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88)
488화. 지옥의 약혼녀 쟁탈전 (1)
‘누구든 로젠베르크의 일원이 되려면 그 자격을 증명하라.’
이것이 유구한 역사를 지닌 로젠베르크 가문의 전통이었다.
그리고 그 빌어먹을 전통 때문에, 즐거운 휴가가 지옥으로 변하게 생겼다.
“하아…….”
진혁이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손으로 꾹꾹 눌렀다.
“죄, 죄송해요. 진혁 씨. 저희 아버지가 워낙 의욕이 넘치셔서…….”
테레사가 연거푸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사과를 해대는 걸 보면서 뭐라 하기도 뭐하고…….
“괜찮습니다. 테레사 씨 잘못이 아니니까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렇지만 아버지도 억지 반 장난 반으로 벌이신 일이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말아주세요.”
글쎄, 그런 것치곤 약혼 이벤트의 규모가 장난이 아니던데,
해외 대기업 총수의 아들부터 대형 길드의 랭커와 유명 연예인들까지.
참가자들 역시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 거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아.’
문제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으로 엘리스가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는 점이다.
-지, 짐도 공개 구혼을 하겠다! 로젠베르크인지 테레사인지보다 내가 더 낫단 말이야아아아!
술을 잔뜩 마시고 뷰튜브 생방송을 켠 엘리스 때문에 전 세계가 또 한 번 뒤집어졌다.
-엔리즈: 와 이거 실화임? 머박사건 제대로 터졌는데?
-플레이어가 과거를 숨김: ㅁㅊ. 아니, 엘리스가 공개 구혼이라니. 팬클럽 회원수만 해도 500만이 넘던데, 거기 회원들 죄다 참가하면 어케 되는 거지?
-S클래스: 어떻게 되긴 헬파티 나는 거지 ㅋㅋㅋㅋㅋ
-리틀빅: 선별해서 초대장 추가 발송한다고 하니, 몇 백만이 모이진 않겠지. 낙지 게임처럼.
-최우진: 피터지긴 하겠네. 보상이 너무 사기적이잖아.
-인덱스: 개꿀잼각 잡혔네. 엌ㅋㅋㅋ. 생방으로도 내보낸다던데, 꼭 봐야될 듯.
-방구석김씨: 고인물 코퍼레이션 아주 공중 분해될지도?
가뜩이나 더스틴이 이번 일을 잔뜩 홍보한 터라, 관심이 집중됐는데.
거기에 엘리스까지 가세하면서 폭발적인 이슈가 터져버렸다.
온갖 방송국과 거물급 뷰튜버들이 인터뷰 한 번 따내려고 죄다 유럽으로 몰려들었으니, 이 이상은 말해봐야 입만 아프리라.
“다 네가 뿌린 업보다. 이제와서 뭘 후회하는 거냐?”
어제부로 합류하게 된 천유성이 쌤통이다는 표정을 지었다.
“넌 오랜만에 만나서 한다는 말이 남 속을 긁는 거냐?”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네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지옥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니, 너무 매정하게 말하지 말고. 제대로 된 조언을 좀 해줘 봐. 넌 이런 경험 많을 거 아니야?”
딱 봐도 여자 문제라면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어봤을 것 같은데.
암, 저 외모면 수많은 소녀 팬들을 수도 없이 울렸겠지.
하지만, 천유성은 헛기침만 연신 내뱉을 뿐이었다.
설마…… 이 녀석이 천연기념물이었다고?
“너…… 진짜야? 아니, 시련의 탑 하면서 의대까지 갈 정도면 그것도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알아서 잘 해봐라. 빌어먹을.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
툴툴 거린 천유성이 자리를 떠났다.
⁕ ⁕ ⁕
로젠베르크 대저택의 중앙에 위치한 대연회장.
넓이만 1,000평이 가볍게 넘는 이곳은 수많은 남자들로 인해 가득 차 있었다.
“흐음. 이거 치열하겠군.”
“어느 주제가 주어질진 몰라도 만만치 않겠어.”
“그래도 로젠베르크 가문의 사위라면 그만한 메리트가 있으니까.”
“하긴, 게다가 엘리스……라면 고인물 코퍼레이션과도 연을 만들 수 있지.”
“듣자하니 더스틴 경이 미궁에서 구한 SS급 아이템도 부상으로 걸었다고 하더군요. 딸의 약혼 선물 겸해서 말이죠.”
“SS급이라…… 그것도 매력적인 조건이구만.”
테레사든 엘리스든.
이어질 수 있기만 한다면 대박이다.
그야말로 전 세계의 모든 관심과 이목을 받으며 대형 길드의 마스터를 넘어서는 위치에 오를 수 있을 테니까.
바로 그때.
땡! 땡! 땡!
시계가 저녁 7시 정각을 가리켰다.
상석에 앉아 있던 더스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집중됐다.
“크흠! 큼! 자, 다들 먼 곳에서 오시느라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저희 딸내미뿐 아니라 엘리스 양께서도 자체적인 이벤트를 열어준 덕에 정말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군요.”
참가자 수만 무려 967명.
최대한 선별하고 골라냈지만, 테레사와 엘리스의 인기를 담아내기엔 턱도 없었다.
“……해서 기존의 쟁탈전에 룰을 조금 더 추가해볼까 합니다.”
더스틴이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띠링!
[특수 아이템 ‘미니 이벤트 제작(A)’을 사용하셨습니다.] [최강의 약혼자 이벤트가 발동됩니다.]내용: 현재 저택에는 엘리스와 테레사가 각각 다른 장소에 숨어 있습니다. 각각의 지원자들은 두 사람을 찾아내 드레스에 자신만의 스티커를 붙이십시오. 단, 이번 이벤트에선 고유 능력을 포함한 모든 스킬이 사용 가능하며, 현금을 통해 특수 아이템 등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제한시간: 19:10 ~ 24:00 [약 5시간]
범위: 저택을 포함한 숲 전체
[아이템 목록]동작 감지기: 500만 달러.
마취총: 170만 달러.
마취탄(1발): 30만 달러 / 3발 80만 달러
저택 지도: 2,000만 달러.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 750만 달러
화이트 로즈 꽃다발; 50만 달러
…… 기타 모든 아이템을 구매한 비용은 이후 결혼식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오오오!”
“재밌겠군.”
“우승은 이 몸의 차지다!”
“어림없는 소리. 아이템이란 아이템은 다 쓸어가 주지.”
참가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순식간에 달아오른 분위기.
얼마나 경쟁이 치열할지 벌써부터 예상이 됐다.
“시련의 탑 내부 이벤트 뺨치게 기획했네.”
진혁이 테이블 위에 있는 와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아이템을 위해 테레사를 선택하자니 강제 약혼을 해야 되고. 더불어 엘리스라는 대재앙이 찾아올 게 뻔했다.
그렇다고 엘리스를 선택했다간 아이템을 송두리째 날리게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엔 타락한 테레사가 저택을 쓸어버릴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두 사람의 위치를 파악하는 거다.
선택의 결정권을 이쪽이 가지고 있어야지. 혹여라도 다른 놈들이 먼저 손을 댔다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나저나 가격 한 번 제정신이 아닌데?’
아이템이라고 해서 뭔가 했더니. 말 그대로 이번 쟁탈전에서 꽤나 쓸 만한 물건들로만 구성된 종합 세트였다.
가격이 폭리 수준이 아니라 돈지랄에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너도나도 아이템들을 쓸어 담는 걸 보니 잔고에 한계가 없는 놈들만 모인 듯싶었다.
[쟁탈전이 시작됩니다.] [10…… 9, 8…….]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카운트가 0에 도달한 순간.
참가자들이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저택 안, 복도, 방, 혹은 숲으로.수많은 인파들이 쏟아져 나갔다.
진혁이 선택한 곳은 저택 4층에 있는 손님 방 쪽이었다.
‘집 구조를 잘 아는 테레사 씨는 지금 당장 찾을 순 없을 거야.’
시간이 5시간이나 주어진 걸 보면 결코 만만치 않은 숨바꼭질이 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먼저 노릴 건 엘리스 쪽이다.
엘리스라면 당연히 저택 내에서도 가장 좋은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터.
탓.
‘검마천령보’를 발동한 진혁이 눈 깜짝할 사이에 4층까지 도달했다.
덜컹.
문이 열렸다.
그러자 그곳엔 하얀색 드레스에 면사포를 쓴 엘리스가 서 있었다.
평소에 주로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어서 그런가?
순백의 드레스는 기존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역시! 그 바보 성녀가 아니라 짐을 선택할 줄 알았다. 내가 이겼어. 내가 이겼다고! 꺄아아아!”
엘리스가 제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말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인 거야?”
“그, 그치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눈치라곤 1도 없는 계약자가 날 봐주지 않는걸! 그보다 빨리 가지고 있는 스티커를 붙여. 응? 그럼, 내가 아공간에 보관하고 있는 아이템들 전부 다 줄게. 그깟 로젠베르크 쪽보단 내가 훨씬 더 부자란 말이야!”
엘리스가 진혁의 소매를 잡고 칭얼댔다.
덜컹!
문이 다시 열린 건 바로 그때였다.
몇 걸음 늦게 4층에 도착한 참가자들이었다.
“엘리스 씨……!”
“저는 루나 길드의 부마스터…….”
“전 멜론 기업에서 온…….”
“다 꺼져어어어!”
[엘리스가 고유 능력 ‘블러드 로드’를 발동합니다!]콰콰콰콰콰콰!
창문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으아아악!”
“끄아아아!”
방에 들어오려던 참가자들이 그대로 방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지금 중요한 이야기 중인 거 안 보여!”
엘리스가 씩씩거리며 마력을 갈무리했다.
하지만, 딱 한 명.
올백으로 머리를 넘긴 남자만은 엘리스의 고유 능력을 버텨냈다.
“주, 주인…… 강해.”
“힘을 다 써 버렸어.”
“우린 이만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
남자의 주위에 있던 정령들이 미안하다는 듯 사과를 건넸다.
“괜찮아. 덕분에 날아가지 않을 수 있었어. 다들 고생 많았다.”
남자가 부드러운 손길로 정령수들의 머리를 토닥였다.
익숙하다 못해 다시 보니 짜증이 솟구치는 얼굴.
루시우스 드 베라키스.
영국 귀족 가문의 후계자로 모든 분야에서 재능이 넘치는. 소위 말해 천재인 놈이다.
일전에도 한 번 부딪쳐서 골치가 아팠는데.
아니나 다를까. 엘리스의 공개구혼을 듣고 바로 비행기를 탄 게 틀림없었다.
“주인, 우리도 주인을 바꾸고 싶다.”
“맞다! 저기 남자는 자기 정령수들에게 따뜻한 남자처럼 보인다.”
“하아아, 날 가지세요. 엉엉.”
“모기모기!”
“미요오오오!”
“다들 조용히 해. 머리 아파.”
엘리스의 살기를 막아내기 위해 나온 고구마와 정령수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이것들이……?’
진혁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그래? 정말 저쪽으로 가고 싶어?”
“아, 아니……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였어.”
운디네가 우물쭈물 말을 더듬었다.
“에헤이,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말해. 방법이 영 없는 것도 아니니까.”
“진짜야?”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
“우리 사이에 맺은 계약을 풀고 자유로워지기만 하면 돼.”
“우와. 뭔가 간단해 보이는데?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지는 거야?”
“그게 어떻게 하면 되냐면…….”
까앙!
빙하조형으로 만든 얼음 망치가 가차 없이 운디네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운디네가 입에 게거품을 문 채 기절했다.
“자, 또 자유로워지고 싶은 놈?”
언제든지 편하게 말해주면 된다.
세상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만들어줄 테니.
“…….”
“…….”
당연한 말이지만, 모두가 입을 꾹 다문 채 격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역시, 동료들에게 가차 없군. 예상은 했지만, 직접 보니 더 역겹구나.”
“내 눈엔 네가 더 독종으로 보이는데? 아니, 얘가 그렇게 마음에 들어?”
“당연한 소릴! 레이디를 위해서라면 내 모든 걸 바칠 수 있다. 게다가 너처럼 악독한 놈에게는 죽어도 레이디를 넘길 순 없어!”
루시우스가 품에서 원통 모양의 무언가를 잔뜩 꺼냈다.
저건……?
번쩍!
섬광이 사방으로 뿜어졌다.
“너도 캐시충이었냐!”
진혁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분명 섬광탄의 가격이 100만 달러로 기억하는데…….
그걸 저리 뭉탱이로 써버릴 줄이야.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다. 여차하면 내가 길바닥에 나앉더라도…….”
“아, 꺼지라고 좀!”
엘리스가 그대로 루시우스의 안면을 갈겼다.
“끄아아악!”
루시우스의 몸이 침대와 함께 박살났다.
“자…… 좋은 말 할 때 내놔. 스티커!”
“아니, 내가 붙여주는 거 아니었어? 넌 도망치는 쪽이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은 불문이야. 이참에 피까지 잔뜩 뽑아내주겠어.”
엘리스가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냈다.
눈빛이 완전히 맛이 가버린 게 꽤나 위험한 상태다.
진혁이 양 손에 단검을 꺼냈다.
“엘리스야……? 조금 진정하는 게 어때?”
“후후후. 반항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 신혼 때 기를 잡아놔야 이후가 편한 법이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 회랑에서 기억하지? 난 맛있는 건 아껴먹는 타입이라고.”
우우웅!
엘리스의 등 뒤로 붉은 꼬챙이들이 나타났다.
순백의 드레스와 대조된 붉은 핏방울들은 너무나도 그로테스크한 광경을 자아냈다.
‘일단은 생존을 목표로 해볼까나.’
진혁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