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494)
494화. 내부의 적 ‘마피아 게임’ (2)
좋아.
이래서 사냥감은 확실하게 궁지에 몬 다음에 사냥을 해야 하는 법이다.
자신에게 독이 되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못할 테니까.
“조건은 간단해. 저 아래 여왕을 먼저 잡는 쪽이 승자. 네가 이기면 그 시간부로 노예 계약은 종료되고 반대로 내가 이기면 노예 계약이 일주일 늘어나는 거야. 단, 여왕은 죽이면 안 돼. 그 녀석을 협박해서 얻어내야 할 것들이 있거든.”
“인질극이라도 하란 말이냐?”
“정확히 그런 뜻이지.”
“젠장, 알겠다. 어차피 네놈보다 빨리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는 뜻이군.”
천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울며 겨자 먹기로. 어차피 녀석 입장에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근사한 옷을 입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노예 계약에 관한 내기가 재설정되었습니다.]언령에 의해 계약의 강제성이 성립됐다.
바로 그때.
파츠츳!
하늘에서 또 다시 푸른빛이 점멸했다.
불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낙뢰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지는 32층 밖으로 실려 나오는 중상자들을 통해 봤을 터.
“우아아악!”
“오, 온다!”
“돌멩이…… 이 돌멩이가 맞겠지?”
일행들이 비명을 지르며 머리 위로 돌멩이를 들어올렸다.
진혁만은 허둥지둥 대는 것 대신 가볍게 누군가를 불렀다.
“토르 님.”
[신격 ‘울부짖는 천둥’이 번개의 권능을 발동합니다!]내려오는 낙뢰에 맞춰, 토르가 번개로 만든 희미한 막을 돌멩이들에 덧씌웠다.
대신, 위력을 완전히 상쇄시키는 게 아닌 일부만 흡수하는 방식으로.
콰콰콰쾅!
“끄아아악!”
“어억!”
번개에 직격당하자 사람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위력이 현저하게 줄어든 탓에 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저릿저릿!
“으으…… 어질어질해라.”
“그래도 덕분에 살았어요. 제 힐도 있고. 이 정도면 죽지는 않을 거예요.”
온 몸이 저리는지 다들 팔다리를 주물렀다.
그런데 단 한 명.
“어따, 따끔하구먼.”
안일만만은 별다른 충격이 없어 보였다.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 정도의 번개를 맞고도 데미지가 없다는 건…….
저 녀석이 올드 가드의 끄나풀일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은 조금 더 곁에 두고 확인해볼까.’
진혁이 모른 척 입을 열었다.
“다들 무사하십니까?”
“아슬아슬하게 버틸 만했어요. 감사합니다. 모두 강진혁 플레이어님이 벼락을 흡수하는 돌멩이를 알려주신 덕분이에요.”
강수아가 간신히 대답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괜찮다는 식의 의사표현을 건넸다.
“이제 당분간은 벼락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우와. 이것보다 더 효율이 좋은 돌멩이라도 찾으신 거예요?”
강수아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하지만.
“아뇨. 지금부터 저 아래로 내려갈 계획이거든요.”
이어지는 진혁의 말에, 좋았던 표정이 180도 썩어버렸다.
통상적으로 개미나 거미 등 곤충계 몬스터들의 둥지는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곳.
이런 소규모 공격대가 아니라, 대형 길드끼리 연합이 이루어져야만 간신히 노려 볼 만했다.
물론, 진혁이나 천유성이야 각자도생이 가능할 테지만.
그건 괴물들의 이야기고.
자신 같은 어중이떠중이는 살아남는 게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 마음을 짐작했는지, 진혁이 한 마디 덧붙였다.
“너무 걱정 마세요. 우리 쪽에서도 지원이 올 테니까요. 아마…… 지금쯤이면…….”
진혁이 왔던 곳을 두리번거렸다.
파닥파닥.
그때 날개가 파닥이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지, 짐을 이런 식으로 쓰다니…… 허리, 허리가 빠지겠다! 꺄아아아, 몸에 힘 빼라고. 추락하고 싶어?”
“죄…… 죄송해요. 하지만, 이렇게 안 하면 약속시간에 늦어버릴 거예요.”
두 날개를 열심히 움직이는 엘리스와.
엘리스의 양 다리를 붙잡고 있는 테레사가 보였다.
동시에.
스스슥…….
진혁이 서 있는 곳의 그림자가 꿀렁였다.
[월영이 고유 능력 ‘음영극살(陰影極殺)’을 발동합니다.]“늦어서 죄송합니다. 주군.”
무림 쪽에서 일을 처리하고 온 월영까지 합류했다.
게다가 아공간엔 고구마와 후라이드를 비롯한 고대종과 정령수들까지 있으니, 여러 대형 길드의 연합에 밀리지 않을 거다.
“이제 안심이 좀 되시나요?”
순식간에 불어난 멤버.
그것도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정예들이 대거 집합했다.
“네? 네네, 그럼요!”
강수아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 ⁕
화르륵!
‘태초의 불꽃’이 타오르며 어두운 동굴 내부가 밝혀졌다.
32층의 공략 조건은 ‘재앙의 불씨를 끄는 것.’
32층 전체에 걸쳐 일어나는 낙뢰와 해일 지진과 화재 등의 원인을 찾아 그것을 멈추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공략 조건이 알려진 이상, 이미 각종 길드에서도 현대 과학자들의 조언을 받아, 번개를 막는 아이템 등을 개발하느라 열을 쏟고 있으나 글쎄…….
일이라는 게 그리 쉽게 해결되진 않을 거다.
‘통상적으로 한 달은 꼬박 탐험해야 단서를 찾을까 말까이니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상황.
진혁은 정석적인 것과 다르게 편법을 써볼 생각이었다.
“으웩! 징그러운 벌레들이 잔뜩 있구나. 계약자. 이거 꼭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 것이냐? 위에서부터 마력을 퍼부어서 통째로 날려버리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엘리스야.”
“응?”
“제발 말하기 전에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말하자. 유성이는 저 아래 있을 텐데 함께 생매장 시켜버릴 생각이야?”
이미 천유성이 단독으로 주파를 시작했다.
바니걸을 입지 않기 위해서 사력을 다해 발악을 하고 있는 중이란 소리다.
“흠. 그래도 바보 검성이라면 어떻게든 살아남지 않을까?”
“그건 맞는 말이긴 한데…….”
그 바보야 우주로 날려버려도 살아남을 놈이긴 하지.하지만, 천유성은 둘째 치고서라도 능력 복사를 위해선 반드시 여왕이 살아 있어야 한다.
“진혁 씨. 그런데, 저 분들은 누구예요?”
테레사가 힐끗 뒤에서 따라오는 프라임 서비스 길드의 플레이어들을 바라봤다.
“잠깐 동행하기로 한 사람들입니다. 꽤 쏠쏠한 조건을 제시했거든요. 자기 목숨줄 정도는 챙길 줄 아는 것 같으니 레이드에 방해가 되진 않을 겁니다.”
“그래요? 흠…….”
“뭔가 걸리는 부분이 있나요?”
“아뇨. 뭔가 이름이 알려져 있는 않은 것치곤…… 조금 느낌이 이상해서요.”
역시나, 성녀의 감이 날카롭다.
올드 가드 특유의 불길한 마력을 감지한 거겠지.
“다 생각이 있으니, 자잘한 부분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알겠어요. 진혁 씨가 그리 확언한다면야 괜찮은 거겠죠…… 어?”
“이건…….”
“적이야!”
모두가 자세를 잡았다.
쿠쿠쿠쿠쿠!
통로를 따라 발을 구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블랙 레타나, 아니, 그보다 상위종이다.
“쿠오오오!”
지네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5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다.
조금 전에 만났던 블랙 레타나가 일반 병사였다면, 이 녀석은 그들을 통솔하는 지휘관 격인 놈이다.
[블랙 카이저]‘산성 더듬이’가 발동되자 지면이 쑥대밭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쾅!
“젠장, 무식하기는……!”
엘리스가 피로 만든 방어막을 펼쳤다.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테레사가 Lv16 ‘천사의 성화’를 발동합니다!]화르륵!
황금빛 불꽃이 일직선으로 뻗었다.
산성액을 모조리 날려 버릴 만큼, 뜨거운 겁화가 동굴 전체를 집어삼켰다.
이어진 건, 월영의 기습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뒤를 잡은 월영이 검을 휘둘렀다.
서걱!
녹색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크오오오오!”
일반형과는 달리 블랙 카이저는 연이은 공격에도 숨통이 끊어지질 않았다.
촤촤촷!
더듬이가 더욱 거세게 날뛰었다.
위쪽과 아래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날뛰는 흉기는 상당히 날카로웠다.
그런데.
[고유 능력 ‘툼그레이브의 오른팔’을 발동합니다!]날아오던 더듬이가 그대로 붙잡혔다.
⁕ ⁕ ⁕
꾸구구국…….
“크오오?”
무게 차이가 무려 30배가 넘는다.
그럼에도 오히려 밀리는 건 블랙 카이저 쪽이었다.
블랙 카이저가 이해할 수 없다는 신음을 내뱉었다.
하나, 아무리 용을 쓰고 온몸을 비틀어도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분명, 작디작은 먹잇감일진데…….
어째서 이토록 압도적인 두려움이 느껴지는 걸까?
“왜?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덤비더니. 이제 와서 겁이라도 먹은 거야?”
진혁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크……크오오오!”
덜덜덜!
그제야 블랙카이저는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이 포식자와 피식자를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도망쳐야 한다.
목숨이 아까워서도 있지만, 그보다 여왕께 지금 이곳에 온 침입자가 종족 전체를 위협할지도 모른다고 알려야 한다.
블랙 카이저가 즉각 움직였다.
자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흙이 좌우로 헤집어지며, 거대한 몸뚱이가 땅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물론.
그걸 가만히 두고 볼 진혁이 아니다.
“누구 마음대로 도망쳐도 된다고 했지?”
[고유 능력 ‘어스 퀘이크’가 발동됩니다!]쩌저저적……!
지축이 흔들리며 흙더미들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마치, 천재지변을 연상케 하는 무시무시한 굉음과 진동이 이어졌다.
그리고 잠시 뒤엔,
통로에 움직이는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흐음. 자잘한 놈들은 다 잡았는데, 그 큰 놈은 도망쳤어. 일부러 그런 거야?”
엘리스가 멀리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감지했다.
“응. 겁을 잔뜩 줬으니 저 녀석은 곧바로 여왕이 있는 곳으로 갈 거야.”
거대한 땅굴을 일일이 뒤지지 않아도 되는 셈.
이미 ‘천라지망’을 펼쳐뒀으니, 머지않아 목적지까지 가는 최단 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영악하네. 하여간 머리 굴리는 것 하나는 알아줘야 된다니까.”
“칭찬으로 들을게.”
진혁이 생긋 웃었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지켜보던 나머지 멤버들은 입을 쩍 벌린 채 저마다 한 마디씩 늘어놨다.
“세, 세상에나…….”
“이게 고인물 코퍼레이션에 소속된 멤버들이란 말인가.”
“진짜 대단하네요. 공격이면 공격 방어면 방어.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어요.”
“가격은 비싸게 줬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구만.”
운철이야 채널만 키우면 얼마든지 추가 공급이 될 터.
지금 당장은 이런 장면들을 빠짐없이 녹화해 두는 거다.
편집만 잘한다면 그 영상은 천금과 같은 가치를 지닐 테니까.
⁕ ⁕ ⁕
사박사박…….
모래가 움직이더니 이내 상처투성이의 블랙 카이저가 튀어나왔다.
“크……오오오…….”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블랙 카이저는 너덜너덜한 몸을 움직여 눈앞에 있는 존재를 향해 기어갔다.
지하에 있는 거대한 동굴.
높이만 무려 100m에 이르는 커다란 왕국의 옥좌엔 여왕이 앉아 있었다.
지네의 더듬이와 꼬리를 가지고 있으나, 상반신과 하반신의 대부분은 인간형에 가까웠다.
“……! 나의 아이야, 이게 무슨 일이더냐?”
여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크으……크오오오!”
“인간들이…… 여기까지 오고 있다고? 그 중에서 하나는 지휘관급 이상이고?”
이곳에 터를 잡은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감히 자신들에게 덤벼오는 이는 없었다.
적어도 32층에서는 말이다.
그런데, 감히 겁대가리도 없이…….
이곳이 어딘 줄 알고 쳐들어오다니.
바로 그때.
“그래서 말하지 않았나. 처음부터 우리와 손을 잡고 처리하자고.”
저벅.
어둠 속에서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손을 잡아? 제약을 해제해 달라는 거겠지. 이 층계에서 마음껏 날뛸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손바닥만 한 영토를 지키려면 그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나? 당신이 아끼는 블랙 카이저가 저 모양이 된 걸 보면 현실 파악이 좀 될 텐데, 너희만으로는 절대 놈을 상대할 수 없다.”
“…………그럼, 넌 가능하다는 것이냐?”
그림자가 사라지며, 남자의 얼굴이 완전히 보였다.
붉은 눈동자에 은발.
멋드러진 수염이 인상적인 중년의 외모다.
“물론이지. ‘우리’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엑센시온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