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77)
477화. 마왕 사냥 (3)
엘리스 폰 아타락시아.
과거 가장 고고했던 절대자 중 하나는 나머지 가주들에게 축출당해 몰락했다.
오랜 세월 ‘타락한 자들의 회랑’에 갇힌 채 빛을 잃어갔고. 또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그 모든 건 가주들이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 아니다.
엑센시온이 주도한 건 더더욱 아니었고.
니알라토텝이 목소리를 높였다.
“엘리스, 그 골칫덩어리는 유배가 아니라 죽이는 게 나았습니다. 원래 계획대로요.”
“계획이라는 건 항상 바뀌는 법이야.”
“그렇게 말하기엔 힘을 되찾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지 않습니까? 이래서 아예 확실하게 짓밟아 놔야 된다고 말씀드린 건데……. 덕분에 강진혁도 지금까지 존재해온 그 어떤 등반자보다 위협적입니다.”
최강의 플레이어.
탑의 정상을 정복하려는 발칙한 인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위를 향하고 있다.
만만치 않은 조력자들을 포섭하면서 계속해서.
“그래, 조금 빠르긴 해. 기대한 것…… 아니,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지. 하지만, 모든 건 상정 범위 내야.”
그림자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훨훨 털었다.
“엘리스를 잡는다면 오히려 이 정도 타이밍이 가장 좋아.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하는 말이니까 믿으라고.”
확실히…….
이 남자가 하는 말이라면 믿을 수밖에 없다.
누가 뭐래도. 상급 관리자들과 시스템은 물론, 태고의 존재들마저도 뛰어넘은 이가 바로 이 절대자였으니까.
설령 그 누가 오더라도, 이 괴물이 버티고 있다면 결코 탑의 정상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리라.
그러나.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엘리스의 존재는 모든 근간을 뒤엎어버릴 만큼 위협적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위험한 변수이면서도…… 죽인다고 죽인다고 말만 하고 언제나 손을 대는 건 꺼려하고 있어.’
니알라토텝이 상대방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두려움 때문은 절대 아닐 것이다.
굳이 말한다면 ‘권태감을 깰 자극거리.’
그래. 그런 말이 적절하겠지.
‘자신의 완전성을 해치기 위한 칼날이 존재하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면 이런 짓거릴 해야 할 이유가 없어.’
그런 가학적이고 위험한 줄다리기를 하는 이유까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이 시기에 엘리스를 건드리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원한다면 제가 직접 아래로 내려가 엘리스를 제거하겠습니다. 혹은 릭 헤네시나 올드 가드를 움직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에헤이. 그건 너무 재미없잖아? 적어도 꿈틀거릴 공간은 내줘야지.”
“후우, 정말 괜찮은 겁니까? 엘리스의 봉인이 깨지기라도 한다면…….”
니알라토텝이 말을 삼켰다.
저 귀찮은 표정을 보아하니 어떠한 말로도 설득이 되지 않을 거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만 가 봐. 아자토스와 슈브니구라스에겐 그놈이 50층엔 가지 못할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그 말만 믿기엔 아버지의 심기가 별로 좋지 않으십니다. 자칫하면 ‘꿈’에서 깨어나실지도 모르고요.”
아자토스의 권능은 절대적.
특히나 가장 강력한 제약 중 하나인 ‘꿈’에서 깨어난다면 더욱 답이 없다.
“흐음. 그건 좀 곤란한데…… 탑 자체가 사라져버리면 여러 가지로 피곤해지거든. 아무래도 족쇄를 몇 개 더 만들든가 해야겠네.”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아시잖습니까? 우리 계약이 어떤 건지요.”
“알지, 나도 알아. 무섭게 왜 이래? 이런 적이 처음도 아니면서?”
“……물론, 알고 있습니다. 전 그저 노파심에 드린 말씀입니다.”
니알라토텝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는 남자가 계획한 거대한 흐름 속에 몸을 맡길 일만이 남았을 뿐.
⁕ ⁕ ⁕
높이 나는 새일수록 떨어질 때 아픈 법.
마왕 중에서도 가장 큰 두각을 드러내며 승승장구하던 군타페르는 그야말로 생애 최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크윽…… 컥, 허억. 허억.”
거친 호흡과 피와 먼지투성이로 변한 몸.
자랑스러운 뿔과 긍지 높던 권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휘하의 모든 부하들은 등을 돌렸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적들이 자신의 생명을 끊기 위해 포위망을 좁히는 중이었다.
“빌어먹을 천사 놈들도 다 배신한 건가.”
우리엘과 키자키엘.
공동의 목표가 있을 땐 그렇게나 합이 잘 맞더니, 상황이 불리해지자 가장 먼저 에덴으로 사라졌다.
이래서 깃털 달린 것들하고는 상종을 하면 안 되는 건데…….
하지만, 후회해봤자 이미 너무 늦었다.
마력과 체력이 전부 소진된 이상, 이 골짜기가 자신이 죽을 묫자리가 될 것이다.
그나마 위안인 건 적들에게 당하기 전에 숨이 먼저 끊어진다는 점이랄까.
일부러 아무도 모르는 이런 깊숙한 곳까지 온 보람이 있었다.
군타페르가 절벽에 한 쪽에 쓰러졌다.
카발라도의 검만이 간신히 손끝에 감겨 흔들거렸다.
바로 그때.
저벅.
인기척이 느껴졌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목소리와 함께.
“그 와중에 엄청나게도 멀리 도망쳤군. 젠장, 설마 저 많은 수의 추격대를 돌파할 줄이야.”
“바퀴벌레보다 더 끈질길 거라고 했잖아. 자, 내가 이겼으니, 300만 코인 바로 입금해.”
베리엘.
그리고…… 가증스러운 인간, 강진혁이었다.
마왕과 인간이라는 어이없는 조합도 조합이지만, 더 짜증나는 건 자신의 목숨을 두고 둘이 나누는 대화였다.
“크흠. 좀 봐주면 안 되겠나? 영지를 홀라당 날려서 그 정도 코인은 때려 죽여도 줄 수가 없어.”
“어허. 명색이 마왕이라는 분이 플레이어 상대로 사기를 치면 어떡하나? 이제 조만간 굵직한 영지도 들어올 텐데, 계산은 깔끔하게 해야 마왕이지.”
“누, 누가 안 주겠대! 지금 당장이 좀 팍팍하다고 하다는 거지 않느냐! 큼! 아니면 조금만 미뤄주든가. 일주일 뒤에 주는 걸로 하고.”
“그것도 괜찮긴 한데, 일주일 뒤엔 10할 이자 붙어서 600만 코인이야. 성유물이나 영지의 지분을 좀 태워주는 것도 좋고. 더도 덜도 말고 깔끔하게 20% 어때?”
“그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 않느냐!”
“아 몰라, 싫으면 지금 당장 입금해.”
“……지옥의 사채업자도 너보단 덜 할 거다.”
베리엘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러는 사이 둘이 군타페르가 있는 코앞까지 도달했다.
“네놈……들.”
군타페르가 힘겹게 검을 들어올렸다.
무게를 견디지 못한 칼끝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무리하지 마. 마력이 역류하면 안 그래도 얼마 남지 않는 목숨 바로 끊어질 거야. 뭐, 어차피 죽는 건 변함없으려나.”
화르륵!
‘홍련’의 칼날에 회색빛 불길이 솟구쳤다.
‘별의 가호’와 ‘혈마기’를 동시에 발현시킨 결과물이었다.
“뭐, 뭘 할 생각이냐?”
“지금부터 네 영지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낱낱이 말하게 될 거야.”
눈에 보이는 창고가 아닌, 진짜 중요한 것들만 따로 보관해둔 비밀 창고.
그곳에 있는 보물과 성유물들이 목적이다.
“물론, 버티는 건 자유지만 고통이 아주 길어질 거야. 신성력으로 지진 다음 혈마기로 회복시키고 다시 신성력으로 지져버릴 거거든.”
마음만 먹으면 이론적으로 영원한 고문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애를 먹은 걸 생각하면 충분히 그렇게 할 의지도 있었고.
“마계의 마왕 중 하나인 이 몸이 그딴 협박에……으아아아아!”
단검이 복부에 파고들자 군타페르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신경이 잔뜩 밀집되어 있는 곳을 노렸기에, 효과는 아주 탁월했다.
“끄으으…… 끄아아악!”
“괜찮아. 더 버텨봐. 기왕 자존심 세운 거 벌써 포기하면 안 되잖아?”
진혁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자, 입 벌리세요. 힐 들어갑니다.”
지금까지 쌓아둔 스트레스를 해소하듯. 그렇게 길고 긴 고문 열차가 출발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에 있다.”
군타페르는 결국 모든 걸 실토했다.
한 달 전에 먹은 식사 메뉴까지 읊어댔으니, 사실상 원하는 걸 모두 손에 넣은 셈이다.
“고마워.”
푸욱!
심장에 칼을 꽂아 넣는 것으로 군타페르의 숨통이 끊어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무수히 올라가는 상태창.
마계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답게, 오른 레벨이 무려 10레벨이나 되었다.
각 레벨마다 올려야 하는 경험치의 양을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많은 레벨이 올랐다.
‘층계를 몇 단계나 건너뛴 덕분인가.’
과연, 쏠쏠하다.
동시에,
베헤모스와 천유성에게 걸려 있는 제약 역시 사라졌다.
길고 긴 싸움이었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지 않게 막대한 보상들을 줄줄이 얻게 되었다.
‘굴종의 손아귀와 레벨업…… 이게 제일 크긴 하지.’
게다가 보물창고에 있는 각종 성유물들 역시 요긴하게 쓰이게 될 거다.
마지막으로…….
진혁이 군타페르의 목에 걸려 있는 보석을 잡아 뜯었다.
[제5마왕 군타페르의 ‘붉은 혈석’을 획득하셨습니다.] [마신의 성물 ‘카발라도의 검’을 획득하셨습니다.]마왕의 최소 자격이라 일컫는 보석.
그리고 발뭉에 버금가는 최강의 검까지.
이번 층계에서 얻은 보상은 기대 그 이상이었다.
⁕ ⁕ ⁕
마계에서의 일이 모두 마무리되고 하루가 지났다.
군타페르의 뒤처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긴 했지만, 덕분에 짧은 시간 내에 해야 할 건 모두 끝난 셈이다.
먼저. 베리엘은 군타페르의 영지를 비롯해 마계의 노란자위를 꿀꺽 삼켰다.
그동안 쥐꼬리만 한 예산으로 죽을 똥을 싸던 지배인 ‘세헤르트’는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삽시간에 시골 지배인에서 대도시 재상이 되었으니 당연히 행복해 죽을 수밖에.
에덴 역시 무리하게 개입한 덕에 당분간은 움직이기 힘들게 됐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의 원흉인 고인물 코퍼레이션은 정작 장작만 잔뜩 집어넣은 채 마계를 떠났다.
현재. 시련의 탑 31층.
“으아아악!”
“사, 살려줘요!”
“이게 무슨 일이야. 대체?”
모든 멤버들은 극한의 고통을 체험하는 중이었다.
“크하하하! 이게 바로 뜨거운 심장을 가진 전사들의 시험! 바바리안의 성인식이다!”
“과연, 마음에 드는군. 역시 피와 땀과 거친 숨소리! 당장 천마께 건의드려 마교에서도 이 시험을 치르게 하겠다!”
푸달락과 암황이 껄껄거리며 광소를 터뜨렸다.
고함소리와 비명소리가 난무하는 상황.
본격적인 바바리안 성인식의 막이 올랐다.
‘진짜 장난 아니긴 하네.’
진혁이 혀로 입술을 적셨다.
성인식이 결코 쉽지 않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건 다른 의미에서 정신이 나갈 것 같다.
100명이 출발해서 90명이 죽어도 모를 만큼 가학적이었으니까.
특히,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동굴에서 머리 모양이 다른 뱀을 찾는 건…….
시험이 아니라 그냥 죽으라고 던져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간지럽구만.”
“독은 좋은 영양소지!”
“맞다. 나도 밥에 비벼 먹는다!”
“근데 팔에 감각이 없는데 정상인가?”
“그건 다 근성이 부족해서 그런 거다.”
“맞는 말이다. 나도 뱀한테 잔뜩 물렸더니 팔이 2배나 커졌다. 봐라.”
“오오오! 푸르딩딩하긴 한데, 정말로 팔이 커졌다. 우칸파! 역시, 그대는 훌륭한 전사다!”
이게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야만 전사 놈들을 보자니 더욱 뒷골이 당긴다.
가장 골치 아픈 점은 이게 순수한 근육의 열정을 느껴야만 한다면서…… 마력을 극도로 억제하는 족쇄를 차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것도 무게만 10kg이 넘는 걸 양쪽 손목에 각각.
“이게 맛보기……라는 거죠? 그러니까.”
“그렇다! 본격적인 시험은 해가 완전히 뜨고 난 다음에 시작되지!”
“저는 직접 참여 안 해도 되는 거고요.”
“그대는 한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일 터. 그대의 자격은 그대가 속한 이들이 통과하는 것으로 대체될 거다.”
한 마디로 멀찍이 떨어진 뒤에서 멤버들이나 잘 이끌라는 뜻.
호오.
과연, 그렇단 말이지…….
진혁의 시선이 엘리스와 천유성 그리고 테레사와 정령수들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