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23)
523화. 전쟁의 마무리 (1)
치이익!
피어오르는 연기 속.제우스가 어깨에 난 상처를 움켜쥐었다.
아슬아슬하게 직격은 피해냈지만, 단지 치명상을 빗겨낸 게 고작이었다.
욱씬! 욱씬! 욱씬!
북유럽과의 전쟁은 물론, 그 이전의 수많은 전투에서도 이 정도 상처를 입은 적은 없었다.
단 한 번. 태고의 존재들에게 도전했을 때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이런 수준의 일격을 발현시킬 수 있다니…….’
가볍게 보고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존재로 여겨선 결코 안 된다.
거대 세력을 상대한다고 가정하고 치밀하고 체계적인 전략을 짜야만 승산이 있어 보였다.
고인물 코퍼레이션뿐 아니라 그들에게 우호적인 마계와 에덴 그리고 북유럽 등의 거대 세력들까지 있었으니까.
그런데.
최소한의 피해로 막아냈다고 생각한 현실이 완전히 무너졌다.
“으아아아악!”
“포, 포세이돈께서……!”
“오라버니이이! 오라버니가!”
주위에 있던 주신들 사이에서 들리는 다급한 비명.
완벽하던 올림포스에 커다란 이변이 생겼다.
제우스의 뒤에 있던 포세이돈과 아폴론이 미처 공격을 피해내지 못한 것이다.
아니, 단순히 피하지 못한 수준이 아니라 그 결과는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크으으…….”
“쿨럭! 커억…… 컥!”
포세이돈과 아폴론의 입에서 연신 헛바람이 흘러나왔다.
포세이돈은 몸의 반쪽이 사라졌고 아폴론 역시 팔과 다리를 잃어버렸다.
문제는 상처가 회복되지 않을뿐더러 겁화에 의해 계속해서 타들어갔다.
[주신의 생명력이 급속도로 약화됩니다.]빠르게 사그라드는 불꽃.
올림포스를 지탱하는 거대한 기둥 중 두 개가 무너지려 한다.
서서히 부서지는 몸이 파편이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밤하늘을 따라 두 개의 유성이 꼬리를 물며 떨어졌다.
[신격 ‘대양의 주인’이 소멸합니다.] [신격 ‘태양을 떠오르게 하는 자’가 소멸합니다.] [탑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대상은 ‘고인물 코퍼레이션’. 그리고 최대 공헌자는 플레이어 ‘강진혁’입니다.] [놀랄 만한 업적은 내일 하루 ‘명예의 전당’에 등재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성유물 ‘???’를 획득했습니다] [추가적인 아이템을 대량으로 획득했습니다.]연이어 올라가는 상태창을 보며, 진혁이 주먹을 지그시 쥐었다.
“안 돼! 안 돼애애!”
“으아아아!”
나머지 주신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괴성을 내질렀다.
특히 가장 사랑하는 오라버니를 잃은 아르테미스는 광기에 빠져 당장이라도 덤벼들려 했다.
하지만.
“멈춰라.”
제우스가 모든 걸 만류했다.
“하지만, 아버지!”
“어떤 심정인지는 알고 있다. 허나, 이 이상 하는 건 무리다. 너도 다른 형제자매들을 잃고 싶은 건 아니겠지?”
‘시대를 가르는 검’으로 인해 일어난 균열.
제우스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다른 층계의 세력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걸.
바로 그때.
“아버지!”
헤르메스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떻게든 헤임달을 막아내고 있던 게 실패로 돌아간 모양이다.
[게이트가 개방됩니다!]모든 제약이 풀리면서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늦어서 미안하다. 아누비스.”
“올림포스! 이 더러운 놈들이 뒤에서 이런 수작질을 부리고 있었단 말인가!”
호루스와 오시리스가 태양의 힘을 머금은 성유물을 꺼내들었다,
‘나일강의 기적’이 재현되면서 이집트를 따르는 수많은 신수들이 범람해오기 시작했다.
반대편에선 마계의 권속들과 그들을 이끄는 베헤모스, 그리고 서큐버스인 레미아가 보였다.
“아하하하……! 진짜 저 인간이랑 엮이면 따분할 일이 없다니까! 벌써부터 온 몸이 근질거리네.”
“하아. 고대종인 당신이야 그렇겠죠. 저 같이 연약한 존재는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힌다고요.”
베헤모스와 레미아가 혼전 중인 전장을 바라봤다.
순식간에 불어나기 시작한 전력.
결국.
“돌아간다.”
제우스가 결단을 내렸다.
당장 균열이 발생하자마자 이 정도 상황이 펼쳐진 걸 보면, 이후에는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뼈아픈 것 중 하나는 헤라클레스라는 최강의 공격 카드가 천마에게 막혀 있다는 점이었다.
‘패도의 왕관이 없어도 저 정도라니…….’
이건 완전히 계산 실수다.
“죽여 버릴 거다. 언젠가 반드시 죽여 버리겠어.”
아르테미스가 피눈물을 흘리며 진혁을 노려봤다.
허나 제우스가 결단을 내린 이상 나머지는 따를 수밖에.
그런데 바로 그때.
“가기 전에 잠깐만 기다려봐.”
진혁이 제우스를 불러세웠다.
제우스가 우뚝 발걸음을 멈췄다.
불편한 기색이 온 몸을 통해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인간……. 순순히 물러나줄 때 감사히 여기고 승리를 만끽해라. 그 이상 선을 넘지 말고. 마음 같아서는 다 내던지고서라도 네놈들을 씹어먹고 싶은 심정이니까.”
“에헤이. 너무 까칠하게 그러지 마. 이야기만 들어본다고 해서 손해 볼 일은 없잖아?”
진혁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이대로 돌아가면 너희는 수많은 세력들의 공적이 될 거야. 우리엘이나 칼리 같은 애들도 헛걸음질을 한 꼴이 됐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겠지. 그런데도 이대로 물러나면 손해가 너무 크지 않겠어?”
최악의 경우 여러 세력이 연합을 해서 올림포스를 공격할 수도 있는 상황.
제우스로서는 단순히 이번 전투에서 졌다는 것 그 이상의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셈이었다.
“…….”
제우스가 분노를 속으로 삼켰다.
진혁이 하는 말 중에 틀린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너라면 방법이 있다는 거냐?”
“물론 있지. 나와 거래를 하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게 휴전을 중재해 줄게. 너도 알다시피 이래저래 친하게 지내는 세력이 많거든.”
“확실히…… 네놈이라면 그럴 만한 영향력이 있긴 하겠구나.”
“아버지!”
“설마, 저 녀석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말이오?”
“포세이돈과 아폴론이 죽었습니다! 저 놈은 우리의 원수란 말입니다!”
나머지 신들이 격분한 채 반론을 쏟아냈다.
딱 한 명.
“……아니, 냉정하게 보면 아버지 말이 맞아요.”
아테나만이 제우스의 말에 동조했다.
감정에 치우쳐 더 큰 걸 잃으니, 이미 일어난 손해는 감수하고 앞으로를 도모할 때였다.
“현명해서 좋네. 그럼, 동의한 걸로 봐도 되려나?”
“조건을 말해라. 중재라는 걸 거저 해주려는 건 아닐 텐데?”
“아……! 조건, 그치. 조건은 뭐 별거 없고. 일단 가볍게 올림포스 창고에 있는 책들 몇 권만 좀 빌릴게. 그리고 고인의 유품도 몇 개 받고. 어차피 죽은 사람한텐 필요도 없잖아?”
“뭐, 뭐라? 설마, 포세이돈의 트라이던트와 아폴론의 태양 마차를 말하는 것이냐?”
게다가 올림포스에 보관된 책이라면…….
각 신격들의 고유 능력과 스킬들의 근간을 기록해둔 스킬서를 뜻하는 것이리라.
한 마디로 주신들의 능력을 날로 먹어버리겠다는 뜻.
“이런 미친 놈을 봤나…….”
이쯤 되면 어이가 없어 할 말이 없다.
화를 내고 싶어도 어느 정도가 있어야 화가 나지 않겠나?
하지만, 이 제안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다.
제안을 가장한 협박이지.
진혁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비틀렸다.
“거절해도 괜찮긴 한데…… 너희가 거절하면 난 바로 에덴 쪽으로 갈 거야. 그 다음엔 천세 쪽으로 가고. 물론, 가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너희로서는 영영 알 수 없겠지?”
“이…… 빌어먹을 놈이……. 그런 뻔히 보이는 얄팍한 수작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진심으로?”
“으음. 내 예상이긴 한데, 분명 통할걸?”
콰아앙!
제우스가 발을 굴렀다.
또 다시 아스트라페의 스파크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러나 그 이상은 할 수 없다.
만에 하나 진혁이 에덴이나 천세 쪽으로 가서 수작을 부릴 경우엔 극도로 골치가 아파질 테니까.
무엇보다 저 인간이라면 능히 카오스를 일으키고도 남을 만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
제우스가 이를 부러져라 깨물었다.
그러더니 게이트를 향해 거칠게 몸을 돌렸다.
“하겠다는 걸로 알아들을게. 그럼, 조만간 봐. 아! 가펠리우스는 가지 말라고 해. 아직 볼일이 끝나지 않았거든.”
진혁은 그 행동을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걸로 모든 싸움이 끝을 고했다.
올림포스가 패배를 인정했기에 싸움을 지속해야 할 이유는 사라졌다.
“……이건 기억해 두겠다. 가브리엘.”
“후후. 어서 도망이나 치시죠.”
가브리엘과 우리엘의 얼굴에 희비가 교차했다.
“후우…….”
“아슬아슬했어요.”
“제대로 된 도움은 주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다.”
카라칼과 안드리아 그리고 에브라함 역시 안도와 아쉬움이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꽤나 큰 피해를 입긴 했지만, 그래도 진혁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 그저 다행이었다.
“오오오!”
“승리했다! 오딘에게 영광을!”
“진정한 전사 강진혁에게 발할라의 가호를!”
북유럽의 전사들 역시 뿔나팔을 울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길고 긴 전쟁의 끝에서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승리를 따내고야 말았다.
오딘 역시 따뜻한 눈으로 자신의 전사들과 진혁을 번갈아 바라봤다.
척!
창을 가슴에 갖다 대는 것으로 감사를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천마와 헤라클레스의 싸움이 멈췄다.
“계속한다면 말리지 않겠다만…… 그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는구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우리 쪽은 죄다 도망쳐버렸으니까. 그래도 나름 실컷 즐겼으니 마냥 나쁘진 않아.”
헤라클레스가 몽둥이를 어깨에 걸쳤다.
가장 격전지에서 최강의 호적수를 만난 덕에, 그야말로 원 없이 날뛸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자신의 전력을 받아낼 수 있는 상대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다음에는 방해꾼이 없는 곳에서 싸우길 기대하겠다. 무림의 절대자여.”
“본좌 역시 그러길 고대하고 있으마.”
* * *
“으으으…….”
완전히 올림포스 편에 붙었던 중급 관리자 고디락이 벌벌 떨었다.
믿었던 동아줄이 완전히 썩은 동아줄이 되어버린 탓이다.
이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쳐야 할 때.
그러나.
“허허, 어딜 쥐새끼처럼 도망가려고 그러나?”
릭이 고디락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킥! 이, 이거 놔라. 이거 놔. 놓으라고!”
고디락이 발버둥쳤지만, 이미 릭이 완벽하게 구속한 뒤였다.
저벅.
진혁이 고디락에게 다가왔다.
“히익!? 힉!”
고디락이 몸을 마구 비틀었다.
지은 죄가 있는 만큼 지금 이 상황이 더욱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너도 너무 걱정 마. 아직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있으니까.”
“살 수 있는 길……?”
“그래. 우리가 했던 내기. 기억하고 있지?”
마차 경주를 통해 먼저 들어오는 쪽이 승리하는 조건.
아직 그 내기는 끝나지 않았다.
“거기서 이기면…… 된다는 건가?”
“그래. 네가 이기면 내 이름을 걸고 사지 멀쩡하게 돌려보내 줄게.”
“하겠다! 그거라면 얼마든지 하지!”
고디락이 목이 떨어져라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마차 경주에서 만큼은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섰던 탓이다.
“좋아. 그럼, 어디서 출발할지부터 정해보자고.”
“그게…….”
고디락이 우물쭈물 말문을 열었다.
“응?”
“아까 전에 경기가 중단되었던 곳에서부터 시작해도 될까? 전쟁으로 인해 경주가 도중에 중단되었으니 그 편이 공평하지 않나 싶어서 말이야. 킥킥…….”
가펠리우스가 이끄는 말은 한참이나 앞서 있던 터.
만약 그 상태에서 시작할 수만 있다면 100%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멍청하긴, 그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받아들일 거라 생각하…….”
“그래, 뭐. 그렇게 하자고.”
릭의 예상과 달리 진혁은 흔쾌히 고디락의 제안에 수긍했다.
“강진혁 플레이어님……?”
“킥킥킥! 약속한 거다? 분명히 약속했어?”
고디락이 그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이미 입으로 내뱉은 이상 말을 바꾼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약 15분 뒤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에…….
“응……? 어어어?”
고디락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