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12)
512화. 태양의 마차 (2)
화면이 개방되며, 익숙한 모습이 나타났다.
불꽃과 철 그리고 망치의 주인.
‘대장장이 오룬’이었다.
이미 숱하게 시달린 탓인지 가뜩이나 는 주름살이 유독 깊어 보였다.
[크, 크흠! 무슨 일인가?]주름살보다 더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 오룬 영감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잘 지냈지. 잘 지냈어. 자네가 연락하기 전까진.]“하하하. 농담도 참……. 그보다 제가 저번에 부탁했던 복원은 잘 돼가고 있습니까? 중요한 일이라고 실패하면 죽여……버리겠다는 게 아니라 그 정도로 중요하다고 전해드렸던 거요.”
나폴레옹의 대관식.
과거 전성기를 재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복원해야만 한다.
그리고 진혁은 이곳에 오기 전 오룬에게 그림의 복원을 의뢰했었다.
의뢰비는 한 푼도 내지 않았지만.
[살기 위해서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일하고 있네. 이러다간 내가 먼저 과로로 죽을지도 모르겠어.]오룬이 앓는 소리를 늘어놨다.
조금이라도 동정표를 사기 위해서.
물론, 진혁한테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BJ로 살아온 세월. 하루에 2~3시간 자면서 온 몸을 갈아넣는 것쯤이야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었으니까.
“다크서클 상태 보니 아직 거뜬하네요. 코피 흐른 흔적도 없고요. 그쪽 일은 계속 신경 써주시고. 그보다 지금 당장은 튼튼한 마차 한 대만 만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고속 주행을 해야 하는데, 망가지면 안 됩니다. 아, 재료는 여기 보이는 이걸로 해주셔야 하고요.”
진혁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나무 조각들을 발로 툭툭 건들였다.
[가능이야 하다만……. 언제까지 해주란 말인가?]“1시간이요.”
정확히는 말하느라 3분 정도 쓴 탓에 56분 32초 정도 남았다.
[허허허, 농담이지?]“제가 이런 걸로 농담하는 거 봤습니까? 못 하시겠으면 언제든지 부담 없이 말씀해 주세요. 편하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아마 영원히 편하게 될 거다.
그걸 원한다면 말이지.
꿀꺽.
화면 너머에서도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50분이면 떡을 치고도 남네. 암, 가능하고말고. 허허허!]식은땀을 흘리던 오룬이 즉각 망치를 들었다.
⁕ ⁕ ⁕
떠 있는 수많은 부유석 가운데 하나.
올림포스의 신격들이 모여 있는 이곳엔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래도 황금 사과 이후에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여지가 남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리였군요.”
“어쩔 수 없지. 방해가 된다면 그 누구라도 쳐내야 한다.”
올림포스를 지탱하는 12개의 기둥.
열두 명의 주신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이제는 적으로서 간주하고 철저하게 찍어 눌러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면서.
하지만, 딱 한 명.
아테나만은 신중한 표정으로 창과 방패를 만지작거렸다.
“아버지.”
나온 것은 짧은 음성이었다.
그러자, 가장 안쪽에 있는 거구의 남자가 반응했다.
12명의 주신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절대자.
설령 나머지 주신들이 전부 덤비더라도 감히 이길 수 없는 올림포스 최강의 신격, ‘제우스’였다.
“왜 그러느냐. 아테나야.”
“지금 저 인간을 건드린다면 그를 지원하는 상위 세력들과도 마찰이 생기게 될 겁니다. 특히, 이집트와 마계의 마왕 중 하나는 아예 대놓고 강진혁을 지지하고 있으니까요.”
아누비스와 베리엘.
둘 다 무시하기 힘든 세력들이다.
게다가 그 외에도 진혁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세력들이 다수 있었다.
함부로 개입했다간 이 모든 세력들과 전면전을 시작해야 될 수도 있다는 뜻.
아테나는 그 점이 염려되었다.
“흐음.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다. 하나, 나 역시도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제우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벅.
제우스의 옆으로 천세의 신격들이 나타났다.
“안녕. 친구들?”
“이렇게 다 같이 뵙는 건 처음이군요.”
칼리…… 그리고 마찬가지로 천세의 신격 중 하나인 인드라였다.
모두 천세의 주축이 되는 주신들.
서로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부유석이 공명할 만큼 막대한 마력이 일어났다.
동시에.
반대편에서도 또 다른 존재들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하얀 날개를 가진 상층부의 거주자.
에덴을 상징하는 대천사인 ‘우리엘’과 그 휘하의 능천사들이었다.
“내부의 몇몇 일들을 처리하느라 좀 늦었다. 사과하지.”
우리엘이 날개에 묻은 빗물을 털어냈다.
“아버지……? 이들은 대체?”
“크하하하! 우리 제우스께서 또 재미난 일을 꾸미고 계셨군.”
“이제부터 아주 제대로 시작해보려는 거였어.”
아테나는 놀랐지만, 포세이돈과 하데스는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광소를 터뜨렸다.
제우스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파츠츠!
푸른 번개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층계를 나눠먹었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지나치게 많은 세력이 들러붙었지. 그 중에는 자격이 없는 놈들도 많았고 현실에 안주하는 버러지들도 많았다.”
30층부터 49층까지.
고작 19층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세상을 지배하던 주신들의 야망과 욕망을 담기에는 말이다.
어차피 50층은 지금 자신들이 넘보기에는 불가능할 터.
그렇다면…….
그 아래 층계라도 모두 손에 넣어야 한다.
그래야만.
먼 훗날 이 탑의 꼭대기에서, 오만하게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태고의 존재들을 몰아내고.
진정한 탑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려줄 수 있을 테니까.
“형제들아. 그리고 아들 딸들아.”
제우스가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급 관리자 선출식은 그저 명분이었을 뿐이다. 사실, 누가 되든 큰 상관은 없느니라.”
“설마…….”
한 발 늦게 깨달은 아테나가 숨을 들이마셨다.
“그래. 이번 선출식을 보기 위해 수많은 신격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다시 말해. 자잘한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는 기회라는 뜻이지.”
모두의 관심이 한쪽에 쏠린 틈을 이용해.
탑의 균형 자체를 무너뜨려 버리겠다.
제우스의 입가에 주신에게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사악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 ⁕ ⁕
꾸욱…….
가펠리우스가 마지막으로 마차의 상태를 점검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최상의 컨디션.
변수 따위는 있을 리 없었다.
분명 그럴진대…….
‘왜 이렇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거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팔등을 따라 퍼져나가는 저릿저릿한 감각은 틀림없는 긴장감이었다.
“아프로디테께서 보시는 게 꽤나 부담스러운 모양입니다. 킥킥.”
고디락이 옆에서 고민에 대한 답을 대신 내주었다.
“아무래도 그런 듯싶군.”
아프로디테.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 여신이 지금 자신의 모든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니.
그 사실만으로도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질 못하겠다.
‘이번에야말로 내 마음을 고백하겠다.’
여기서 무사히 이기고 고디락을 상급 관리자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아프로디테도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줄 것이다.
‘아예 그림자도 못 밟게 앞으로 치고 달려주지.’
가펠리우스가 투구를 쓴 채 진혁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그런데.
“응?”
뭔가 이상하다.
조잡한 나무로 어떻게 어떻게 형태는 갖춘 마차는 둘째치고.
그 마차를 끄는 말들에게서 짙은 위화감이 일어났다.
가펠리우스가 고함을 질렀다.
“그……건 말이 아니지 않느냐!”
당연한 반론이었다.
마차에 있는 건 어느 하나 말과는 조금도 연관성이 없는 생명체들이었으니까.
진혁이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아, 얘네들……? 크흠! 큼! 마차를 꼭 말이 끌어야 한다는 법 있어? 누가 됐든 네 마리만 모으면 되는 거지.”
“마차라는 건 당연히 말이 끄는 거지, 그게 무슨 개소리냐!”
역시, 씨알도 먹히지 않는 건가.
하긴, 마차(馬車)라는 게 말이 끌어서 마차긴 하지.
하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억지 부리는 덴 일가견이 있었으니까.
“얘들 말 맞아. 그치 구마야.”
“모, 모기이이히이잉!”
“봐 봐. 말소리 잘 내잖아. 얘네가 좀 변종이라서 생김새가 다르긴 한데…… 엄연히 네 발 달린 말들 맞아.”
“그걸 말이라고…….”
가펠리우스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쉽지 않은 대화가 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상관없다. 저놈이 무슨 짓을 꾸미든 어차피 힘으로 박살내 버리면 될 뿐 아닌가?”
가펠리우스의 마차에서 헤라클레스가 내려왔다.
마차 경주에 탑승 가능한 인원은 총 넷.
그리고.
전투용 마차에는 말을 모는 기수와 그걸 호위하는 전투병이 들어가게 된다.
“드디어 맞붙게 되는구나 애송이.”
헤라클레스가 트레이드마크인 몽둥이를 어깨에 기댔다.
그래…….
물론 기억하고 있다.
이 대영웅과의 결전이 남아 있다는 걸.
‘분명 굉장히 힘든 싸움이 되겠지.’
그런데도 왜일까.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 신화 속 대영웅과 경기를 펼친다는 사실이 미친 듯이 기대되었다.
“가자.”
진혁이 마차 위에 올랐다.
천유성과 테레사 그리고 엘리스 역시 마차에 올라타 자리를 잡았다.
“얘들아. 내가 많은 걸 바라진 않아. 그저 딱 하나. 저 마차보다만 빠르면 돼. 알았지?”
“흐음. 아무리 내가 위대한 사신수라 해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일단 기본 스펙부터가 너무 차이가 많이 난다.”
탄탄한 근육질에 늘씬한 다리를 가진 페가수스.
반면 이쪽은 마정석에 중독된 데다 운동 부족으로 살이 통통하게 오른 고대종들이 주력이었다.
무엇보다 서로 간에 호흡이 중요한 단체 경주에 있어. 지금 이 조합은 최악에 가까웠다.
“괜찮아. 내가 자알 이끌어줄게. 절대 뒤처지지 않게끔 자아알.”
진혁이 채찍을 어루만졌다.
짐승이든 사람이든 패면 말을 잘 듣는 법.
무엇보다 극한의 정신력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
촤아악!
채찍이 지면을 휩쓸고 지나갔다.
땅에 제법 굵은 자국이 남겨졌다.
저걸 맨살에 맞는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어때, 잘들 할 수 있지?”
“모기이이……!”
“미요오!”
“캬오!캬오!”
“후후. 엉덩이에서 나오는 바람까지 끌어모아 날아보도록 하겠다.”
사기가 충전된 소환수들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짝!
모든 게 완벽하게 정리되자 벤디비아가 다시 한 번 박수를 쳤다.
“다들 자리에 위치해 주십시오. 코스는 하늘에 있는 부유석을 따라 이용하면 되고. 먼저 도착하는 쪽이 승리하는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보도록 하죠!”
허공에 나타난 깃발이 펄럭였다.
동시에.
콰콰콰콰콰콰!
불줄기와 함께 가펠리우스의 마차가 번개처럼 쇄도했다.
…………빠르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초반의 출발하는 힘은 무식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마차.
“이랴!”
진혁이 반 박자 늦게 마차를 출발시켰다.
곧바로 말랑흑두루미가 바람을 이용해 마차를 띄웠고. 고구마와 후라이드가 날개를 파닥이며 속도를 올렸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경주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