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65)
465화. 고대종 ‘베헤모스’ (2)
갑작스러운 진혁의 도발에 말려든 건 다름 아닌 세 명의 동료들이었다.
천유성과 테레사 그리고 추혼사영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쿠쿠쿠쿠!
상상을 초월하는 소용돌이가 조금 전까지 서 있던 곳을 휩쓸었다.
이야, 꽤나 아슬아슬했다.
1초만 늦었다면 지금쯤 믹서기 안에 들어간 토마토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보니까, 올림포스의 여신들은 이미 꽁무니를 뺀 것 같고.
이제는 완전히 적진 한복판에 남겨져 버렸다.
“넌, 경고라는 걸 좀 하고 시작해라. 제발 좀!”
“주, 죽을 뻔했어요. 진짜로.”
“후후. 역시 강 공자는 성격이 참 화끈하네요. 암황 그 영감탱이의 영향인 걸까요.”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런 말을 들을 여유가 없다.
“유성아.”
“이 사채업자 같은 놈이. 또, 뭘 부려먹으려고!”
아야야. 귀청이야.
하여간 이 녀석은 어째 시간이 지나도 성질머리가 유해지지 않나 몰라.
이쯤 되면 익숙해졌을 텐데 말이지.
‘그래도 복사 조건을 달성하려면 어쩔 수 없어. 살살 구슬려 봐야지.‘
천유성의 목숨과 베헤모스의 고유능력.
두 개를 저울에 올려놓으면 어느 쪽이 무거울지는…….
글쎄, 굳이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무엇보다 저 좀비 같은 놈이 쉽게 죽을 것 같지도 않고.
“아니, 어려운 부탁은 아니고. 저기 보이는 마법쟁이들만 좀 상대해 달라고. 베헤모스랑 함께 시너지를 내게 되면 꽤나 골치 아파지거든.”
군타페르의 직속 마법병대 ‘칼 드란트’.
무지막지한 화력을 자랑하는 놈들이긴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앞쪽에서 버텨주는 놈들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
베헤모스가 앞뒤 안 가리고 날뛰는 지금이라면…….
셋 만으로도 충분히 파고들 틈을 찾아낼 수 있을 터.
특히나 최강의 고유 성창 중 하나인 ‘하얀 불꽃’을 사용할 수 있게 된 테레사가 있다면 가능성은 더욱 올라간다.
“흐음. 우리가 만약 저 녀석들을 맡는다고 치면, 강 공자가 혼자서 저 괴물을 상대하겠다는 건가요?”
“생각해둔 게 있습니다. 승산이 반반 정도는 될 거예요.”
“그 정도면 나쁘진 않네요. 알겠어요. 이쪽은 저희가 처리하도록 하죠. 천 공자. 에이, 삐지지 말구요. 잘 생긴 얼굴 보기 흉해지게.”
“스승님! 스승님이 몰라서 그러시는 것 같은데, 저 녀석 아주 다른 사람 부려먹기만 하고 자기 잇속만 챙기는 파렴치한 놈입니다. 차라리 넘기고 군타페르 쪽에 붙는 게 더 이득일지도 모른다니까요?”
“유성 씨. 그건 말이 너무 심하신…… 게 아니라. 확실히 나쁘지 않은 거래긴 하겠네요.”
이거 자칫하다간 반란이라도 일어날 기세다.
그렇게 내버려둘 순 없지.
푹!
진혁이 대뜸 ‘빙하조형’으로 만든 꼬챙이를 적들을 향해 던졌다.
“크아아!”
칼 드란트 한 마리의 어깨에 바람구멍이 생겼다.
“비겁한 놈들. 기습이라니.”
“인간들을 다 쓸어버려라!”
그걸 전투의 신호로 받아들였는지 나머지 놈들이 일제히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흑마법 ‘드라이카 페인토스’가 발동됩니다!]기본적인 마법의 구성 요건 따윈 전부 생략한다.
언령에 가깝게, 말과 함께 이루어진 흑마법은 이내 하나의 거대한 물결로 변했다.
“키에에에!”
“끄아아아!”
원념과 고통으로 가득 찬 검은 파도.
물리력은 물론, 정신 계열에까지 작용하는 대마법이다.
이젠 뒤를 생각할 여유는 없다.
살아남기 위해선 당장 움직여야 한다.
“제 뒤로 모이세요!”
테레사가 ‘성호’를 발동시켰다.
눈부신 황금색 빛이 구름을 꿰뚫으며 지상으로 낙하했다.
“죽여 버리겠다. 반드시 죽여 버리겠단 말이다!”
“어머나. 이번에도 천 공자가 졌네요.”
천유성과 추혼사영 역시 강제로 전투를 강행했다.
좋아.
이걸로 베헤모스를 단신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다 함께 덤벼도 모자를 판에 붙어 있던 떨거지들을 다른 쪽으로 보낸다고?”
“비효율적이잖아. 고대종 한 마리 사냥하는데 우루루 몰려 다니는 건. 게다가. 이미 혼자서도 뿔 하나 잘라내기도 했고.”
“……아무래도 갈가리 찢겨죽고 싶은 모양이네. 고대종을 우습게 보다니.”
“저번에 크라켄하고도 싸워봤는데, 별거 없던데? 고대종이니 뭐니 하는 것도 전부 이름만 그럴싸하고 실속은 뭐랄까? 속빈 쭉정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좀 질긴 문어더라고.”
진혁이 창끝을 까딱였다.
여유를 잃지 않으면서 오만하게.
베헤모스가 완전히 늪 속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크아아악!”
[베헤모스가 고유 능력 ‘섭식성장(攝食成長)’을 발동합니다!]드디어 걸렸다!
⁕ ⁕ ⁕
섭식성장(攝食成長).
베헤모스의 진가가 발휘되는 능력이 바로 저거다.
평상시에는 패시브형으로 먹어치우는 대상의 힘을 축적하지만, 지금처럼 직접 발동할 경우엔 그 능력이 조금 달라지게 된다.
“후우우웁!”
베헤모스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공기가 단숨에 빨아들여지며, 폐가 크게 팽창했다.
‘호흡’을 통한 물질변화.대기 중에 녹아 있던 마력이 체내에서 재구성돼 전혀 다른 마력이 되었다.
입에 맺힌 하얀색 빛은 태양을 눈앞에 두고 보는 것만 같았다.
“크아앗!”
콰콰콰콰콰콰!
입이 벌이지며, 극한까지 압축되었던 빛이 앞으로 뻗어나갔다.
[고유 능력 ‘니힐리즘’이 발동됩니다!]상대의 능력을 무로 돌리는 힘.
곧바로, 빛줄기에 균열이 생겼다.
콰콰콰콰콰!
허나, 단지 그것뿐이다.
아무리 허무의 능력이라고 하더라도 신격에 버금가는 괴물 앞에선 빛이 바랬다.
고작 몇 초를 벌고 몇 도 가량의 궤도를 트는 게 한계.
그럼에도.
진혁에게 있어 그 작은 찰나는 모든 걸 완전히 뒤엎을 수 있는 변수로서 작용하게 된다.
카가가각!
진혁이 두 개의 단검을 이용해 날아오는 광선을 그대로 빗겨냈다.
머리카락을 스치고 위로 뻗은 빛줄기가 저 멀리 하늘을 따라 사라졌다.
콰앙!
베헤모스가 움직인 건 바로 그때였다.
가녀린 체구와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대검이 횡으로 가로질렀다.
부우웅!
지면을 내딛는 발걸음이.
그리고 하늘을 가리는 대검이 폭풍을 만들어낸다.
“……!”
‘홍련’과 ‘바너드’ 두 개의 검에 각기 다른 빛이 맺혔다.
‘고속검’으로 강화된, 작지만 눈이 시린 예기를 뿜어내는 칼날이 또 다른 질풍을 만들어냈다.
카카카캉!
검과 검의 교차.
서로의 검로를 예측한 초격은 검술이 아니었다.
순수하기 짝이 없는 살기는 오롯이 상대의 목숨을 빼앗기 위한 것.
고로, 일검 일검이 필살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절초다.
콰앙!
진혁의 몸이 토네이도 속으로 녹아들었다.
“이쪽이냐!”
베헤모스가 바람 속으로 대검을 욱여넣었다.
강철조차 쑤실 만큼 투박하고 무식한 찌르기였다.
분명.
[질량 변화] [가속……!]추가적인 스킬이 발동되기 전까진 그러해 보였다.
질량이 변하고 거기에 가속이 덧씌워진다.
파아앙!
음속을 가볍게 돌파한 대검은 탄환이었다.
모든 것을 꿰뚫어버리는, 직선이라는 궤도 하에선 방어를 불가능하게 하는 신기.
직격한다면 몸에 새로운 구멍 하나가 추가되리라.
물론,
“……피했다고?”
최강을 자랑하는 탄환이라도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질량 변화.] [가속!]다시 한 번.
[질량 변화] [가속!!]다시 한 번. 그리고 또 다시 한 번.
더욱더 가벼워진 검 위에 그보다 더한 가속이 중첩됐다.
이제는 베헤모스 스스로도 제어가 불가능한 영역이다.
허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것마저 피해?’
허공을 찌른 대검이 목적을 잃은 듯 그 자리에서 우뚝 멈췄다.
1분이 안 되는 시간에 수십 번의 참격이 뻗었지만,
상대의 몸에선 피 한 방울 배어나오지 않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타이밍.
최적화된 마력과 스킬들의 분배.
두 자루의 단검을 다루는 솜씨까지.
“…….”
베헤모스의 자신만만하던 모습이 한 꺼풀 벗겨졌다.
‘왕관만…… 쓰지 않으면 별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단지 그 특별함 하나 때문에 마계가 고전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착각이다.
패도의 왕관이 없어도 상대는 그 자체만으로 인간을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이제 찌르기는 다 끝난 거야? 이제 막 피하는 재미 좀 생기려 했는데.”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너무나 여유로운 모습.
방금 같은 수준의 공격은 백 번을 반복해도 놀잇감밖에 되질 않을 거다.
“쳇! 그래. 좋아. 아무래도 여전히 얕보고 있는 건 내 쪽이었나 보네. 지금부터는 내 특기를 살려 상대해주지.”
우우웅!
베헤모스가 가볍게 허공을 휘저었다.
나타난 건 아공간 인벤토리.
그것도 보통의 아공간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다.
우루루루…….
곧바로 엄청난 양의 마정석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포식을 함에 따라 강해지는 고유 능력에 있어 마정석은 최상의 원료일 터.
이것들을 먹어치운다면 조금 전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먹을수록 강해진다는 건가.”
“그런 뜻이야.”
“꽤 흥미로운 능력이긴 하네. 뭐, 그 작은 몸으로 얼마나 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에.
꿈틀하고. 베헤모스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감히, 내 포식 능력을 우습게 보는 거냐?”
“우습게 보는 건 아니고……. 그 작은 몸으로 먹어봐야 얼마나 더 먹겠어? 내가 한 때 먹방 BJ였는데. 아마 너보다 더 먹으면 더 먹을 수 있지. 덜 먹진 않을걸?”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고대종.
그 중에서 베헤모스는 세계를 집어삼킬 수 있는 끝없는 ‘허기’를 지니고 있었다.
스스로도 자부할 만큼, 그 식욕은 끝이 없거늘.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하필이면 이 분야에서 도발한다고?
“그래? 그렇게 자신 있으면, 어디 한 번 도전해보라고. 이 마정석을 누가 더 많이 먹을 수 있는지 말이야.”
……바라던 바다.
그 말을 해주길, 지금까지 손꼽아 기다렸었다.
“그거야 얼마든지.”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보라색을 띤 마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서로의 합의로 인해 섭식성장의 두 번째 효과가 발동됩니다.] [‘먹는 것’과 관련된 능력을 제외한 모든 능력들이 일시적으로 봉인됩니다.] [마정석을 많이 먹는 양에 따라 공격력의 최대치가 결정됩니다.] [남은 시간 1h : 29m : 59s]연이어 나타나는 상태창.
이제부터는 싸움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보유한 능력도. 스킬의 활용도. 혹은 개개인이 보유한 기교나 잠재력이 아닌.
단순히 포식한 마정석의 양에 따라 그 승패가 결정된다는 뜻.
‘복사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판은 반드시 만들어져야만 했다.
“꺄하하하! 진짜, 멍청하네. 나와 이 종목으로 내기를 하려는 멍청한 놈이 시련의 탑에 있을 줄이야.”
잔기술을 쓰며 요리조리 도망치는 게 꽤나 성가셨는데, 진혁이 이 내기를 받아들임으로써 일이 훨씬 수월하게 됐다.
베헤모스가 마정석을 한 움큼 집어들었다.
콰드득!
우두둑!
마치, 분쇄기에 들어가는 것처럼.
마정석이 순식간에 입 속에서 갈려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7개가 넘는 마정석이 3초도 안 돼 사라졌다.
동시에,
우우우웅!
베헤모스의 머리 위로 보라색 구체가 생겨났다.
능력이 발동됨에 따라, 각각 먹은 마정석의 양이 마력으로 치환된 것이다.
‘벌써, 100개도 넘게 먹은 건가.‘
진혁이 허공 위를 바라봤다.
확실히, 저 먹성 좋은 고대종과 위장 대결을 하면 무조건 진다.
혼사서라면 절대 베헤모스의 능력을 이길 순 없겠지.
하지만. 이 대결엔 단서가 붙어있다.
고인물 코퍼레이션에 소속된 동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다들, 잠깐 나와 봐.”
진혁이 아공간을 개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