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92)
492화. 32층 ‘벼락 고원‘ (2)
‘뭐야, 얘네는?’
진혁의 시선이 오른쪽으로 향했다.
그곳엔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남녀들이 서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지 우물쭈물 거리면서.
“저…….”
강수아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죠?”
“저는 프라임 서비스 길드의 강수아라고 해요. 주로 시련의 탑에서 이슈가 되는 일들을 쫓아 다니는데, 강진혁 플레어님의 활약, 정말 감명 깊게 보고 있었거든요. 마침 이렇게 직접 뵙게 되어서 와 봤습니다.”
“호오…….”
진혁의 콧대가 살짝 올라갔다.
“얼굴도 잘 생기시고 실력도 뛰어나시고 동료들을 그렇게나 알뜰살뜰하게 잘 챙기신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라고요. 정말 팬이에요!”
“호오오…….”
올라간 콧대가 하늘을 뚫을 것만 같았다.
“어이가 없군. 소문이 저따위로 와전됐을 줄이야. 뒷돈으로 매수라도 한 거냐?”
천유성이 혀를 찼다.
“크흠! 큼! 아주 제대로 알고 찾아오셨군요. 그래서, 혹시 제가 도와드려야 하는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예! 다름이 아니라, 이번 레이드에서 강진혁 플레이어님과 함께 가고 싶어서요. 혹시…… 가능할까요?”
강수아가 황급히 한 마디 덧붙였다.
“당연히, 나온 부산물 등에 대한 소유권은 전부 강진혁 플레이어님에게 있으며 나중에 뷰튜브 편집본에 대한 영상, 광고 수익 역시 절반을 드리겠습니다.”
잠깐.
광고 수익이라면……?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건 썩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프라임 서비스는 다른 곳과 달리 계약 초기부터 광고 수익으로 ‘운철’을 받았으니까.
각종 강화로 인해 돈을 주고서도 운철을 구할 수 없는 걸 생각한다면,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는 제안이었다.
특히, 오룬을 통해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강화해야 하는 지금이라면 더욱더.
“그건 인생에서 가장 멍청한 짓…… 읍, 읍!”
진혁이 말을 하려는 천유성의 입을 틀어막았다.
기껏 새로운 노예들이 자발적으로 온다는데 막을 이유는 없겠지.
넝쿨째 들어온 호박은 호주머니 속에 잘 넣어 두는 게 인지상정이다.
“저희야 상관없습니다만, 가는 길이 좀 험난할 텐데 괜찮으실까요?”
“그럼요! 이래 봬도 던전 15회, 미궁3회, 유적1회 공략 경험이 있어요!”
“그 정도면 나쁘지 않겠네요. 헌데, 다 좋은데 비율이 좀…….”
“예? 비율이요?”
“5:5는 좀 적은 것 같아서요.”
“이게 국룰이긴 한데…… 혹시 그럼 어느 정도나……?”
“후우…… 그게 말이죠.”
진혁이 자연스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띠링!
[놀라운 연기력과 자연스레 생활화된 사기 습관으로 인해 새로운 스킬이 개방됩니다.] [한숨쉬기]입수난이도: C
내용: 거래와 협상을 할 때 있어 교섭력이 +30%만큼 상승합니다. 대상의 멘탈을 흔들 수 있으며 한숨의 깊이와 길이가 달라질수록 능력치가 추가 상승하게 됩니다.
[얻게 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스킬서나 특수 퀘스트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스킬이다.
‘그걸 이런 식으로 얻었다고?’
릭 헤네시하고 몇 번 만나다 보니 복사조건과 비슷한 무언가가 충족된 모양이다.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숨 쉬는 듯 사기를 쳐서가 아니라.
……절대로.
[Lv1 ‘한숨 쉬기’ 스킬이 발동됩니다.]스킬이 발동되며, 진혁이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우.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정말로 생살을 깎아 내는 듯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집에 계신 노모와 배곯은 어린 동생.
그리고 그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소년 가장이나 낼 법한 무거운 한숨이었다.
“사실, 이번 레이드에서 저희가 무릅써야 하는 위험 부담이 보통이 아닙니다. 강수아 씨를 비롯한 프라임 서비스 길드 분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위험한 곳이거든요. 게다가 함께 하기로 했는데 인명 피해라도 났다간 저희 이름에 흠집이 날 수도 있어요.”
“그…… 건 맞는 말씀이긴 한데요. 그럼, 6대 4는 어떠세요?”
“항상 기감을 날카롭게 하고 주위를 경계하고 이 층계에 숨겨진 루트들도 안내하려면 이게 또 24시간 피로한 법이죠. 하물며 고급인력이라면 더욱 페이가 클 테고요.”
“7, 7대…… 3은…….”
7할을 준다라,
“전 괜찮은데 옆에 있는 유성이가 안 괜찮다고 하네요. 그치 돌쇠…… 아니, 유성아?”
“빌어먹을. 한 번만 더 그 호칭으로 불렀다간 베어 버리겠다.”
“보세요. 불만이 많다네요.”
“하아, 알겠어요. 8대 2. 더 이상은 절대로 안 돼요.”
보통이라면 이 정도로 타협했을 거다.
거의 억지나 다름없는 조건이었으니까.
하지만.
“제 맘 같아선 그러고 싶은데, 인플레이션과 인건비 부담, 그리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1할을 더 받아야 할 것 같아요. 9대1로 깔끔하게 마무리하시죠. 제가 프라임 길드분들이라니까 특별히 1할을 드리는 겁니다. 사실 이것저것 빼면 남는 것도 없어요. 에휴.”
“대, 대화하는 사이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요?”
“시련의 탑이 워낙 경제상황이 급박하게 변하는 곳이라서요.”
진혁이 생긋 웃었다.
강수아의 입술이 움찔거렸지만, 더 이상 비율 조정을 하진 않았다.
“어쩔 수 없죠. 잘 부탁드려요.”
“그럼요. 제가 신용 빼면 시체입니다.”
[고인물 코퍼레이션과 프라임 서비스 길드 간에 계약이 채결되었습니다.]9대1이란 게 말도 안 되긴 했지만, 그래도 나쁜 장사는 아니다.
고인물 코퍼레이션이라는 이름값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때문에 강수아는 보지 못했다.
진혁의 입가에 걸린 비틀린 미소를.
⁕ ⁕ ⁕
[시련의 탑 32층에 입장하셨습니다.]쏴아아아…….
32층에 입장하자마자 서늘한 바람이 피부를 스쳤다.
다소 희박한 공기와 척박한 환경.
이곳이 바로 32층의 시작을 알리는 ‘벼락 고원’이다.
“와아, 이렇게 생긴 곳이군요. 진짜 장관이네요.”
“덕분에 좋은 구경할 수 있게 됐네요. 아! 저는 프라임 서비스 길드의 레인저 ‘조나단’이라고 합니다.”
“전 원거리 딜러 ‘로마노프스키’라고 해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하.”
“탱커 포지션 ‘안일만’이요. 유명한 사람이란 건 알겠는데,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이해하슈.”
“힐러 ‘산드라’라고 해요. 아직 미흡하지만, 최선을 다해 치료해드릴게요.”
강수아를 포함해 총 다섯.
모두가 하나씩 자신을 소개했다.
‘프라임 서비스라…….’
‘탐식의 눈’이 네 사람을 면면히 꿰뚫었다.
최근 몇 번인가 들어보긴 했는데, 이 멤버는 꽤나 흥미롭다.
다섯 중에 하나는 뷰튜버하고는 거리가 꽤 멀어 보이기도 했고.
‘이거, 생각보다 일이 재밌어지겠는데, 단순히 관광객들 데리고 다니는 게 아니겠어.’
시큼한 상한 내가 코끝을 찔렀다.
뒤통수가 얼얼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일단은 이 멤버로 임시 공격대가 조직됐다.
“여기서부터는 조심하셔야 할 게 일정 확률로 벼락이 떨어지거든요.”
진혁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 중 하나를 집어들었다.
무수히 많은 것들 중 몇 안 되게 푸른 빛을 띠고 있는 종류였다.
바로 그때.
파츠츠!
하늘에서 거대한 낙뢰가 떨어졌다.
순식간에 돌멩이가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파칙! 파치칙…….
하지만, 손바닥만 한 돌멩이는 그 거대한 번개를 모조리 흡수했다.
돌멩이를 들고 있는 진혁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세, 세상에나…….”
“이렇게 강력한 번개가 시작부터 떨어지다니.”
“무시무시하군. 이래서 이글아이들이 그렇게 당했던 건가.”
지켜보던 이들의 표정이 180도 바뀌었다.
‘지, 진짜 생각보다 더 위험한 곳이었잖아?’
강수아 역시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어느새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느꼈던 기대와 흥분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 돌이 번개를 막는다는 건 어떻게 안 거죠?”
로마노프스키가 의심이 살짝 섞인 말투로 물었다.
하긴, 32층이 개방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이런 조건을 알고 있다는 게 수상쩍어 보이긴 하겠지.
그러나 시련의 탑이 참 편리한 부분이…… 이런 것들에 대한 변명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비슷한 유적을 가 본 적 있었습니다. 거기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공략을 했었죠. 27층, 폭풍의 해안이라고 나중에 한 번 가 보시면 이런 팁들이 도움이 될 겁니다.”
“아아…… 그렇군요.”
“역시, 안 가 보신 데가 없다더니. 굉장하네요.”
모두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딱 하나.
이 주위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는 신격을 제외하곤.
[신격 ‘울부짖는 천둥’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모든 공은 자신 덕분이 아니냐며 묻습니다.]진혁의 머릿속에 신격의 투덜거림이 들렸다.
사실, 번개를 흡수한 건 돌멩이가 아닌 천둥의 신 토르의 능력 탓.
모양이 조금 특이한 돌멩이를 들고 있다고 한들 낙뢰를 막는 건 불가능한 일이리라.
‘물론, 그 사실을 알려 줄 필요는 없지.’
진혁이 열심히 땅바닥에 떨어진 돌멩이를 찾는 일행을 바라봤다.
심지어 천유성조차 안 보는 척하며 돌멩이들을 고르고 있었다.
어디 백날 찾아봐라.
그게 씨알이나 먹히나.
‘너희들이 사지 멀쩡할 수 있는 기회는 오직 내 말을 잘 듣는 것뿐이지.’
특별히 순종적인 아이들은 겉과 속 모두 바삭해지지 않게 배려해 줄 생각이다.
말을 싸가지 없게 하거나 불순한 생각을 품고 있는 것들은 제외하고.
“일단, 거점으로 삼을 만한 곳을 찾아보도록 하죠. 천유성이 정찰을 먼저 할 테니, 그동안 여러분은 특이하게 생긴 돌멩이들을 최대한 많이 모아 주시면 됩니다.”
“나보고 정찰이나 하란 거냐?”
“어허. 우리 돌쇠가 아주 배때지에 기름이 끼었나 보네. 어떻게, 오늘 밤엔 풀뿌리 죽이나 먹게 해 줘?”
“……라고 개인적인 의견을 한 번 제시해 봤을 뿐이다. 열심히 정찰을 하고 오지.”
천유성이 궁시렁거리며 자리를 떴다.
나머지 사람들도 저마다 자신이 할 역할을 찾아 움직였다.
그렇게 홀로 남게 되자, 진혁이 허공을 향해 입을 열었다.
“덕분에 스타트를 깔끔하게 끊을 수 있었습니다.”
파츠츠…….
공간이 일렁이며 거구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북유럽 신화에서 무력을 담당하는 신격.
천둥 군주, ‘토르’였다.
“크흠! 위그드라실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하는데 오지 않을 수 있나? 게다가 이집트 녀석들 쪽에 쉼터를 마련해 준 덕에 비교적 안전하게 지내고 있다. 은혜를 입었으면 갚는 게 도리지.”
“올림포스 쪽에선 아직까지 추격이 거센 건가요?”
“후환을 남기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테니까.”
확실히…….
그 집요하고 잔인한 놈들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당분간은 아누비스 쪽에서 지켜 줄 테니 그럭저럭 버틸 순 있겠지만…….
어차피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면 위그드라실을 다시 자라게 만드는 게 필수다.
“재료만 전부 찾아내면 씨앗을 발아시킬 수 있을 겁니다.”
“제발 그 말이 사실이었으면 좋겠군. 헌데…….”
말을 하던 토르가 진혁의 눈치를 살폈다.
마치, 어떤 사실 하나를 놓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 체 하고 있는 건지 묻는 것 같았다.
진혁이 그 질문에 즉각 답했다.
“쥐새끼에 대해서라면 저도 대충은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다만, 어떻게 된 건지 포장을 제대로 해 놨네요. 체취 때문에 존재만 인지할 뿐. 특정이 안 되고 있습니다.”
“역시 눈치채고 있었군. 분명 그 말대로다.”
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있는 다섯 명 중에 한 명은 인간이 아니야.”
‘탐식의 눈’에도 걸리지 않는 치밀함.
심상치 않은 제3의 존재가 공대원으로 참여해 있다.
사람의 거죽을 뒤집어 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