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67)
467화. 인형병기 ‘호문쿨루스’ (1)
기껏해야 몇십 그램 차이.그걸로 승부가 결정됐다.
“이 비겁한… 정작 뒤에서 구경만 하다가 마지막에 숟가락을 올려? 긍지도 명예도 모르는 놈 같으니라고…!”
“죽고 사는 승부에 그런 게 어딨냐? 명예 같은 거 지켜서 묘비에 쓸 것도 아니고.”
명예니 긍지니 따져가면서 싸우는 건 저기 제국이나 무림에서나 통용되는 이야기다.
탑에 찌들대로 찌든 고인물들이 아니라.
그보다.
“네 머리나 좀 신경 쓰지 그래?”
진혁이 베헤모스의 머리 위를 가리켰다.
화르륵!
두 개였던 구체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보라색 태양이 만들어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겁화.
피부를 자극하는 뜨거운 열기가 지상에까지 전해졌다.
제아무리 베헤모스라도 저것에 직격당한다면 무사하긴 힘들 터.
“재주 것 버텨봐. 아니면 그 잘난 명예로 실드라도 만들어 보든가.”
진혁이 손바닥을 가볍게 좌우로 흔들었다.
동시에.
[섭식성장의 능력으로 인해 패자에게 ‘심연의 태양’이 발동됩니다!]마치, 유성처럼.
위에서….
아래로.거대한 태양이 낙하했다.
막으려는 것 따윈 무의미하다.
애초에 식탐과 관련된 걸 제외한다면, 모든 능력이 막혀 있는 상태였으니까.
타겟이 고정된다는 특성 때문에 피하는 것 역시 여의치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좁혀진 거리.
“으으… 끄아아아!”
콰아아앙!
보라색 구체가 일격에 베헤모스의 몸뚱어리를 짓뭉개 버렸다.
⁕ ⁕ ⁕
파치직!… 치칙!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스파크.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으으으…. 아야야….”
마력 고갈로 인해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간 베헤모스가 깊은 신음을 내뱉었다.
“이야, 그걸 맞고도 살아 있다니, 여러 의미에서 대단하네. 크라켄도 그렇고. 진짜 고대종이 튼튼하긴 한가 봐?”
진혁이 베헤모스를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쿨럭! 컥! 젠장, 그냥 빨리 끝내. 잘난 척하지 말고…. 회복할 시간을 줬다간 두 번 다시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거니까.”
“뭐,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
여기서 베헤모스를 죽인다면 엄청난 양의 경험치와 보상을 얻게 될 거다.
특히 베헤모스가 가지고 있는 검은 대검류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공격력과 특수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으니까.
그 가치는 마왕 중 하나를 사냥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살려두면 이득이 더 커.’
진혁은 그렇게 편안하게 베헤모스를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복사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고유 능력 ‘섭식성장(攝食成長)’을 복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섭식성장(패시브)]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내용: 베헤모스의 고유 능력으로 무엇이든 먹을 때마다 힘의 원천으로 환원돼 무한히 성장하게 합니다.
[복사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물론, 고유 능력을 복사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이긴 했지만,
90일이 지나 또 다시 복사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할 순 없지.
특히 스킬 ‘폭풍의 걸음’.
걷는 것만으로도 폭풍을 일으킬 수 있는 스킬을 ‘바람의 영역’과 융합한다면 현재 베헤모스가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상층부에서 바람과 관련된 그 고유 능력까지 구한다면, 이후 50층을 상대할 수 있는 스킬 중 하나를 융합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스킬들을 얻을 생각까지 하자, 진혁의 심장이 기분 좋게 뛰기 시작했다.
물론,
‘왜 끝장을 내지 않는 거지?’
베헤모스 입장에선 허공을 보며 히죽히죽 웃고 있는 진혁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밖에.
“날 능멸할 생각이라면….”
“아니.”
진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게 아니야. 아무리 우리가 싸웠다지만, 고대종이 우습게 보일 리가 있겠어?”
더욱이 그 대상이 아포칼립스를 관장하는 고대종 중 하나라면.
그 무게는 결코 가벼울 리 없다.
그렇기에.
진혁은 베헤모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새로운 노예를 얻을 기회를 붙잡기 위해서.
“사지에서 동료를 죽게 냅두는 군타페르 같은 놈에게 기대지 말고. 우리랑 함께 하자. 그럼, 이런 칙칙한 곳이 아니라,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탑의 끝을 볼 수 있게 해줄게.”
“탑의 끝이라면… 설마, 정상?”
“거기 풍경이 꽤나 괜찮다고 들었거든.”
“…….”
베헤모스의 눈동자에 묘한 이채가 스쳤다.
지금껏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지만,
어느 누구 하나 감히 탑의 정상에 대해 말하는 이는 없었다.
그저 각자가 속해 있는 층계에 만족하며,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며, 살아가는 게 고작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50층에서 버티고 있는 존재들이 너무나 터무니없었기 때문이다.
태고의 존재들.
인지를 초월한 그들은 그저 위에서 군림하고 모든 것을 관조했다.
자신들의 터전엔 그 어떤 존재도 허락하지 않은 채 말이다.
그런데.
거기에 간다는 말을 꺼내다니.
“다른 놈이 말했으면… 개소리라 생각했을 거야. 그런 무모한 생각은 이 몸조차 하지 않거든.”
하지만.
어째서일까?
베헤모스는 진혁이 한 말이 마냥 허무하게만 들리지 않았다.
단순히 마력이 강하거나, 전투 능력이 높아서가 아닌….
특유의 여유.
그래. 굳이 표현하자면 모든 걸 겪어온 자만이 풍길 수 있는 그런 압도적인 여유가 느껴졌다.
“근데, 그건 알고 있어? 나 군타페르한테 종속 계약으로 엮여 있어서 너희한테 갈 수 없어.”
거역했다간 그대로 죽을 뿐.
배신이란 있을 수 없다.
“그것도 걱정하지 마. 네 계약을 풀 수 있는 방법도 있으니까.”
“무슨 수로? 이 계약이 어떤 종류인지나 알….”
“파멸의 사슬이잖아. 네가 맺은 계약. 어깨에 나 있는 붉은 뱀 모양의 문신이 그 족쇄인 셈이고. 그걸 파훼하려면 계약과 관련이 없는 제3자가 개입해야하지. 뭐, 여기서 말하는 개입이란 군타페르가 죽기 전에 그 심장을 꺼내는 거지만.”
진혁의 말에, 베헤모스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쯤 되면 기가 막혀서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넌 진짜 뭐 하는 놈이야?”
“평범한 플레이어야.”
탑을 오르는 등반자.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듯.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다.
진혁이 베헤모스를 향해 다시 한 번 손을 뻗었다.
“우리 회사는 인외종에 대해 차별이나 편견을 갖지 않아. 고대종이라면 더욱더 환영이고. 그렇지, 얘들아?”
진혁이 동의를 구하듯 옆에 있던 다양한 종류의 애완동물들을 바라봤다.
“모, 모기이….”
고구마가 슬며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지 마. 그 앞은 ‘지옥’….”
“미요오오!”
“stay!”
“후후. 새로운 노예가 생기는 것도 나쁘진 않지. 똑똑히 기억해라. 여긴 네가 겪어온 그 어떤 곳보다….”
모두가 각자의 생각을 여과 없이 늘어놨다.
물론.
죽. 는. 다.
진혁의 입 모양을 본 뒤엔 모두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바뀌었다.
“우, 우린 너무너무 행복해!”
“모, 모기! 모기모기!”
“미요오오! 미요로로롱!”
“이 회사에 입사한 게 청룡 인생 최고의 업적이라 생각한다.”
줄줄 흐르는 식은 땀.
어색하게 웃는 입꼬리.
떨리는 목소리까지.
누가 봐도 협박에 의한 거라는 게 보였지만,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진 못했다.
“이러나저러나 나에게 선택지는 없는 것 같네. 네 말대로 분위기도 괜찮은 것 같고. 고대종들이나 정령수들이 따르는 인간이 나쁠 리는 없겠지.”
“그럼,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봐도 괜찮으려나?”
“알겠어. 사슬이 없어지기 전까지 도와줄 순 없지만, 적어도 너희 하는 일을 방해하진 않을게.”
베헤모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염혼의 낙인이 발동됩니다!]새로운 고대종이 합류하게 되었다.
좋아, 다음은….
진혁이 개인 상태창을 활성화시켰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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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진혁
성별: 남
레벨: 169
힘 109 민첩 121 체력 73 마력 429 간극 100 행운 10 적응형 78 정기 125.89
보유한 스탯 포인트: 12
보유한 코인: 16,535,780
직업: 룬의 지배자
고유 성창: 역천(逆天)의 륜, 페이즈 2, 8개의 늪
고유 능력: ‘융합(融合)’, ‘검의 무덤’, ‘별의 가호’, ‘아누비스의 심판’, ‘혈마기(血魔氣)’, ‘만다라(曼茶羅)’, ‘1초 무적’, ‘천독(千毒)’, ‘하얀 맹수’, ‘만상공유(萬祥共有)’, ‘태양의 성역’,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 ‘트리플 매직’, ‘거신의 일격’, ‘화룡의 숨결’, ‘고속검(高速劍)’, ‘툼그레이브의 오른팔’, ‘버서커’, ‘바람의 영역’, ‘음영극살(陰影亟殺)’, ‘태초의 불꽃’, ‘혈폭(血爆)’, ‘검은 눈물’, ‘툼그레이브의 다리’, ‘괴력난신(怪力亂神)’, ‘군단의 핵’, ‘고대 결계’, ‘천마신공(天魔神功)’, ‘멘트라 테이밍’, ‘니힐리즘’, ‘멸천만독(滅天萬毒)’, ‘적토승마(赤兎乘馬)’, ‘기계군주’, ‘극진태권도’, ‘몽마의 맹세’, ‘해류의 의지’, ‘배교자의 황금사과’, ‘섭식성장(攝食成長)’
스킬: 스킬의 내용이 너무 많아 ‘접어 두기’ 상태로 전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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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마계에 와서 오른 레벨은 총 4개.
올릴 스탯은 체력이다.
앞으로 전투를 이어가려면 스탯 간에 밸런스를 맞춰줄 필요가 있었다.
[체력이 73 → 85로 상승하였습니다.]파츠츠!
“깔끔하네.”
호흡이 한결 가벼워지고 몸에 원기가 도는 게 느껴졌다.
거기에 새로 얻은 능력들까지 확인하자, 마음까지 든든해졌다.
⁕ ⁕ ⁕
성채의 북쪽.
이곳은 능천사들이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는 동쪽과도. 진혁이 날뛰고 있는 남쪽과 중앙과도 동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안쪽에 있는 전당에선 고위 마족들이 한창 마법진에 마력을 불어넣는 중이었다.
“서둘러라. 시간이 없다.”
“예. 거의 다 준비 됐습니다. 이제 이 부분만 활성화하면….”
우우웅!
바닥에 새겨진 룬어에 붉은 이채가 나타났다.
강력한 흑마법에 의한 원거리 공간이동 마법이 이루어지려는 것이다.
곧이어, 눈부신 빛과 함께 몇 무리의 마족들이 나타났다.
군타페르의 명을 받은 펠로드와 그 휘하의 혈족들이었다.
“오셨습니까. 펠로드 님.”
“상황은?”
긴 창을 든 펠로드가 입고 있던 모피 코트를 벗었다.
“조금 놀라긴 했습니다만, 이변은 없을 겁니다. 천사들의 공격하고 있는 동쪽도 장기전으로 끌고가고 있고. 중앙에 침투한 적들은 베헤모스가 직접 나섰습니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놈이라고 해도 그 괴물한텐 안 되겠죠.”
고대종, 그 중에서 아포칼립스를 관장하는 고대종이라면 확실히 믿음직스럽다.
마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크라켄 역시 극도로 까다로웠으니까.
그러나, 펠로드는 모든 보고를 한 귀로 듣고 넘겼다.
전체적인 전황과 작전은 직접 보고 결정할 뿐.
‘그래도 사지로 들어와 준 덕에 일이 수월하게 풀리겠군.’
특히 허를 찌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팽팽한 상태에서 최상위 혈족들이 개입한다면, 균형은 단숨에 무너질 테니까.
그런데.
저벅.
마법진 앞으로 누군가 나타났다.
푸른색 단발.
두 개의 단창에서 하얀 마력이 일렁였다.
“이곳에선 한 발자국도 못 나가. 전부 쓰러뜨리라고 명령 받았어.”
감정 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