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17)
517화. 신화 속 전쟁 (4)
올림포스가 점거하고 있는 부유석 위.
제우스가 굳은 얼굴로 전쟁이 진행되는 걸 살펴봤다.
……골치 아프다.
이미 처음의 계획은 어그러진 지 오래였고. 이제는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의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 주력이라 할 수 있는 전력은 보존하고 있긴 했으나…….
대영웅이나 주신급을 투입하기엔 토르나 로키 같은 신격들이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았다.
“비켜라! 근육 덩어리 고릴라 놈아!”
“쯧쯧. 그런 말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라는 걸 모르나? 아레스여?”
아레스와 대치 중인 토르.
마찬가지로 아폴론은 발두르가. 헤르메스는 헤임달이, 아테나는 로키가 일대일로 마크를 하는 중이었다.
하데스 역시 요툰헤임의 거인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중이었고.
“…….”
제우스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오른손에 아스트라페를 꺼내들었다.
이제는 직접 개입해 방해꾼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겠다는 생각에서다.
파츠츠…… 파칙!
심상치 않은 푸른빛 스파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스킬 ??? ‘12주신의 가호’가 발동됩니다!]거기에 황금색 기운이 뒤섞이자, 위그드라실의 광명에 대응하는 또 다른 파장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제우스! 아래엔 아군들도 많이 있네. 혼전 상황에서 그걸 사용했다간 놈들 뿐 아니라 나머지도 다 죽어버릴 걸세.”
포세이돈이 다급히 제우스를 만류했다.
“……승리를 위해선 소수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법이야.”
“우리 전력의 삼분의 이가 투입된 상황 속에서 어찌 그들을 소수라 부를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저 중엔 주신들도 있는데.”
“…….”
제우스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자신의 능력은 대인(對人)이 아닌 대군(對軍)에 특화된 형태인 터.
이쯤 되면 인정해야 한다.
올림포스의 힘만으로는 이 전황을 뒤집기 힘들다는 것을.
‘빚을 지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건가.’
제우스가 맞은편에서 여유롭게 서 있는 두 세력을 바라봤다.
북유럽과 전면전을 치르지 않은 채 중소 세력들만을 골라서 공격 중인 ‘에덴’과 ‘천세’는 여전히 전력의 대부분을 보존하고 있는 상태였다.
“우리 도움이 필요한 타이밍인가 보네.”
“계약 이상의 지원을 원한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만 지불하면 된다.”
시바와 우리엘이 이런 상황을 기다렸다는 듯 반응해왔다.
여기서 말하는 합당한 대가라는 건…… 이후 중소 세력의 거점들에 대한 분배권을 더 인정해달라는 뜻.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헤르메스가 헤임달에게 밀린 시점에서 결계가 얼마나 더 유지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강진혁은…… 죽일 수 있는 것인가?”
적어도 그런 대가를 치를 만한 명분 정도는 확보해야만 한다.
지금 이점에서 가장 골칫거리인 변수.
플레이어 강진혁을 죽일 수 있다면 그리 나쁜 교환은 아닐 것이다.
제우스의 말에 시바가 검게 물든 낫을 꺼내들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직접 가서 숨통을 끊을 거니까.”
제우스가 대군에 특화된 전쟁병기라면.
시바는 표적이 된 대상을 철저하게 무너뜨리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 * *
콰아앙!
콰콰콰쾅!
“끄아아악!”
“크억!”
폭발음과 비명 소리로 가득 찬 전장.
정신없는 와중에 조용한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왼쪽 방어벽을 좀 더 강화…… 쿨럭!?”
올림포스의 전사들을 지휘하던 지휘관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적아를 구분하기 쉽지 않은 난전이었기에, 100인장 수준의 지휘관이 사라지는 것 정도로는 큰 관심을 끌긴 어려웠다.
‘……이걸로 열일곱…….’
‘음영극살’을 통한 암살.
소규모 부대 위주로 착실하게 공략한 게 슬슬 효과가 나타날 때가 되었다.
실제로 올림포스의 진형에 조금씩 허점이 커지기 시작했다.
‘좋아…….’
이제는 슬슬 더 위에 놈들을 노려도 되겠지.
빌드업을 착실히 해뒀으니 효과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다음 먹잇감을 찾은 진혁이 재차 그림자 속에 녹아들었다.
노린 것은 벨레로폰.
아킬레우스나 헥토르와 마찬가지로 네임드에 해당하는 영웅이었다.
“벨레로폰! 거인들이…… 서리 거인들이 대거 몰려오고 있습니다!”
“아누비스의 군대 역시 만만치 않소! 빌어먹을, 신격 혼자서 저런 힘을 발휘할 줄이야. 대체 어떻게 돼 먹은 거야.”
“그것보단 발키리들을……. 중앙에 있는 아가멤논의 본진이 돌파당할지도 모릅니다!”
“그쪽은 내가 맡을 테니 신경 쓰지 마라. 그보다 중앙. 중앙 쪽이 뚫리지 않게 전력을 집중시켜야 한다.”
벨레로폰이 차분하게 명령을 내렸다.
우선 순위를 지정해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실력이 탁월했다.
여러 개의 돌발 변수 속에서도 가장 옳은 선택지를 선택하는 것도 놀라웠고.
그런데 바로 그때.
[엘리스가 Lv?? ‘블러드 스피어’를 발동합니다!] [테레사가 Lv18 ‘천사의 노래’를 발동합니다!]수많은 꼬챙이들이 벨레로폰이 있는 곳으로 떨어졌다.
뱀파이어 특유의 혈계 마법과 성기사의 신성력이 한데 어우러진 꼬챙이는 꽤나 이질적이었다.
외형뿐 아니라, 그 마력까지도.
하지만 창들이 벨레로폰의 주위를 쑥대밭으로 만들기 직전.
벨레로폰의 능력이 발동되었다.
[벨레로폰이 고유 능력 ‘승리의 고삐’를 사용했습니다!]황금색 고삐가 나타나며 마력으로 만들어진 순백의 페가수스가 날개를 폈다.
동시에 반투명한 장막이 벨레로폰의 주위를 완전히 감쌌다.
콰콰콰콰쾅!
꼬챙이들이 장벽에 막혀 모조리 박살났다.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
벨레로폰이 페가수스의 등 위에 올라탔다.
페르세우스와 더불어 가장 페가수스를 잘 다룬다고 하더니. 그 명성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애초에 엘리스와 테레사의 공격은 주목적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화려한 스킬로 시선을 끄는 것뿐.
꿀렁!
벨레로폰의 그림자 아래가 일렁였다.
곧바로 진혁의 단검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부웅!
정확히 목덜미를 노린 암습이었다.
“……크읍!?”
벨레로폰이 가까스로 반응했다.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이 진혁의 단검과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그런데.
카가각…….
검과 검이 닿는 순간 진혁의 단검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마치, 한 마리의 뱀이 바위틈으로 파고들 듯 부드러우면서도 유연한 움직임이었다.
푸슉!
벨레로폰의 목에서 긴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말도…… 안 되는…….”
피하는 것은 거의 우연.
갈고 닦은 반사신경에 의한 행운 덕분이었다.
전신에 소름이 모조리 돋을 만큼 날카롭고 완벽한 검격이다.
벨레로폰이 주춤거리며 무게 균형이 크게 무너졌다.
“부대장!”
“벨레로폰 님!”
지켜보던 전사들이 고함을 질렀다.
벨레로폰은 일반 하급 지휘관이 아닌 5천 이상의 군대를 지휘하는 장수.
그런 대영웅이 쓰러진다면 그 피해가 얼마나 막대할지는 상상도 되질 않았다.
곧바로 스파르타의 전사들이 방패를 든 채 벨레로폰과 진혁의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것이 실수였다.
“이야, 아주 밀집대형으로 해줬네?”
진혁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고유 능력 ‘포이즌 로드’가 발동됩니다!]뭉쳐있는 한복판에 녹색 독운무가 일어났다.
호흡기를 통해 퍼지는 독.
숨을 들이 마시는 즉시 몸에 이상이 느껴졌다.
“흡!”
“크읍!”
전사들이 재빨리 호흡을 멈췄다.
동시에 올림포스 특유의 마력을 이용해 내부에 쌓인 독기를 몰아내려 했다.
어떤 종류의 독이든 지금까지 훈련한 대로 대처하면 문제없을 터.
이 정도 독쯤은 이미 수많은 사선을 넘으며 겪어왔었다.
그런데.
“끄으으…….”
“이, 이게 무슨…….”
어떻게 된 건지 체내에 들어온 독은 지금까지 경험해온 그 어떤 것과도 달랐다.
독이 지독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기존에 훈련했던 것과는 이질적인.
다시 말해 통증이 오는 위치가 미묘했다.
꾸르륵…….꾸륵. 꾸르륵.
격렬한 복통에 전사들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덜덜덜 떨리는 손과 발.
최악의 순간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력을 다해 한 개의 근육을 조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던 고통은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기에 충분한 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 살려줘.”
“으어어…… 가……야한다. 어디로든.”
하지만, 어디로 간단 말인가?
이 전장 한복판에서 그들이 원하는 낙원은 없었다.
무엇보다 진혁이 그리 내버려두지 않았다.
퍼억!
“컥…….”
단검의 손잡이로 뒤통수를 가격하자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전사들이 하나둘 의식을 잃었다.
너무나 허무하게. 그리고 빠르게.
진혁이 전장의 한 축을 무너뜨려버렸다.
⁕ ⁕ ⁕
“지독한 놈이로군…….”
벨레로폰이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칭찬으로 들을게.”
반면, 진혁은 싱그러운 미소로 대답했다.
“너무 무리하지 마. 괜히 저항하면 할수록 너만 힘들어지거든.”
“…….”
벨레로폰도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방금 전의 독에 당한 탓이었다.
독이 아니었다면…… 차라리 일대일로 제대로 붙었더라면…….
그랬다면 이길 수 있었을까?
‘아니…… 독 따위가 아니라도 불가능했을 거다.’
조금 전 보여준 기습에서의 움직임과 고도로 단련된 검술.
단 한 번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전력을 다해 부딪쳐봤자 승패가 정해져 있다는 걸 말이다.
‘무슨 이런 괴물 같은 놈이…… 존재하다니.’
신화의 한 시대를 살면서 수많은 강자들을 만나봤다. 그 중에는 헤라클레스를 비롯한 대영웅들과 올림포스의 주신들도 섞여 있었다.
압도적인 규격 외 괴물들이라면 지긋지긋하게 만나본 셈.
그런데도 왜일까?
눈앞에 있는 존재는 그런 존재들보다도 더욱 거대해보였다.
저벅.
진혁이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벨레로폰이 몸을 움찔거렸지만, 반항하진 않았다.
지금 몸 상태로는 어떤 저항을 해도 의미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부우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마력이 지면 아래로 떨어졌다.
저건…….
진혁이 두 개의 단검을 머리 위로 교차했다.
콰아아앙!
순간, 뼈가 저리는 압력이 전신을 짓눌렀다.
미처 흡수하지 못한 충격으로 인해 지면이 거미줄 모양으로 갈라졌다.
“호오. 이걸 막아?”
검은 색 낫을 들고 있는 이는 칼리.
바로 천세의 신격이었다.
거기에 칼리의 등 뒤로 반투명한 형태의 거대한 뱀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천세의 신격들이 보유한 신수. ‘쿤달리니’였다.
언제 오나 했는데, 드디어 무거운 엉덩짝을 든 모양이다.
그만큼 올림포스 측에서 지금의 상황이 어렵다는 뜻이겠지.
“명색이 인도의 주신이라는 분이 기습이나 하시고…… 쪽팔리지도 않습니까?”
“늑대를 잡으려면 자존심쯤이야 내려놔야지. 안 그래도 제우스가 닦달을 내고 있거든.”
주신급이 직접 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평범한 걸로는 시간 벌이도 안 될 터.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능력을 꺼내줘야 한다.
진혁의 왼손에 황금색 사과가 나타났다.
[고유 능력 ‘황금 사과’를 발동합니다!]그리스 신격들의 고유 능력을 발현시킬 수 있는 힘.
거기에.
오른손에는 푸른빛의 마력이 요동쳤다.
[황금사과의 능력으로 불러온 능력과 기존에 보유한 능력이 공명합니다!] [‘한정 융합’이 발동됩니다!]다시 한 번 새로운 능력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