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7)
47화 기자회견 (2)
‘뒤쪽……!’
원거리 공격이다!
진혁이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붉은 섬광이 번쩍이다 싶더니.
콰아아앙!
1초 전까지 진혁이 있던 자리에 거대한 크리에이터가 생겼다.
“감히… 도현이를 걸레짝으로 만들어? 이날을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기나 하는 거냐!”
고함을 지른 건 관중석에 있던 홍덕표였다.
애지중지하던 동생이, 오늘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히든카드가 망가졌으니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하얗게 변해 버린 홍덕표가 어금니를 갈았다.
동시에 홍덕표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쿠쿠쿠쿠쿠!
층 전체를 뒤흔드는 마력.
호오.
역시, S급은 S급이라 이건가?
그래도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마력 운용이 제법이다. 쓸데없는 낭비가 확실히 적긴 하네.
아직 센스가 부족하긴 하지만, 3년 정도 갈고 닦으면 그럭저럭 쓸 만한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을 듯 보였다.
진혁이 다시 한번 ‘진실의 눈’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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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홍덕표
성별: 남
나이: 41세
레벨: 34
힘 38 민첩 33 체력 20 마력 15
보유한 스탯 포인트: 1
보유한 코인: 25,850
직업: 버서커
고유 능력: 혈마기(血魔氣)
스킬: Lv5 ‘광폭화(狂暴化)’, Lv5 ‘혈액 응고’, Lv4 ‘전신 강화’, Lv4 ‘피아 식별’, Lv4 ‘참수(斬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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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 조건: 홍덕표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빼앗으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대상의 고유 능력을 복사할 수 있습니다.]복사 조건을 읽은 진혁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느꼈다.
두근! 두근! 두근!
그래, 이 맛에 융합을 손에 넣었다.
다른 사람이 온갖 애를 써서 얻은 능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거라…….’
그거야 뻔하지.
이미 정답은 알고 있었다.
진혁이 재차 입을 열었다.
“화가 나는 건 이해하는데, 싸우는 건 좀 참아 주면 안 될까?”
“왜. 이제 와서 겁이라도 나는 거냐?”
“아니, 길드 마스터나 되는 놈이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박살나면 쪽팔릴까 봐 그렇지.”
“이, 이런 빌어먹을 자식이! 아주 뼈째로 씹어 버리겠다!”
홍덕표가 관중석을 박찼다.
콰앙!
의자가 모조리 박살나며, 단숨에 진혁과의 거리를 좁혔다.
2m에 이르는 대검에 붉은빛 기운이 일렁이는 게 보였다.
검강과는 다르다.
혈마기(血魔氣)라 부르는.
피를 이용한 이질적인 힘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고유 능력 ‘검의 무덤’이 발동됩니다!]진혁 또한 검에 마력을 주입했다.
파츠츠!
검은색 강기가 솟구쳤다.
무게중심을 낮추고, 두 발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콰아아앙!
두 개의 기운이 격돌했다.
검붉은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콰콰콰콰콰콰콰!
폭주하는 마력에 지면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오오오!”
“역시. 홍 대표야. 이 마력. 멀리서 보기만 해도 오싹오싹하구만.”
“검에 맺힌 기운 좀 봐. 동영상에서만 보던 건데. 그걸 현실에서 보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
기자들이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그런데, 전투가 지속될수록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무언가 이상하다.
이변을 깨달은 건 한 여성 기자였다.
“홍 대표님이 혈마기까지 사용한 걸 보면 절대 봐주는 게 아닌데……. 저 남자는 대체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거죠?”
짧은 물음에. 나머지 기자들도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
정말이다.
홍덕표가 트레이드 마크인 스킬까지 사용했음에도 대등하게 싸우다니.
“그, 그러게?”
“정신이 팔려서 깜빡했는데, 진짜잖아?”
“세상에나. 대단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S급하고도 대등하다고?”
그들의 눈엔 진혁이 홍덕표와 엇비슷한 실력을 지니고 있는 걸로 보였던 것이다.
물론.
현실은 대등한 정도가 아니었다.
적어도 검을 나눈 당사자끼린 지금 이 한 번의 공방전으로 인해 희비가 엇갈린 상태였다.
“크윽!”
홍덕표가 눈살을 찌푸렸다.
서로의 실력을 가늠하는 첫 번째 공방전에서 밀린 탓이었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설마……. 나보다도 강하단 말인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시련의 탑 2층 몬스터 ‘거신병’의 숨통을 끊었던 레이드.
그곳에서 당당하게 제1진의 우익을 담당했던 자신이 고작 F급 판정을 받은 떨거지 하나에게 밀린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시큰하게 느껴지는 어깨와 손목의 통증은 누가 더 강하고 약한지를 증명해 주고 있었다.
“벌써 힘든 건 아니지? 정 힘들면 파스라도 좀 붙이고 해도 되는데?”
진혁이 가벼운 손놀림으로 검을 고쳐 잡았다.
“웃……기지마라. 아직 본 실력은 꺼내지도 않았다.”
“그렇게 말하는 것치곤 어째 목소리가 떨리는 것 같지 않아?”
“…….”
홍덕표가 입술을 꾹 닫았다.
아무리 센 척을 해 봐도 이 싸움을 지속했다간 결국에 어떤 결과를 맞을지 그 누구보다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그렇다고 여기서 꼬리를 말았다간,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개망신을 당하게 된다.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
바로 그때.
끼이익!
경기장과 외부를 막고 있던 문이 열렸다.
***
[한상진이 Lv4 ‘중재(仲裁)’를 발동합니다!]흥분을 가라앉히고 주위를 환기시키는 힘.
한국 각성자 협회장, 한상진이 보유한 스킬이었다.
“협회장이다!”
“뭐? 그 양반 어지간해선 외부 행사 참관 안 하는 걸로 아는데?”
“진짜야! 저기 봐!”
입구에서 중년의 남성과 검은 양복을 입은 직원들이 나타났다.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자가 한국에 있는 각성자들을 이끄는 사람인가.’
날카로운 수염을 기른 중년 남성.
이번엔 마인들이 만든 가짜가 아니다.
책임감이 느껴지는 분위기부터 완전히 달랐으니까.
“한상진 협회장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이자가 저희 길드에 소속된 플레이어를 아주 걸레짝으로 만들어 놨단 말입니다! AAA등급을 받은 유망주를요!”
홍덕표가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한상진은 홍덕표의 불만에 너털웃음으로 화답했다.
“하하. 뭐, 시합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홍 대표님이 이해해 주세요.”
“예?”
“동네 초등학생 대회도 아니고. 부상이야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아, 그보다 제가 좀 바빠서 잠시 실례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잠시만……!”
홍덕표가 뭐라 외쳤지만, 한상진은 무시한 채 곧장 진혁에게 다가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진혁 플레이어님. 한국 각성자 협회를 맡고 있는 한상진이라고 합니다.”
“절 알고 계신 겁니까?”
“사실, 20분 전까진 강진혁 플레이어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무도회를 담당하고 있던 박 부장으로부터 급하게 연락을 받았죠. 제가 직접 와 봐야 한다고요.”
하긴 그 난리를 쳤으니 당연히 한상진에게도 소식이 전해졌을 것이다.
예상에 없던 이변이 연이어 일어났으니.
“그래서 저희 측에서 조사를 해 봤더니…… 과거, 강진혁 플레이어님의 등급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뭐랄까? 조금 특별한 점이 있더군요.”
한상진이 말을 이어갔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기자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드디어 F등급인 진혁이 이토록 강했던 이유가 밝혀지려는 것이다.
“한국의 16번째 S급 판정을 받으신 걸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저희 실수로 인해 잘못된 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사과드리고 싶군요.”
결코 길지 않은 담화.
하지만, 거기에 담긴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허억!?”
“S! ……S급?”
“저 사람 등급이 S급이었어?”
“세상에나… 여기서 새로운 S급을 보게 될 줄이야.”
“A급 플레이어들이 찍 소리도 못 한 게 당연한 거였구나. 이러니 아예 상대가 안 됐지.”
순간, 기자들은 들고 있는 카메라를 떨어뜨리고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지금까지 한국에서 각성 테스트를 본 사람의 수는 700만이 넘는다. 각성자 협회 본부는 물론, 전국에 흩어져 있는 32곳의 지부를 풀가동한 결과였다.
그중에 S급은 고작 15명뿐.
게다가 테스트를 본 사람들이 대부분 20~40대의 젊은 층인 걸 생각한다면, 사실상 한국에서 나올 수 있는 대형급 신인은 거의 다 나온 셈이었다.
촤촤촤촤촤촤!
카메라 플래시가 미친 듯이 터졌다.
“빨리 찍어!”
“강진혁. 그래, 강진혁 맞아. 지금 협회장 입에서 직접 들었다고!”
“기사부터 빨리 내보내. 자세한 건 뒤에라도 알려줄 테니까. 당장 기사부터 띄워!”
“위층에 기자회견실에 있는 사람들도 전부 불러와. 뭐? 흑운 길드의 신인 인터뷰? 야 이 새끼야! 지금 그딴 게 중요해? S급 떴다니까! 갈아입던 빤스도 내던지고 당장 튀어와!”
모든 관심이 일제히 진혁을 향해 쏟아졌다.
환호성과 박수갈채 속 무도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S급의 탄생을 축하했다.
“이,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야…….”
썩은 표정의 홍덕표와.
“쿨럭…… 커억! 꺽! 케엑!”
아직까지 속에 있는 걸 게워내는 정도현을 제외하곤.
‘빌어먹을. 어떻게든 이 상황을 수습해야 된다.’
홍덕표가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훔쳤다.
펄펄 끓는 쇳물을 목구멍에 쏟아 붓는 것 같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자, 잠깐만요! 기자님들! 사실 이번에 저희 흑운 길드에서 탑 공략을 위해 준비한 게 있는데, 특별히 맛보기로 미리 알려드릴 수……!”
“아. 죄송합니다. 다음에 다시 인터뷰하러 올게요. 그때 듣도록 하죠.”
“언제나 응원합니다, 홍 대표님. 그리고 그 뭐냐. 유망주? 아무튼 뭐시기 플레이어님. AAA등급 좋죠. 암요.”
“그…… 하하. 다음에는 토사물은 좀 닦고 하는 걸로 하죠. 제가 비위가 좀 약해서.”
얼마 남지 않은 기자들마저 서둘러 진혁 쪽으로 달려갔다.
***
3시간이 흘렀을 땐 꽤나 많은 게 바뀌어 있었다.
[한국의 16번째 S급 등장] [초대형 신인, 협회장이 직접 와서 결과 통보] [대형 길드에서 러브콜 쏟아져. 과연 강진혁 플레이어의 다음 행보는?]안 좋은 소식이 연이어 터지고 있는 와중에 모처럼 훈풍이 분 덕분이랄까?
매스컴도 온통 진혁에 관한 이야기로 도배된 상태였다.
뭐,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무엇보다 정확히 원하던 타이밍에 S급 발표가 난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나저나 이건 또 누가 올린 거냐?’
진혁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올린 영상을 보다 피식 웃었다.
[S급에게 까불던 듣보 유망주 참교육 현장]정도현이 까불거리다가 제대로 박살났던 바로 그 영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상의 조회수가 S급이 발표된 영상과 거의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일루미네이션: 근데 ㄹㅇ로 딱 한 대 맞고 토한 건 좀 그렇지 않냐? 직업도 차력사라더만.
-pplmost124: ㅇㅇㅇ. 솔직히 대한민국 군필자면 주먹으로 배 한 대 맞는 것 정도는 걍 견딤. 저거 오바임.
-와사비맛 치약: ㄴㄴ. 저거 보고 나도 여동생보고 배 때려 보라 시켰는데, 일어나 보니까 다음날임.
-야스오 캐리갑니다 부캐임: 여동생이 S급 랭커일 수도 있는 거잖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북선 좌현 조타수: ㅇㅈ. 오늘 당장 각성 테스트 보게 해라.
반응이 뜨겁다.
흑운 길드는 이번 일로 인해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으리라.
‘뿌린 대로 거두는 거니 내 알 바는 아니지.’
두 사람의 고유 능력과 스킬을 복사한 이상 길드가 박살나든 뭐하든 관심 따윈 없었다.
푸욱……!
진혁이 푹신한 의자에 등을 묻었다.
부드럽게 전신을 감싸 앉는 촉감에 저절로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역시.
퍼스트 클래스가 좋긴 좋다.
‘이래서 다들 높은 랭크를 받으려고 한 거구나.’
한상진 협회장이 특별히 신경 써 준 덕분에, 진혁은 미국 라스베이거스까지 가는 비행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것도 편도로만 천만 원이 넘는 1등석으로.
천유성에게도 블랙마켓 초대장도 얻어 뒀고, 한국에서 처리해야 할 사소한 일들은 이태민과 유연화가 해 주기로 했으니.
이제 마음 놓고 미국에서의 일에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저 앞쪽에 남자…… 조심해.]반지 안에서 잠자코 있던 엘리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