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62)
462화. 시험의 통로 Part2 (1)
황금사과.
수많은 그리스 영웅들의 운명을 바꾼 것은 물론, 신들까지도 편을 나눠 전쟁을 하게 만든 상징이자 원흉이다.
‘트로이 전쟁’이라 하면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 유명했으니까.
실제로 시련의 탑에서 선악과를 제외한다면 가장 강력한 성유물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소속된 신격들의 능력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건 물론, 그 능력의 원류가 되는 신격들의 가호까지 받을 수 있었기에.
그리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중. 아프로디테를 골라 트로이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당사자는…. ……자신의 앞으로 굴러오는 사과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건….”
진짜일 리 없다.
황금사과가 이런 곳에 있다는 건 말이 되질 않았다.
결국, 이건 상대가 하는 도발이다.
가장 아픈 기억을 후벼 파며 이쪽이 흔들리길 바라는.
“빌어먹을 놈이….”
파리스가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감히, 저런 모조품을 만들어 성질을 긁다니.
천천히 갖고 놀다가 죽이겠다는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파리스가 Lv31 ‘크리티컬 애로우’를 발동합니다!]기척이 완전히 사라졌다.
동시에,
탁.
상대가 지면을 박차는 소리가 들렸다.
달리고 있는 것이다. 정확히 이쪽을 향해서.
하지만,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맞추기만 더욱 쉬워질 터.
‘죽어라.’
파리스가 시위를 놨다.
핏…!
노린 곳은 발목.
화살이 어둠속에 녹아들었다.
속도와 위력 타이밍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
분명히 그럴진대….
콰앙!
화살이 박살낸 건 상대가 아닌 지면이었다.
“그걸… 피했다고?”
대체 어떻게?
“어디를 노릴지만 미리 알고 있다면, 그것만큼 피하기 쉬운 것도 없거든.”
아무렴, 기둥 뒤에 숨어서 아킬레스건을 노린 그 일화를 모르고 있을까?
이래서 너무 유명한 신화를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는 법이다.
조금만 도발해도 다음 수가 너무나 읽기 쉽게 단조로워졌으니.
탓!
‘검마천령보’를 사용한 진혁이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엄청난 속도.
그럼에도 아직까지 화살을 2번 정도는 더 쏠 수 있는 거리다.
“조금 놀랍긴 했지만, 그래 봤자다. 감히, 내 앞에서 가짜 사과로 장난질을 한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아, 깜빡하고 말하는 거 까먹었는데, 그 사과.”
진혁이 어둠속에서 한 마디 덧붙였다.
“가짜 아니야.”
군타페르의 보물창고에서 가지고 온 성유물 중 하나다.
다시 말해….
‘진품’이란 소리지.
순간, 황금사과로부터 가늠할 수 없는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아, 안 돼!”
파리스가 고함을 질렀다. 황금사과가 완전히 개방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성유물 ‘황금사과’가 발동됩니다!]우우웅!
눈부신 빛이 통로 안을 가득 메웠다.
“멍청하긴! 그 선택은… 지옥이다. 파멸밖에 없단 말이다!”
“글쎄. 그건 너고. 나는 달라.”
진혁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 ⁕ ⁕
[차원이 일시적으로 단절됨에 따라 외부에 흐르는 시간이 정지됩니다.]‘조건은 이걸로 대충 맞췄네.’
이미 ‘탐식의 눈’에는 파리스에 대한 정보가 나열되어 있었다.
[인물 정보]이름: 파리스(트로이의 왕자)
레벨: 165
고유 능력: 황금사과
스킬: ‘크리티컬 애로우’ Lv31, ‘약점 포착’ Lv30, ‘속사(速射)’ Lv30, ‘상급 단검술’ Lv28, ‘은밀기동’ Lv27.
복사 조건: 자신이 한 선택 때문에 나라를 잃어버린 비운의 왕자 파리스. 그는 평생을 자신이 한 선택으로 인해 괴로워했습니다. 그런 왕자의 뒤를 이어 황금사과의 시련을 무사히 통과한다면, 파리스가 가진 고유 능력과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황금사과의 권능을 얻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한 가지 선택을 해야만 한다.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중 누구에게 황금사과를 줄지를 말이다.
쏴아아아….
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건 올림포스를 상징하는 세 명의 주신이었다.
정확히는 능력의 발동으로 인해 그 모습만을 투영한 분신체였지만.
‘그런데도 이런 위압감이라니….’
역시, 상위 신격들은 상위 신격이라 이건가.
셋이나 모여 있으니 분신이라도 느껴지는 마력이 숨이 막혔다.
“흐음….”
“셋이 한꺼번에 소환됐다는 건 누군가 새로운 사과를 사용했다는 건데요.”
“어머나. 맞네. 맞아. 이 사과도 진짜 오랜만이야. 근데 이번엔 또 누가 응? 저 남자 설마…?”
세 여신이 재잘거리다 황금사과를 사용한 당사자를 바라봤다.
강진혁.
본래라면, 발견하는 즉시 제거해야 할 골칫덩어리였다.
아스가르드와의 전쟁을 길게 끌고 가게 한 장본인이 바로 진혁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올림포스라는 집단에서의 이야기.
적어도 황금사과만큼은 세 여신의 자존심이 걸린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걸 내게 다오. 그리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부와 명예를 그대에게 주겠다.”
헤라가 하얀 손을 앞으로 뻗었다.
하루 종일 밖으로 돌아다니는 제우스 탓에, 질투와 분노가 목구멍까지 차 있는 우리 안방마님.
당연한 말이지만, 다른 여신을 선택했을 때 가장 큰 파급효과가 일어나게 될 거다.
“저에게 황금사과를 준다면, 아무리 골치 아픈 상황이 닥칠지라도 옳은 길로 갈 수 있는 지혜를, 전쟁에 있어서는 승리의 영광을 약속하겠습니다.”
승리의 여신 아테나.
이 여신을 선택한다면 확실히 전투가 쉬워진다.
최소한 이 배수로에서 만큼은 아테나의 가호가 있다면, 통과하지 못할 일은 없을 테니까.
단지, 선택받지 못한 아프로디테의 지독한 질투로 인해 엘리스와 테레사가 오염될 위험이 있겠지.
완전히 눈이 뒤집힌 진조와 성녀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명예니 권력이니 영광이니… 살다 보면 그 모든 것들이 다 부질없는 거예요. 저에게 사과를 주신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죠. 아시죠? 파리스 왕자 역시 저를 선택했답니다.”
마지막으로 아프로디테가 자신만만하게 속삭였다.
남자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법.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수컷이야 고대부터 쌔고 쌨다.
그렇게 세 여신이 동시에 선택을 강요했다.
‘어디 보자….’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시간은 약 10분.
그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나를 얻으면 둘을 잃어야 하는 그런 결정을.
“결정했느냐? 당연히, 답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만.”
“부디, 현명한 선택을 했길 기대할게요.”
“후후. 어서 사과를 주세요. 이번에도 승리를 한껏 만끽할 수 있게.”
세 여신이 저마다 손을 뻗었다.
그런데.
툭!
진혁의 손에 있던 황금사과가 바닥에 떨어졌다.
데구르르….
굴러간 사과가 정확히 세 여신의 중앙으로 향했다.
누구에게도 쏠리지 않게. 정말로 애매한 위치에서.
“이게 무슨 뜻이냐?”
헤라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크흠! 큼!
우선 목청부터 가다듬고….
“아이쿠! 그게 그만… 너무 열심히 생각하다보니 손에 힘이 빠졌네요. 솔직히 말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들 중에 한 분을 골라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다른 두 분에겐 괜한 원한을 사게 되는데 말이죠.”
“그래서, 선택하지 않겠다는 말이더냐?”
“그건 아닙니다. 단지… 제가 올림포스 쪽 신격분들에 대해서 잘 몰라서요. 말로는 명예니 승리니 사랑이니 하시는데 저는 제가 직접 보고 겪은 것만 믿는 성격이거든요.”
“사과를 받고 싶으면 그에 맞는 걸 먼저 증명하라는 뜻으로 들린다만?”
“하하.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시네요.”
올림포스와는 안 그래도 적대관계인데, 여기서 선택받지 못한 여신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버릴 것 아닌가?
아무리 막 나간다고 하지만, 굳이 기름에 불을 끼얹을 필요는 없을 터.
그렇다면 지금 하는 방식이 최선이다.
“감히, 우리의 능력을 의심하다니.”
“그걸로도 모자라서 쥐고 흔들려고 하고 있군요.”
“어머나… 이 분, 듣던 것보다 더 능글맞네요. 간이 큰 건지, 아니면 우리를 바보로 아는 건지.”
살기 어린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
이런 얕은 수가 통할 정도로 신격들이라는 게 만만한 존재들이 아니다.
만약 이게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말이지.
“그럼, 어쩔 수 없이 황금사과는 포기해야겠네요. 아깝지만, 전 누구도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진혁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물론, 여기서 한 가지 불씨를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 한 분은 이미 갖고 계시니까 상관없으시려나?”
그 말에.
“……!?”
“……!”
“…….”
세 여신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당연한 이야기다.
황금사과를 다시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언제 다시 올 줄 모른다.
최악의 경우 이대로 영원히 아프로디테만 황금사과를 소유한 여신으로 남겠지.
“게다가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트로이의 왕자보다는… 탑을 뒤흔들고 있는 제가 더 영향력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황금사과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누가 주었느냐도 중요하다.
당시엔 파리스가 그 나름대로의 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과연 그 격이 시련의 탑 전체에서도 통용될까?
한 신화에서나 알아주는 영웅과 현재 모든 신격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플레이어.
둘을 저울에 올려둔다면 어느 쪽이 비중이 있을지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확실히… 우리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겠어.’
‘신화들을 아우르는 최고의 여신이라는 건가요.’
‘여기서 나를 걸고넘어지다니, 진짜 방심할 수 없는 인간이네. 그래도 다른 쪽 여신들이 자기가 제일이라 까부는 걸 보지 않아도 되는 건 꽤나 매력적이긴 해. 특히, 그 멍청한 대천사가.’
서로 말을 하지 않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같았다.
이 제안은 손해를 보더라도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걸.
무엇보다 황금사과를 넘겨줌으로써 가호를 내려준다고 한들, 그건 한 번에 국한되는 일이다.
딱 한 번만 눈을 감고 제우스를 비롯한 나머지 신들의 잔소리를 견딘다면.
그토록 염원하던 황금사과를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
고민은 길지 않았다.
“원하는 걸 말해라.”
“우선 상쾌한 공기에서 천천히 생각하고 싶네요. 이 냄새나는 하수구에서 벗어나서요.”
“좋아. 그리하게 해주지.”
헤라가 여신들을 대표하여 약속했다.
동시에.
띠링!
[고유 능력 ‘황금사과‘를 복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황금사과]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내용: 올림포스에 속해 있는 신격들의 지원과 가호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단, 소속된 신격들과의 친밀도에 따라 발동할 수 있는 능력과 가호의 정도가 달라집니다.)
[복사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진혁의 눈앞에 황금색 상태창이 나타났다.
하지만, 여신들은 알고 있을까?
능력의 복사가 가능하다면….
황금사과는 더 이상 1회용이 아니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