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01)
501화. 순혈 전쟁 (2)
쿠쿠쿠쿠!
서로 다른 색의 날개.
흑과 백으로 어우러진 개벽이 그 서막을 알렸다.
“…….”
이번엔 엑센시온의 움직임이 멈출 차례였다.
순혈의 왕관까지 꺼낸 지금 더 이상 거리낄 게 없었다.
실제로 인간들이 그토록 신뢰하던 랭커들조차 몇 분 안에 쓰러뜨렸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엘리스의 고유 성창에 이어….
계약자인 저 빌어먹을 인간까지 똑같은 고유 성창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개벽의 계시록은 오롯이 엘리스만을 위한 능력일 터.
그걸 일개 플레이어 따위가 사용한다는 건 믿기 힘들었다.
놀란 건 엘리스도 마찬가지였다.
“계약…자.”
자신의 고유 성창을 설마, 진혁이 사용할 수 있을 줄이야.
엘리스가 복잡한 심정이 담긴 눈으로 진혁을 바라봤다.
경계하거나 질투를 한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가장 소중한 것 중에 하나를 가장 소중한 사람과 공유한다는 사실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다.
“지금부터가 진짜야. 집중해서 움직여야 해.”
“응. 걱정하지 마. 계약자랑 함께 한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엘리스가 낯부끄러운 말을 잘도 쏟아냈다.
곧바로 엘리스의 신형이 사라졌다.
부우웅!
한쪽 날개로 급가속한 엘리스가 엑센시온의 정면으로 날아갔다.
“멍청하긴! 그 능력이라면 이미 지겹도록 경험해 봤느니라.”
엑센시온이 대검의 끝을 지면에 갖다 댔다.
카카카칵!
땅이 갈라지며 불꽃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지면에서부터 마찰시킨 칼날이 붉게 변했다.
[엑센시온이 Lv?? ‘열화가속’을 발동합니다!]팟!
검광이 번뜩였다.
순간 가속으로 튀어나간 오러 블레이드는 오감으로 인지할 수 없었다.
눈빛의 위치. 손목의 방향. 발을 디디는 지점까지.
기존에 지긋지긋하게 싸워온 경험을 토대로 궤도를 예측하는 것이다.
엘리스가 레이피어를 사선으로 비스듬히 세웠다.
카카캉!
불꽃이 어지럽게 흐드러졌다.
……빠르다.
검을 부드럽게 회전한 엘리스가 칼끝을 하늘로 향했다.
[엘리스가 Lv?? ‘블러드 이클립스’를 발동합니다!]붉게 물든 고리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개기일식(皆旣日蝕).
피에 가린 태양이 하나의 점으로 응축되기 시작했다.
크기가 작다고 해서 무시할 게 아니다.
극한까지 압축된 마력은 단순히 거대한 덩어리보다 훨씬 위협적이었다.
엑센시온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스킬이 완성되는 걸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지 않았다.
위이이잉!
‘순혈의 왕관’으로부터 검은 혈액이 쏟아져 나왔다.
[‘좌표 고정’ ‘공간 압축’ ‘마력 증폭’]연이어 이어지는 스킬.
대미를 장식한 건 지정된 곳을 모조리 태워버리는 흑염이었다.
퍼어어엉!
엘리스가 있는 곳이 그대로 폭발했다.
“아무리 위력적인 공격이라도 완성이 되어야 의미가 있는 법이지.”
엑센시온이 자욱한 연기를 보며 이죽였다.
그런데.
연기 속에서 여전히 강한 마력이 응집되는 게 느껴졌다.
“잊었나 본데, 엘리스는 혼자 싸우는 게 아니야.”
검은 날개가 완전히 펼쳐진 진혁이 엑센시온의 공격을 받아냈다.
대부분의 충격을 흡수했기에, 뒤에 있던 엘리스는 오롯이 이클립스를 발동시키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이클립스 – ‘낮을 머금은 밤’이 발동됩니다!]가장 먼저 시야가 사라졌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암흑으로 물든 순간
.위에서….
……아래로.
붉은 선이 낙하했다.
“……!?”
엑센시온이 다급히 대검으로 몸을 가렸다.
동시에.
콰콰콰콰콰콰콰!
대륙을 갈라버릴 듯한 검격이 지네굴 전체를 가로질렀다.
⁕ ⁕ ⁕
“빌어먹을….”
이 모든 것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던 상급 관리자.
하스팅은 연신 손톱을 깨물었다.
어떻게 된 건지, 아무리 열심히 준비를 해와도 저 강진혁이란 인간은 매번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마치, 모든 걸 예측했다는 듯.
그 이상의 걸 준비해 놓는 것이다.
‘순혈의 왕관으로도 쉽사리 승기를 잡지 못하다니.’
아직 상대방이 패도의 왕관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런다는 건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하스팅의 눈에 엑센시온이 보였다.
그래도 왕관 덕분에 방금 전 엘리스의 공격으로부터 받은 피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돼.’
계속 싸운다면 승산은 잘 쳐줘야 반반.
고작 그런 확률에 모든 것을 걸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면….
“타미아 님.”
하스팅이 레드 드래곤을 불렀다.
“응?”
“아무래도 가세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 싸움에? 내가?”
“예. 확실하게 하려면 그럴 필요가 있을 듯싶어서요.”
“뭐, 그것도 그렇긴 한데, 내가 지금 끼어들면 저 녀석이 완전히 꼭지가 돌아버릴걸? 나름대로 자존심 걸고 싸우고 있잖아?”
타미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강한 종족일수록 절대 양보해선 안 되는 것이 존재하는 법.
고고한 드래곤인 타미아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어설프게 개입한다면 엑센시온의 분노가 자신에게도 향하리라는 걸 말이다.
“흐음. 정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아. 이건 번외적인 이야긴데 드래곤 로드가 차기 로드 자리를 그린 일족에게 넘기려 한다더군요. 호전적인 레드 일족은 조화와 균형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면서 말이죠.”
“너…!”
타미아가 어금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가장 민감한 문제를 건드렸으니 당연히 꿈틀댈 수밖에.
“저희가 한 계약을 잊지 마십시오.”
하스팅이 단칼에 선을 그었다.
“자존심이니 긍지니 하는 것 따윈 제 알 바가 아닙니다. 그딴 걸 지키려다가 일이 틀어지는 건 더욱더 용납할 수 없고요.”
중요한 건 이 싸움에서 이기고 고인물 코퍼레이션을 쓸어버리는 것.
목적과 수단은 그 이후에 생각해 볼 일이었다.
“그러고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제가 아는 엑센시온이라면, 죽는 것보다 지는 걸 더욱 싫어할 테니까요.”
“젠장 알겠어. 그 말이 맞길 바랄게.”
타미아가 마지못해 움직일 채비를 했다.
우우웅!
뼈로 만든 창에 마력이 주입됐다.
[고대의 창 ‘브륜힐라’가 깨어납니다!]고대룡 ‘브륜힐라‘의 뼈로 만든 창.
죽은 지 억겁의 세월이 흘렀지만, 뼈에 남아 있는 고대룡의 격은 여전히 그 위용을 잃지 않았다.
노리는 건 진혁 쪽이다.
엘리스야 계약관계에 주축인 진혁이 쓰러진다면 자연스럽게 무력화될 테니까.
⁕ ⁕ ⁕
콰앙! 콰콰콰쾅!
폭풍처럼 이어진 검격으로 인해 주위가 쑥대밭으로 변했다.
‘정말 더럽게 단단하네.’
진혁이 엑센시온을 보며 혀를 찼다.
순혈의 왕관으로 인해 터무니없이 올라간 재생력.
공격력 자체도 까다롭긴 한데, 정말 성가신 건 상처를 곧바로 회복시켜버리는 저 능력이었다.
“쥐새끼처럼 멀리서 요리조리 도망만 다니지 마라!”
엑센시온이 손바닥을 폈다.
콰지직!
하나로 뭉쳐 굳은 혈액들이 거대한 정사각형 모양을 이뤘다.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수백 조각으로 나뉘어 사방으로 날아갔다.
저걸 일일이 다 피할 수는 없다.
받아치는 것 역시 무리였고.
[엘리스가 Lv?? ‘블러드 실드’를 발동합니다!]엘리스의 앞에 끝이 보이지 않는 붉은 실드가 펼쳐졌다.
퍼퍼퍼퍽!
피와 피가 격돌하자 실드 위로 수많은 파장들이 퍼져나갔다.
“……!!”
엘리스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자신의 실드가 조금씩 변질되고 있다는 걸 깨달은 탓이다.
“저놈에게… 흡수되고 있어?”
“크하하하! 그렇다. 이게 바로 왕관이 지닌 힘이지!”
엑센시온이 광소를 터뜨렸다.
그 말대로 피와 피의 대결에선 엘리스는 결코 엑센시온을 뛰어넘을 수 없다.
저 왕관이 존재하는 한은 말이다.
‘하지만,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 내가 존재하는 거지.’
스윽.
척!
두 자루의 단검을 역수로 쥔 진혁이 재차 움직일 자세를 취했다.
간격이 긴 무기를 상대로는 거리를 좁히는 게 관건.
승부를 보려면 다소 무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진혁이 아공간을 개방했다.
[‘패도의 왕관’을 착용했습니다!]왕관을 상대할 수 있는 건 같은 왕관을 사용한 자들 뿐.
아직 엑센시온이 순혈의 왕관에 적응하기 전에 끝내야 한다.
탓.
정면.
엑센시온이 재차 핏방울들을 모아 진혁을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핏방울이 앞으로 쏟아질 때쯤. 이미 진혁은 엑센시온의 뒤를 잡은 상태였다.
“무슨… 이런 속도가!”
반응이 늦은 엑센시온이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개벽의 계시록으로 나타난 검은 날개와 ‘패도의 왕관’으로 인해 강화된 진혁의 힘을 너무 간과해버렸다.
그 실수에 대한 대가는 아주 뼈저리게 치르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부우우웅!
바람을 가르는 무시무시한 파공성이 고막을 두드렸다.
무언가 온다.
진혁이 반사적으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빙하조형’을 펼쳤다.
몇 미터 두께의 얼음 방벽이라면 투척 무기쯤이야 얼마든지….
…콰득!
방벽이 유리알처럼 박살났다.
뼈로 만든 창은 평범한 투척무기와는 아득히 거리가 멀어 보였다.
저게 타미아가 가져왔다는 그 고대룡의 뼈로 만든 창인가.
엑센시온의 허를 찌르는 타이밍이. 오히려 또 다른 누군가에겐 기회가 되는 꼴이 되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또 다른 이변이 일어났다.
[신격 ‘울부짖는 천둥’이 현현합니다!]쿠르릉…콰콰쾅!
낙뢰와 함께 거대한 망치를 든 근육질의 사내가 나타났다.
토르가 묠니르를 앞으로 뻗자 날아오던 창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명색이 상급 관리자가 이 정도로 깊게 개입했으면, 나 역시도 상관없겠지.”
천둥의 군주.
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패도적인 신이 진혁의 편에 섰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크하하! 자네에게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구만. 그래 저 드래곤은 나에게 맡겨라. 여차하면… 상급 관리자까지도 상대해주겠다. 오래는 힘들겠지만 말이야.”
토르가 허공을 힐끗 바라봤다.
그곳엔 당혹감과 분노로 일그러진 하스팅이 있었다.
“토르… 님. 위그드라실을 홀라당 태우시더니 그때 당시 그 뇌까지 타버린 겁니까? 당신이 이곳에 있다는 걸 올림포스 측에서 알게 된다면 곧 벌떼처럼 전사들이 몰려올 텐데요?”
하스팅이 토르에게 질문을 던졌다.
완곡히 돌려서 한 협박성 질문이다.
당장 튀지 않으면 벌집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뜻을 지닌.
“그거야 그렇겠지. 하지만.”
이번엔 토르가 하스팅에게 질문을 던졌다.
“네 눈엔 내가 그깟 놈들에게 눈 하나 까딱할 거라고 보이는 건가?”
그런 알량한 협박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고.
⁕ ⁕ ⁕
토르에 의해 타미아까지 발이 묶이자 이제 엑센시온은 철저하게 혼자 남게 되었다.
엑센시온이 짜증이 가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군. 뭐, 좋아. 내가 혼자서 이 놀이에 어울려줄 이유는 없지. 그래. 온전히 내 손으로만 찢어놓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이편이 더욱 효율이 좋겠어.”
굳이 어려운 길을 갈 이유는 없다.
자존심이야… 눈앞에 있는 두 놈을 죽인다면 얼마든지 달랠 수 있었으니까.
엑센시온이 품에서 아타락시아의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을 꺼냈다.
오롯이 가주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직속 권한.
[‘혈계의 부름’이 발동됩니다!]우우웅!
엑센시온의 뒤로 거대한 게이트가 나타났다.
저벅. 저벅.
이어진 건 수백이 넘는 뱀파이어들의 발소리였다.
“오오오오! 저것 봐. 전대의 멍청한 진조가 제 발로 무덤으로 기어들어왔잖아?”
“명령만 내리십시오. 가주시여.”
“저희가 엘리스의 목을 갖다 바치겠습니다!”
기세등등한 혈족들이 손톱을 세웠다.
탐욕이 가득 담긴 눈에선 어떻게든 공을 세워 엑센시온의 호감을 사겠다는 의지가 가득 느껴졌다.
“자,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나 하나 상대하는 것도 버거워하던데, 이 많은 수를 감당할 수 있을까?”
엑센시온이 좌우로 도열해 있는 병력을 보며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그러나 엘리스는 그 도발에 대응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품에서 낡고 오래된 문양을 꺼냈다.
오직 이때만을 기다렸다.
회랑에 갇힌 이후… 계속해서.
[‘혈계의 부름’이 발동됩니다!]또 다른 게이트가 열렸다.
벨루스를 비롯한 엘리스의 직계 혈족들.
그리고 이후에 데카서스 가에서 합류하게 된 오필리아와 그 외의 뱀파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습니까. 로드시여.”
벨루스가 엘리스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