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68)
468화. 인형병기 ‘호문쿨루스’ (2)
“웬 놈이냐!”
“어떻게 여기까지….”
“밖의 경비병들은 대체 뭘 하고 있던 거고!”
주위에 있던 마족들이 일제히 기함했다.
성채 내에서도 은밀하기로 손꼽히는 성소. 여기는 오롯이 군타페르와 그를 따르는 심복들에게만 허락된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 심장부까지 파고들다니.
내부의 정보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리라.
“너는….”
펠로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보고 있던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전력 중 하나.
신들의 경매소에서 빼앗긴 ‘호문쿨루스’다.
“프레이라고 해. 응.”
“프레이라고?”
펠로드가 흥미롭다는 듯 되물었다.“
호문쿨루스에게 이름이 있다는 건 처음 듣는다만.”
“그 사람이 지어줬어. 내 이름.”
“인형 따위에 이름이라… 강진혁 그놈도 참 이상한 짓을 다 하는군. 그보다, 여긴 어떻게 알았지? 이 성채에 베리엘의 끄나풀이 있을 리는 없을 텐데?”
“그런 걸 말해줘야 할 이유는 없어. 나는 명령 받은 것만 수행하면 되니까.”
스윽.
두 개의 단창이 앞으로 향했다.
“무슨 장난질을 쳤는지는 천천히 확인해보면 되겠지. 생포해라. 입만 열 수 있는 상태로.”
“예.”
펠로드의 말에, 마족 하나가 나섰다.
스릉!
등에 찬 기다란 검이 뽑혔다.
동시에.
툭…!
마족의 신형이 사라졌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그보다 빨랐다.
하지만.
콰앙!
등 뒤에서 날아온 참격이 두 자루의 단창에 막혀 산산이 부서졌다.
피어오르는 불꽃과 그 너머에서 보이는 푸른 눈동자.
[프레이가 고유 능력 ‘인형놀이’를 시작합니다!]압도적인 마력.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빛이 공간을 집어삼켰다.
우우우웅!
“헉!”
자신만만하게 나서던 마족이 헛바람을 들이마셨다.
프레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너무나도 강렬했던 탓이다.
……위험하다.
찰나의 순간, 몸을 뒤틀어 측면에서 오는 단창을 피한다.
망토에 바람구멍이 났지만, 대신 몸은 무사했다.
정확히 1초가량 정도는.
“어디…?”
눈앞에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
정확히는 창 하나만 남겨둔 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의문점이 채 가시기도 전에….
푸욱!
번개처럼 쏘아진 두 번째 단창이 심장을 꿰뚫었다.
어느새 완전히 뒤를 잡은 프레이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서 있었다.
“무슨 속도가….”
쿠웅…하고.
마족의 몸이 옆으로 넘어갔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상위 마족치곤 너무나 허무한 최후였다.
“이런 건방진 나무 인형이!”
“죽여 버리겠다!”
“쳐라!”
나머지 마족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정면, 그리고 왼쪽과 오른쪽에서 동시 공격이다.
자로 잰 듯 사각을 노리는 솜씨는 숙련된 암살자들을 보는 것만 같았다.
허나, 세 마족이 프레이의 간격에 들어간 순간.
우우웅!
아까와 똑같은 빛이 점멸했다.
“방금 뭔가….”
이상하다.
시간의 감각이 뒤틀리는 기분.
모두의 시야에서 또 다시 프레이가 사라졌다.
마치, 유령을 상대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걸 끝으로.
퍼퍼퍼퍽!
공격을 했던 마족들의 숨통이 끊어졌다.
⁕ ⁕ ⁕
채 1분이 흐르기도 전에 마족 넷이 죽었다.
펠로드의 얼굴에 감돌던 웃음기 역시 완전히 사라졌다.
저 능력은….
‘인형놀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능력인지 몰랐는데. 방금 전 마족들이 당하는 걸 보고 나서야 비로소 감이 왔다.
‘대상의 감각능력에 개입하는 거였나.’
타인의 시간을 고의적으로 빠르게 흘러가게 하고. 시전자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흘러가게 만드는 힘.
혹은 그와 반대로 적용시켜 더욱더 대상을 혼란에 빠뜨리게 만드는 힘.
실질적인 갭은 1초도 안 되었지만, 그 미묘한 위화감이 실제 전투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러니 다들 허무하게 당할 수밖에.
‘미리 인지하지 않았다면, 나도 당했을지도 모르겠어.’
그 정도로 프레이의 능력은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어떤 능력인지 안 이상 대처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펠로드가 고유 성창 ‘마탄의 창기병’을 발동합니다!]군타페르의 심복으로서 ‘영웅’ 등급에 해당하는 탑의 강자.
마왕급을 제외한다면 극히 일부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고유 성창이 발현되었다.
쿠쿠쿠쿠쿠!
북쪽 성채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마력이 솟구쳤다.
이글거리는 흑염은 이내 말의 형상을 갖추었고. 그 위에 올라탄 펠로드가 3M가 넘는 창을 휘둘렀다.
화르륵!
붉은 창날을 따라 퍼지는 흑염.대기를 갉아먹는 창은 이내 한 발의 탄환이 되었다.
“간다.”
추진체 따윈 없이.
파앙!
창이 직선 궤도를 주파했다.
한 줄기 섬광이 번뜩였다.
빠르다.
“……!!”
프레이의 볼을 따라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피하는 건 그저 동물적인 감각에 의존한 반사신경 덕분.
눈으로 보고 대응한 건 결단코 아니었다.
“그래도, 피는 빨갛구나. 인형이라 해서 수액이라도 나오는 게 아닌가 했는데 말이지.”
펠로드가 창끝에 묻은 피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내 능력이… 통하지 않아?”
“안됐지만, 감각에 작용하는 능력자와 상대해 본 경험은 몇 번인가 있거든. 너처럼 양방향 컨트롤까지 사용하는 건 아니었지만, 능력 활용 면에서는 몇 수 위였다.”
호문쿨루스가 탑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최강의 전투병기인 건 사실이다.
허나,
아직 제대로 여물지 않은, 실전 경험이나 성장이 부족한 상태에선 그 이름도 빛이 바랠 터.
“창이라는 걸 어떻게 쓰는 건지, 손수 알려주지.”
“히이잉!”
투두두두.
펠로드가 말을 몰았다.
프레이를 축으로 시계 방향으로 질주하기 시작한 흑마가 점점 더 속도를 높였다.
그 사이로 날아오는 한 줄기 붉은 빛.
콰아앙!
“……큭.”
프레이의 어깨에 핏줄기가 뿜어졌다.
이번 역시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펠로드의 공격은 한층 더 예리해져 아까보다 더 큰 피해를 입혔다.
두두두두….
말의 속도가 한 단계 올라갔다.
검은 잔영을 남기며, 흑마의 신형이 바람 속으로 녹아들었다.
푹!
퍼억!
피보라가 점점 더 거세진다.
이미 상처투성이로 변한 몸은 시간이 갈수록 더 기능이 저하됐다.
“…출혈이 심해. 이대로 가면 이길 확률은 0.02%야. 응.”
프레이가 급소만은 지킨 채 중얼거렸다.
이대로라면….
몇 합 이내에 모든 기능이 멈출 것이다.
제 아무리 전투에 특화된 신체를 지니고 있다고 한들, 치사량의 혈액을 흘린다면 버텨낼 순 없을 테니까.
그런데 바로 그때.
-펠로드.
익숙한 음성이 울려퍼졌다.
이 성채의 주인, 군타페르였다.
펠로드가 창을 휘두르는 걸 멈췄다.
“예. 군주시여.”
-그 녀석은 그렇게 부수기엔 아까운 장난감이다. 멍청한 주인을 만난 게 유일한 죄이기도 하고.
신들의 경매소에서부터 흥미가 있던 병기.
더군다나 호문쿨루스의 알파 타입인 프레이는 두 번 다시 없을 보물이었다.
가능하면….
손에 넣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리라.
“알겠나이다.”
펠로드가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운이 좋구나 인형. 내 군주께서 마음에 들어 하셨으니 특별히 기회를 주지. 이곳에서 몰살당할 그 멍청한 인간 놈들 따윈 버리고 우리 밑으로 들어와라. 그렇게 하면 목숨만은 보장해주겠다.”
“…항복하라는 거야?”
“너에게도 나쁘지 않은 이야기 아니더냐? 기왕 주인을 섬긴다면 훨씬 더 강하고 위대한 존재가 더 끌릴 테니까.”
그렇다.
이건 다시 말해 자비다.
썩은 동아줄을 잡은 패자에게 다시 한 번 줄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주는.하지만.
“거절할게.”
프레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합리적인 답변이로군. 어차피 네 입장에서 주인이라는 건 언제든지 교체 가능한 대용품 아니던가? 아, 만약 그놈이 내린 명령 때문에 그런 거라면, 그 부분은 내가 해결해주도록 하지.”
파츠츠!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거대한 수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왕이 봉인되어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터무니없는 마력을 간직한 봉인석.
여기에 마력이 주입된다면 규모를 가늠하기 힘든 폭발이 일어날 거다.
“놈은 어차피 죽는다. 놈이 죽는다면, 네가 그 놈에게 붙어있을 이유 또한 없겠지. 뭐, 애초에 강진혁 그놈도 널 적당히 쓰다 버리려는 용도로 주운 것일 테니, 죄책감 같은 건 가질 필요는 없다.”
알고 있다.
자신은 오롯이 전투를 위해서만 그 존재 의의가 있는 병기.
명령에 살고 죽는, 감정 없는 기계다.
주인이 죽는다면 그 이후에 새롭게 주인이 될 이를 따르면 될 뿐.
그게 펠로드가 말한 대로 합리적인 결론이다.
그렇지만….
대체 어째서일까.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유일하게 이름을 준 존재.
항상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이 웃고 따르게 만드는 존재.
만약 미소라는 걸 지을 수 있다면, 저런 느낌일까 하는….
그런 생각을 잠시 했었다.
그렇기에.
“거절할게.”
몇 번을 물어도 대답은 정해져 있다.
“멍청하긴. 역시, 인형은 인형일 수밖에 없는 건가. 뭐, 좋다 목숨만 붙어 있다면 나머지 부위야 좀 상해도 될 터. 시간을 들여 천천히 조교해주지.”
펠로드의 음성이 차갑게 식었다.
동시에.
콰득!
창기병이 마탄을 쏘았다.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
프레이의 왼팔이 잘려 날아갔다.
푸욱!
허벅지에 주먹만 한 바람구멍이 생겼다.
비틀하고.
몸이 균형을 잃고 기우뚱거렸다.
[생체 기능 55% 저하.] [도주하십시오.]본능이 경고한다.
하나뿐인 절대 명령 체계가 주인의 명령과 스스로의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서.
하지만,
여기서 도망치면 저 봉인석으로 인해 진혁이 죽게 될 거다.
도망 따위….
“할 수 없어.”
“그게 멍청하다는 거다.”
곧바로.
우둑!
창대에 맞은 갈비뼈에서 둔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프레이가 허공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당연히, 손에 걸리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생체 기능 77% 저하] [도주하십시오.] [생체 기능이 90% 이하로 떨어진다면 도주할 수 없게 됩니다.]도망쳐라. 그리고 살아라.
계속해서 머릿속에 달라붙은 음성이 고함쳤다.
지금이라도 뒤로 돌아 달린다면.
인형놀이의 특성 중 하나인 마력의 끈을 이용해 원거리 도약을 한다면, 살 수 있는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아니,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설령 여기서 죽는다고 하더라도.
명령을 어기고 호문쿨루스의 절대 원칙 중 하나인 생존을 등한시하더라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우우우웅!
도주에 쓸 마력을 모은다.
스스로의 의지로, 일말의 생존 가능성을 모두 버린 채 전투를 선택했다.
하얀 실들이 팔과 다리를 지지하며 한 번의 일격을 날릴 몸을 구축했다.
[프레이가 ‘인형놀이’ – ‘끈의…’.]그러나.
퍼퍼퍼퍽!
“아….”
그 모든 노력을 비웃듯, 실들은 힘없이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아무리 발버둥친다 한들, 압도적인 전력 차를 메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장 먼저 주제 파악이라는 걸 가르쳐주마, 인형.”
펠로드가 바닥에서 버둥거리는 벌레를 보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말 위에 있던 펠로드가 창을 높게 치켜들었다.
이제 이걸로 몸통을 꿰뚫는다면 상대를 완전히 침묵시킬 수 있다.
띠링!
이변이 일어난 건 바로 그때였다.
모두의 눈앞에 푸른 상태창이 나타났다.
“이게 무슨…?”
[호문쿨루스가 명령보다 각 개체의 의사를 우선시 하였습니다.]오직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그 어떠한 호문쿨루스도 갖지 못한 감정을 느꼈기에.
[봉인이 해금됩니다.]콰콰콰콰콰콰!
잘려나갔던 하얀 끈들이 천천히 허공 위로 솟구쳤다.
마력이 형을 이룬다.
수많은 실들이 호문쿨루스들로 변하기 시작했다.
푸른 머리카락.
푸른 눈동자.
그리고.
자신의 키를 훌쩍 넘는 창을 든 열한 명의 전투병기.
“내 이름은 인형이 아니야.”
[고유 성창 ‘불멸의 인형사’가 발동됩니다!]“난 프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