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1)
51화. 블랙마켓 (4)
해가 완전히 진 밤.
진혁은 인적 드문 골목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밤에는 꽤 춥네.’
혹시라도 블랙마켓에서 지정한 시각에 늦을까 봐 좀 일찍 나왔더니, 밤이슬이 제법 차가웠다.
그래도.
원하는 조건을 달성했기에, 상대를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겁게 느껴졌다.
‘계좌가 든든하면 없던 자신감도 생긴다고 하더니, 그 말이 진짜였어.’
3000만 달러.
한화로 무려 350억이 넘는 금액이다.
진혁은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대부분을 벌었다.
도박 역사에 길이 남을 대승리였다.
‘이 정도면…… 원하는 레플리카 유물을 낙찰 받는 데 충분해.’
총 100여 개의 경매품이 출품된다고 했으니 경쟁 또한 심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내가 원하는 건 겉으로 보기엔 전혀 매력적이지 않으니까.’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진주.
그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는 지폐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지갑을 열기 꺼려지는 그런 아이템이다.
그나저나 슬슬 올 때가 됐는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부우웅!
자동차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뒤, 검은색 벤츠 마이바흐가 진혁 앞에 멈춰 섰다.
창문이 내려가며, 정장을 갖춰 입은 남자 한 명이 보였다.
이자가 블랙마켓에서 보낸 직원인 건가.
“117번 손님. 맞으십니까?”
“네. 맞습니다.”
진혁이 초대장에 적힌 숫자를 보여 줬다.
“확인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경매가 열리는 곳까진 제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보안을 위해 안대를 착용해야 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차 뒷좌석에 있는 안대.
역시나 예상했던 것처럼 시각을 차단하는 마법까지 걸려 있었다.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안대 쓰고도 초 단위로 세면서 머릿속으로 목적지를 그리던데.
실제로는 어떠려나?
시험해 보는 것도 재밌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30분 거리,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대저택.]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겠군. 그런데 뭐 하는 거야? 어서 타지 않고.]그런 것 따위 하지 않아도 ‘탐식의 눈’을 통해 어지간한 정보는 모조리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나중에 플레이어들한테도 써 봐야겠어.’
과거에는 이 눈을 얻었을 때쯤 플레이어들이 모두 시련의 탑을 떠났었다.
실험해 보고 싶어도 실험할 수 있는 대상이 전부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이젠 그럴 걱정은 없지.’
인류가 멸망하길 원하지 않는다면, 모두들 기를 쓰고 탑을 올라야 할 터.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자들에게도 통할지, 통하지 않을지.
그리고 통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에까지 통용이 될지.
그걸 알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진혁은 푹신한 시트에 몸을 묻었다.
***
정확히 30분 정도 흘렀을 때였다.
“도착했습니다.”
직원의 말과 함께. 자동차가 멈췄다.
드디어 안대를 벗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후우. 갑갑해 죽는 줄 알았네.’
진혁이 차에서 내리자 놀랄 만한 광경이 펼쳐졌다.
“호오.”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야 그럴 수밖에.
‘탐식의 눈’을 통해서 인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대저택이다.
게다가 별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밤하늘과 오아시스까지 어우러져, 저택의 외관은 한 폭의 그림 같은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초대장은 저한테 맡겨 주시면 됩니다. 그럼, 편안한 시간 보내십시오.”
직원이 초대장의 진위를 검사한 뒤, 허리를 깊이 숙였다.
혼자가 된 진혁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정원에 딸린 연못을 지나 대문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약속, 잊은 건 아니지?]엘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맞다. 이 녀석이 있었지.
비행기에서 마인을 찾아 준 게 기특해서, 원하는 걸 한 가지 말하라고 했다.
엘리스는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싶다고 했었고.
“상관없는데, 여기로 괜찮겠어?”
기왕 밖에 나올 걸면 라스베이거스가 볼 건 훨씬 더 많을 텐데?
불꽃놀이에 모터사이클 공연에, 구경할 거야 넘쳐날 정도로 많다.
그런데 굳이 갑부들이 돈 자랑하는 경매장을 보겠다고?
[밤의 귀족이자, 고귀한 피가 흐르는 이 몸에게 어울리려면 적어도 이 정도 품격은 갖춰져 있어야지. 나쁘지 않은 저택이야. 인간들이 만든 것치곤 말이야. 나는 여길 선택할래.]얼씨구.
“0.001평짜리 반지 안에 갇혀 살면서 너랑 어울리긴 뭐가 어울려? 그리고 밤의 귀족이 뭐냐? 밤의 귀족이.”
방구석 밤의 귀족이란 소린가?
엘리스가 발끈하며 고함을 질렀다.
반지가 미미하게 진동했다.
“그렇게까지 말하진 않았는데…….”
이쯤 되면 한심한 걸 넘어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
그래.
과거에 잘 나갔었으니 이해해 줘야겠지.
고개를 가로젓던 진혁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워낙 넓은 저택답게 인기척도 드물었다.
카메라나 특별한 마력 반응도 느껴지지 않았고.
‘초대장을 확인한 이상 내부 보안은 확실하다 이런 뜻이겠군.’
무엇보다 경매에 참가하는 손님들의 특성상, 반드시 프라이버시를 지켜 줘야만 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쪽으로선 잘됐다.
손님들 중에 한 명 정도 추가되는 것쯤은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할 테니까.
우우웅!
진혁이 브라함의 반지에 마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반지에서 사람 형상을 한 엘리스가 나타났다.
이번엔 강아지만 한 크기가 아닌, 150cm에 가까운 신장을 지녔다.
원래 170cm가 훌쩍 넘던 걸 생각하면 여전히 작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의심은 피할 수 있을 정도는 됐다.
“으으음! 역시 바깥 공기가 좋구나.”
엘리스가 기지개를 켰다.
긴 은발에 붉은 눈동자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최대한 마력을 쏟아 붓긴 했는데, 그 사이즈 이상은 무리다.”
“괜찮아. 그래도 예전에 30cm도 안 되는 것보단 훨씬 나으니까.”
꽤나 만족스러웠는지 미소를 머금은 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고.”
“허면, 이제 그 경매라는 것을 하러 가는 건가?”
엘리스의 눈이 반짝였다.
원하는 물건이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부하들이 전부 구해 오는 위치였기에. 엘리스에게 경제관념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경매 같은 볼거리는 그녀의 입장에서 꽤나 흥미로운 행위였다.
“그래. 슬슬 들어가 봐야지. 거의 시간 다 됐어.”
진혁이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10분.
그 뒤엔 돈과 돈이 부딪치는 전쟁이 시작된다.
***
저택 중심에 위치한 원형 극장.
본래 오페라 공연을 위해 설계된 이곳은 현재 전 세계 뒷거래를 원하는 갑부들을 위한 경매장으로 탈바꿈한 상태였다.
“어느새 175회차라……. 매년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지만, 경매 시작 전은 항상 흥분된단 말이야.”
“소문으로 듣자하니 이번 경매에 ‘어룡의 심장’도 나온다던데.”
“진짜로? 그게 나온다고?”
“아무래도 시련의 탑이 나타난 덕분이겠지. 마력 파장인지 뭔지 때문에 고대에 사라진 별의별 보물들이 죄다 재현되고 있잖아.”
“크으. 기대되는구먼. 낙찰 받진 못하더라도 구경은 꼭 좀 해 봐야겠어.”
“그리고 이번엔 워낙 굵직한 것들이 많이 나와서 달러 외에 귀금속이나 채권 따위도 받는다고 하더라고. 물론, 그럴 경우 10%의 수수료를 더 내야 하지만.”
“그렇다면 경쟁이 더 치열해지겠네. 나도 잔고 확인 좀 다시 해야겠군.”
웅성거리는 소리.
이미 절반 이상이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진혁과 엘리스도 비어 있는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허허. 처음 뵙겠습니다.”
검은 두건을 뒤집어쓴 노인이 다가왔다.
이 남자는……?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알고 있는 얼굴이다.
얼마 전, 대형 길드의 간부급들한테 3층 보스 공략을 제시했던, 마인 협회의 노인.
바로 그 녀석이 지금 눈앞에 나타났다.
‘이거 또 거물이 등장했군.’
그때 보여 준 능력을 생각한다면. 노인은 마인 협회의 간부급이거나 최소한으로 따져도 중간 관리자급은 될 것이다.
“…….”
그리고 그 옆에는 비행기에서 만났던 알렉스도 있었다.
‘이 녀석도 어지간히 두들겨 맞았나 보네.’
잘생긴 얼굴이 완전히 곤죽으로 변해 있었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엘릭서를 빼앗긴 탓이겠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동정심 따위는 조금도 들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건 상대가 인간일 때만 느껴야 하는 감정이었으니까.
“저는 율리우스 캐드릭이라고 합니다. 대충 눈치 채셨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보다시피 이 멍청한 제자 놈의 스승이죠.”
율리우스 캐드릭이라…….
그런 이름이었군.
상대의 소개를 들은 진혁이 조용히 ‘탐식의 눈’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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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율리우스 캐드릭
성별: 남
나이: 58세
레벨: 30
힘 11 민첩 9 체력 10 마력 49 악행 25
보유한 스탯 포인트: 1
보유한 코인: 130,855
직업: 네크로맨서
고유 능력: 저주받은 무덤의 묘지기
스킬: Lv6 ‘통곡의 벽’, Lv6 ‘군단장의 명령’, Lv5 ‘시체들의 밤’, Lv5 ‘3번의 재생’, Lv4 ‘광역 약화’, Lv4 ‘전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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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 조건: 무능한 부하들의 연이은 실패로 인해 심리적으로 굉장히 화가 많이 난 상태입니다. 그가 주관하는 흑마술 수업을 이수한 뒤, A+등급을 받는다면 고유 능력이나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습니다.]역시나.
예상했던 것처럼, 훌륭한 능력치다.
네크로맨서와 좋은 시너지를 내는 고유 능력까지 갖고 있을 줄이야.
‘저주받은 무덤의 묘지기’는 최소한의 마력으로 다수의 소환수를 부릴 수 있기 때문에, 네크로맨서는 물론, 다양한 소환사 계열들이 기를 쓰며 얻고자 했던 능력이었다.
하지만.
복사 조건을 읽은 진혁은 손가락으로 미간을 움켜잡아야 했다.
‘시스템이 점점 미쳐 가는구나.’
이건 뭐, 열혈 교수와 재능 만렙 제자를 찍으라는 것도 아니고.
무슨 조건이 이 따위냐?
어차피 네크로맨서들의 능력엔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어째 복사 조건들이 갈수록 괴랄해 지는 것 같았다.
그것도 안 좋은 쪽의 의미로.
‘능력이야 그렇다 치고….’
일단은, 쓰린 속을 좀 긁어 볼까?
표정을 갈무리한 진혁이 입을 열었다.
“제자분 덕분에 귀한 것도 얻고 덕분에 즐거운 비행이었습니다.”
“허허. 그러셨다니 정말 다행이로군요. 그래서 말인데, 알고 계시다는 정보에 대해 다시 한번 여쭤보고 싶어서 말이죠. 이번엔 제가 직접 왔습니다.”
“가면을 쓴 플레이어에 대한 것 말입니까?”
“예. 저희로선 꽤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생사가 달려있다… 랄까요?”
이것 봐라…?
은근 슬쩍 협박을 하네?
진혁의 입 꼬리가 미묘하게 비틀렸다.
“그 이야기라면, 나중에 기회 봐서 알려드리겠다고 했을 텐데요.”
“안 됐지만, 저희에게 나중은 없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야 하거든요.”
“그거야 제가 알 바 아니고요.”
너희가 급하든 똥줄이 타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정 급하면 설날에 한우 세트 보내듯이 엘릭서라도 12개 세트로 예쁘게 포장해서 가져오든가.
그러나 진혁의 이죽임에도 불구하고 캐드릭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흐음. 단언하기 전에 잘 생각해 보십시오. 보아하니 이곳에 오셨으면 무언가 필요한 아이템이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요?”
“저희가 마음만 먹는다면…….”
캐드릭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동시에 목소리 또한 싸늘하게 식었다.
“오늘 출품되는 아이템을 전부 구입해 버리는 수도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