가 없었으니까.
이걸로 체크 메이트다.
철컹!
부우우웅!…… 콰콰콰콰콰!
혈족들이 성을 향해 날아가는 무수히 많은 불덩이를 바라봤다.
승리를 알리는 불꽃놀이처럼.
하늘을 수놓는 공격 마법은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같은 시각.
베리엘의 성 내부에선 비극의 주인공이 절규하는 중이었다.
“8……800년 산 원목 테이블이……! 아이고 안 된다. 안 돼! 그건 이 성에서 하나뿐인 양탄자란 말이다!”
세헤르트가 비명을 질렀다.
성 안에 날아드는 각종 마법과 투석들 때문에 이미 내부는 개판이 된 지 오래.
살림살이가 송두리째 날아가는 걸 지켜봐야 하는 심정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끄아아! 식량 창고랑 쥐꼬리만큼 남은 비자금 항아리까지……!”
세헤르트의 입에 게거품이 보글보글 샘솟았다.
“이 망할 마왕놈…… 아니라, 주군이시여! 빨리 나가서 제발 뭐라도 좀 하십쇼! 나중에 맨 손으로 흙이나 퍼먹고 사실 겁니까?”
“지, 진정해라 집사. 조금만 더 버티면…….”
베리엘이 자신의 뿔을 잡고 엉엉 우는 세헤르트를 만류했다.
하지만 소용없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도 고작 3번 만에 모두가 등을 돌렸는데…….
……베리엘이 꽃길만 걷게 해주겠다고 말한 건 100번이 넘었으니까.
“그놈의 조금만, 조금만, 조금만! 제가 언제까지 그 말만 믿고 있어야 합니까?”
“켁! 수. 숨이 막힌다 집사. 그러다 나 죽어. 진짜 죽는다고…….”
“그냥 제발 좀 뒈지십쇼. 어차피 죽게 생겼는데, 그간 모신 정도 있는데, 제가 깔끔하게 보내드리겠습니다.”
“나, 자네가 모시는 마왕이야. 저, 정신 차려.”
“모셨던 마왕이었겠죠. 흐흐흐.”
세헤르트의 눈이 썩은 동태눈깔로 변했다.
이대로라면 적군보다 아군에게 먼저 죽을지도 모른다.
아니, 틀림없이 그렇게 될 거다.
‘이제 시간이 없다. 빨리…….’
위기감을 느낀 베리엘이 먼 하늘을 바라봤다.
진혁이 완전히 판을 엎어버릴 무언가를 해주길 바라면서.
* * *
44층을 양분하는 경계선.
한쪽이 모든 것이 메마르고 황폐한 지옥이라면 다른 한쪽은 모든 것이 풍요롭고 아름다운 천국이다.
그리고 현재.
에덴의 가장 안쪽에선 그 아름다운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단아들이 들어와 있었다.
“후우, 그래서 결국엔 선악과를 먹이지 못했다는 말인가요?”
가브리엘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 그게…… 짐도 열심히 노력했는데, 계약자가 아무리 해도 꿈쩍도 하지 않은 걸 어떻게 하란 말이냐!”
“그거야…… 방법이 이상했던 거겠죠. 어떻게, 수천 년을 영위하신 진조가 그리 서투른지 모르겠네요.”
“아니다! 나도 나름대로 회심의 필살기를……사용했단 말이다.”
엘리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면 내가 좀 알려줘? 그깟 미약 따위 쓰지 않아도 남자 한 명 꼬시는 거야 일도 아닌데?”
옆에 있던 레미아가 별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서큐버스의 특성상 매혹이야말로 숨을 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엘리스가 원하는 대상이 난이도가 거의 교황급인 만큼, 쉽지는 않겠지만…….
작정하고 나선다면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호오. 그건 좀 흥미롭네요. 그분을 사도로 영입하는 건 저도 관심이 있거든요.”
“무, 무엇이냐 그 방법이라는 게?”
가브리엘과 엘리스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키는 건 덤이었다
“이 언니가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줄 테니, 잘 들어 봐. 제일 중요한 건 말이야.”
천사와 서큐버스 그리고 진조까지.
서로 다른 종족이 홍차와 조각 케이크를 앞에 두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래서 이렇게 한 다음 그냥 확 해버리면…….”
“신이시여 용서를…… 꿀꺽.”
“응응. 그, 그래서?”
“아니, 잠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말을 하던 레미아가 책상을 박차고 일어났다.
지금 이 와중에도 진혁을 포함한 수많은 동료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
에덴의 지원을 약속받느냐 마느냐가 앞으로의 전황을 결정지을 수 있을 터.
그걸 위해서 일부러 이 먼 곳까지 위험을 감수하고 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제로 노닥이고 있다니.
혹여라도 진혁이 이 사실을 알았다간 산채로 매장당해 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그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니라.”
엘리스의 두 눈이 화르륵 타올랐다.
설령 지금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고 한들, 절대 이 이야기를 끝가지 듣고 말겠다는 열망이 느껴졌다.
“지원은 해드릴 테니,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하세요. 어차피 군타페르야 저희도 없애버리면 손해볼 일은 아니니까요.”
가브리엘도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