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78)
478화. 바바리안들의 성인식 (1)
흐음….
솔직히 말해 고민이 되긴 한다.
이 시험을 완벽하게 통과하기 위해선 각각의 멤버들이 지옥길을 걸어야 할 테니.
‘내가 마음이 여려서 막 굴리고 하는 건 쉽지 않은데….’
벌써부터 눈가가 촉촉해지는 기분이다.
이제 막 치열한 전투를 치른 소중한 동료들이 고통받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마음 아팠으니까.
하지만, 그렇다 해서 마냥 느슨하게 할 수만도 없다.
‘모래시계가 있는 곳이 성인식의 최종 목적지랑 같으니 어차피 해치우긴 해야 해.’
성인식을 통해 명예 바바리안이 되어야 달성되는 푸달락의 고유 능력 역시 포기하긴 아까웠다.
“그래서. 참여하겠는가?”
“참여할 겁니다. 대신, 인원을 좀 선별할게요. 아직 몸이 좀 안 좋은 친구들이 몇 명 있거든요.”
진혁의 말에, 사지에서 발버둥치고 있는 멤버들이 한 마디씩 내뱉었다.
“주인….”
“모기모기.”
“계, 계약자.”
“진혁 씨. 당신은….”
“네놈에게 최소한의 양심이라는 게 남아 있는 모양이군. 그래, 엘리스 씨나 테레사 씨는 쉬게 하고 차라리 너랑 나 둘이서만….”
“그건 아쉽구만. 전원이 참가한다면 보상도 더 커지는데.”
“보상이 커진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 겁니까?”
“우리 부족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의 스탄 로이드란 것이 있다. 아주 감칠맛이 나는 쓰읍… 어으, 군침 도네. 아무튼 그런 게 있지.”
일명 ‘바바리안 주스’.
시련의 탑에서 극히 일부만 존재하는, 섭식을 통해 ‘힘’ 스탯을 올려주는 비약이었다.
“……라고 거절하기엔 너무 큰 제안이네요.”
진혁이 덥석 푸달락의 손을 붙잡았다.
“흐음. 동료들이 걱정된다고 하지 않았나? 이거 부상자가 많이 나오는 시험이긴 하다.”
“하하하, 무슨 섭한 말씀을…. 당연히 전부 참가죠. 아주 뼈가 가루가 될 때까지 굴리고 굴리겠습니다.”
“그래? 크하하하! 아주 탁월한 결정이다! 이번 성인식은 역대 최대의 난이도로 올려야겠어.”
“본좌의 제자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당연히 그리 말할 줄 알고 있었다.”
“맞다. 자네 제자가 아주 사내답군.”
“아무렴, 누가 골랐는데, 당연하지.”
근육이라는 이름 하에 뭉친 푸달락과 암황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20년지기 죽마고우처럼 아주 죽이 잘 맞는다.
“강진혀어억!”
“주인은 쓰레기다!”
“안 돼애애애!”
“진혁… 씨. 믿었는데….”
지옥행이 결정된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멤버들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 ⁕ ⁕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
여명이 밝자 대지 위에 모든 것들이 따스한 원기와 함께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다.
물론.
“후욱.후욱.후욱….”
“크크… 크크크…!”
“간다, 가 버린다아아!”
이제 막 성인식을 치르는 어린 바바리안들은 그 원기가 지나치게 과하게 충전됐다.
울끈거리는 이두와 삼두.
터질 듯 팽창한 대퇴근이 당장이라도 앞으로 질주하려 했다.
이런 괴물들이랑 경쟁해야 하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긴 하다.
족쇄를 차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더.
실제로 엘리스와 테레사는 자신감이 잔뜩 줄어들어 있었다.
“끄으응… 지, 짐의 다리가 잘 움직여지지 않느니라. 날…기도 힘들어.”
“무…겁네요. 신성력도 제대로 안 나오고.”
순수한 육체의 힘만을 취급해주는 바바리안들의 특성상, 부가적인 능력의 사용은 금기시되었다.
적어도 성인식에서만큼은 말이다.
대신, 다른 전사들은 고인물 코퍼레이션과 달리 족쇄의 무게가 50kg짜리긴 하지만….
글쎄, 저기서 낄낄대며 뛰어다니고 있는 놈들을 보면 그리 제약이라고 말하긴 어려워보였다.
“이번에야말로 우리 뿔거북 부족이 우승하겠다!”
“큰곰
부족이 있는데 어딜! 우리가 최강이다!”
“머리에 호두만 들어 있는 부족들은 가만히 있어라. 이번에 우리 전사들을 보면 놀라 까무러칠 거니까!”
“시험이 ‘발할라로 가는 길’이라고 하는데, 기대돼서 미치겠군!”
각각의 소부족들을 이끄는 부족장들이 전사들을 독려했다.
음.
사기가 하늘까지 솟구친 걸 보니 뭐라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플레이어 강진혁이 ‘원거리 화상통화’를 발동합니다!]진혁이 출발선에 서 있는 멤버들을 바라봤다.
다들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온갖 욕설을 날리는 게 나타났다.
“죽여 버리…!”
“여기서 꺼내 줘!”
“지금 장난….”
[음소거 기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
소리 없는 아우성.
이제야 좀 조용해졌다.
“아아, 하도 잡소리가 많아서 나만 말할 테니까, 다들 이해 좀 부탁해. 거기 유성아, 손가락으로 욕 하는 거 아니야. 어허. 고구마 너는 엉덩이 보이지 좀 말고. 여기 화장실 아니란다.”
어째 시작 전부터 단합이라는 게 되질 않는다.
이렇게 된 이상 독재 정치로 찍어 누르는 수밖에.
진혁의 손가락이 ‘제재’라고 적혀 있는 버튼으로 향했다.
장로급의 통솔 권한으로 소속된 바바리안들이 말을 안 들을 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게 하는 장치였다.
그런데, 천벌을 내리려는 바로 그때.
“흐으으읍!”
푸달락이 절벽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가 싶더니, 이내 쩌렁쩌렁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 부족의 미래를 이끌 전사들은 어디 있는가!!!”
“오오오오!”
“여기 있다! 큰곰 부족의 전사 ‘라이챠’가 여기 있다!”
“도마뱀 꼬리 부족의 오쓰카도 있다!”
전사들이 고함을 질렀다.
산 전체가 격하게 진동했다.
“과연, 부족 이름과 자기 이름을 제대로 외우고 있는 똑똑하고 어린 전사들이 많이 보인다! 발할라의 정상에서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겠다. 부디, 많은 이들이 정상에 오길 기대하마!”
[바바리안들의 성인식에 정식 참가했습니다.]난이도: S
승리 조건: 참가 인원 중 최소 둘 이상이 결승점을 통과해야 합니다.(단, 최고의 보상을 얻기 위해선 1등의 자리를 빼앗겨선 안 됩니다.)
보상: 바바리안 쥬스(근력 스탯 +30) 5개. 31층 최종 통과권.
⁕ ⁕ ⁕
쿵! 쿵! 쿵! 쿵!
시험이 시작되자, 전사들이 미친 듯이 앞으로 내달렸다.
첫 번째 시험은 강물 건너기.
엄청난 속도의 급류가 모두의 발길을 가로막았다.
[최초 통과자 보상: 칭호 ‘용감한 개척자’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성인식에 한해서 물리저항력이 10%만큼 상승합니다.]하지만.
선두에 있는 바바리안들은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전사라면 근성으로 건넌다!”
“멋지다!”
“질 수 없지!”
당연한 말이지만, 그 말을 하던 놈은 가장 먼저 급류에 휩쓸려 사라졌다.
“바, 발할로 향해…!”
“꾸억… 쿨럭 컥!”
뒤이어 달리던 놈들도 운명을 같이했다.
첨벙! 풍덩!
그렇게 수십 명이 더 사라지고 나서야, 강물에 뛰어드는 바바리안의 수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일순간 시험에 정적이 찾아왔다.
“헤엄칠 순 없다. 여긴 물살이 너무 거세. 뗏목 같은 걸 만들어도 순식간에 가라앉겠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건 천유성이었다.
“그걸 눈치채다니 똑똑하다.”
“…안 되는 거였어?”
“그런 수가….”
“사, 사실 나도 알고 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 강에 배를 띄우진 않는다.”
“마, 맞다.”
나무 조각을 모으던 전사들이 멈칫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물 위를 달리면 된다. 물에 빠지기 전에 다음 발을 옮기고 또 그 다음 발을 옮기다 보면 마지막에 도달할 수 있지.”
“그, 그게 가능하다고?”
“진정한 전사라면, 자신의 두 다리를 믿는다면… 가능하다. 이건 그 용기와 믿음을 시험하려는 관문이 틀림없어. 그리고 모든 영광은 가장 먼저 강을 건너는 전사가 차지하겠지.”
진정한 전사.
그 말이 일으킨 파장은 순식간에 어린 전사들의 심장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내가 진정한 전사다.”
“내, 내가 먼저다!”
“어딜 감히!”
바바리안들을 설득한 천유성이 힐끗 화상통신을 바라봤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냐?”
“응. 이제 자극 받은 애들이 무지성으로 달려들 거야.”
“그렇게 하면?”
“강을 손쉽게 건널 수 있는 길이 나타나는데, 그때를 노려서 건너면 돼.”
이 강은 한 가지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떠내려간 바바리안들의 숫자가 일정치를 넘으면 강물 위로 돌들이 나타나는 특징이.
전사라면 앞만 보고 달려들 게 아니라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려는 의도겠지.
‘뭐, 그런 심오한 뜻을 이해하지 못하니, 바바리안들 사이에서 이 시험이 가장 어려운 거겠지만.’
아주 먼 옛날에는 똑똑한 바바리안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때 일족을 이끌던 우두머리와 장로들이 만든 시험일 거다.
또 다시 바바리안들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쿨럭!”
“진정한….”
“전, 전사!”
진정한 전사는 개뿔.
자기들이 예수 그리스도도 아니고.
에덴의 가호라도 받지 않는 한 결코 물 위를 걷지 못할 거다.
아까보다 훨씬 더 많은 바바리안들이 하류로 사라졌다.
탈락자들이 속출함에 따라 수면에 미미한 변화가 생겼다.
거북이를 닮은 돌들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이다!
“건너!”
“젠장. 간다!”
진혁의 외침에, 천유성이 몸을 날렸다.
이미 다수의 바바리안들이 물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상황.
지금이라면 단숨에 선두권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세상일이라는 게 그리 만만하게 흘러가는 게 아니다.
“히이이익!”
마지막에 오던 운디네가 발을 헛디뎌 물살에 휩쓸렸다.
“사, 살려줘!”
“손을… 잡아라!”
천유성이 손을 뻗었다. 나머지 정령수들도 동료를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냥 가. 쟤 하나 구하려다가 첫 번째 보상을 포기할 셈이야?”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는 거냐!”
“운디네도 자기가 발목을 잡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잖아. 너야말로 그 고귀한 뜻을 물거품으로 만들 생각인 거냐!”
“아니 난 살고 싶… 꺄아아아!”
버티다 못한 운디네가 그대로 격류에 휘말려 사라졌다.
첫 시험부터 슬픈 희생이 뒤따랐다.
그래도 물의 정령이니 폭포 아래 어딘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다.
……아마도.
⁕ ⁕ ⁕
이후에도 까다로운 시험들이 이어졌다.
1km가 넘는 절벽을 오른다든가.
독수리의 다리를 잡고 산과 산 사이를 넘는다든가 하는.
그리고 매 관문마다 상위권을 유지하는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분전 덕에, 장로들 사이에서는 묘한 위화감이 형성되었다.
부족의 명성이 결정되는 성인식에서 자신들이 외부인에 밀릴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사망: 0 / 부상: 529] [순위]1. 고인물 코퍼레이션(보상 13개 획득)
2. 큰곰 부족(보상 2개 획득)
3. 도마뱀 꼬리 부족(보상 1개 획득)
4.….
결국, 참다 못한 몇몇 부족들이 승부를 던졌다.
죽기보다 싫은 다른 부족들과의 연합을 통해 우선 고인물 코퍼레이션을 제압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긴급 회의다.”
“음모를 꾸며야 한다.”
“다들 모이도록. 절대 저 남자가 알게 해선 안 된다.”
“물론이다. 아주 은밀하게 진행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귀마개 비슷한 걸 양쪽 귀에 하나씩 꽂고 있는데….
저렇게 하면 자신들의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 거라고 믿고 있는 듯싶었다.
진심으로 말이다.
쯧쯧.
진혁이 열심히 회의를 하고 있는 장로들을 보며 혀를 찼다.
축복을 몰빵 받은 육체 덕분에 상층부에 있을 수 있는 거지. 저 두뇌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현대 사회에 있었으면 사기를 당해도 12번은 더 당했겠지.’
아마 자기가 사기를 당했다는 것조차 모를 거다.
그러거나 말았거나 장로들은 멈춰버린 머리를 굴려대며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