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71)
471화. 착취의 마왕 ‘군타페르’ (2)
본격적인 전투의 서막이 올랐다.
군타페르가 진혁 앞에 섰다.
기묘하게 생긴 검을 든 채.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만 묻지. 베헤모스는… 어떻게 통과한 거냐? 설령, 네놈이 이겼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사지 멀쩡하게 걸어다닐 순 없을 텐데?”
명색이 아포칼립스를 관장하는 고대종 중 하나.
일개 플레이어가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상처까지 없는 건 무언가 이상하다.
‘역시, 이 질문인가.‘
베헤모스가 배신한 게 알려져선 안 된다.
아직까지 군타페르와의 계약이 이어져 있었으니까.
“의외로 쉬운 공략법이 있었어. 숨통까지 끊는 건 무리였지만, 푹 재우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지.”
“재웠다고?”
군타페르의 얼굴에 의심의 빛이 더욱 깊어졌다.
고대종을 재울 수 있는 거라면….
“설마, 아스가르드 쪽 신격들에게 무언갈 받은 거냐?”
“정확해. 로키라는 신이 꽤 재밌는 걸 많이 모아놨더라고. ‘아카루의 뿌리‘라든가 하는….”
사실 그 뿌리가 현재 로키한테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강력한 수면 성분이 있는 최상급 재료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게 중요한 점이지.
“…그렇군. 나름 어렵게 섭외한 거였는데… 쓸모 없는 짐덩이밖에 안 됐어.”
카앙!
군타페르의 검이 땅에 닿았다.
저게 뭔지는 이미 알고 있다.
‘카발라도의 검‘.
마신으로부터 받은 성유물 중 하나로서 공격력 하나만큼은 마계에서 최강을 자랑한다.
상대하기 지극히 까다롭다는 소리.
그러나 동시에….
‘죽일 수 있다면 저것만큼 군침 도는 아이템도 없다는 뜻이지.’
진혁이 ‘탐식의 눈’을 발동시켰다.
마계의 마왕.
그 능력 역시 복사하기 위해서.
띠링!
곧바로 상태창이 나타났다.
[인물 정보]이름: 군타페르
레벨: ???
고유 능력: 굴종의 손아귀
고유 성창: 깊은 욕망의 거래
스킬: ‘요수의 알’ Lv??, ‘흑익(黑翼)’ Lv??, ‘마신의 축복’ Lv??, ‘카리스마’(패시브) Lv??, ‘고대 흑마법’ Lv??, ‘저주받은 갑주’ Lv??….
상세 정보: 마계의 10마왕 중 하나로서 지략이 뛰어나고 욕망이 매우 강합니다. 매우 냉정하고 차가운 성격으로 설령 가장 아끼는 부하라도 가차 없이 축출해 버리기도 합니다. 물론, 그러한 점 때문에 마왕 중 가운데서 가장 빠르게 마신의 총애를 얻기도 했습니다.
복사 조건: 1. 군타페르는 현재 자신의 목적을 위해 마계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온갖 세력들과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설령, 그 여파로 인해 마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그런 그의 계획을 폭로하십시오.
2. 군타페르의 고유 성창 ‘깊은 욕망의 거래’는 상층부에서도 손꼽히는 정신계열 능력입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동료들 중 그 거래에 응한 이를 구해주십시오.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군타페르가 보유한 고유 성창과 고유 능력 그리고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과연….
탑의 최상위 강자 중 하나답게 능력의 복사 조건 또한 까다롭기 짝이 없었다.
[깊은 욕망의 거래]는 베헤모스나 우리엘과도 맺은 계약의 일종.가장 깊숙이 있는 욕망을 끄집어내 교묘하게 계약을 맺는 것이기에, 그 술수에서 빠져나가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천사까지 구워삶은 거 보면 말 다한 거지.’
현대로 치면 전국구 보험왕이나 7선급 국회의원 정도로 말을 잘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이 오히려 진혁에겐 도전 욕구를 자극했다.
첫 번째 조건은 굳이 복사 때문이 아니더라도 군타페르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해 준비 중인 조건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두 번째 조건은 잘만 설계하면 오히려 추가적인 보상까지 얻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진혁이 힐끗 옆에 있는 천유성을 바라봤다.
‘나한테 가려서 그렇지. 저 녀석도 미친 듯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2차 전직을 완료한 건 물론, 말을 안 하고 있지만 후원하는 신격들도 여럿 될 거다.
재능이 있는 플레이어는 언제나 환영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러한 빠른 성장과 든든한 후원은….
……당연히 플레이어로 하여금 고유 성창을 개방시킬 양분을 제공한다.
‘탐식의 눈’이 다시 한번 빛났다.
[인물 정보]이름: 천유성
레벨: 122
고유 능력: 검의 노래
직업: 검성
스킬: ‘추혼검기’ Lv20, ‘선인의 눈’ Lv17, ‘일기토’ Lv16, ‘호신강기’ Lv16, ‘전장선택’ Lv16, ‘추혼검무’ Lv19, ‘암막 결계’ Lv15, ‘인내’ Lv15, ‘집념’ Lv15…….
상세 정보: 천유성은 현재 고유 성창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유 성창을 익히기 위해선 수련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 최소 SSS급 이상의 기연을 획득해 한계를 넘어야만 합니다.
복사 조건: 천유성에게 씻을 수 없는 ‘빚’을 지우십시오. 여기서 말하는 빚이란 단순히 감사하다 수준이 아닌, 이 일을 꺼내기만 하면 찍소리도 못 할 만큼의 강력한 것이어야 합니다.
충분히 해 볼 만하다.
천유성이 고유 성창을 얻게 만든 다음 복사하고 군타페르의 능력 또한 손에 넣을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이용당하고 누군가는 흑역사를 쓸 수도 있게 되겠지만.
그거야 알 바 아니다.
제일 중요한 건 남들이 뼛골 빠지게 일생을 갈아넣어 이룩한 능력을 복사하는 것이었으니까.
진혁의 입꼬리가 연신 씰룩였다.
그리고 그 모습이….
“감히, 날 앞에 두고 여유를 부리다니.”
……군타페르를 아주 제대로 자극했다.
서걱!
소리가 먼저 들렸다.
검이 움직인 건 그로부터 0.1초 남짓 뒤의 일이었다.
인지와 현실이 뒤틀린 순간.
허공을 가르는 검격이 진혁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크리티컬 발생!] [출혈량이 400% 증가합니다!] [5분간 상처 지혈이 저지됩니다.]푸슉!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스치고 지나갔는데도 붉은 상태창이 연거푸 터져 나왔다.
간만에 느끼는 서늘한 통증.
“하여간, 템은 쓸데없이 좋은 걸 가지고 와선….”
진혁이 혀를 차며 거리를 벌렸다.
‘만다라’를 통해서도 재생이 안 되는 걸 보면, 절대로 직격타를 맞아선 안 된다는 생각이 솟구쳤다.
툭.
군타페르가 재차 움직였다.
오른 발을 앞으로 뻗는 것으로 검을 잡은 자세에 안정감과 무게를 더한다.
준비 동작에 필요한 과정은 고작 일 초 남짓.
그러나 이어지는 건 폭풍과도 같은 참격이었다.
콰콰콰콰콰…콰쾅!
카발라도의 검이 성채를 가로질렀다.
⁕ ⁕ ⁕
저걸 보고 누가 ‘검을 휘둘렀다‘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너무나도 깔끔한 검흔.
묵빛 오러 블레이드로 만들어진 참격은 성의 끝자락까지 도달하고 나서야 멈췄다.
정말이지, 소름이 돋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공격력이다.
“너는… 너무 많이 성가시게 했다. 단언컨대 내 삶을 통틀어 놓고 봐도 이 정도로 짜증이 났던 적은 없어. 그토록 찢어죽이고 싶던 베리엘조차도 말이야.”
자욱한 연기 속.
군타페르가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저벅.
한 걸음.
그걸로 공격이 올 수 있는 각도와 거리가 완전히 달라졌다.
저벅.
두 걸음을 걷자, 전신에 솜털이 모조리 솟아올랐다.
진혁이 빠르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지금 시점에서 마왕하고 싸우는 건 역시 쉬운 게 아니네.‘
대체 얼마만일까?
이렇게 스릴이 넘치고 세포들이 깨어나는 기분은?
단 한 번의 실수가 목숨으로 직결되는 급박함과 압박감은 ‘살아 있다’라는 감정을 그 무엇보다 충실하게 느끼게 만들어줬다.
진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주세요.”
천유성, 테레사, 그리고 추혼사영.
세 사람에겐 각각 해줘야 할 일들이 있다.
“말해 봐라. 네놈이라면 머릿속에 뭐라도 비책 하나가 있겠지?”
“그럼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진혁 씨잖아요! 분명, 묘책이 있을 거예요!”
“후후, 지금 같은 상황에선 강 공자가 참 든든하네요. 말씀해보세요. 저희가 무얼 하면 되는 거죠?”
“먼저, 추혼사영께선 스승님과 푸달락을 찾아 이 주위에 있는 마족들을 막아주세요. 제가 왼쪽 끝자락에 결계가 약한 부분을 찾아두었으니 그쪽으로 나가면 될 겁니다.”
군타페르의 등장과 함께 주위에 있던 마족들이 모여들고 있다.
결계로 인해 아직까지 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진 못했지만, 그거야 군타페르가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이라도 사라질 터.
포위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퇴로를 만들어줄 소규모 공격대가 필요하다.
“그 바보들과… 함께 말이죠? 후우. 조금 힘들겠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떻게든 해볼게요.”
추혼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다음은….
“테레사 씨는 서포팅을 부탁드려요.”
“후방 지원… 말인가요?”
“예. 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신성력은 상극의 힘일 테니, 대응할 시간을 버는 것 정도는 가능할 거예요.”
“맡겨주세요.”
테레사도 검과 방패를 다시 잡았다.
마지막으로 천유성은….
“넌 예전처럼 나랑 합을 좀 맞춰보자. 기억하고 있지? 안트라드와 싸웠을 때?”
거인들의 성채에서 동고동락했던 추억.
그때의 일을 재현해야 할 순간이 찾아왔다.
그러고 보니….
새삼 가슴이 뭉클해지네.
이 고집불통 외골수와도 어느새 다양한 추억이 있었구나.
진혁이 과거를 곱씹으며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그래, 당연히 기억하지, 네놈이 나에게 그 요상한 옷을 입힌 걸로도 모자라 내 다리 다쳤다고 보상까지 홀라당 다 먹고 튀었던 그 수모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냐?”
“야, 그 좋은 추억을 그렇게 왜곡해서 기억하고 있으면….”
“추억이 아니라 악몽이겠지. 왜곡은 지금 네놈이 하고 있는 거고.”
천유성이 칼자루를 만지작거렸다.
꿀꺽.
만약, 상황이 이렇지만 않았어도 진즉에 저게 목으로 날아왔을 것이다.
그보다….
조금 뒤에는 더 큰 뒤통수를 날려야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뒤통수 뒤에는 달달한 보상을 줄 테니, 봐주겠지?
아마… 봐줄 거다. 아마도….
“아, 아무튼! 그때처럼 함께 잘 싸워보자고.”
“젠장, 기분은 뭣 같지만 별 수 없지. 이번에도 배신했다간 저 마왕보다 너부터 죽여 버리겠다.”
“그러엄. 내가 얼마나 동료를 생각하는데… 배신이라니. 크흠.”
“하여간 말은….”
[천유성이 고유 능력 ‘검의 노래’를 발동합니다!]우우웅!
밝은 빛과 함께 칼끝에 새하얀 기운이 서렸다.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답다.
이미 검신일체의 경지에 접어든 천유성은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상의 능력을 뽑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진혁이 나란히 섰다.
어깨를 맞대고 앞을 바라본다.
파츠츠!
‘검의 무덤’이 발동되자, 천유성과는 대비되는 검은 빛이 일어났다.
백과 흑.
서로 다른 색의 강기가 길을 밝혔다.
거기에….
“뒤는 저만 믿으세요.”
[테레사가 고유 능력 ‘별의 가호’를 발동합니다!]눈부신 별무리가 세 사람을 감쌌다.
따스하고도 부드러운 감촉.
치유력과 재생력 그리고 모든 공격과 방어에 신성력이 추가됐다.
‘이게 팀 플레이라는 건가.’
진혁이 감정에 북받친 표정을 자아냈다.
그래.
예전에 군타페르와 싸웠을 때는 옆에 아무도 없었다.
격려해주며 함께 피와 땀을 흘려줄 동료도.
힘을 나눠주는 친구도 없이.
오롯이 혼자서 저 괴물과 혈투를 벌였었지.
사흘 밤낮을 자지도 먹지도 못한 채 치고받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리고 그때 제일 후회 했던 일이….
……시간을 벌어주고 어그로를 끌어줄 미끼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타겟이 3명이니 기회도 3배네.’
이야. 이래서 너도나도 공격대를 구성하나 보다.
혼자서 사냥하는 것보다 훨씬 더 리스크를 낮출 수 있었으니까.
물론.
“버러지 셋이서 모였다고 기세등등한 꼴이라니…. 걱정 마라. 한 명씩. 아주 천천히 고통 속에 죽여주겠다.”
군타페르로서는 그 모든 게 하찮아 보일 수밖에.
[군타페르가 고유 능력 ‘굴종의 손아귀’를 발동합니다!]순간, 온몸의 제어권을 빼앗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