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10)
510화. 관리자들의 연회 (2)
[‘탐식의 눈’이 대상을 꿰뚫어봅니다.]진혁의 눈이 가늘게 늘어졌다.
동시에.
띠링!
눈앞에 커다란 상태창이 나타났다.
[인물 정보]이름: 가펠리우스
레벨: ???
고유 성창: 다운 폴(Down Fall)
고유 능력: 태양의 마차.
스킬: Lv?? ‘상급 승마술’, Lv?? ‘헬리오스의 채찍’, Lv?? ‘태양의 가호’, Lv?? ‘홍염의 방패’…. 스킬이 너무 많아 요약보기 버전으로 전환됩니다.
복사 조건: 헬리오스의 사도이자 올림포스이 대표적인 미남 중 하나인 가펠리우스는 현재 그리스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이용해 도발한 뒤 상대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에서 찍어 누른다면, 가펠리우스가 가지고 있는 능력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단, 고유 성창과 고유 능력 그리고 스킬 중에 어느 걸 복사할 수 있는지는 상대의 분노 수치에 따라 다르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헬리오스의 사도답게, 가펠리우스의 상태창은 꽤나 화려했다.
쓸 만한 능력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복사 조건이 마음에 들었다.
‘상대의 분노를 올릴수록 좋은 능력을 얻을 수 있다니….’
지나가던 사람을 놀리는 것도 재밌는데.
하물며 그 대상이 말을 띠껍게 하는 얄미운 놈이라면 어떻겠는가?
당장이라도 찍어 누르고 싶어 온 몸이 근질거릴 지경이었다.
특히 가펠리우스의 ‘다운 폴’과 ‘태양의 마차’는 지금 보유하고 있는 ‘적토 승마’나 ‘바람의 영역’과도 융합이 가능했다.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능력이라는 뜻.
하지만, 너무 내색해선 안 된다.
본격적인 메인 이벤트가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달아오르면 여러 의미에서 시선을 끌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릭의 속마음을 파악하기 전이라면 더욱더 조심해야 했고.
‘새로운 상급 관리자가 취임하게 되면 그걸 하게 되니, 복사할 기회는 곧 오겠지.’
진혁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신중하게. 그리고 차분히.
앞으로 할 계획을 그려나가면서.
“저희는 괜찮습니다. 그저 농담으로 던진 말이라고 하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강진혁 플레이어님…?”
“봐 봐. 그쪽에서 데리고 온 친구도 괜찮다고 하잖습니까? 너무 과민 반응하지 말고 그냥 가던 길 가세요. 히히.”
기세등등해진 고디락이 더욱 이죽거렸다.
엘리스가 눈썹을 치켜세웠지만, 불행히도 고디락은 그걸 보지 못했다.
“계약자… 죽일까?”
“참아. 어차피 나중엔 제 입으로 죽여 달라고 빌게 될 거야.”
상급 관리자인 하스팅도 제 명에 죽지 못했는데.
고작 중급 관리자 한 명쯤이야.
아무리 올림포스와 친하게 지낸다고 한들 한계는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알겠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계속 안내하겠습니다.”
릭이 키득대는 고디락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 ⁕ ⁕
분수대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저택이 나타났다.
로젠베르크 가문의 대저택도 대단하긴 했지만, 이것과 비교하면 장난감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끝과 끝이 안 보일 지경이네.’
m 단위가 아닌 km 단위로 따져야 할 만한 크기다.
이미 초대장을 받고 모여 있는 중소 신격들과 그들이 데리고 온 거주자들도 수백 명이 가볍게 넘어 보였다.
새로운 참가자의 등장에 경계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꽤나 부담스러운데 이거….
바로 그때.
“오오오!”
“왔는가, 내 사도여! 기다리느라 목이 빠지는 줄 알았다!”
입구에서 기다리던 두 신격이 동시에 외쳤다.
하나는 쟈칼의 머리를 한 아누비스였고. 나머지 하나는 최근 마계에서 가장 빠르게 세력을 키우고 있는 베리엘이었다.
두 명다 상층부의 거대 세력의 주축이 되는 존재들이다.
웅성웅성!
주위에 있던 이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뭐야?”
“저 인간, 아누비스와 인연이 있었어?”
“베리엘하고도 친한 눈치야.”
“말도 안 돼. 우리들도 상층부와 인연을 만들려고 수백 년간 그리 애를 썼는데, 이제 막 탑에 들어온 지 몇 년밖에 안 된 놈들이 저렇게 환대를 받는다고?”
중소 세력들에 있어 탑의 하층부는 관심 밖의 영역.
자기들이 있는 30층대에서 치열하게 영역전쟁을 벌이기에도 바빴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진혁과 고인물 코퍼레이션에 관한 정보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어 중에서 가장 뛰어난 신흥 세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정도로 말이다.
“마계에 한 번 놀러 오라니까 그렇게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이런 곳엔 부리나케도 뛰어왔구나.”
“우리 쪽도 마찬가지다. 근사한 오아시스와 야자수가 있는 피서지를 알려줘도 들은 척도 안 하더군.”
명색이 상위 신격이라는 애들이 하는 짓은 단짝 친구가 자기랑 안 놀아줬다고 심통을 부리는 초등학생과 다를 게 없다.
“그래서. 어딜 먼저 올 것이냐?”
“칙칙한 마계보단 당연히 따사로운 태양이 가득한 우리 쪽이겠지?”
“따스하긴 개뿔. 거기 가면 피부가 다 건조해져서 뒤집어질 거다.”
“뭐야? 썩은 내만 가득한 마계는 그럼 좋은 곳이란 소리냐? 피로 수분팩이라도 시킬 것 아니면 빠져 있어라. 이 인간과는 내가 훨씬 더 먼저 알고 지냈다.”
“알고 지낸 기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깊은 유대감을 가지는지가 더 중요하지.”
“나는 이 인간이랑 태양의 성역에서 싸우기도 하고 밥도 먹고…! 또 그 뭐냐. 고대종의 알! 그런 것도 줬단 말이다.”
“나도 흑창이랑 뭐 이런 거 다 주고 그랬어! 원하면 영지랑 성이랑 그래! 내 머리에 뿔도 떼다가 줄 수도 있고!”
점점 더 높아지는 목소리.
괜히 머리가 지끈거리려 한다.
하긴, 벌려 놓은 것들이 많긴 했으니 업보라면 업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쿠웅!
베리엘과 아누비스의 옆으로 새로운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터질 듯한 근육과 야성적으로 자란 검은 머리카락.
“기다리고 있었다. 애송이.”
올림포스에 존재하는 최강의 반신.
모두가 불가능이라 여겼던 12개의 과업을 완수하고. 타이탄들로부터 올림포스 그 자체를 지켜낸 그리스의 대영웅.
‘헤라클레스’였다.
오싹하고.
순식간에 공기가 급변했다.
엄청난 압박감이 공간을 짓눌렀다.
저릿저릿!
감히, 인간의 몸으로 견디기 힘들 정도의 투기다.
태생은 반신이지만, 주신들마저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이 헤라클레스였으니까.
“크하하! 저번에 만났을 때보다 확실히 강해졌군. 아주 맛있게 무르익었어.”
콰드드득….
지면이 쩍쩍 갈라지며 근육투성이 팔이 앞으로 뻗었다.
저기에 잡히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뼈와 살이 예쁘게 분해될 것이다.
그러나.
헤라클레스의 손은 진혁에게 도달하지 못했다.
“뭐 하는 짓거리냐? 내 사도에게?”
“선전포고라도 할 셈인가?”
“흐음. 이건 좀 곤란하군요.”
베리엘과 아누비스 그리고 릭이 동시에 나섰다.
검과 반월창 그리고 지팡이가 각각 헤라클레스의 급소에 닿았다.
“감히, 그딴 흉기를 내 계약자에게 들이밀어? 갈가리 찢겨 죽고 싶은 것이냐. 반쪽짜리 근육덩어리,”
특히 완전히 분노한 엘리스는 하늘을 가득 메울 정도의 ‘블러드 스피어’를 소환해둔 상태였다.
만약, 진혁이 털끝이라도 다쳤으면 저 많은 꼬챙이들이 이 일대를 모조리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을 것이다.
“이거 쓸데없는 지원군이 많군. 모처럼 잔뜩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헤라클레스의 손이 우뚝 멈췄다.
진혁 혼자라면 몰라도. 여기 있는 전원과 싸우는 건 상정 외의 일이었다.
바로 그 순간.
교차한 무기들 사이로 차가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이야, 대체 언제 마계랑 이집트가 뒷구녕으로 손발을 맞춘 거래? 보아하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뭔가 재미난 일을 꾸미는 모양인데, 이쯤 되면 새로운 상급 관리자고 뭐고 간에 세력 몇 개 사라질 각오로 한 판 붙는 게 낫지 않을까?”
긴 흑발에 보라색 피부를 가진 여인.
한 손에는 해골을.
그리고 다른 손에는 짧은 낫을 들고 있었다.
‘이거 또 거물이 나왔네.’
이번엔 진혁의 입에서 탄성이 나올 차례였다.
간다라 길드의 니라샤가 죽은 이후 일선에서 잘 나서지 않았던 거대 세력 ‘천세’.
그 중에서 주신급에 해당하는 이가 바로 죽음의 여신 ‘칼리’였다.
헤라클레스 쪽도 위험하지만, 칼리는 다른 의미에서 헤라클레스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이 광기에 젖은 여신은 모든 신화를 통틀어서도 가장 피에 굶주린 괴물이었으니까.
문제는….
“그거 재밌겠군.”
“바라던 바다.”
“짐은 걸어온 싸움은 피하지 않느니라.”
여기 있는 신격들도 하나같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누비스와 베리엘 그리고 엘리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살기를 뿌려댔다.
자칫 잘못하다간 정말로 새로운 상급 관리자를 보기 전에, 이곳이 피바다로 변하는 걸 먼저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기 바로 직전.
[상급 관리자 ‘벤디비아’가 입장합니다!]파츠츠…!
보라색 하늘 위에서 상급 관리자 벤디비아가 현현했다.
일전에 눈 덮인 오두막에서 만난 이후 꽤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혈기왕성하신 분들이 모이시다 보니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른 모양이군요. 그렇지 않아도 이제 곧 선출식을 시작할 예정이오니 조금만 참아주시길 바랍니다.”
권고를 가장한 명령.
벤디비아의 말에 신격들의 기세가 한결 누그러졌다.
“……쳇.”
“어쩔 수 없군.”
이곳에 온 목적은 어디까지나 새로운 상급 관리자의 선출과. 그 관리자가 앞으로 탑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어떤 성향을 지닌 관리자가 선출되는지에 따라. 그리고 그 관리자가 어느 세력과 친분이 있는지에 따라 판도가 크게 변할 터.
굳이 그 전에 나머지 관리자들의 기분을 언짢게 만들 이유는 없었다.
벤디비아에 이어 또 다른 상급 관리자가 나왔다.
식물계 종족인 ‘라이프 시드’에서 선출된 원로급 관리자다.
그리고.
다음에 나온 상급 관리자는 꽤나 익숙한 놈이었다.
하스팅.
죽은 줄 알았더니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나.
멀쩡히 숨을 쉬는 꼴을 보니 니알라토텝의 관대함이 절로 느껴진다.
하지만, 잃어버린 한쪽 팔과 상처투성이의 몰골은 거의 시체라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긴 했다.
“…….”
하스팅이 비틀거리며 게이트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러다 진혁과 눈을 마주치곤 전신을 가늘게 떨었다.
싱긋.
진혁은 화사한 미소로 그 떨림에 화답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벤디비아가 입을 열었다.
곧바로 모두의 시선이 벤디비아에게 집중됐다.
“자, 나머지 관리자분들은 조금 늦을 듯하다고 하니, 먼저 후보자 지명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중급 이하의 관리자 분들 중 본인이 상급 관리자가 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위로 올라와 주십시오.”
적합자 판정.
상급 관리자가 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바로 이것이다.
관리자라면 누구든 단상 위로 올라가 후보 등록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단상 아래 인물 중 그 누구라도 후보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결국, 둘 사이에 이견이 생길 경우 일종의 시험을 치러 이긴 쪽의 뜻을 따르게 된다는 뜻.
상급 관리자가 되기 위해선 그 정도 도전쯤은 기꺼이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
벤디비아가 말했지만, 선뜻 먼저 나서는 관리자는 없었다.
마치, 유력 후보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처럼 슬슬 눈치만 볼 뿐이었다.
“킥킥. 선후배님들이 다들 부담스러워하니 조심스레 제가 입후보해보겠습니다.”
고디락이 느긋한 발걸음으로 단상 위로 올랐다.
올림포스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기에, 감히 반대하는 자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첫 번째 후보자가 정해질 터.
그런데.
딱 하나.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노우를 외치는 이가 있었다.
“킥킥 소리밖에 못 하는 중2병 걸린 토끼가 상급 관리자라니. 불만이 전두엽까지 차오르는 기분입니다.”
진혁이 번쩍 손을 들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