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86)
486화. 유일한 희망 ‘네크로노미콘’ (1)
이런 말도 안 되는…….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레이트만이 속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과 절규를 삼켰다.
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옥에서 동창회를 하는 것도 아니고.어떻게 된 건지. 성유물을 통해 나오는 상위 마수들이 죄다 진혁과 알고 있는 사이였으니까.
무리하게 성유물의 사용 횟수를 늘린다고 한들 또 다시 진혁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나올 위험이 있었다.
“이번엔 또 무슨 말썽을 피운 거냐. 이 몸을 이런 곳까지 부르고. 이런저런 뒤처리를 하느라 할 일이 산더미란 말이다.”
“난 일부러 자원해서 왔어. 익숙한 마력이 느껴지길래 혹시 했거든. 그래서, 잘 지내고 있었어?”
베리엘과 베헤모스가 진혁을 향해 폭풍 질문을 쏟아냈다.
반면.
니알라토텝은 어금니를 깨문 채 점점 꼬여가는 상황을 바라봤다.
“그래서 말했잖아. 그 성유물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진혁이 싱긋 웃었다.
아무렴, 이곳에 있는 성유물들에 대한 랭크와 각각의 특성쯤을 몰랐을까.
뭐, 레이트만의 입장은 이해가 되긴 한다.
지옥의 문이 불완전한 반쪽짜리이긴 하나 상위 신격에 해당하는 이가 도와준다면 충분히 그 단점들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주저 없이 성유물을 발동한 거겠지.
하지만, 최근 들어 완전히 달라진 마계의 판도와 세력 구도를 알지 못했던 게 패인이었다.
‘세상에는 마계에 간 게 내가 아닌 언노운으로 알려져 있으니까.’
고인물 코퍼레이션이 마계의 상위 존재들과 얽혀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을 수밖에.
이런 점들을 잘 이용하면 지금처럼 쏠쏠하게 이득을 보는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거다.
좋아.
이제 든든한 지원군이 둘이나 붙었으니…….
……다시 한 번 판을 짜볼까?
진혁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니알라토텝이 레이트만과 트로치아를 보며 분노를 터뜨렸다.
“히이익!”
“죄,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저 도울 생각으로만 했던 일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둘은 그저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니알라토텝의 시선이 트로치아에게 향했다.
“트로치아. 네놈이 가지고 있는 성유물은 뭐냐?”
지옥의 문이 무용지물이 된 이상, 남은 건 트로치아가 가지고 있는 성유물뿐.
최소한 적들의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가진 성유물이 필요하다.
“걱정 마십시오. 천사시여. 그렇지 않아도 준비해둔 게 있습니다.”
트로치아가 재빨리 품에서 무언갈 꺼냈다.
사람의 해골이다.
[성유물, 잉카제국 ‘아타우알파의 원한’이 발동됩니다!]이마에 박힌 푸른색 보석이 반짝였다.
고대 잉카병사들을 불러일으켜 세우는 힘.
개개인의 전투력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대신 압도적인 숫자를 자랑했다.
적어도 적들의 발목을 붙잡기에 충분할 것이다.
“무려 3달을 공을 들여 준비한 병사들이다!”
트로치아가 양 손으로 해골을 높게 치켜들었다.
그런데.
“……응?”
뭔가 이상하다.
트로치아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바로 아래 지하에서 우르르 몰려와야 할 전사들이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왜 아무도 없어?”
트로치아가 개인 상태창을 활성화시켰다.
cctv를 통해 연결된 화면이 재생되자, 어째서 전사들이 오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콰아앙!
퍼퍼퍼퍽!
“전부 쓸어버려야 한다.”
“난 할아버지처럼 체력이 펄펄 넘쳐나지 않는다고!”
유천영과 멜레나가 미친 듯이 날뛰었다.
“크아아아!”
“크오오오!”
전사들이 창과 칼을 휘둘렀지만, 유천영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저 강하다.
나이와 레벨을 초월해. 순수하게 무를 수행하는 무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처럼.
유천영의 몸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전사들 사이로 파고들었고.
태산을 무너뜨리는 듯한 발치기에 방패와 갑옷이 종잇장처럼 박살났다.
거기에 멜레나까지 가세해 지원을 하니 수백 기의 전사들의 발이 묶였다.
좁은 입구 위로 올라오는 길이 완전히 막혀버린 셈이다.
“니알라토텝. 탑의 저 위에서 여기까지 내려오느라 고생이 많았는데, 나와 싸우려면 준비를 좀 더 많이 하고 왔어야 했어.”
파츠츠!
진혁이 각각의 검에 서로 다른 속성을 불어넣었다.
‘만다라’와 ‘별의 가호’.
두 개의 마력이 강렬하게 타올랐다.
“검 따위는 안 통한다는 걸 모르는 거냐?”
니알라토텝이 다시 한 번 촉수들을 끌어모았다.
고구마에게 당한 상처는 어느새 전부 회복되었다.
“누가 이걸로만 상대한대?”
진혁이 모은 마력을 칼끝에 집중시켰다.
“모오오기이이이!”
마력을 공급받은 고구마가 다시 한 번 입을 쩍하고 벌렸다.
세 가지 속성이 조합된 브레스가 순식간에 그 크기를 더해나갔다.
[테레사가 고유 능력 ‘별들의 부름’을 발동합니다!]“가세하겠습니다.”
천장이 밤하늘처럼 검게 물들었다.
무수히 떠 있는 별들이 테레사의 부름에 응답해 몰려들었다.
동시에.
엘리스가 있는 쪽에서도 흉흉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엘리스가 고유 성창 ‘개벽의 계시록’을 발동합니다!]붉게 물든 고리와 양 옆에 나타난 한 쌍의 날개.
피로 만든 꼬챙이들이 한 쪽 벽을 가득 채웠다.
“네놈이 왜 짐을 원하는진 모르겠지만, 짐을 소유할 수 있는 건 오롯이 짐과 계약한 계약자뿐이니라.”
아타락시아의 가주.
순혈의 진조 역시 힘을 보탰다.
우우우웅!
각종 마법지들이 중첩된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베헤모스와 베리엘이 브레스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베리엘이 고유 성창 ‘흑창 키샨’을 소환합니다!] [베헤모스가 Lv?? ‘폭풍의 걸음’을 발동합니다!]지금 이 시점에서 니알라토텝을 죽일 수 있을 만한 힘을 가진 능력은 없다.
당연한 이야기다.
시련의 탑은 위로 가면 갈수록 밸런스가 가차 없이 무너지는 망겜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충분한 마력이 모인다면…….
그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쿠쿠쿠쿠쿠쿠!
지축이 격하게 뒤흔들린다.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이 모든 걸 잠식해 나아갔다.
아까 전의 브레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브레스다.
“성가시군.”
제 아무리 니알라토텝이라도 이걸 정면으로 받아내긴 부담스럽다.
촉수들이 일제히 앞으로 뻗어나갔다.
브레스가 완전히 완성되기 전을 노릴 셈이다.
하나, 촉수들이 고구마의 몸에 닿기 바로 직전.
[고대종 ???가 고유 성창 ‘단죄의 검’을 소환합니다!]고구마의 고유 성창이 발현되었다.
본래 본신으로서만 소환할 수 있는 검이었지만,
다수의 마력이 공급되면서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화르륵!
이글거리는 검이 촉수들을 태우며 질주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
돌들이 증발하며 한 줄기 빛이 공간을 갈랐다.
“크아아아!”
“끄아아악!”
레이트만과 트로치아가 비명을 질렀다.
온 몸이 그대로 증발해버렸기에, 비명 소리는 그리 길지 않았다.
유일하게 니알라토텝만이 촉수를 끌어 모아 브레스에 저항했다.
“크으으으…….”
제약이 잔뜩 걸려 있는 상태에서 저 정도로 버티다니.
과연, 니알라토텝은 니알라토텝이다.
그러나…….
이번 싸움의 승패를 결정짓는 한 방은 고구마의 브레스가 아니다.
[성유물, 뭉크의 ‘절규’가 발동됩니다!] [반경 175m에 안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트라우마’ 효과가 적용됩니다!] [단, 시전자는 제외됩니다.]뭉크의 절규는 가장 지우고 싶은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커다란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셈.
가장 큰 단점은…….
아군한테도 그 효력이 그대로 발동된다는 점이다.
“아아악! 잘못했어요. 꼭 기도하고 밥 먹을게요. 타락하지 않을게요.”
“히이익. 짐은 중2병이 아니다. 절대로 아니란 말이다.”
“모기이이!”
“야이, 미친 인간 놈아.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난 돼지 고대종이었어. 아니, 아메바였을지도 몰라. 헤헤헤…….”
각기 다른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찌릿!
“큭…….”
니알라토텝이 눈살을 찌푸렸다.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촉수들이 일제히 가늘게 떨렸다.
트라우마의 효과가 조금이나마 통한 것이다.
본디, 정신계열 능력은 니알라토텝에게 먹히지 않지만…….
하지만, 여기는 탑의 밖.
기존의 권능은 그 빛이 퇴색된다.
강하면 강할수록 제약의 쇠사슬이 더욱 굵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이다.’
[‘패도의 왕관’을 착용했습니다.]탑에 있는 최강의 성유물 중 하나.
천마로부터 얻은 왕관이 발동되었다.
어느새 단검을 교체한 진혁이 ‘발뭉’을 꺼내들었다.
용은 물론, 신격조차 베어버릴 수 있는 지그프리트의 마검에 패도의 왕관까지.
이거라면…….
니알라토텝을 원래 층계로 돌려보내기엔 충분하다.
“꺼져라. 네가 왔던 곳으로.”
진혁이 니알라토텝의 측면을 향해 검을 내던졌다.
빙그르르.
바람개비처럼 회전한 발뭉이 촉수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촤촤촤촤촤!
발뭉이 촉수들을 베어버렸다.
더 이상 막을 게 없어진 니알라토텝의 몸은 고스란히 브레스에 노출되었다.
니알라토텝이 손가락으로 진혁을 가리켰다.
막을 수도, 그렇다고 도망갈 수도 없다는 걸 깨달은 탓이다.
“……오늘 일은 잊지 않겠다.”
말이 끝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바티칸의 결계를 뚫고 날아간 단죄의 검이 창공 위로 사라졌다.
⁕ ⁕ ⁕
바티칸에서의 싸움이 모두 끝났다.
그동안 꼭꼭 자신들을 감춘 채 음모를 꾸미던 추기경들은 모조리 체포되거나 도망쳤다.
반파된 바티칸은 이번 싸움으로 인해 입은 피해를 회복하느라 모든 전력을 쏟아부었고. 당분간 모든 일선에서 물러난다 공표했다.
물론, 굳이 사람들에게 이 비극을 알릴 필요는 없기에, 모든 건 대형 길드와 몇몇만 아는 극비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현재.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멤버들은 로젠베르크 가문이 소유한 별장에서 며칠 간의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만년필이라…….”
진혁이 바티칸에서 가지고 온 만년필을 만지작거렸다.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필기구에 지나지 않지만…….
이 안에는 꽤나 많은 기능이 숨겨져 있다.
단순히 주변의 물건들을 성유물화 시키는 것뿐 아니라 그 이상의 기능이 말이다.
만년필에 마력을 주입한 뒤, 코인 거래소에서 구입한 종이에 갖다 댔다.
사각.
그러자 힘을 주지도 않았는데 만년필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유일하게 ‘굶주린 작가의 양피지’에서만 발동되는 히든 능력.
바로, 네크로노미콘의 위치를 표시해주는 능력이다.
‘역시, 놈들도 이건 몰랐겠지. ‘굶주린 작가의 양피지’가 러브크래프트의 유물 중 하나였다는 걸.‘
신화 없는 시대의 암흑신화.
그걸 기록한 유일한 인물이 바로 러브크래프트다.
일전에 만난 위대한 탐험가 페시스 역시 탑에서 내로라하는 탐험가였으나, 러브크래프트는 탑에 존재하는 거주자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었다.
‘그 극악의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건 신격들조차 불가능한 일이니까.’
유일무이(唯一無二).
단 한 명만이 그런 불가능한 업적을 달성했다.
우우우웅!
마침내 만년필의 움직임이 멈췄다.
[네크로노미콘의 두 번째 단서는 ‘오딘의 기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선명하게 적힌 검은색 글씨.
양피지에 적힌 내용은 꽤나 흥미로웠다.
‘주어지는 단서들 자체는 랜덤이라서 이번엔 어떤 걸 주나 했는데…… 오딘의 기억인가.’
그렇지 않아도 북유럽 쪽 신격들과는 한 번 만나볼 생각이었다.
이후에 올림포스를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진혁이 만년필을 아공간 인벤토리에 다시 넣었다.
이걸로 다음 행선지가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