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27)
527화. 33층, 마도공학의 도시 ‘리플로어’ (1)
우우웅!
쿠쿠쿠쿠쿠!
무수히 떨어지는 빛줄기.
중소 신화를 담당하는 각종 신격들과 영웅들이 진혁의 도움에 응답했다.
다양한 무구로 무장한 이들이 진혁을 보호하듯 에워쌌다.
“이거 한 방 먹었군.”
토르가 마구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이 녀석들이 아직 남아 있었지.”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아니, 그보다 이 많은 세력이 전부 너한테 호감을 보일 줄이야.”
베리엘과 아누비스도 당했다는 듯 혀를 찼다.
분명 막판에 준비한 놀랄 만한 카드이긴 하다.
하지만.
“중소 세력을 전부 모아봤자 우리한테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이쪽은 명색이 탑의 상층부를 주름잡는 주신들.
하위 신격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한다.
“그렇긴 하죠. 근데, 전 굳이 이길 필요가 없거든요.”
이 싸움은 죽고 죽이는 총력전이 아니다.
제한 시간을 버틸 수 있느냐 마느냐가 관건이지.
그리고 이 정도 수의 중소 신격들과 영웅들이라면….
“남은 1분쯤이야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는 게 제 계산입니다.”
남은 시간은 약 45초.
이제는 토르가 묠니르를 3개 들고 와도 무리다.
“으아아아!”
“이번에는 반드시…!”
“죽어라. 강진혁!”
“진혁 씨!”
각양각색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모두가 진혁을 잡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며 돌진했다.
“강진혁을 보호해라!”
“1분만… 1분만 저지하면 된다!”
이에 맞서 중소 신격들과 영웅들이 굳건히 방어선을 지켰다.
콰아앙!
콰콰콰콰콰!
폭발음과 불꽃이 어지럽게 뒤섞인다.
부유석 위는 이미 전쟁터로 변해버린 지 오래였다.
30초… 20초.
10초.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사악하게 웃고 있는 진혁과. 그 웃음을 지워버리기 위한 사투는 마지막 1초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계약자아아아!”
엘리스가 방어선을 돌파해 진혁이 있는 위치까지 도달했다.
새하얀 손이 진혁의 안면을 향해 쭉 뻗어왔다.
몇 센티미터만 더 온다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모든 걸 집어삼켜버릴 것만 같은 붉은 폭풍.
마지막까지 가속을 더한 엘리스가 모든 힘을 쥐어짜냈다.
그러나.
띠링!
엘리스보다 조금 더 앞서 상태창이 점멸했다.
[제한시간이 모두 되었습니다!]약속된 시간이 모두 흐른 것이다.
“안 돼애애애!”
엘리스가 그 자리에서 절규했다.
나머지 멤버들도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각자가 품고 있던 음흉한 소망이 모조리 물거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승자는 플레이어 ‘강진혁’입니다!] [보상이 정산됩니다.]성유물을 확인할 수 있는 스크롤까지 깔끔하게 손에 넣었다.
모두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거야 알 바 아니고….
가장 중요한 건 올림포스로부터 얻은 성유물을 확인하는 것이다.
진혁이 재빨리 아공간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아이템을 꺼냈다.
온통 ???으로 도배된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어떤 걸까?’
포세이돈의 트라이던트나 아폴론의 태양마차조차도 ???으로 표시되진 않았는데.
레벨마저 200이 넘은 지금 미확인 등급으로 표시될 정도라면 엄청난 게 틀림없다.
예상되는 후보군이 몇 개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드디어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진혁이 떨리는 손으로 성유물에 스크롤을 갖다 댔다.
우우웅!
스크롤에 적힌 룬어들이 일제히 떠오르며 ???으로 표시된 문자가 산산이 박살났다.
[‘기간토마키아의 드럼’을 획득하셨습니다!] [기간토마키아의 드럼]입수 난이도: 측정불가
내용: 올림포스를 멸망 직전까지 몰고 간 타이탄 족의 반란. 현재는 신화 속 전쟁이 마무리된 상태이지만, 이 드럼을 사용한다면 그 전쟁을 다시 한 번 재현시킬 수 있습니다. 단, 이 아이템이 미확인 상태에서 해방된 순간을 기점으로 30일 이내 올림포스 측 역시 ‘기간토마키아의 드럼’이 타인에게 넘어간 걸 인지하게 됩니다.
이럴 수가.
진혁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으로 도배되었던 성유물답게….
그 내용 역시 기대치를 아득히 상회하는 종류였다.
⁕ ⁕ ⁕
관리자 층계에서의 일이 모두 마무리되고 2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짧은 시간, 워낙에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뒷수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게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갔다.
‘릭은 결국 새로운 상급 관리자가 되었고… 올림포스 측은 자신들의 거점에 완전히 틀어박혀 버렸지.’
새로운 위그드라실의 등장과 함께 거대 세력 아스가르드는 다시 한 번 부흥을 시작했으며, 대조적으로 천세와 우리엘이 소속된 에덴은 크게 위축됐다.
단 한 번의 전쟁으로 인해 세력 구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그래도 굵직한 일들이 대충 지나갔으니….
…이제는 다시 한 번 본분에 충실할 때이다.
탑의 등반.
2주일이란 시간 동안 여러 길드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략했는지를 확인할 차례다.
‘듣자하니 꽤 순탄하게 공략 중이라고 하긴 하던데….’
33층은 상층부이긴 하나, 다른 층계에 비해 크게 위험하진 않다.
몇몇 구역을 제외하곤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를 이룩한 덕분이었다.
특히 외부인에 대해 관대한 편이었기에 플레이어들이 접근하기 순탄한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뭐, 정작 34층으로 가기 위한 조건은 더럽게 복잡하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각종 마도공학에 정신이 팔린 길드와 플레이어들에게 그런 게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진혁이 기지개를 길게 켰다.
그리고 곧바로 침대 위에 던져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마도공학의 도시 ‘리플로어’.
이곳을 가장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선 특정 인물의 도움이 필요하다.
뚜르르…. 뚜르르…. 뚝!
통화음이 끊기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형?”
이태민이었다.
“응. 태민아. 그동안 잘 지냈지?”
“하하. 저야 뭐 그럭저럭 지내고 있죠. 연화 누나랑 함께 다니니 잘 지낼 수밖에 없지만요. 형은 괜찮아요? ‘명예의 전당’에서 확인하긴 했는데…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닌지 걱정돼서요.”
으음….
확실히 거기 올라간 영상들만 보면 목숨이 몇 개인지 걱정될 만하긴 할 거다.
워낙에 스파르타식으로 몸을 굴리기도 했고.
“오랜만에 얼굴이나 직접 보고 이야기 할까? 연화도 함께 오면 좋고.”
“형이 부르는데 당연히 가야죠! 잠실로 가면 될까요?”
“그래. 월드타워 쪽에서 1시간 뒤에 보는 걸로 하자.”
“예. 그렇게 할게요. 그때 봬요.”
이태민이 곧바로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흐응. 탑을 오를 생각이야?”
소파에서 뒹굴거리던 엘리스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2주일이나 쉬었으니 슬슬 움직여야지. 바로 갈 거니까 빨리 준비해. 저번처럼 머리 말린다고 하루 종일 걸리지 말고.”
“뭐! 바로 간다고? 그, 그렇지만 조금 있다가 6시에 드라마 본방 사수해야 되는데…. 이번 화 중요하단 말이야.”
“넌… 진조라는 애가 무슨 드라마에 그리 빠져 있어?”
적응력이 좋아도 정도껏이지.
요즘 들어 예능이면 예능. 드라마면 드라마. 심지어 뷰튜브에 파프리카 티비 생방송까지.
채팅까지 치면서 아주 제대로 즐기고 있다.
지나가던 사람한테 물어보면 순도 100% 한국인이라 할 만큼 현대 사회에 적응이 끝난 상태란 소리다.
“엣헴. 짐이 원래 다른 문화를 잘 받아들이느니라.”
“알았으니까 헤어밴드나 풀고 말해라. 수면 양말도 좀 벗고. 설마, 싸울 때도 그 꼴이진 않을 거지?”
얼음이 동동 뜬 콜라랑 나쵸가 한 가득 담긴 그릇을 꼭 끌어안고 있는 게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대체 이 모습을 보고 누가 고고한 진조라고 여길까?
쯧쯧.
진혁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갈 준비를 했다.
⁕
약 50여 분 뒤, 잠실역에 위치한 수족관 카페에선 반가운 얼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오빠! 여기예요!”
“형!”
유연화와 이태민이 진혁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진혁 역시 환하게 웃으며 두 사람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엘리스 역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수족관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내부에는 평범한 물고기들이 아닌 거대한 심해 몬스터들이 그득 차 있었다.
시련의 탑이 나타난 이후로 그에 맞춰서 카페들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한 것이다.
“크르르….”
“키에에에….”
한눈에 봐도 무시무시해 보인다.
사람 하나쯤은 통째로 삼켜버릴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으으읍! 읍읍!”
물 속에서 뭔가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심해어와 몬스터들 사이에.
입이 봉인된 운디네가 있었다.
그 주위로 나머지 정령수들과 고구마 후라이드 역시 함께 빠져 있었다.
부유석에서 배신을 한 대가로 이 수족관 안에 강제로 가둬둔 탓이다.
뽀글. 뽀그르르….
다들 입에서 거품을 내뿜으며 열심히 헤엄쳤다.
다른 것이 아닌 각자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유연화와 이태민이 그 모습을 보며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역시 오빠는 여전히 가차 없네.
-하하… 형이 무슨 부탁을 하든 꼭 들어줘야겠어요.
과거에도 느꼈던 거지만….
다른 건 몰라도 절대 진혁의 심기를 거슬러선 안 된다고.
“태민아.”
“예… 예 형!”
“기계군주 능력 어느 정도까지 개방했어?”
“음. 이제 한 7성까지는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어요. 몇몇 아이템만 더 모은다면 8성도 노려볼 만하고요.”
7성이라….
확실히 빠른 성취긴 하다.
이태민 역시 과거의 아쉬웠던 점을 대폭 보완해 성장을 해온 덕분이겠지.
이 정도면 33층을 공략하는 최소 조건은 달성한 셈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진혁이 본격적으로 층계 공략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시련의 탑 33층에 입장하셨습니다.] [리플로어의 거주민들이 외부인을 환영합니다.] [33층의 공략 조건 ‘연계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플레이어는 마도공학의 도시에서 특정 거주자와의 의뢰, 거래 등을 통해 퀘스트를 시작해 주십시오.] [단, 연계 퀘스트용 거래는 첫 번째에 한하며, 번복이나 철회 등이 불가능합니다.]시야가 바뀌며 찬란한 문명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톱니바퀴와 기괴하면서도 웅장한 건축물. 그리고 형형색색의 수정구들이 늘어져 있는 곳.
여기가 바로 마도공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리플로어’다.
“와아….”
이태민이 특히 두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자신의 고유능력과 가장 밀접한 장소에 도착했으니 당연히 모든 게 흥미로울 수밖에.
“형, 저기 봐요! 마도총이에요. 와, 저 기술은… 아예 처음 보는 건데….”
“껄껄껄! 다른 층계에서 온 젊은이구만. 우리 가게에 좋은 물건이 많이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게나. 첫 개시니 좋은 가격에 주지.”
“리플로어의 명물 ‘시계 과자’도 먹어보세요!”
“오늘 자정에 열리는 마도공학자의 밤도 들러 보라고.”
여기저기서 호객행위가 이어졌다.
과연, 플레이어들에게 친화적인 도시답다.
시작부터 보고 즐길 것이 넘쳐났으니까.
진혁이 신중한 얼굴로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여기서 첫 거래를 누구랑 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연계 퀘스트가 크게 달라질 터.
진흙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게 첫 번째 관문이다.
실제로 33층을 찾은 수많은 길드와 개인 플레이어들도 연계 퀘스트의 존재를 깨닫고 가장 좋은 걸 고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2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S급 이상의 연계 퀘스트를 고른 이는 열 손가락에 꼽는다.
워낙에 경우의 수가 많은 데다 변수까지 다양한 탓이었다.
‘자, 지금쯤 어디 있으려나.’
진혁의 시선이 더욱더 빠르게 움직였다.
분명 이 시간대에 이 장소에 있을 텐데….
바로 그때.
‘찾았다.’
진혁의 입가에 싱그러운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