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75)
475화. 마왕 사냥 (1)
천유성의 말에, 진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따라 해 봐. 나, 천유성은…….”
“…….”
“아. 뭐 해?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거야?”
“빌어먹을. 알겠다. 나…… 천유성은.”
“평생을 갚아도 갚지 못할 빚을 강진혁에게 졌으며.”
“평생을 갚아도 갚지 못할 빚을…… 후우. 강진혁에게 졌으며.”
“때문에 평생 온갖 맞춤용 옷을 입는 등 시키는 건 무엇이든 충실하게 수행하기로 맹세합니다.”
“때문에 평생 맞춤용 옷…… 같은 소리 하네! 평생을 말이더냐? 평생!?”
“평생은 좀 긴가? 그럼, 1년은 어때?”
“하루! 딱 하루만 하겠다. 그것도 많이 양보해준 거다!”
“6개월.”
“삼 일!”
“한 달.”
“일주일! 이상은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는 걸 선택하지.”
“오케이. 일주일.”
그 정도면 충분하다.
세상에서 가장 긴 일주일을 만들어 줄 테니까.
노예로서 할 수 있는 온갖 것들을 떠올리자, 자연히 진혁의 입가가 씰룩였다.
그리고 때마침.
띠링!
상태창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복사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천유성의 고유 성창 ‘백야(白夜)’를 복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복사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그걸 끝으로…….
심상세계 역시 완전히 박살났다.
⁕ ⁕ ⁕
콰콰콰쾅!
핏방울들이 지면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우우웅!
그리고 그 위로 검은 십자가가 솟구쳤다.
지면을 송두리째 갈아엎는 마력.
엘리스와 테레사. 둘의 조합이 만들어낸 파괴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성가시군.”
군타페르가 혀를 찼다.
전성기보다 못한다고 하나, 엘리스는 힘이 꽤나 돌아온 상태.
일 격, 일 격이 과거를 떠올리게 하듯 무거웠다.
게다가 저 미쳐버린 성녀가 날려대는 공격 역시 날카롭긴 마찬가지였다.
“야. 바보 성녀! 내 공격에 방해되지 않게 하라고 한 거 까먹었어? 저 십자가 때문에 시야가 가리잖아. 시야가!”
“어머나, 내 스킬이 너무 강력해서 우리 꼬맹이 군주님의 심기를 건드렸나보네. 화가 풀리게 어디 막대 사탕이라도 하나 찾아 줘야 할까나.”
“뭐, 뭐라고! 너 지금 말 다했어!?”
“다 하진 않았는데, 더 했다간 혀 깨물고 죽을 것 같아서 참는 거란다.”
여전히 죽어라 서로를 물어뜯는 모습.
‘티격태격하고 있긴 하지만, 호흡이 잘 맞는다.’
군타페르의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이대로 가면 필요 이상의 손해를 키우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건 곧…….
다른 마왕들과의 서열 싸움에서 밀리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램핀.”
군타페르가 허공을 향해 중얼거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늙은 노인의 목소리가 응답했다.
-예, 부르셨나이까?
“다른 마왕들의 직속 부대는 지금 어디에 있지?”
마몬을 비롯한 아홉 마왕들의 지원 병력.
말이 좋아 지원이지, 베리엘과의 전쟁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수작에 가깝다.
피해는 거의 입지 않는 후방에서 있으면서 원정대에 참여한 생색은 내고 싶은 거겠지.
원래는 아니꼽게 바라봤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좋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났다.
‘봉인석을 폭발시켜 다른 놈들의 주요 전력을 몰살시키고 그 책임을 강진혁과 베리엘에게 넘기면 돼.’
이렇게 하면 전력 손실은 균일하게 나누면서, 동시에 베리엘을 완전히 뭉개 버릴 수 있게 되리라.
-30분 전 공간이동을 통해 성채에 도착했고 현재는 알현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미 다 모였더라…….
“좋아. 어디 보내지 말고 잡아둬라. 내가 신호를 보내면 전부 중앙으로 오게 시키고.”
그때가 봉인석이 발동할 순간이다.
대의를 위해 모두가 사라져야 할 순간이기도 하고.
‘우선 시간을 좀 끌어볼까.’
콰드득!
군타페르가 주위의 대결계를 허물었다.
⁕ ⁕ ⁕
쿵! 쿵! 쿵!
기다리고 있던 수많은 마족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성채의 심장부를 지키고 있는 놈들답게, 전원이 중급 이상의 혈족이거나 대형종으로 구성된 마수들이었다.
“크오오오!”
“먹이다! 먹이!”
“크하하하 뼈째로 삼켜주지!”
보기만 해도 흉측한 몰골을 가진 마수들이 군침을 흘리며 달려들었다.
상대할 엄두가 안 날 만큼 엄청난 수의 대군이다.
다만.
“천한 것들이 감히…….”
“누가 누굴 보고 먹이라고?”
그 정도로는 위협이 되기엔 부족했다.
엘리스와 테레사가 마력을 해방했다.
‘리버스 그래비티.’
중력이 역전됨에 따라 엘리스의 앞에 있던 마수들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크아?”
“모, 몸이?”
동시에.
화르륵!
테레사의 검에서 검은색 십자가가 솟구쳤다.
엄청난 열기가 응축되면서 화염이 더욱 거칠게 타올랐다.
허공에서 버둥거리는 마수들은 그저 맞히기 쉬운 표적에 불과할 뿐,
콰콰콰콰콰콰!
이어진 건 일대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폭발이었다.
검은 십자가가 휩쓸고 간 지점에 숯덩이로 변한 시체들이 즐비하게 뒹굴었다.
단 한 번의 공격에 수백 마리 이상이 죽은 것이다.
움찔하고.
마수들의 몸이 위축됐다.
본능적으로 위험한 상대라는 걸 깨달아버린 탓이었다.
물론. 전부가 꼬리를 만 것은 아니었다.
“쳇, 가주급인가…….”
“원거리 특화형이다.”
“각각 고립시킨 다음에 거리를 좁히면 충분히 상대할 만해.”
“내가 앞을 맡지.”
단검을 쥔 상위 혈족들이 움직였다.
툭……!
가볍게.
그러면서 빠르게.
바람을 타고 도약한 혈족들이 단숨에 엘리스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여기서도 광역 마법을 쓸 수 있겠느냐!”
“베어주지!”
이 거리라면 특유의 장기도 빛이 바랠 터.
단검이 검광을 흩뿌렸다.
“누가 감히 짐이 멀리서 싸우는 것만 잘한다고 한 것이냐?”
[엘리스가 고유 능력 ‘블러드 로드’ – 골든 서클을 발동합니다!]금빛이 일렁이며, 엘리스의 손에 화려한 장식이 된 레이피어가 나타났다.
뱀파이어를 상징하는 보구가 개방되자 마력으로 만든 불꽃이 사방으로 흐드러졌다.
카카카캉!
오랫동안 검술을 갈고 닦은 것도.
고명한 검사가 만들어낸 검법을 익힌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크윽!”
“뭐 이런 터무니없이 무식한 검술이……!”
그저 강하다.
오롯이 상대를 박살내기 위한 것만큼은 압도적이었다.
얇고 가는 레이피어가 바스타드 소드를 밀어붙이는 광경은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했다.
“크아아악!”
가슴에 바람구멍이 난 마족이 비명을 내질렀다.
엘리스가 전방에서 거세게 혈족들을 압박하자, 숫자는 더 이상 이점이 되질 않았다.
거기에 테레사까지 가세하면서 전투가 한층 더 치열해졌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서로가 서로의 마력을 갉아먹는 소모전이 길어질 무렵.
콰드득!
공간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다른 차원에서 전투를 치르던 진혁과 천유성의 승부가 마침내 결정된 것이다.
그리고 승자는 군타페르의 예상을 완전히 짓뭉개버렸다.
“너…….”
군타페르의 동공이 흔들렸다.
설마 ‘계약’을 끝낸 데다 ‘카발라도의 검’까지 준 천유성이 패배할 줄이야.
둘 사이의 전력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게 오판이었다.
이 정도로 지원을 퍼부어도 졌다는 건 격차가 훨씬 더 이상이라는 뜻이었으니까.
“바보 검성을 찾는 거라면 그 녀석은 지금쯤 푹 자고 있을 거야. 아 마침 저기 있네.”
계약을 어긴 걸 숨기기 위해 적당히 기절한 척해 있으라고 했다.
자존심 강한 천유성이 연기를 하고 있으리라곤 상상하지 못하겠지.
진혁이 나뭇가지로 천유성의 머리를 꾹꾹 찔렀다.
“봐, 아주 제대로 기절했어. 이렇게 찔러도 일어나지 못할걸?”
꾹꾹.
천유성의 볼 깊숙이 나뭇가지가 파고들었다.
“정말 하는 것마다 초를 치는구나. 그래, 기어이 내 손에 죽고 싶다고 용을 쓰면 그 소원대로 해주지.”
파츠츠!
군타페르의 손에 카발라도의 검이 나타났다.
“천유성한테 준다고 하더니 거짓말이었어? 그 녀석 그거 가지고 꽤 좋아했는데.”
“아무렴 그깟 애송이 놈에게 마신의 신물을 줬겠느냐?”
쿠쿠쿠쿠!
룬어들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마왕 사냥의 서막이다.
진혁이 ‘세계의 기억’을 개방했다.
‘저런 무지막지한 놈을 잡으려면 그에 걸맞은 걸 준비해야지.’
능력들이 저장된 서고가 열리며, 책장의 책들이 빠르게 넘어갔다.
[고유 성창 ‘백야(白夜)’와. 고유 능력 ‘검의 무덤’이 융합합니다.]고른 능력은 두 개.
모두 검술과 관련된 능력들이었다.
파츠츠!
두 개의 능력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런데.
……콰아앙!
성공을 알리는 상태창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굉음과 함께 끔찍한 통증이 전신을 들쑤셨다.
[융합에 실패했습니다!] [실패의 반동으로 인해 몸에 심각한 내상을 입습니다!]“쿨럭! 컥……!?”
진혁의 입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젠장. 꽤 가능성 높은 방법이라 생각했는데, 이 조합식은 아닌가 보다.
“무슨 멍청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게냐? 혼자 말하더니 혼자 피를 토하고?”
“기다려 봐. 원래 이게 한 번에 성공하는 게 아니야.”
명(明)과 암(暗).
성질의 변화가 잘 맞지 않는다면, 이번엔 두 개의 능력의 시너지를 고려한 융합을 시도한다.
촤르르르……!
또 다시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다.
[고유 성창 ‘백야(白夜)’와 고유 성창 ‘페이즈 2’를 융합합니다!]파츠츠!
엄청난 마력이 응집됐다.
고유 성창과 고유 성창의 융합.
실패 시 리스크는 아까보다 훨씬 더 클 테지만, 대신 성공 확률 역시 그만큼 올라갈 것이다.
사방으로 튀어 나가는 스파크와 함께 두 개의 능력이 하나로 합쳐졌다.
이번엔 황금색 기운이 따스하게 퍼져나갔다.
……됐다! 이건 성공이다.
[고유 성창 ‘파이널 제네시스’를 융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입수 난이도: 측정불가
내용: 마지막 창세기. 신의 권역을 넘나드는 고유 성창은 단순히 독문검법을 창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세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창조와 파괴를 관장할 수 있게 만듭니다. 단, 이 고유 성창은 1분당 100의 마력을 소모하며 능력의 완성도에 따라 창조와 파괴의 한계치가 달라집니다.(현재, Lv1, 최종 Lv12까지 성장이 가능합니다.)
이건…….진짜로 엄청나다.
지금까지 수많은 고유 성창과 능력들을 경험한 진혁으로서도 이 정도 사기적인 능력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
융합 능력…… 어쩌면 그 이상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걸 수도 있다.
‘최종적으로 한 세계의 신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아자토스를 상대하려면 반드시 달성해야할 조건들이 있는데, 이 능력을 12레벨까지 올린다면 그 중에 까다로운 몇 개는 대체가 가능할 것이다.
새삼스럽게 천유성이 배신해준 게 고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토록 엄청난 선물을 해준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군타페르를 상대로는 사용할 수 없겠네.’
파이널 제네시스는 시전자와 상대방 둘이 고립되는 형태.
하지만, 군타페르의 능력을 복사하려면 모두가 보는 공개된 장소라는 대전제가 지켜져야 한다.
그렇다면…….
우우웅!
진혁이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세 개의 아이템을 꺼냈다.
카발라도의 검과 제대로 상대할 수 있는 성유물.
용살검 ‘발뭉’.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거인들의 성채에서 쓰러뜨린 고위 악마 ‘안트라드의 심장’이었다.
[고대 결계 – ‘커스터마이징’을 발동합니다!]발뭉의 색과 형태가 조금 달라졌다.
크기는 조금 더 작고 얇아졌으며, 칼날의 색 역시 황금빛에 가까운 노란색으로 변했다.
‘검은 이걸로 됐고.’
마지막으로 진혁이 언노운을 상징하는 가면을 꺼냈다.
현재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멤버들을 제외한다면, 플레이어들 중에서 우리들이 마계에 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작전‘을 사용하는 데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뜻.
이걸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한편.
‘흐음. 이제 슬슬 때가 무르익었군.’
군타페르 역시 이 싸움의 대미를 장식할 한 방을 사용할 타이밍을 엿보고 있었다.
그램핀을 통해 각 마왕들의 혈족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
봉인석 역시 발동 준비를 끝난 상태.
이제 조금만 있으면…….
저 능글맞은 인간 놈을 죽이고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
그렇게 서로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채.
콰아아앙!
탑의 최강의 성유물들이 정면으로 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