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14)
514화. 신화 속 전쟁 (1)
“제우스 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벤디비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경주 중에 전투를 허용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양 마차 사이에 국한된 이야기.
외부 세력이 개입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런데 올림포스에서 이토록 대놓고 도발을 했으니…… 당연히 상급 관리자로서 항의를 할 수밖에.
하지만, 제우스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대꾸했다.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가볍게 도와줬을 뿐이다.”
“형평성이라고요?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십니까?”
“강진혁 쪽에선 다른 층계에 있는 대장장이에게 마차 제조를 부탁했다. 더군다나, 말을 사용하는 대신 고대종과 다른 소환수들을 이용했지. 허면, 우리 쪽에서도 이 정도 여유를 가지는 게 그리 무리한 요구는 아닐 텐데?”
상대의 잘못을 물고 늘어진다.
귀책 사유가 없진 않기에, 이번엔 벤디비아의 말이 뚝하고 끊겼다.
……물론, 그 당시에 바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냐고 물고 늘어질 수 있었지만.
제우스에게 그런 논리가 통할 리 없었다
“걱정 마라. 이 이상은 하지 않을 테니.”
“그걸 말이라고……! 애초에 저 중에는 당신께서 보낸 전사들도 섞여 있지 않습니까?”
세이렌과 가고일들 사이, 페가수스를 탄 전사들의 보였다.
그냥 일반적인 전사들이 아닌 ‘등급’과 ‘이름’이 부여된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이었다.
“많이도 아니고 네다섯 명 섞여 있을 뿐이다. 그 정도로도 문제를 걸고넘어진다면 오히려 벤디비아. 그대가 강진혁과 고인물 코퍼레이션을 편애한다고밖에 보이질 않는군.”
제우스가 동의를 구하듯 다른 관리자들을 바라봤다.
“메에에……. 확실히, 그것도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경주가 시작된 후 이곳에 온 새로운 인물.
붉은 산양의 형상을 한 상급 관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테이스…….”
“저는 제우스 님의 말을 지지합니다. 공평이야 말로 관리자가 가져야 할 당연한 덕목이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하스팅 씨?”
“……그래.”
하스팅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니알라토텝의 눈 밖에 난 뒤,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해테이스.
하스팅은 그에 대한 두려움과 부러움 그리고 증오가 가득 섞인 눈빛을 번뜩였다.
-후후. 너무 안 좋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또 압니까? 당신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올지? 그때까지는 제 말을 얌전히 잘 따르길 바랍니다. 완전히 소멸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죠.
처음 해테이스와 만났을 때 놈이 면전에 대고 한 말이다.
하지만, 하스팅은 뭐라고 대꾸조차 할 수 없었다.
정말로.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테이스와 하스팅까지 동의를 해버리자 벤디비아가 나설 구실이 사라졌다.
꾸욱…….
그저 걱정스러운 눈으로 진혁이 있는 곳을 바라보는 게 벤디비아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 ⁕ ⁕
“키에에에!”
“크오오!”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얼핏 봐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저 많은 걸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불가능한데, 거기에 경주까지 이긴다는 건 아예 말이 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하나하나가 무시무시한 마력을 보유한 몬스터들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었다.
각 개인의 마력이란 그 총량이 정해져있는 법이었으니까.
그런데 바로 그때.
“내가…… 시간을 벌겠다.”
천유성이 마차의 앞으로 나섰다.
“유, 유성 씨?”
테레사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천유성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이다.
“어차피 여기 있어봤자 발만 묶인다. 다 같이 아무것도 못 하느니 차라리 누구 하나가 희생하는 편이 나아. 그리고 안정적으로 장기전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내가 남는 게 맞겠지.”
말을 마친 천유성이 이번엔 힐끗 진혁을 바라봤다.
아직까지 매듭짓지 못한 단 한 가지 일.
진혁과의 승부를 내지 못하고 이대로 끝내야 한다는 게 유일한 한이었다.
“너무 안도하진 마라. 지옥에서라도 네놈이 오길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 오늘 일을 생각해서라도 그땐 승부를 피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서걱!
가벼운 칼질 한 번에 마차 파편이 잘려나갔다.
[천유성이 Lv16 ‘허공섭물’을 발동합니다!]우우웅!
천유성이 떠오르는 파편 위에 올라탔다.
동시에 검신을 따라 푸른 물결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완전히 발현된 검강.
검이 노래를 하기 시작하자, 검성은 수천의 적을 앞에 두고 버티는 태산이 되었다.
동료들을 위해서라면 자기 한 목숨을 버리려는 의지는 분명 감동적이다.
감동적이긴 한데…….
“유성아.”
“됐다.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자 한 거 아니다.”
“유……성아?”
“그냥 아무 말 없이 이대로 떠나라. 난 정말 괜찮으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진혁이 머리를 긁적였다.
중2병 넘치는 말들을 잔뜩 쏟아낸 이 타이밍에 이런 말을 하긴 참 뭐한데…….
“쟤들이 먼저 규칙을 어긴 이상 우리도 그 제약이 풀린 셈이거든.”
지금까지 손발이 묶인 채 행동했다면.
이제부터는 전력을 100% 다 발휘해 싸울 수 있게 되었다.
진혁이 마차의 아래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시작으로…….
콰아아앙!
지면에서 황금으로 물든 창들이 솟구쳤다
“기다리고 있었다! 감히, 이 몸을 앞에 두고 이딴 수작질을 부리다니! 아주 뼈까지 갈아마셔주마!”
[아누비스가 ‘심판의 군대’를 사용했습니다!] [죽음의 쟈칼 군대들이 당신을 수호합니다!]검은 피부에 쟈칼의 머리를 가진 수호자들.
아누비스의 직속 군단이 투창으로 응전했다.
퍼퍼퍼퍽!
퍼퍼퍽!
“키에에에!”
“케엑!”
날아오던 세이렌들과 가고일들이 창에 꿰뚫려 추락했다.
거기에, 마력을 한껏 끌어모은 베리엘이 검은 마력으로 만든 토네이도를 해방시켰다.
“마계를 너무 우습게 보는군.”
쿠쿠쿠쿠쿠쿠!
부유석을 통째로 집어삼켜버리는 다수의 검은 토네이도.
휘말린 것들은 모조리 갈가리 찢어버리는 자연재해는 그리스 군에게 상상 그 이상의 피해를 입혔다.
“지원군이라면 우리도 잔뜩 가지고 있어.”
상황이 여의치 않아 개입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나저나 유성아…… 뭐? 지옥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싸우자고?”
푸웁!
아니, 요즘 흑화한 중학생도 그런 말은 안 하겠다.
평생을 이불킥을 하고 관짝에서도 한 번 더 할 만한 수준이었으니까.
“…….”
천유성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수치심과 분노로 인해 손발이 가늘게 떨렸다.
“그런 거 아니다.”
아니긴, 목소리는 그렇다는데.
“이건, 내가 따로 녹음해 놨으니까 앞으로 죽을 때까지 심심할 때마다 틀어줄게. 아니면 시련의 탑 커뮤니티에 메이드복이랑 해서 세트상품으로 팔아도 괜찮겠네.”
“너…….”
스릉!
반쯤 들어갔던 검이 다시 뽑혔다.
아…….
방금 건 살짝 선을 넘었나?
진혁이 황급히 목을 가다듬었다.
“크흠!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설마, 내가 그렇게까지 하겠어? 하하……. 그보다 우리도 빨리 움직이자. 베리엘과 아누비스가 시간을 끌어주는 동안 역전을 해야지.”
“……빌어먹을, 이건 반드시 기억해두겠다.”
천유성이 마지못해 검을 집어넣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부우웅…….
검은 토네이도 무리에서 한 마리의 페가수스가 고속으로 접근했다.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저 사이를 돌파해 왔다는 건…….
‘영웅’ 등급에 해당하는 놈들 중 하나가 틀림없다.
그 예상대로 눈부신 갑주를 입은 근육질의 남자가 단숨에 진혁이 있는 마차까지 도달했다.
투구 사이로 번뜩이는 눈동자.
모를 리가 없겠지.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
트로이 전쟁에서 대활약한 대영웅 ‘헥토르’를.
“사악한 마법으로 동료들을 해치다니. 이 대가는 피로 받겠다!”
헥토르가 차갑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길을 막았다.
원형 방패를 앞세운 채 긴 창을 걸친 자세.
찌르기에 특화된 전투방식은 헥토르가 즐겨 사용하던 필살기였다.
“왼쪽, 아니, 오른쪽이다!”
천유성이 다급히 외쳤다.
도중에 말을 바꿔야 할 만큼, 페가수스를 다루는 헥토르의 기마술은 능숙하고 화려했다.
파앙!
창이 한 점을 향해 쇄도했다.
선두에 선 테레사가 들고 있던 방패를 내려 찍었다.
[테레사가 Lv19 ‘성호’를 발동합니다!]방패 앞으로 나타난 거대한 십자가가 창에 정면으로 맞섰다.
콰콰콰쾅!
콰아앙!
창이 폭풍처럼 몰아쳤지만, 테레사는 침착하게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방어는 저에게 맡겨주세요.”
신성력으로 무장한 탄탄한 성기사.
역시, 이런 전투에선 테레사가 있다는 사실이 그 자체만으로도 든든했다.
그러나 아직 한숨을 돌리기엔 일렀다.
저 멀리 그리스 신격들이 있는 부유석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살기가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움직이려는 건가…….’
최근 들어 지나칠 정도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올림포스.
그런 놈들이 고작 아스가르드 하나를 박살 냈다고 해서 만족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인도와 에덴과도 물밑으로 접촉하고 있는 이상, 더 큰 욕심을 부릴 거라는 건 기정사실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많은 수의 신격들이 모이고 있는 지금이 적기일 것이다.
야망을 드러내고 단 한 수로 균형을 무너뜨릴 타이밍이 바로 이때였으니.
⁕ ⁕ ⁕
제우스가 앉아 있던 옥좌에 금이 갔다.
불편한 기색이 잔뜩 드러난 이마가 연신 꿈틀거렸다.
“제우스! 지금 보낸 병력의 삼분의 일이 죽거나 무력화 됐소. 나머지도 몸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워하는 지경이란 말이오!”
“헥토르나 이아손 등이 분전하고 있긴 하지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포세이돈과 헤르메스도 각각 한 마디씩 늘어놨다.
사실상 시간을 버는 건 물거품이 되어버린 셈.
이제는 병력 손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아버지…….”
아테나가 무겁게 말끝을 흐렸다.
더 늦기 전에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퍼걱! 제우스가 암브로시아가 든 잔을 박살내버렸다.
깨진 유리조각 사이로 붉은 포도주가 콸콸콸 쏟아졌다.
“깨워라.”
낮고 깊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한마디에 모든 게 달려졌다.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었소.”
“드디어……!”
쿠쿠쿠쿠쿠쿵!
순간, 층계 전체가 흔들렸다.
하늘에 떠 있는 부유석들도.
지면과 지면을 따라 흐르는 강줄기들도 얼어붙은 듯 멈춰버렸다.
[상위 신격 ‘올림포스’가 ‘수면의 종’을 멈춥니다.] [잠들어 있던 신화 속 마수들이 깨어납니다.]이변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흙더미가 파헤쳐지며, 혹은 부유석의 절벽이 갈라지며. 거대한 몬스터들이 하나둘 깊은 잠에서 해방되었다.
네메아의 사자.
스핑크스.
사이클롭스.
그리고 히드라.
그리스 신화를 상징하는 네임드 마수들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거기다가…….
부글부글!
거대한 강줄기가 갈라지더니, 그 자리에 날카로운 이빨들이 가득한 입이 나타났다.
직경만 해도 수백 미터에 이르는 괴물의 아가리였다.
[네임드 몬스터 ‘카리브디스’가 현현합니다!]물 위에 떠 있는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는 포식자.
저주 받은 여신이 올림포스를 거역하는 이들을 먹어치우기 위해 깨어났다.
“장난은 이제 끝났다. 모두 전투를 준비해라.”
제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