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64)
464화. 고대종 ‘베헤모스’ (1)
마신이 있는 곳을 제외한다면, 마계에서 가장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군타페르가 있는 이 성채다.
십수만의 병력과 수천의 상위 마족들.
거기에 대형급에 해당하는 마물들과 고대종까지.
그야말로 한 층계 전체의 전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물며, 배수로로 진입한다는 상대의 전략까지 파악한 이상에야…….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있겠는가?
군타페르는 이 싸움이 오늘 안으로 끝날 것이라 확신했다.
그런데.
“성벽에 온 놈은 가브리엘. 친위대 격인 능천사들 약 삼천을 이끌고 성의 측면을 공격중입니다!”
“속보입니다! 대규모 천사들이…… 에덴의 국경을 넘어 곧장 이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연이어 나타나는 전령들.
에덴은 현재 우리엘과 가브리엘의 내분으로 인해 외부와의 전쟁이 불가능한 상태일 터.
하지만, 현실은 완전히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최전선에서 활동하던 능천사 삼천이라면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대천사 중 하나인 가브리엘이 직접 이끌고 있다면 더더욱더.
결국, 기습에 병력을 재배분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뿌드득…….
군타페르가 어금니를 부러져라 갈았다.
설마 에덴 쪽과도 이토록 긴밀한 인연을 쌓았을 줄이야.
“대체 네놈은 정체가 뭐냐?”
고작 인간이면서 탑의 신격들을 쥐락펴락하다니.
그걸로 모자라서 마왕들과 세력전쟁을 했을 때보다 더 큰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다니.
상대는 틀림없이 인간이 맞거늘.
어째서일까?
지금까지 상대했던 어떤 강적보다 지금이 더욱 까다롭게 느껴졌다.
“어떻게…… 대처를 하면 되겠습니까? 역시, 일단은 포위를 풀고 돌아가는 게…….”
“아니, 내가 성채로 돌아갔다간 베리엘을 놓칠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상대가 원하는 최악의 결과리라.
이번 싸움의 최종 목적은 베리엘의 목을 치는 것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네가 직접 성채라 가서 상황을 살펴ㅏ. 그리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지하에 있는 성유물을 발동시키면 된다.”
“예? 성유물이라면 설마…….”
보고를 하던 마족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버렸다.
성채 내에 있는 성유물이라 하면 단 하나.
‘패자의 봉인석’.
과거 마왕이 10명이 아닌, 11명이던 시절이 있었다.
마계를 송두리째 에덴에 넘기려 했던 배신자가.
결국 조기에 발각돼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반란을 꾀했던 마왕의 봉인돼 거대한 크리스탈 안에 갇혔다.
현생에 있는 모든 마기를 간직한 채.
그게 바로 성유물 ‘패자의 봉인석’이다.
“그, 그걸 발동시켰다간, 아군이 얼마나 죽을지 모릅니다. 자칫하다간, 성채 내에 있는 마족 절반 이상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그곳에 간 저 역시도…….”
“펠로드.”
군타페르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작지만, 또렷한 음성으로.
“부르셨……습니까? 주군.”
펠로드라 불린 마족이 흠칫 몸을 달싹였다.
“나는 분명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다시 말해, 그대가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끔 골칫거리들을 처리하면 그만이라는 뜻이지.”
강진혁만 제거한다면 그걸로 끝.
굳이 성유물을 사용할 일은 없으리라.
“게다가 나는 체스판 위에서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장기말은 좋아하지 않아. 아니, 오히려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올라 주체할 수가 없다는 표현이 맞겠군.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고분고분 따르면 살 수 있는 확률이 있지만.
거절한다면 즉결처분이란 소리다.
“……분부하신대로 하겠나이다.”
펠로드가 고개를 조아렸다.
설령, 자신을 포함한 수많은 동료들이 죽는다 해도.
혹은 성채가 송두리째 날아가버린다 해도.
군타페르라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 * *
쿠쿠쿠쿠쿠!
엄청난 굉음이 지축을 뒤흔들었다.
능천사들의 기습으로 인해 혼란 속에 빠진 전쟁.
성스라운 화염이 성벽에 있던 마족들을 송두리째 불태워버렸다.
“역시, 설득하는 데 성공했구나.”
진혁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엘리스라면 분명, 가브리엘을 포섭하는 데 성공할 거라 확신했다.
그리고 엘리스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큰 상처를 만들어냈다.
“저 빌어먹을 천사 놈들을 먼저 막아야…….”
“아니다. 먼저 강진혁과 나머지 놈들부터 죽여야 한다!”
“하지만, 가브리엘을 막지 않으면 성벽이 함락당할지도 몰라.”
보라. 저 베헤모스의 똥 씹은 얼굴을.
당사자인 마족들은 아예 하얗게 질린 채 어떻게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지 않은가?
판을 흔든다는 건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리라.
그렇게 모두가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진혁은 ‘세계의 기억’을 개방했다.
곧바로, 저장된 스킬들이 주르륵 나열되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서고에서 3개의 책이 뽑혀나왔다.
[고유 능력 ‘황금 사과’와 스킬 ‘멸망의 시대(AA)’ 스킬 ‘거짓 신앙(B)’이 융합합니다!]메인은 황금사과.
부가 되는 보조스킬들은 군타페르의 마차를 털어서 얻은 것들이다.
‘원래 다른 스킬들을 쓰면 좀 더 완벽한 융합이 가능할 테지만, 이 조합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아.’
‘멸망의 시대’와 ‘거짓 신앙’은 신격의 권위를 훼손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일부나마 황금사과의 효과를 뒤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진혁이 하나로 융합되어가는 스킬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침내.
띠링!
[고유 능력 ‘배교자의 황금사과’를 융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배교자의 황금사과]입수 난이도: 측정불가
내용: 본래 그리스 신격들이 낸 시험을 통과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배교자의 황금사과는 기존의 황금사과의 규칙을 뒤틀면서 동시에 그 능력은 사용할 수 있게 만듭니다.(단, 배교자의 황금사과를 사용할 경우 카오스 효과로 인해 기존 능력과는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황금사과이면서 동시에 황금사과가 아닌 것이 나타났다.
‘카오스 효과면…… 자칫하다간 시전자까지 휘말릴 수 있는 결과가 있다는 건가.’
예전에 탑을 올랐을 때와는 조금 달라진 효과.
그래도 뭐, 이 정도는 예상한 범주 내의 일이다.
그럼, 다음은…….
콰직!
진혁이 사과를 움켜쥐었다.
송기 꽉 찬 과육이 부서지며, 과즙이 손바닥을 흠뻑 적셨다.
[고유 능력 ‘배교자의 황금사과’가 발동됩니다!]우우웅!
손끝을 따라 황금색 운무가 떠올랐다.
모두의 칭송을 받는 신격에겐 그 신화를 이룩하게끔 만든 성유물이 존재한다.
제우스의 아스트라페나 토르의 묠니르, 미카엘의 롱기누스와 같은 최강의 무구가 말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곳에 있는 세 여신 역시 그 격을 뒷받침하는 성유물을 가지고 있었다.
[‘아테나의 창’이 복제됩니다.]멈추지 않는 고양감이 심장을 자극했다.
이 느낌.
이 감각.
역시나 다른 이가 모든 걸 다 바쳐 이룩한 걸 날름 복사하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짜릿하다.
“저건……?”
“설마.”
“말도 안 돼!”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세 여신이 동시에 탄성을 내뱉었다.
익숙한 마력.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위화감.
저 창은 완전한 원류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아테나의 창’은 아테나 스스로가 손에 쥐고 있었다.
다시 말해, 저건 모조품.
흉내낸 것에 지나지 않는 가짜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럴 수가…….”
그 창에 담긴 마력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 * *
반 박자 늦게 베헤모스 역시 이변을 깨달았다.
천사들의 기습에 대응하느라 잠시 정신을 분산시킨 사이, 더 큰 혼란이 찾아오고 있던 것이다.
“너, 어떻게…….”
“어떻게 인간 따위가 신격의 힘을 쓰냐고?”
진혁이 대신 뒷말을 받았다.
너무 놀라지 마라.
그렇게 기겁하지 않아도 놀랄 일은 앞으로도 많을 테니까.
예를 들어, 자신의 능력이 내 손을 통해 발동되다거나 하는.
‘이야, 군침이 도네.’
진혁의 눈엔 이미 베헤모스의 상태창이 떠 있었다.
강자들이 한꺼번에 모두 모이는 뷔페 같은 자리.
이런 곳에서 한껏 능력을 복사하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 년간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거다.
[인물 정보]이름: 베헤모스
레벨: ???
고유 능력: 섭식성장(攝食成長)(패시브)
스킬: ‘거대화’ Lv??, ‘순간 가속’ Lv??, ‘질량 변화’ Lv??, ‘폭풍의 걸음’ Lv??, ‘공포의 포효’ Lv??
상세 정보: 크라켄, 레비아탄과 더불어 신화 속에 존재하는 고대종 중 하나입니다. 본신의 크기는 구름을 가릴 정도라 하며, 베헤모스가 지나간 모든 곳은 황폐한 불모지로 변하게 됩니다.
복사 조건: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그만큼 강해지는 힘. 베헤모스의 섭식 성장은 무한대에 가까운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베헤모스는 스스로 섭식 능력에 자부심이 있는데요. 그런 그녀의 능력을 복사하려면 그녀보다 더 많은 물질을 섭취하십시오. 단, 역전승을 거둘 경우 복사한 능력의 이해도가 최대치로 상승합니다.
[압도적인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밸런스가 다소 조정됩니다.] [고인물 코퍼레이션에 소속된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베헤모스를 상대로 많이 먹기 대결이라…….
복사 조건이 확실히 까다롭긴 하지만.
몇 가지 단서와 밸런스 조정이 뒷받침된다면 마냥 불가능한 건 아니다.
‘문제는, 섭식 대결을 하게끔 상대를 끌어들이는 건데…….’
고민은 깊지 않았다.
어차피 정해진 답은 하나뿐이었으니까.
순간, 아테나의 창을 잡은 진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천천이, 자세가 바뀐다.
그저 전투에 막 들어가려는 자세를 잡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다.
부우웅!
준비동작 없이, 번개처럼 사라진 창.
직선 궤도로 달린 창이 베헤모스의 정면으로 향했다.
공간과 공간이 이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창은 반 호흡 만에 베헤모스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단순히 빠르다는 차원으로 정의할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큭!”
베헤모스는 본능적으로 대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마력이 흩뿌려졌다.
척!
진혁이 반원을 그리며 날아온 창을 다시 잡았다.
“역시, 고대종은 고대종이네. 한 번에 죽일 생각으로 던진 건데.”
조금 전 아테나가 보여준 투창과는 조금 거리가 있네.
갓 복사한 능력이 익숙해지기 전까진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건방진 인간 놈이 누굴 함부로 죽인단 말이야!”
베헤모스가 발끈하며 양 손으로 검을 잡았다.
쿠쿠쿠쿠!
이어진 건 ‘폭풍의 걸음’.
여러 개의 토네이도가 주변에 있는 집들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끄아악!”
“이런 미친! 여기서 그런 걸 쓰면 어떡하자는 겁니까!”
휘말린 마족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이래서 힘만 센 단순무식들은 도발하기가 쉽다.
조금만 자극해도 대번에 걸려들었으니까.
‘물론, 저 정도로 강한 단순무식이면 함정에 걸려들었다고 말하기도 뭐하긴 하지.’
토네이도가 저번에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
모든 걸 갈아버리는 바람의 칼날은 말 그대로 적아를 가리지 않았던 것이다.
‘가볼까.’
이제부터가 본 게임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