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83)
483화. 바티칸의 내부로 (1)
마력으로 인해 평범한 물건들이 성유물화 되는 건 이미 한 번 경험해본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는 조금 다르다.
탑에서 나오는 마력이 완전히 오염됐으니까.
‘셋이서 어떤 조합으로 골라야 가능성이 좀 있으려나.’
진혁이 화려하게 장식된 복도를 걸었다.
검, 칼, 활을 시작으로 루브르 박물관에서 공수해온 수많은 유물들이 보인다.
이번 일을 대비해 바티칸에서 미리 준비해둔 것들이겠지.
“계약자. 짐은 이게 마음에 든다.”
엘리스가 유리관 안에 있는 보석을 가리켰다.
과거, 루이 14세가 아꼈던 루비로, 마력이 주입된 이후엔 그 광택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평소 진귀한 것들을 좋아하는 엘리스로선 당연히 소장 욕심이 날 수밖에.
“지금 한가하게 쇼핑하러 온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다, 당연하다. 짐은 그저 저 보석이 우리 팀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거짓말 하고 있네.
딱 봐도 눈동자에 보석이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입에 흐르는 군침 역시 명백한 증거였다.
“테레사 씨는요?”
“음. 저는 이게 좋을 것 같아요.”
테레사가 중세 시대 사용되던 고문 기구를 가리켰다.
이거 또 심상치 않은 게 튀어나왔다.
‘아이언 메이든’.
일단 안에 들어가면 전신이 구멍투성이가 되어버리는 살벌한 놈이다.
“의외네요. 테레사 씨가 고르기엔 너무 과격해 보이는데.”
“여기서 느껴지는 마력이 조금 흥미로워서요. 마치…… 신성력이 살아 숨 쉬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요.”
신성력이 살아 숨 쉰다라.
표현이 꽤 재밌네.
하지만, 아이언 메이든은 확실히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확정 cc기가 붙어 있는 특수효과는 상대하는 입장에서 꽤나 골치 아팠으니까.
강력한 제약이 붙어 있기에 아무나 다룰 수 없기도 했고.
‘그럼 나는…….’
마지막으로 진혁이 진열장들을 훑었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여기에 걸려 있는 그림들이다.
각 그림엔 특별한 능력들이 있는데, 어떤 그림이냐에 따라 그 능력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크오오오……!”
어두운 통로 너머에서 귀청이 떨어질 듯한 포효소리가 들렸다.
전신에 소름이 쭈뼛하고 일어났다.
스릉!
철컹!
테레사와 엘리스가 반사적으로 무기를 꺼냈다.
붉은 꼬챙이와 대조적으로 황금빛으로 물든 검이 강렬하게 타올랐다.
쿵! 쿵! 쿵!
통로를 따라 모습을 드러낸 건 거대한 공룡의 화석이었다.
텅 빈 동공을 따라 붉은 불꽃이 번뜩였다.
“크르르…….”
백악기 시대를 주름잡던 최강의 포식자.
티라노사우루스다.
복도를 가득 채울 정도로 엄청난 몸집에, 뼈와 뼈 사이로 검은색 촉수들이 잔뜩 튀어나와 있는 외형이다.
한 눈에 봐도 네크로노미콘의 영향을 받은 모습.
화석을 성유물로 고른 자가 있는 게 틀림없다.
“막을게요!”
테레사가 신성력을 끌어올린 채 선두에 섰다.
“크아아아!”
티라노사우루스가 전력으로 질주했다.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
거대한 아가리가 테레사의 방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아아앙!
엄청난 굉음이 울려퍼졌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지나간 길을 따라 지면이 움푹 파였고, 벽면은 온통 촉수로 인해 검게 물들었다.
“크읍…….”
하지만, 테레사는 얼굴을 조금 찌푸렸을 뿐,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특유의 신성력 덕분이 아니다.
[성유물 ‘아이언 메이든’이 발동합니다!] [선택한 자의 감응도로 인해 능력의 효과가 향상됩니다!]대상을 구속하는 힘.
티라노사우루스의 몸체가 반투명한 가시에 서서히 우그러지기 시작했다.
콰드득! 우드득!
온 몸을 마구 비틀어댔지만, 한 번 구속당한 이상 빠져나가는 게 여의치 않았다.
아이언 메이든의 눈에서 붉은 핏물이 흘러나오자, 압박하는 힘이 한층 더 거세졌다
.날카로운 가시가 가차 없이 뼈를 파고들었다.
“크오오오오!”
결국 처절한 단말마와 함께 티라노사우루스의 몸이 완전히 부서졌다.
“세상에나…….”
테레사의 입에서 감탄 섞인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처럼 강력한 성유물이 탑 밖에 존재한다는 게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오오. 이래서 잘 고르라고 한 거였구나. 짐도 다른 걸 고르겠다. 크고 강력하고 짐의 격에 어울릴 만한 걸로 말이다!”
엘리스가 두 눈을 반짝이며 새로운 물건을 살폈다.
“안 됐지만, 한 번 고르면 다시 바꿀 순 없어.”
“뭐? 아니, 그런 중요한 이야기는 미리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이미 보석에 눈이 돌아가 있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씨알이나 먹혔겠어? 그리고 그 보석, 너한테는 의외로 잘 맞을지도 몰라.”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건 그만큼 상성이 좋다는 뜻.
괜히 어쭙잖게 머리를 쓰는 것보단 본능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게 더 현명하다.
같은 의미로 이제 이쪽도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저벅.
진혁의 발걸음이 한 그림 앞에서 멈췄다.
미술품에 관심이 없는 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는 명화.
[뭉크의 ‘절규’를 선택하시겠습니까?]정말로 나라를 잃어버린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가 그려진 그림.
이게 베스트다.
‘선택창이 뜬다는 건 아직까지 바티칸 쪽에서 이걸 선택한 사람이 없다는 거겠지.’
하긴, 온갖 무기류와 방어구, 화석이나 조각상 등이 넘쳐나는 마당에 그림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아이템의 정확한 가치를 파악하고 있지 않는 한은 말이다.
“선택할게.”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바티칸 탐방의 시간이다.
⁕ ⁕ ⁕
바티칸의 지하 감옥. ‘카타콤‘.
바티칸에 소속된 이들 중에서도 추기경급만 알고 있는 이 장소는 현대의 법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장소다.
본래라면 이 지하 감옥은 텅텅 비어 있어야 하지만, 오늘은 꽤나 많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기념관에 침입자가 들어왔다고 하더군.”
희미한 촛불 아래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자들 말고 또 말입니까?”
두 번째 목소리에선 걱정이 가득 배어 나왔다.
바로 얼마 전, 한국에서 몇몇 랭커들이 내부 깊숙한 곳까지 침입했던 것이다.
일부는 잡아 가둬두긴 했으나, 아직도 두 명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
그 와중에 또 다시 새로운 침입자들이 나타났으니 당연히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오빠다.’
‘형…….’
감옥 안에 갇혀 있던 유연화와 이태민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서 누구인가? 그 침입자란 놈들은?”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강진혁과 엘리스 그리고 테레사입니다.”
“……역시, 동료들로부터 연락이 끊기니 직접 움직이는군.”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진혁은 건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워낙에 유명한데다, 그건 둘째치더라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합니다. 차라리 어느 정도 달래서 타협을 하는 게…….”
전 세계 대형 길드들은 물론, 강대국의 공권력도 함부로 간섭하지 못하는 괴물.
그런 강자들이 모여 있는 게 지금의 고인물 코퍼레이션이다.
조금 전에 들어온 침입자들 역시 정보부에서도 알고 있는 유명 랭커들이긴 했지만, 강진혁은 아예 근본이 다를 터.
제아무리 바티칸이라 해도 쉽사리 손을 댈 순 없었다.
“트로치아 추기경.”
“예. 말씀하십시오. 레이트만 추기경 님.”
“우리는 위대한 사명을 갖고 있네. 천사들께서 명하신 이 신성한 유물을 찾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다, 당연히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만년필.
정확한 정체가 뭔지는 모르지만, 이 만년필에 새겨진 각인을 해금시킨 순간, 바티칸 전체에 엄청난 마력이 흘러넘쳤다.
내부에 있던 물건들은 탑이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유물화 되었고. 그 중 상당수는 격을 인정받아 성유물과 비슷한 힘을 지니게 된 것이다.
오직 선택받은 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은혜.
레이트만은 이 성스러운 특권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보나마나 이걸 빼앗으려고 온 거겠지. 물론, 난 무슨 수를 쓰든 이걸 지킬 생각이네. 자기 잇속만 챙기는 그깟 배교도 놈들에게 신념을 굽혀서야 어찌 신을 모시는 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맞는 말씀입니다. 제가 잠시 이성을 잃고 실언을 해버렸습니다.”
“괜찮네. 자네 말대로 벌집을 건드리는 셈이니 조심할 필요는 있겠지.”
고개를 끄덕인 레이트만이 이번엔 하얀 갑주를 입고 있는 중년의 기사를 불렀다.
“알폰소 기사단장. 현재 바티칸 내부에 2차 각성을 끝낸 성기사들이 얼마나 있나?”
“26층 망령의 저택을 공략 중인 터라 기사단의 7할 가량이 자리를 비운 상태입니다. 때문에 내부 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성기사는 저를 포함해 약 스무 명 정도입니다.”
“스무 명이라…….”
저 괴물들을 막기엔 부족한 숫자다.
단, 여기엔 두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1인당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성유물과 마력으로 인해 완전히 바뀐 카타콤이라는 변수가.
‘이미 우리가 가장 좋은 것들을 선점해두었다.’
하물며 신의 은총으로 인해 각각의 성유물들은 그 능력이 대폭 향상되었으니, 시작점 자체는 비교가 불가하리라.
‘거기에 내가 선택한 성유물까지 사용한다면…….’
1만8253 개의 아이템 중에서도 최강을 자랑하는 성유물.
레이트만이 손가락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토끼사냥을 시작하지. 성기사들을 배치해두게. 난 천사께 다시 한 번 이 일을 보고하겠네.”
“알겠습니다.”
“예.”
트로치아와 알폰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유천영과 그 붉은 머리 여자를 잡아두는 것도 소홀히 하지 말게. 만에 하나 강진혁과 합류하게 된다면 골치 아파지니까.”
레이트만이 한 마디 덧붙였다.
⁕ ⁕ ⁕
“진짜 끝도 없이 기어 나오네.”
“무슨 대형 미궁에라도 들어온 기분이에요.”
엘리스와 테레사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벌써 3시간이 넘게 치러진 격전.
그럼에도 몰려오는 적들의 수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진혁이 단검에 묻은 뼛가루를 털어냈다.
‘만년필……을 손에 넣은 게 맞나보네. 사용법도 가장 기본적인 건 깨우친 것 같고.’
각종 공룡의 화석들은 물론, 조금 전에는 샤벨 타이거와 맘모스와도 한 판 붙었다.
그것도 전부 촉수에 감염된 것들로만.
‘니알라토텝이 에덴과 붙어먹은 건 말이 안 되는데…… 대체 어떻게 바티칸 놈들을 구워삶은 거지?’
또 다른 변수가 개입된 건가?
아니면, 천사들 중에서 50층과 붙어먹은 놈이 있다든가.
그것도 아니면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급 관리자 중 하나가 개입했을 수도 있다.
가능성은 많았지만, 모두가 추측일 뿐.
확실하게 하려면 좀 더 깊숙이 파고들어야 한다.
“계약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계속 이 유물들하고 싸우고 있을 순 없잖아. 그…… 뭐지, 여기서 꼭 찾아야 하는 게 있다며?”
“연화 일행을 구하는 게 우선이야. 지하 감옥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숨겨져 있을 건데 그것부터 찾아보자.”
“진혁 씨…….”
“동료를 아꼈구나. 계약자.”
테레사와 엘리스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음.
이 타이밍에 만년필이 있다면 카타콤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고 말하면 안 되겠지.
묘하게 감동을 받은 것 같은데, 굳이 그걸 깨뜨릴 필요는 없다.
“크흠.”
진혁이 비장한 표정을 지은 채 아공간에서 고구마를 꺼냈다.
“모기?”
“구마야. 지금부터 바닥에 냄새가 다른 곳을 찾아봐. 알았지?”
“모기!”
다른 사람이 보기엔 1분1초라도 빨리 위험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걸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