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19)
519화. 베푼 은혜는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1)
우우웅!
눈부신 빛과 함께 나타난 게이트.
그 숫자만 해도 5개가 가볍게 넘었다.
서로 다른 색을 가진 게이트의 출입구가 일렁였다.
동시에 게이트 내부로부터 익숙한 마력이 흘러나왔다.
[중층부의 세력 ‘천마신교’와 ‘무림’에서 약속을 이행합니다!] [저층부의 세력 서리 칼날 부족의 ‘카라칼’이 당신의 부름에 응답합니다!] [저층부의 세력 ‘정신병동’의 주인이 은혜를 기억합니다.] [저층부의 세력 ‘엘프’들이 가세합니다!] [중층부의 세력 ‘불멸의 제국’에서 그랜드 소드마스터 ‘에브라함’이 기사단을 이끌고 옵니다.] [상층부의 세력 ‘바바리안’의 전사들이 전쟁에 합류합니다!]지금까지 인연이 있었던.그리고 도움을 주었던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자야! 이 스승이 구하러 왔느니라! 이 빌어먹을 놈들이 얼마나 널 괴롭힌 것이냐.”
“암황, 체통을 좀 지키거라. 무림맹에서도 지켜보고 있다.”
“카악…… 퉤! 체통은 개뿔! 이러다가 하나뿐인 제자 놈 죽게 생겼습니다. 근데 뭔 놈의 자존심이 그리 중하답니까?”
“후후, 천 공자도 근처에 있나 봐요.”
암황과 천마 그리고 추혼사영이 각각 한 마디씩 늘어놨다.
그 옆에는 월영과 무당의 소유명을 비롯해 무림의 각종 고수들이 전투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화르륵!
칼날에 실린 푸른 검기가 당장이라도 뿜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쿵! 쿵! 쿵! 쿵!
뒤이어 서리 칼날 부족의 카라칼과 그를 따르는 트롤들이 측면을 보강했다.
수백이 넘는 정예 전사들이 창과 방패를 앞으로 뻗었다.
“다행히 아직 끝난 건 아닌 모양이군.”
카라칼의 창 끝에 ‘하얀 맹수’가 발현되었다.
짐승의 발톱을 연상케 하는 새하얀 기운이 눈부시게 타올랐다.
“족장, 왼쪽에 있는 올림포스 전사들 사이에서 틈이 있다. 이집트의 쟈칼 부대를 조금만 지원해준다면 왼쪽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크하하하! 우리도 트롤들과 함께 싸운다.”
카라칼과 바바리안 부족의 푸달락이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거리는 저희가 맡아야겠네요.”
“쳇. 장로님 명령만 아니었어도…….”
엘프 족의 실비아와 진혁에게 몇 번이고 골탕 먹은 적 있는 테슬론도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겉으론 툴툴거리긴 했지만, 진혁 덕분에 영토를 보존할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진혁 님…….”
정신병동에서 온 안드리아도.
“드디어 빚을 갚을 수 있겠군.”
제국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에브라함도.
모두가 각자의 최정예들을 이끈 채 각기 다른 방향의 게이트에서 나타났다.
순식간에 전장에 수많은 세력들이 대치하게 되었다.
각기 다른 층계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 진혁을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같은 방향을 향해 검을 들었다.
* * *
“내…… 결계가 뚫린 반동 때문인……가.”
헤르메스가 쓴물을 속으로 삼켰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책을 범했다는 죄책감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관리자들마저 속일 수 있는 결계를 억지로 설치해뒀으니까. 당연히 그게 파훼됐을 때 반동 정도는 생각했어야지.”
아래에 있던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놈들이 장난질을 칠 거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여러 가지 방책들을 생각해뒀는데.
역시 이 편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뭐, 이 모든 건 헤임달이라는 걸출한 신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다들 망설임 없이 도와주러 와줬네.’
진혁의 눈빛이 따뜻하게 변했다.
그동안 탑을 오르면서 있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고생도 많이 했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역시 베푼 은혜는 결코 배신하지 않는 법인가보다.
‘하긴, 나만큼 착하고 동정심 많은 사람도 없긴 하지.’
뒤통수만 쳐대는 놈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따스한 심장을 가진 남자.
크으…….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이 뭉클 솟구쳐 오르는 시간이었다.
반면, 진혁과 대치하고 있던 우리엘의 표정은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승리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갑자기 골치 아픈 변수들이 연이어 나타났으니…… 당연히 머리가 지끈거릴 수밖에.
하지만, 가장 골치 아픈 건 지금까지 온 놈들이 아니었다.
우우우웅!
유일하게 허공에 나타난 마지막 게이트.
그곳에서 아주 익숙한 마력이 심기를 건드렸다.
“가브리엘…….”
우리엘이 어금니를 으득 갈았다.
그러자 게이트가 개방되며…….
순백의 갑주와 그보다 더 하얀 날개를 가진 천사가 현현했다.
대천사 ‘가브리엘’.
에덴이 보유한 최강의 전력 중 하나가 같은 천사에게 검을 들이밀었다.
“올림포스와 이런 식으로 작당을 하다니…… 휴전을 하자고 했던 말들은 다 거짓이었나요?”
“이것 또한 에덴을 위한 길이다.”
“그거야 당신 혼자만의 생각이겠죠.”
“……나와 대적할 생각인가? 후회할 텐데…….”
“그럴 리가요. 이미 이 싸움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후회라면 당신이 하게 되겠죠.”
가브리엘이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그걸 기점으로 게이트에서 엄청난 수의 능천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전에 군타페르의 성채를 공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돌격부대였다.
“아시다시피 ‘에덴의 창’이라 불리는 제 친위대입니다. 뒤에서 몰래 계획을 꾸미느라 어중간한 부대를 데리고 온 것 같은데, 몇 분이나 막을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
“건방진…….”
우리엘이 철퇴를 움켜쥐었다.
그걸 기점으로 수많은 세력이 뒤얽힌 대전쟁의 막이 올랐다.
콰아아아앙!
콰콰콰콰콰!
각종 신수들과 신격. 그리고 그들이 데리고 온 병사들이 충돌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비현실적이었다.
“끄아아악!”
“으아아악!”
비명과 고함 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전장에서 짙은 혈향이 피어올랐다.
신화 속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신수들이 이빨을 드러내고. 자연재해를 방불케 하는 고유 능력과 마법들이 격돌했다.
“자자! 파이팅!”
진혁이 연신 박수를 치며 동료들을 독려했다.
“유성아. 그래, 거기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힘내보자. 칼에 예리함이 살짝 덜해진 것 같아.”
“엘리스는 마력 배분이 살짝 아쉽네. 더 잘 할 수 있잖아? 응?”
“테레사 씨도 다 좋은데…… 하아. 아닙니다. 뭐. 그게 한계인가보네요. 어쨌든 힘내보죠. 파이팅!”
아직 마력과 체력이 덜 회복됐기에 응원하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서포팅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다.
알고 있는데…….
‘뭐지? 이 더러운 기분은?’
‘화가 난다. 화가 나. 아아아악!’
‘뭔가 속에서부터 짜증이 솟구쳐오르는 것 같아요.’
세 사람이 알 수 없는 분노에 빠져 더욱더 거칠게 날뛰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즉사의 빛이 당신에게 향합니다!]붉은 경고음과 함께 진혁의 눈앞에 푸른 스파크가 점멸했다.
아까부터 경계하던 최악의 가능성이 일어난 것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
이건 제대로 맞았다간 위험하다.
진혁이 지금까지 모은 마력을 한꺼번에 쏟아부었다.
우우웅!
마력이 모여 뱃머리에 달린 여신의 형상을 이루었다.
신의 일격에 저항할 수 있는 최강의 방어 스킬 중 하나.
아스트라페에 맞서 눈부신 파장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동시에.
콰아아아앙!
천지가 진동한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뚫으려는 번개와 막으려는 방패.
그리고 그 행위가 가능하게끔 만드는 건 마력이다.
쿠쿠쿠쿠! 파츠츠!
격동하는 대기 속 진혁이 이를 부러져라 깨물었다.
최대한 효율적인 배분을 했다곤 하지만, 그럼에도 제우스의 고유 능력인 아스트라페는 격이 달랐다.
과거의 2년차였다면 일격에 재가 되었을 만큼 말도 안 되는 공격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의 이야기.
기억의 답습을 통해 얻은 기연들로 강해진 지금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우우우웅!
[프리드 웬의 특수효과 – ‘항해를 수호하는 빛’이 발동됩니다!] [당신과 함께하는 동료들의 수가 많을수록 방패의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당신을 극도로 신뢰하고 있는 동료의 수: 1,356] [현재 상신을 마지못해 신뢰하고 있는 동료의 수; 7] [현재 당신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는 동료의 수: 5입니다.] [최종 정산으로 인해 방어력이 552%만큼 상승합니다!]연이어 나타나는 상태창과 함께 방패에서 나오는 빛이 한 단계 달라졌다.
뿜어져 나온 광휘가 허공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아스트라페의 스파크가 순간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휘유…….”
진혁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온 몸은 갈기갈기 찢어질 듯 아팠지만, 두 눈은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 * *
“…….”
번개를 던진 제우스의 눈빛에 믿을 수 없다는 충격이 스쳤다.
설마, 신격이나 영웅도 아닌 인간이.
자신의 고유 능력을 정면에서 받아넘길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한 탓이었다.
올림포스의 나머지 주신들이라 할지라도 방금 전 공격을 상처 하나 없이 받아낼 수 있는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형제라 할 수 있는 하데스나 포세이돈?
……전쟁의 신인 아레스가?
무리일 거다.
제우스의 머릿속에 그런 장면들이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다.
설령 자식들 중 가장 뛰어나고 강력한 아테나 역시 부상을 입거나 가까스로 피하는 게 고작이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눈앞에 있는 인간은 놀랍다 못해 전율이 돋을 정도였다.
“아……버지의 번개를 막았다니.”
“평범하지 않다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저 인간이 주신급에 해당하는 힘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그 정도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제우스가 봐준 거겠지. 그게 아니라면 어림도 없어!”
올림포스 내부에서 거대한 동요가 일어났다.
“호호, 아무리 인간이 하찮아도 그렇지. 너무 작은 번개를 던지신 것 아닌가요?”
아프로디테가 교태로운 웃음을 지었다.
전투에 문외한인 주신들이 보기엔, 지금 장면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
아테나는 굳은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다.
제우스 역시 심각한 표정은 지은 채 함부로 말문을 열지 않았다.
그제서야 나머지 주신들도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헤르메스.”
제우스가 마침내 침묵을 깼다.
“예? 예……!”
“남은 병력을 최대한 추스른다면 피해를 얼마까지 줄일 수 있지?”
“그, 그거야…….”
뜻밖의 질문에 당황한 헤르메스가 말을 더듬었다.
“제우스!”
“아버지!”
“이대로 꼬리를 말자는 말씀입니까?”
“맞소! 이제 거의 다 된 먹잇감을 포기하자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요!”
불만이 가득 실린 말들이 쏟아졌다.
올림포스는 최근 연이은 승리로 기세가 잔뜩 오른 상황.
그런데 첫 패배가 다른 신격들과의 대결도 아닌 인간 무리들이란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하면. 너희들 눈에는 이 싸움에 승기가 있다고 보는 것이냐?”
제우스가 물었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이 난전 속에서 활로를 열 수 있냐고.
콰콰콰쾅!
콰아앙!
“다 쓸어버려라!”
“애송이 같은 싸움만 하는 놈들이 전사라니. 마교의 검이 얼마나 지엄한지 느끼게 해주마!”
“크하하하! 싸움이라면 밥 먹는 것보다 즐겁다. 머리가 똑똑해지는 기분이다!”
“전면전은 피하고 엘프들과 연대해 최대한 측면 지원에 집중해라.”
“명심하세요. 저희 신도들의 역할도 어디까지나 엄호예요.”
“기사단은 앞으로! 나를 따라 적의 심장부로 파고들어라!”
각기 다른 층계에서 온 이들.대부분이 중층부나 그 이하에서 온 세력들이지만…….
그들을 이끄는 지휘관들은 무시하지 못할 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온 이들도 그 층계의 최정예라 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었고.
제우스의 질문에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딱 하나.
“아니요.”
아테나만은 전장에서 벗어난 지점을 응시했다.
“아직 한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장에 참여하지 않은 채 있는 존재.
주신들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보유한 그리스 최강의 반신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