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93)
493화. 내부의 적 ‘마피아 게임’ (1)
과연, 이 중에서 누가 플레이어가 아닐까?
진혁이 다시 한 번 ‘탐식의 눈’을 발동했다.
강수아. 조나단. 로마노프스키, 안일만, 산드라.
겉으로 보기엔 다들 평범해 보인다.
심지어 탐식의 눈을 통해 확인했을 때도 특별한 건 없었다.
거주자들 중에서도 보통이 아니라는 거겠지.
이 정도로 꽁꽁 자신을 감추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일단은 천천히 미끼를 던져봐야겠네.’
쉽게 꼬리를 드러내진 않을 터.
무슨 의도로 이쪽에 접근했는지는 완벽하게 함정을 판 뒤에 알아보면 될 일이다.
바로 그때.
“정찰하고 왔다.”
천유성이 다가왔다.
“고생했어. 어디가 좀 괜찮은 것 같아?”
“왼쪽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비교적 안전해 보인다. 몬스터들이 몇몇 있긴 하지만, 크게 위협적이진 않을 거야.”
“오케이. 그럼, 그쪽으로 가는 걸로. 자자, 다들 출발하죠. 해가 떨어지기 전에는 고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진입로가 결정되자 일행들이 다시 움직였다.
곧, 고원의 한쪽에서 다수의 몬스터들이 발견되었다.
끼기긱……! 츠츠츳.
수많은 다리들이 움직이는 소리.
약 10m에 이르는 거대한 지네들이 똬리를 틀고 있다.
크기도 크기이지만, 단단해 보이는 외피와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인상적이었다.
“네 눈엔 저게 위험하지 않은 거냐?”
진혁이 기가 막힌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쯧쯧. 기껏해야 벌레들한테 겁먹기는.”
“아니, 벌레라서 겁먹은 게 아니라 저 녀석들 군집체라고.”
겉으로 보이는 건 열댓 마리지만, 굴 안쪽에서 대기하고 있는 건 그보다 수백 배는 많다는 뜻이다.
특히 저 특유의 검은색 줄무늬.
지네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종류에 속한다.
‘먹잇감에 따라 서식지를 계속 옮기는데, 이번엔 입구 쪽에 자리를 잡은 건가.’
‘블랙 레타나’.
한 번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온 놈은 절대로 살려두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다른 몬스터들은 이 녀석들을 피해 그 외 지역으로 몰렸으니, 당연히 이쪽 루트가 한산해 보일 수밖에.
“뭐가 됐든. 겁먹었으면 내 꽁지나 따라와라.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하여간 이 녀석은 대뇌 전부가 자존심으로 가득 차 있는 건지.
물에 빠져도 죽어도 절대 구해달라는 말은 하지 않을 놈이다.
탓!
천유성이 단번에 공중으로 몸을 던졌다.
부드럽게 뽑힌 요검 ‘류화’.
파츠츠……!
녹색 강기가 검신을 완전히 뒤덮었다.
“키에에에!”
“케에에에!”
블랙 레타나들이 일제히 반응했다.
쩍 벌어진 아가리가 하늘을 바라봤다.
“벌레들 따위가.”
콰콰콰콰콰!
천유성이 순식간에 다섯 마리의 목을 쳤다.
붉은 피가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천유성이 고유 능력 ‘검의 노래’를 발동합니다!]이미 고유 성창까지 익힌 터라, 검의 노래 역시 완성도가 몇 단계는 올라갔다.
검에 관해서만큼은 그 누구도 무시하기 힘든 경지.
이것이 ‘검성’ 천유성이다.
“죽고 싶은 놈부터 튀어와라.”
천유성이 무시무시한 살기를 방출했다.
⁕ ⁕ ⁕
“대, 대단하네요.”
전투를 지켜보던 강수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전투에 일가견이 없는 자신이 보더라도 블랙 레타나는 터무니없이 강해보였다.
보유하고 있는 마력의 양이 가늠조차 되지 않았으니까.
32층과 비교한다면, 지금까지 자랑스럽게 말했던 저층의 유적과 미궁들 따윈 애들 장난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천유성은 그런 괴물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춤을 보는 것 같아.’
검과 검이 너무나 부드럽게 움직였다.
진혁이 말한 것처럼 굴에서는 계속해서 더 많은 놈들이 나왔지만, 추혼검을 버텨낼 순 없었다.
“이, 이대로라면 저희는 할 것도 없겠네요. 그……렇겠죠?”
조나단이 단검을 만지작거렸다.
일행들과 동떨어져 수색을 해야 하는 레인저로서 느끼는 부담감은 가장 클 터.
외딴 곳에서 저런 괴물들과 마주치고 싶진 않았다.
“걱정 마세요. 천유성 플레이어님 실력 보니 혼자서도 충분할 거예요.”
“맞아. 별 일이야 있겠수?”
힐러인 산드라와 탱커인 안일만이 한 마디씩 덧붙였다.
“맞는 말씀입니다. 딱 봐도 입구가 하나뿐인데, 이쪽에서 뭔가 튀어나올 일은…….”
로마노프스키가 말을 하던 그때.
콰아아앙!
일행들이 서 있던 지면에 충격이 전달됐다.
흙이 송두리째 갈아엎어지며 블랙 레타나의 아가리가 벌어졌다.
“으아아악!”
바로 위에 있던 조나단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블랙 레타나가 조나단을 통째로 삼키기 바로 직전.
진혁이 번개처럼 검을 던졌다.
퍼퍽!
단검에 맞은 블랙 레타나의 몸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콰아앙!
자욱한 흙먼지가 일어났다.
“괜찮으세요?”
“고, 고맙습니다.”
“별 말씀을요. 그보다…… 다들 전투를 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돌쇠가 아주 제대로 놈들을 자극한 것 같거든요.”
이제 이 일대 전부가 사냥터가 됐다.
빠져나가려면 꽤나 스펙터클한 하루를 보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만큼 내부에 숨어든 놈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도 쉬워지겠지.’
진혁의 눈이 일행들을 훑었다.
아주 사소한. 아주 작은 빈틈이라도 보인다면…….
그걸로 반격의 변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옵니다!”
강수아의 외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투가 개시되었다.
“키에에에!”
……빠르다.
지면을 스치듯 움직인 블랙 레타나가 날카로운 이빨을 이용해 파고들었다.
그러나, 놈들이 정말로 위협적인 건 덩치에서 나오는 힘이 아니다.
[블랙 레타나가 고유 능력 ‘산성 더듬이’를 발동합니다!]일개 몬스터임에도 고유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데다.
그 고유 능력 역시 상당히 까다로운 종류에 속했다.
치이익!
더듬이에 스친 돌멩이가 그대로 타들어갔다.
맨몸에 스치기라도 했다간 힐링이고 자시고 간에 그대로 한 줌의 핏물이 되어버리리라.
“탱커분 제외하고 나머지는 무조건 피하세요! 제가 어떻게 해볼 수준이 아니에요!”
보통이라면 이런 불운이 왜 찾아왔는지 투덜거릴 법하다.
같은 보상이면 난이도가 쉬운 쪽이 이상적이었으니까.
허나. 딱 한 명.
‘좋아.’
진혁만은 거기서 예외였다.
‘최초로 탑을 정복한 자’의 특전과 ‘능력 복사’라는 사기적인 특성.
이 두 개의 기둥이 있는 이상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웃을 수 있다.
[블랙 레타나 – 산성 더듬이]입수 난이도: A
복사 조건: 무리 생활을 하는 블랙 레타나는 오롯이 여왕의 명령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런 블랙 레타나의 능력을 복사하기 위해선 최소 500마리 이상의 블랙 레타나를 죽이셔야 합니다. (단, 공격대 중 한 명이 여왕을 잡아 인질극을 펼칠 경우 목표 수치를 채우지 않아도 복사 조건이 충족되며, 일반 산성 더듬이가 아닌 여왕의 산성 더듬이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탐식의 눈’에 적힌 조건.
진혁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인질극이라…….’
협박과 고문이라면 그 누구보다 자신 있다.
지금까지 숨을 쉬듯 해온 게 바로 저런 류였으니까.
게다가, 어쩌면 새로운 능력뿐 아니라, 그걸 통해 쓸 만한 능력까지 융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콰콰콰쾅!
……콰아앙!
“크읍! 빠, 빨리…… 좀 어떻게 해봐! 못 버티겠다고!”
안일만이 방패 뒤에서 온몸으로 공격을 받아냈다.
뒤에 있던 산드라가 땀을 뻘뻘 흘리며 힐링을 시전했다.
“잠깐만 기다려 봐요. 애도 아니고 징징은!”
로마노프스키가 막 영창을 끝냈다.
손에 모인 붉은 구체가 블랙 레타나의 안면을 집어삼켰다.
화르륵!
통한다.
안구 속으로 파고든 화기가 서서히 뇌까지 갉아먹었다.
“지금이에요!”
강수아가 블랙 레타나의 목 뒤로 올라탔다.
외피는 워낙에 단단하긴 했지만, 연결 틈 사이는 비교적 연약했다.
푸욱!
“키에에에에에!”
검이 파고들자 지네의 입에서 길고 긴 단말마가 터져 나왔다.
그래도 나름대로 합을 맞춰왔는지, 팀원 간에 호흡이 나쁘지 않다.
겁에 잔뜩 질려 있던 초반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합 역시 잘 맞기 시작했고.
이렇게 한 마리.
프라임 서비스의 길드원들이 또 다른 사냥감을 물색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약 30분에 이른 접전 끝에 외부로 기어 나온 블랙 레타나가 모두 정리됐다.
대부분은 천유성과 진혁이 처리한 거였지만.
“뭐 좀 찾았습니까?”
진혁이 허공을 향해 중얼거렸다.
그러자.
[신격 ‘울부짖는 천둥’이 가장 끝에 있는 시체를 살펴보라 합니다.]“시체……?”
집중해서 봤는데, 시체에서 놓친 게 있단 말인가?
진혁이 가장 끝자락에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
이건 설마…….
머리에 뚫려 있는 아주 작은 틈.
다른 곳에 있는 상처들하곤 차원이 달랐다.
‘자상들은 전부 미끼고…… 이게 결정타야.’
너무나도 깔끔한 일격.
무엇보다 상처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마력의 잔향은 익숙한 종류였다.
[올드 가드]태고의 존재들이 부리는 친위대로 이미 일전에 한 번 놈들과 싸워본 적이 있다.
신격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영웅 등급에 해당하는 괴물들.
그 중에서도 지금 이 마력은 격이 다르다.
‘상위 5명 중 하나가 왔다는 건데…….’
심상치 않은 놈이 있다는 건 대충 알고 있었으나, 이 정도로 강한 녀석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32층을 공략하는 것보다 이쪽이 몇 배는 골치 아플 거라는 생각이 든다.
⁕ ⁕ ⁕
“역시, 검성 님은 대단하세요.”
“맞아요. 천유성 님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하하. 앞으로도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모두가 두 눈을 똘망똘망 뜬 채 천유성을 극찬했다.
“별것 아니다.”
천유성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는 것치곤 입꼬리가 연신 씰룩이는데…….
“봤나? 내가 이 정도다.”
“그래그래, 위대하신 검성 나리 납셨네. 근데, 돌쇠야.”
“너……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
“어허. 돌쇠를 돌쇠라고 하지 뭐라 그래. 정 억울하면 우리 계약 가지고 내기를 한 번 하든가?”
“내기라고?”
“네가 이기면 돌쇠 생활은 이 시간부로 청산. 대신 내가 이기면 앞으로 일주일 더 노예계약이 이어지는 걸로. 어때?”
“…….”
천유성이 입을 일자로 다물었다.
솔직히 말해 이 목에 걸린 굴레를 벗길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 시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지옥 같은 시간을 버텨왔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이 빌어먹을 계약이 끝날 터. 어째서 내가 로우리턴 하이리스크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지?”
호오.
확실히 타당한 이유긴 하다.
그런데 말이다.
이유야 만들어주면 그만일 뿐이지.
툭…….
토끼 귀에 망사로 된 스타킹.
라스베이거스에서나 볼 법한 바니걸 복장이다.
“이번 레이드에선 이걸 입힐 생각이거든.”
엘리스와 테레사도 곧 합류하게 될 상황.
남은 시간 따위가 얼마인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단 1시간이라도.
그 시간 안에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한 법이지.
“너…… 이 쓰레기 같은 새끼가…….”
“칭찬 고마워.”
진혁이 오히려 생긋 웃었다.
자기 스스로가 쓰레기라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한들 소용이 있겠는가?
“빌어먹을, 말해라. 무슨 내기인지.”
천유성이 미끼를 덥석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