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70)
470화. 착취의 마왕 ‘군타페르’ (1)
저릿저릿….
지독한 살기와 마력이 전신을 짓누른다.
베리엘을 노리고 있어야 할 군타페르가 어째서 이곳에 온 건지 모르겠다.
몇몇 변수들이 생겼긴 했지만, 놈들의 입장에선 성채를 무난하게 방어할 확률이 훨씬 더 높았기 때문이다.
꿀꺽.
진혁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건 내 계획에 없던 건데….’
기껏해야 믿을 만한 심복들을 파견하는 게 최대한의 대응이라 생각했건만.
아무래도 놈의 까다로운 완벽주의를 너무 간과해버린 모양이다.
우우웅!
낙하했던 붉은 빛이 서서히 꺼졌다.
마침내 그 안에 있던 군타페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초대장을 보낸 적이 없는데… 쥐새끼들이 잔뜩 몰려왔군.”
군타페르가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성채의 주인답게, 군타페르가 온 것만으로도 전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오오오오!”
“군주께서 오셨다!”
“멍청한 천사 놈들을 단번에 몰아내라!”
성곽에 있던 마족들이 포효를 내질렀다.
엄청난 함성이 성채 내를 가득 채워나갔다.
“마왕이 직접 오다니….”
“이건 어떻게 해야….”
“가브리엘 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 거냐!”
반면, 능천사들 사이에선 커다란 동요가 일어났다.
아무리 전투로 닳고 닳은 정예병들이라고 하더라도 천사들을 무 썰어버리는 듯 하는 마왕을 앞에 두고 이빨을 드러낼 순 없었다.
사기가 꺾이는 건 당연한 일이리라.
“젠장, 강진혁!”
“진혁 씨!”
천유성과 테레사가 다급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건… 좀 큰일 나긴 한 것 같네요.”
추혼사영도 곤란한 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전성기의 천마를 마주했을 때만큼이나 두려운.
압도적인 절망과 공포가 뼛속까지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진짜 까다롭긴 하네.’
이래서 저 녀석과는 성채 안에서 싸우고 싶지 않았는데.
똥개도 자기 영역에선 절반은 먹는 것처럼.
마왕의 권능 중 하나가 자신의 영지에서 모든 능력이 상승하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베리엘 역시 그 버프를 받아 버티고 있는 중이었지만, 그건 그거고….
지금은 이제 막 승기를 잡아가려던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꼴이 되었다.
게다가….
군타페르가 준비한 변수는 한 가지가 아니었다.
[군타페르가 Lv?? ‘허상결계’를 발동합니다!]성채에서 볼 수 없도록 펼쳐진 결계.
동시에.
우우우웅!
하늘에서 또 다른 빛들이 낙하했다.
머리에 뿔이 달린 악마들이 아니다.
순백의 날개를 가진, 층계를 양분하는 에덴에 속한 천사들이 현현했다.
“대천사들이 한데 모여 내부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회의를 해야 한다고 하더니. 정작 본인은 에덴의 병력을 함부로 빼돌린 겁니까? 그게 당신이 말하던 ‘대의’라는 거냐는 말입니다!”
우리엘과 키자키엘을 포함한 12명의 천사들.
지고한 에덴의 수호자들이 이곳에 내려왔다.
⁕ ⁕ ⁕
키자키엘의 반란으로 인해 급진파와 온건파로 나뉜 에덴.
한창 내부의 분쟁으로 인해 정신이 없는 천국은 더 이상 꿈의 낙원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물어뜯으며, 자신들의 말이 옳다고 소리치는 지옥에 가깝지.
그렇기에, 세라핌. 즉 치천사에 소속된 천사들은 한자리에 모여 이 분란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대화를 나누기로 약속했다.
언제까지고 의미 없는 소모전을 벌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그 제안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가브리엘이 사라져버렸다.
최전방에서 에덴을 수호해야할 정예 능천사들을 쏙 빼간 채 말이다.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위대한 세라핌이 인간 따위에게 붙어 다 죽어가는 마왕 하나를 구하러 가야 한다는 헛소리를 누가 믿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엘의 목소리가 한층 격해졌다.
가까스로 스스로를 다잡고 있었지만, 그 속엔 터질 듯한 격노가 꿈틀대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보니 확실히 알겠더군요.”
우우웅!
우리엘의 오른손에 무식하기 짝이 없는 철퇴가 나타났다.
반대 손엔 마찬가지로 심상치 않아 보이는 삼각형 모양의 방패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작 인간 하나 때문에 에덴을 배신한 것이냐 가브리엘! 대답해 보거라! 그 정도로 태초부터 쌓아온 천사의 자긍심이 가볍느냐고 묻질 않느냐!”
쿠쿠쿠쿠쿠!
엄청난 마력이 폭발했다.
풍압으로 인해 건물 외벽에 금이 쩍쩍 갈라졌다.
“그건….”
가브리엘이 입술을 깨물었다.
에덴보다 지금 이 싸움을 우선시한 것도.
우리엘을 포함한 급진파에 소속된 천사들을 속인 것도 사실이다.
“역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모양….”
“풉!”
새로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아, 미안. 진지한 이야기하는데 웃어서. 근데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게 좀 웃겨야 말이지.”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진혁이었다.
우리엘의 시선이 진혁에게 향했다.
“네놈이 그 화제의 강진혁이란 놈이로구나. 뱀 같은 혓바닥으로 수많은 이들을 농락했다고 하더니, 과연, 겁이 없군.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
“그런 이야기 많이 듣는 편이긴 해.”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의 앞에서 한 마디도 지지 않으며 대꾸하는 인간을 보고 있자니, 우리엘의 표정이 한층 더 험악해졌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아니… 천사가 마왕을 구하느니, 인간의 따까리니 하던데, 정작 너도 그 사실 확인하려고 군타페르랑 붙어먹은 거 아니야?”
내로남불도 정도가 있는 법이지.
종교 대통합도 아니고.
마왕 옆에 선 세라핌이 저런 말을 하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붙어먹은 게 아니라, 일시적으로 이해관계가 일치했을 뿐. 너희들을 전부 쓸어버리고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에덴과 마계는 언제나 그랬듯 다시 성전을 시작할 것이다.”
성전이니 뭐니로 포장하고 있지만, 한 마디로 이번 기회에 미적지근한 온건파를 전부 축출해버리겠다는 뜻.
군타페르 역시 베리엘과 고인물 코퍼레이션을 한꺼번에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리 없다.
그러니 이해관계의 일치라는 표현을 쓴 것이리라.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내부의 지지를 얻기 힘들 텐데….‘
이유야 무엇이든 군타페르와 손을 잡은 게 알려졌다간 우리엘 역시 비난을 피하긴 힘들 것이다.
바로 그때.
붉은 상태창이 점멸했다.
[봉인석이 발동됩니다!] [남은 시간: 0h: 29m: 59s]프레이가 막았다고 생각했던 봉인석에 재차 마력이 공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 ⁕ ⁕
파츠츠…!
성채 전체에 걸쳐 희미한 선들이 이어졌다.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진 몰라도, 우회적으로 봉인석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진혁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과연, 이런 거였나.
“너… 생각보다 더 쓰레기 같은 놈이었네.”
“호오. 내 의도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이냐?”
“그래, 피로 만들어진 제단을 쌓을 생각인 거잖아. 너.”
만약, 이곳에서 능천사들이 모조리 죽는다면.
그 비난의 책임은 전부 가브리엘에게 향할 것이다.
우리엘은 그걸 심판하는 정의의 사도라는 식으로 명분을 내세우겠지.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었으니, 유일한 생존자인 우리엘의 말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
거기까지 모두 계산하고 판을 짠 거라면 확실히 이건 묵직한 한 방이다.
“후후. 대의를 위한 것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고 노아가 극소수의 생명만을 방주에 실었듯 더 큰 선을 위해선 희생이 필요한 법이거든.”
“그렇게 고귀한 희생이 좋으면 네가 타죽든가. 날개에 불 붙이면 금세 따끈따끈해지겠는데.”
“불경한 소리를 계속해서 지껄여대는구나. 그래, 애초에 그런 희생의 가치를 인간 따위가 헤아릴 거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다.”
우리엘이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마력을 끌어모았다.
“가브리엘 씨.”
“알고 있어요.”
가브리엘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세라핌끼리 싸우게 된 건 비극임에 틀림없으나. 이렇게 된 이상 싸움을 피할 수도 없게 되었다.
“우리엘.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진정 에덴을 위한다면 제가 아닌 군타페르를….”
“닥쳐라, 버러지!”
콰아앙!
가브리엘이 서 있던 곳에 무지막지한 천벌이 떨어졌다.
산산이 부서져 튀어오르는 파편들.
“큭!”
가브리엘이 가까스로 그 일격을 피했다.
“키자키엘!”
“부르셨나이까. 고귀하신 세라핌이시여.”
“가브리엘은 내가 상대하겠다. 너희는 나머지를 모두 처단하거라.”
“알겠나이다.”
키자키엘이 함께 온 천사들을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엘리스.
”진혁 역시 엘리스를 불렀다.
“응!”
“레미아와 함께 가브리엘이 전투에 집중할 수 있게 보조해줘. 우리엘이야 가브리엘 혼자서도 해볼 만하지만, 만에 하나 키자키엘이 끼어드는 건 막아야 돼.”
기존의 세라핌들이야 행동반경이 어느 정도 예측되었지만, 키자키엘만큼은 예외다.
자신이 믿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야말로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놈이었으니까.
실제로 우리엘과 라파엘을 비롯한 수많은 천사들의 마음을 돌린 것도 키자키엘 때문이었다.
“마음껏 날뛰어도 되는 거야?”
우두둑.
엘리스가 손마디의 관절을 풀었다.
분명, 우리엘이 대단한 건 맞았지만, 엘리스 역시 과거 탑의 절대자들 사이에서 우뚝 솟은 강자.
제대로 된 마력 공급만 뒷받침된다면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괴물이라는 소리다.
현재 보유한 마력은 총 429.
군타페르와 싸우면서 엘리스에게도 마력을 공급한다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최대한 서포팅 할게.”
“또 한 가지 더 요구사항이 있느니라.”
엘리스의 목소리가 갑자기 180도 달라졌다.
특유의 여왕님 포스가 물씬 풍겨나온달까.
살짝 불안하긴 하다.
“말해 봐.”
“그… 요즘 인간들 사이에서 한창 유행한다던 영화관 있지 않느냐? 이상한 안경 쓰고 의자도 움직이고 하는 거.”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
4DX 3D.
평범한 영화관이야 엘리스도 몇 번이고 가긴 했지만, 저런 특별한 영화를 보는 게 꽤나 부러웠던 모양이다.
“알겠어. 탑 밖에 나가면 바로 보여줄게.”
“카, 캐러멜 팝콘이랑 나쵸랑 갈릭 핫도그랑 버터구이 오징어도 사줘야 한다. 아, 영화관은 대절해서 우리 둘만 있어야 하고. 특히 저 바보성녀랑 푸른 머리 바보 인형이랑 기타 등등… 떨거지들은 절대 따라오면 안 되는 거 잊지 말고!”
어째 바라는 게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은데.
“그거면 되는 거야?”
“그, 그리고 또. 영화 다 본 다음에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둘이서 밥도 먹고 그 다음엔 한강으로 드라이브를 갔다가… 야경이 잘 보이는 호, 호… 호텔에서…!”
따악!
진혁이 엘리스의 머리에 꿀밤을 날렸다.
“아얏! 왜 때리는 것이냐!”
“적당히 좀 해라.”
봐주면 끝없이 기어오른다더니.
이러다가 가브리엘이 죽겠다.
“어지간한 건 다 들어줄 테니까. 우선 이번 일이나 잘 마무리 지어.”
“저, 정말이냐? 짐과 약속한 것이다?”
“한 입으로 두말은 안 해.”
“후후, 지금부터 위대한 아타락시아의 가주의 힘을 보여주겠다!”
엘리스가 몸 안에 들어오는 마력을 아낌없이 해방했다.
붉은 핏줄기들이 어깨 너머로 모이며 엘리스의 무장이 갖추어졌다.
그렇게.
쿠쿠쿠쿠쿠!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