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85)
485화. 바티칸의 내부로 (3)
나알라토텝.탑의 전 층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몇 안 되는 존재다.
‘저 녀석이…… 바티칸을 구워삶았을 줄이야.‘
추기경들이 위대한 존재니, 천사니 하며 벌벌 떠는 걸 보니, 딱 봐도 자기 스스로를 대천사급에 해당하는 신격으로 소개한 게 틀림없었다.
“시키신 대로 전부 다 했습니다.”
“저 간악한 사교도에게 천벌을 내려주십시오!”
레이트만과 트로치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니알라토텝이 보여줬던 권능이 엄청났기에, 그가 하는 모든 말들을 믿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외모를 하고도 저 친구들이 천사라고 믿고 따른다니…… 어이가 없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란 자신들이 믿고 싶은 걸 그대로 믿는 법이니까. 난 그저 듣고 싶어하는 말들을 들려줬을 뿐이야.”
“악취미로군.”
“칭찬으로 듣지.”
니알라토텝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야기를 하느라 깜빡했는데, 일단 내 소개를 좀 해야겠군. 내 이름은…….”
“알고 있어. 니알라토텝.”
진혁의 말에, 니알라토텝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살짝 사라졌다.
“호오. 나에 대해서 알고 있던 건가?”
“언젠간 탑의 정상에 올라야 하는데, 마지막 관문을 지키고 있는 놈들이 누군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조사 좀 했지.”
“조……사? 그걸 대답이라고 하는 거냐?”
50층에 대해서 알고 있는 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탑의 상층부에서 단단하게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신격들조차도 무지할진대…….
고작 인간 따위가 자신의 이름을 알아냈다는 걸 믿으란 말인가?
“아무래도 네놈 뒤에 뭔가 있는 모양이구나. 아주 거대한 뒷배가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야.”
“속고만 살았나 의심은 많네. 탑의 정상에 오르려고 내가 열심히 조사해서 알아낸 거 맞다니까?”
“푸하하하…… 하하하하! 정상…… 정상이라니. 진짜 미치겠군.”
니알라토텝이 배를 잡고 폭소했다.
진심으로 낄낄대면서.
“넌 그 말이 지닌 무게를 죽어서도 깨닫지 못할 거다. 절대로.”
한참이나 이어진 웃음이 끊어졌다.
싸아아아…….
분위기가 바뀌고 공기가 얼어붙는다.
“네놈이 이 만년필을 노리고 있는 건 알고 있다. 먼저 한 가지 묻지. 이걸 원하는 이유가 뭐냐?”
오싹!
세 사람의 피부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이게 태고의 존재들 중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한 괴물.
‘니알라토텝‘이 지닌 격이다.
“저 녀석…… 대체 뭐야?”
“완전 괴물……이잖아요.”
엘리스와 테레사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숨이 턱하고 막힐 정도의 압박감으로 인해 심장이 미친 듯이 빠르게 고동쳤다.
지금까지 수많은 세월을 탑에서 보내왔건만, 이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는 단연코 처음이었다.
테레사야 말할 필요조차 없었고.
하지만.
유일하게 진혁만은 이 심해와 같은 살기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확실히 탑 밖이라 그런지…… 제약이 많이 걸렸나 보네.’
이 마력.
이 힘…….
50층에서 이 녀석과 전력으로 싸웠을 때와 비교하면 별거 아니다.
그때는 정말로 상식을 무너뜨리는 재앙이었으니까.
“알면서도 뭘 떠봐? 네가 여기까지 직접 올 정도면 어차피 서로가 정답을 알고 있는 듯한데?”
“정답인지 아닌지 그 입으로 말해보란 말이다.”
“네크로노미콘. 너희들이 지닌 유일한 약점을 기록한 책. 이건 그걸 찾기 위한 단서 중 하나잖아.”
절대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비밀들이 연거푸 터져나온다.
억겁의 세월동안 그토록 지키려고 했던 게 모조리 무너지는 순간이다.
“……설마 했는데, 우연이 아니었나. 듣던 대로 최악의 골칫덩어리로군. 빌어먹을 어쩔 수 없지.”
우우우웅!
니알라토텝의 손끝에 하얀 빛무리가 맺혔다.
“사정이 있어 네놈의 목숨만은 보장해주겠다. 대신, 거기 뒤에 잇는 엘리스를 넘겨라.”
“……뭐? 엘리스를?”
이번엔 진혁이 놀랄 차례였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또 그에 따른 대비를 해뒀지만, 그 선택지 중에서 엘리스는 없었다.
전성기 때도 아니고.
50층에서 엘리스에게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엘리스에게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건가?’
과거에는 타락한 자들의 회랑에서 엘리스와 계약을 맺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보에 빈틈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진혁이 혀로 입술을 적셨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지?
고민은 많았지만,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엘리스를 넘길 순 없어. 이 애는 내 소중한 동료거든.”
“계약자…….”
엘리스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꽤나 감동을 받았는지 두 손을 가슴에 모아 대고 입술을 꼭 깨물었다.
반면.
“그건 아쉬운 대답이군. 정 그렇다면 강제로라도 데려가주지.”
[니알라토텝이 Lv??? ‘경계선의 촉수’를 발동합니다!]파츠츠!
응축됐던 빛이 퍼져나갔다.
동시에.
쿠쿠쿠쿠쿠!
지면을 따라 검은색과 보라색이 섞인 촉수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사람의 손 형상을 한 촉수들은 화석들에게서 느껴졌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마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동료의 사지가 갈기갈기 찢겨도 버틸 수 있나 보겠다.”
수많은 촉수들이 삽시간에 주변을 휩쓸었다.
테레사가 신성력으로 만든 방어막을 만들었다.
콰아아앙!
일격에 방어막이 박살났다.
“아아악!”
강한 반동으로 인해 테레사가 비명을 질렀다.
촉수들이 훑고 지나간 곳은 모조리 그 색이 검보랗게 변색되었다.
무지막지한 위력.
테레사가 전력으로 끌어올린 홀리 실드를 저렇게 쉽게 파훼하다니.
저건 위험하다.
“쳇.”
진혁이 움직였다.
[고유 능력 ‘어스 퀘이크’가 발동됩니다!]땅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졌다.
지면에서 솟구치던 촉수 역시 산더미처럼 쏟아진 돌덩이에 짓눌렸다.
‘이걸로는 시간 벌기밖에 안 돼.’
본체를 노려야 한다.
아무리 니알라토텝이 이동에 자유롭다고 한들, 탑 밖에서마저 본 실력을 발휘하진 못할 테니까.
‘검마천령보’까지 발동한 진혁이 니알라토텝의 뒤를 잡았다.
완벽하게 파고든 사각.
검강이 실린 두 개의 단검이 번뜩였다.
서걱!
니알라토텝의 몸이 좌우로 갈라졌다.
“깜찍하군.”
그러나, 검에 잘린 상처는 눈 깜짝할 사이에 회복되었다.
“이번엔 내 차례다.”
촉수들이 진혁의 몸을 둥그렇게 포위했다.
파츠츠츠!
각각의 손바닥에서 보라색 구체들이 나타났다.
오직 50층의 존재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힘 ‘태고’.
저 하나하나가 거대한 마력 덩어리다.
그런데 바로 그때.
“모기이이이!”
고구마가 진혁의 앞에서 포효했다.
입에 맺힌 건 마찬가지로 하얀색 빛.
[고대종 고구마가 Lv?? ‘브레스’를 발동합니다!]뜨거운 열기와 빛이 하나의 점으로 모였다.
보라색 촉수들이 희미하게나마 그 빛을 잃어갔다.
“……저 힘은!?”
니알라토텝이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고구마의 브레스에서 느껴지는 특유한 마력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마주한 적 있는 기억.
설마…….
“저 녀석은…….”
콰콰콰콰콰콰콰!
서로 다른 두 빛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 ⁕ ⁕
예배당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박살났다.
워낙 막강한 마력이 부딪쳤기에, 충격의 여파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곳에 펼쳐진 수십 겹의 방어 마법과 결계들이 있다는 점이랄까.
후두둑.
천장에서 돌들이 떨어졌다.
“다들 괜찮아요?”
진혁이 무너진 잔해 파편 사이에서 동료들을 찾았다.
“모, 모기이이…….”
고구마가 비틀대며 진혁의 품에 쏙 안겼다.
표정이 핼쑥한 게 방금 전에 모든 걸 쏟아낸 듯싶었다.
“구마 덕분에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어요.”
“짐도 괜찮느니라. 콜록,콜록.”
테레사와 엘리스의 목소리가 연기 속에서 들렸다.
다들 괜찮은 모양이다.
“크으으…… 짜증나는 고대종이군. 평범한 종류인줄 알았는데, 순혈종 그것도 ‘칭호‘를 가지고 있는 놈이었을 줄이야.”
니알라토텝이 새카맣게 타들어간 팔을 바라봤다.
베었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상처가 회복되는 게 눈에 띄게 더뎠다.
게다가 큰 피해를 입은 탓에, 촉수들의 수 또한 현저히 적어졌다.
“감히, 위대하신 천사께! 지금 네놈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기나 하는 건가!”
계속해서 전투를 지켜보던 레이트만 추기경이 고함을 질렀다.
“아니, 저 녀석은 천사가 아니라…….”
“닥쳐라, 배교도!”
“아니, 저 촉수덩어리를 보고도 천사라는 말이 나오냐고!”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광신도들하고는 대화가 안 된다. 대화가.
우우우웅!
허공에 높이 7.75m 넓이 3.96m짜리 문이 나타났다.
[성유물 오귀스트 로댕 ‘지옥의 문’이 개방됩니다!]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성유물,
차원과 차원을 이을 수 있는 권능이 이어졌다.
[지옥의 강력한 존재들이 현현합니다!]오롯이 적을 짓밟고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쓸어버린다.
이 성유물은 일종의 양날의 검인 셈이었다.
“그거 통제가 제대로 안될 텐데, 제정신이야?”
“소유자를 공격하진 않으니 마수들을 어떻게 달랠지는 널 죽인 다음에 생각해도 된다. 지금 당장은 위대하신 존재를 대신에 천벌을 내리는 게 먼저지!”
“흐음. 후회할 텐데…….”
“네놈이 말이겠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옥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쿠쿠쿠쿵!
문틈 사이로 불길이 넘실거렸다.
한 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것들이 튀어나오려 한다.
“크하하하! 성공이다. 되었어!”
레이트만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신을 짓누르는 마력은 최상위 보스 몬스터에게 견주어 봐도 뒤지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저벅.
첫 번째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에 달린 뿔.
기품이 넘치는 고고한 분위기.
틀림없이 상위 귀족급에 해당하는 존재다.
“자, 어서 저 녀석을 죽여라. 다 쓸어 버리란 말이다!”
레이트만이 손가락으로 진혁을 가리켰다.
그런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들려온 말은 레이트만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종류였다.
“그, 그거야…… 내가 널 불러냈고. 이 성유물의 주인은 나니까.”
“이깟 모조품짜리로 날 구속하려 했단 말인가? 그것도 저 인간을 공격하라고 하면서?”
[마왕 ‘베리엘’이 성유물의 의사를 거부합니다.]베리엘이 콧방귀를 뀌었다.
“왜, 저 인간을 공격하지 못하겠다는 거지?”
“그거야…… 이 세계에 있는 모든 인간들 중에 단 한 명만 고르라면 당연히 저 녀석을 고를 테니까.”
“뭐, 뭐라고? 강진혁과 알고 있었단 말인가?”
“알다 뿐일까? 아주 지긋지긋한 인연이지.”
“이이…… 이익. 됐다. 이 성유물로 불러낼 수 있는 건 또 있다!”
레이트만이 또 다시 성유물에 마력을 주입했다.
기회는 총 2번.
아직, 강력한 마수는 남아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쿠우웅! 쿵! 쿵!
무언가 지옥의 문을 연거푸 두들겼다.
밖으로 내보내 달라고 비명을 질러내듯 난리를 피우면서.
콰아아앙!
문 한 쪽이 그대로 날아가버렸다.
카가가각.
날붙이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와 함께 씩씩거리는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 뭐야? 인사도 없이 사라져서 고맙단 말도 못 했는데. 여기서 만나네?”
베헤모스.
아포칼립스를 관장하는 고대종 중 하나가 진혁을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대, 대체 이게 어떻게 되고 있는 거냐!!!!”
레이트만이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