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72)
472화. 착취의 마왕 ‘군타페르’ (3)
굴종의 손아귀.
인력과 척력을 자유자재로 조종해 버리는 능력이다.
물리법칙 따윈 가볍게 무시한 거대한 손아귀가 단숨에 진혁과 천유성을 끌어당겼다.
부우웅!
공중으로 솟구친 몸이 군타페르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어서 오거라.”
군타페르가 ‘카발라도의 검’을 움켜잡았다.
“뭔… 이딴 사기적인 능력이… 젠장, 방법이 없는 거냐?”
“침착해. 움직임만 좀 부자연스러워진 거니까. 타이밍만 잘 맞추면 돼.”
“그게 말이 쉬운 거지…!”
천유성이 악을 썼다.
몸이 지면에서 1m가량 떨어져 고속으로 빨아 당겨지는데, 그 와중에 검을 제대로 휘두르라는 건 곡예에 가까웠다.
“잘 봐. 이렇게 하는 거야.”
검이 오는 궤적에 맞춰….
…검의 빗면을 밀어내면.
콰아아앙!
검과 검이 충돌하자 몸이 기역자처럼 꺾였다.
충격을 최대한 흡수했기에 뼈가 다치진 않았다.
물론,
“크윽….”
그 정도로 완벽한 타이밍을 맞춘다는 게 모두에게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천유성의 입에서 무거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파르르 떨리는 오른팔.
전투 불능은 아니었지만, 시작으로선 최악의 스타트를 끊은 꼴이 되었다.
“그래도 두 놈 다 한 방에 죽진 않는군. 그래, 그래야지. 날 이토록 짜증나게 만들었는데, 이리 허무하게 끝내서야 되겠느냐.”
군타페르가 재차 검을 휘둘렀다.
우측 상단에서. 허리 쪽을 향해서.
“유성아!”
“알고 있다!”
카카카카캉!
두 개의 추혼검무가 펼쳐졌다.
선과 선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궤적이 군타페르의 검막을 벗겨냈다.
역시나.
능력과 템빨이 규격 외이긴 하나, 그 때문에 군타페르의 검술 자체는 완성도가 높지 않다.
지금까지 수없이 싸워온 무림의 고수들에 비교하면….
이 정도 검로를 읽는 것쯤은 얼마든지 가능할 터.
카아앙!
군타페르의 검이 머리 위로 튕겨나갔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빙그르르 회전한 천유성이 추혼검이 식(式)을 완성했다.
동시에.지면을 박차고 군타페르의 위를 잡은 진혁 역시 추혼검의 식(式)을 구현했다.
‘추혼검무(追魂劍舞), 제11식(第十一) 이검일합(二劍一合).’
이전 안트라드에게 사용했던 것보다는 위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각각의 검무가 형을 갖추고 그 형이 하나의 식으로 귀결되는 속도만은.
그 시절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검광이 번뜩였다.
두 개의 검로가 다른 방향에서 군타페르의 급소를 향해 쇄도했다.
⁕ ⁕ ⁕
빠르게 움직이는 두 개의 검.
타이밍과 속도 그리고 위력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죽인다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심지어 군타페르로서는 이 정도로 상승무공을 막을 만한 검술을 갖추고 있지도 않았다.
딱 한 가지 문제는….
[군타페르가 고유 능력 ‘굴종의 손아귀’를 발동합니다!]군타페르에겐 그 모든 걸 만회하고도 남을 만한 능력이 있다는 점이었다.
강력한 인력(引力) 뒤에 이어진 건 모든 걸 밀어내는 척력(斥力).
검이 급소에 닿기 직전 애꿎은 허공을 갈랐다.
그런데.
핏!
완벽하게 피했다고 생각한 군타페르의 이마에 아주 얇은 핏방울이 배어나왔다.
천유성은 아예 스치지도 못했지만, 진혁이 휘두른 홍련은 가까스로 피부를 훑는 데 성공한 것이다.
군타페르가 이마에 맺힌 핏방울을 훔쳤다.
“호오. 방금 건…. 그렇군. 내 능력을 무력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가?”
상처를 입은 건 꽤나 오랜만인지, 분노보다는 흥미롭다는 감정이 더 커 보였다.
‘니힐리즘’으로는 약간의 변수를 만드는 게 한계다.
그래도 상대의 평소 간격을 헷갈리게 만들 수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어느 정도 성과는 있는 셈.
시도해 볼 수 있는 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파츠츠!
‘바너드’의 칼날 끝에 ‘빙하조형’으로 만든 구체가 나타났다.
‘홍련’의 끝엔 ‘태초의 불꽃’으로 만든 칼날이 덧씌워졌다.
거기에 군타페르의 마차를 털어 얻은 스킬들이 연거푸 발동되었다.
“최대한 정신없게 만들어줘.”
“뒤에서 날 맞추지나 마라.”
근거리에선 천유성이 나서고 중거리에선 마법을 퍼붓는다.
마지막으로 테레사가 원거리에서 지원하는 방식을 취한다.
[테레사가 Lv19 ‘성호(聖號)’를 발동합니다!]하늘에서 황금빛 십자가가 낙하했다.
테레사가 시작을 알렸다.
콰아아앙!
거대한 신성력이 마왕을 통째로 집어삼키자 새하얀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지금이에요!”
탓!
천유성이 재차 앞으로 질주했다.
단숨에 좁힌 거리.
당연한 말이지만, 군타페르가 ‘굴종의 손아귀’를 이용해 천유성의 거리를 빼앗았다.
쉽사리 검이 닿질 않는다.
오히려 군타페르가 휘두른 카발라도의 검으로 인해 천유성의 ‘류화’가 비명을 질러댔다.
“큭!”
같은 성유물이라도 급의 차이는 존재하는 법.
충격을 분산시키지 않는다면 아무리 성유물이라 해도 버텨낼 수 없다.
부서지진 않겠지만,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소실될 순 있다는 뜻이다.
콰콰콰콰쾅!
형형색색의 마법들이 작렬한 건 바로 그때였다.
진혁이 준비했던 마법들을 모조리 쏟아부으며 전투에 가세했다.
융단폭격을 방불케 하는 화염이 솟구쳤다.
검은색 연기가 자욱이 일어났다.
“지저분한 불꽃놀이로군.”
연기가 채 걷히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군타페르의 전신을 완전히 감싼 묵빛 구체.
지금까지 했던 모든 공격들을 비웃듯, 군타페르의 몸엔 상처 하나 없었다.
흑마법에 정통한 마왕답게, 어지간한 마법으로는 실드에 흠집을 내는 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이제 또 뭐가 남은… 음?”
말을 하던 군타페르가 멈칫했다.
천유성과 테레사는 시야에 있다.
그런데, 가장 짜증나는 진혁이 보이질 않았다.
“알고 있어. 이 정도론 죽일 수 없다는 것쯤은.”
목소리가 들린 곳은 구체 안.
그것도 숨결이 바로 닿을 만큼 지근거리다.
아무리 강력한 실드라도 그 안에서의 기습에는 소용이 없을 터.
‘음영극살’.
그림자를 통한 전이로 뒤를 잡은 진혁이 양손의 단검을 찔렀다.
카아앙!
카발라도의 검이 그 찰나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게 전부더냐?”
“그럴 리가.”
두 자루의 단검이 막혔지만, 융합을 통한 스킬이 남아 있었다.
[스킬, ‘에어블라스트(C)’와 스킬 ‘잔불(D)’. 고유 능력 ‘태초의 불꽃’이 융합합니다!] [스킬 ‘화염 골렘의 망치’를 융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화염 골렘의 망치]입수 난이도: S
내용: 시련의 탑 36층에 있는 용암지대에 서식하는 골렘의 망치를 불러옵니다. 화속성 추가 데미지 500%를 입히며, 실드나 방어구를 부수는 데 특화된 스킬입니다.
[융합된 스킬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화르륵!
어깨 너머로 불길에 휩싸인 거대한 망치가 나타났다.
상층부의 화염 골렘이 휘두르던 망치답게 그 크기와 위압감은 모든 것을 압도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빙하조형’으로 만든 창끝에 ‘검은 눈물’을 발랐다.
욱씬! 욱씬!
엘리스가 날뛰고 있던 터라 마력 소모가 극심한 상태에서의 다중영창이다.
혈관이 지글거리며 타들어갈 것 같았지만,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간다.
위에서….
아래로.
망치가 내리 꽂혔다.
무수히 많은 얼음 창들도 군타페르를 고슴도치로 만들었다.
키이이―잉!
하지만, 이번에도 들리는 건 속 시원한 타격음이 아니었다.
고막을 거슬리게 하는 불협화음.
보이지 않은 벽에 막힌 무구들이 허무하게 부서졌다.
이런 근거리에서도… 순간적으로 이 정도의 척력을 낼 수 있다니.
“말하지 않았더냐, 근거리에서 칼로 찌르든 마법으로 장난질을 치든 기분 나쁜 신성력을 사용하든 소용없다고.”
쿠쿠쿠쿠쿠!
지면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지더니, 돌덩이들이 서서히 떠올랐다.
“방금 전 공격에 대한 보답을 해주도록 하지. 꽤나 지친 모양인데, 어디 한 번 받아 보거라.”
실드 밖으로 튕겨나간 진혁을 향해 마력으로 강화된 파편들이 날아갔다.
하나하나도 강력하지만, 문제는 숫자다.
지면을 송두리째 갈아엎었기에, 파편들의 숫자는 눈으로는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바로 그때.
[테레사가 2차 각성 ‘별들의 부름’을 발동합니다!]“엄호할게요!”
시야가 점멸했다.
모든 게 까맣게 물든 시야 속.
하늘에서 무수히 많은 유성우가 떨어졌다.
콰콰콰콰콰콰!
…콰콰콰쾅!
흑마법으로 강화된 돌들이 별들과 부딪치며 모조리 박살났다.
미처 놓친 파편들은 천유성이 베어내는 것으로 끝났다.
⁕ ⁕ ⁕
후두둑.
산산이 부서져 쏟아지는 파편들.
결국 아무런 성과가 없다.
‘저 조합은 꽤나 성가시군.’
계속되는 공방전에 군타페르가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개개인의 전투력에선 자신에게 비할 바 아니었으나….
끝을 맺지 못하는 건 여전히 신경을 거슬렀다.
‘이대로 계속해서 소모전을 펼쳐도 이길 순 있다.’
마력의 끝이야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었으니까.
병력의 숫자와 질 역시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리라.
하지만….
변수가 몇 가지 있다.
먼저 고대종… ‘고구마’.
고대종이라는 것들이 워낙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방심해선 안 된다.
자칫하다간 터무니없는 괴물이 될 수도 있었으니.
게다가 대천사 가브리엘과 진조 엘리스도 아예 신경을 쓰지 않을 순 없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건 베리엘이야.‘
일단 영지에 가둬놨기에 함부로 나오진 못할 테지만.
너무 자리를 오래 비웠다간 자신이 그 자리에 없다는 걸 눈치챌지도 모른다.
아무리 날개가 꺾이고 지지 기반을 잃었다고 한들 마왕이란 자리를 거저 얻은 건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써도 되리라.
군타페르가 조용히 마력을 끌어모았다.
이미 수없이 많은 상황에서 그 가치를 입증한 능력.
파츠츠….
무색무취의 음산한 연기가 테레사와 천유성에게 흘러들어갔다.
그 누구도 눈치 챌 수 없는, 대상에 내재되어 있는 깊은 욕망을 자극하는 힘이다.
딱 한 명.
‘드디어 썼네.’
화석이 되어버린 한 고인물을 제외하고는.
진혁이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다.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하고 군타페르의 심기를 건드리느라 온갖 공을 들였는데,
드디어 그 노력이 결실을 볼 때가 도래했다.
저 능력을 사용하는 게 능력 복사를 위한 대전제였기 때문이다.
‘먼저 테레사 씨를 노리는 건가.’
하긴, 후방에서 신성력을 난사하는 게 꽤나 거슬리긴 했겠지.
하지만, 글쎄….
다른 사람은 몰라도 테레사에게 만큼은 군타페르의 고유성창이 먹히지 않을 거다.
⁕ ⁕ ⁕
-나와 함께 한다면… 그 가식적이고 본능을 거스르는 가면을 벗게 해주겠다. 사실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모두를 구하느니 뭐니 하며 자신을 억누르는 성녀의 책무가 얼마나 무거운지 말이야.
달콤한 목소리가 테레사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무의식을 자극하는, 마왕의 권능과 함께.
‘성녀 하나 구워삶은 거야 일도 아니지.’
수많은 이들을 타락시키고 또 꼬드긴 능력이다.
이건 분명히 통한다.
그런데.
“흐응. 그런 건 이미 다 가지고 있는데? 나는 내 마음 가는대로 살고 있어. 거래를 제안하고 싶으면 차라리 저 목석을 자빠뜨릴 방법이라도 제시해주든가?”
테레사의 목소리가 어째 이상했다.
평소와 전혀 다른 천박한 억양.
목소리뿐 아니라 눈동자와 머리카락의 색까지 완전히 달라졌다.
오롯이 동류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
‘…마족이라고?’
다른 건 몰라도 눈앞에 있는 성녀는 더 이상 성녀가 아니다.
-그, 그렇다면… 공허하고 아무런 만족감도 얻을 수 없는 삶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건 어떠느냐? 그런 타락한 모습이 아니라 사실, 너에게도 내면을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할 텐데?
“저, 저는 이미 신께 맹세한 성기사로…이미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데요?”
또 다시 인격이 바뀌었다.
– …….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