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31)
531화. 유적, 어두운 화산 (2)
휴식이 끝나고 요한네스가 온 자초지종에 대한 설명 또한 마무리됐다.
“이거 진짜 가능성 있겠는데?”
“누가 아니래. 고인물 코퍼레이션에 리플로어의 마도공학자까지 합류했잖아?”
“게다가 저 노인. 중앙 분수대 스크린에서 종종 나왔던 그 현자야. 엄청 높은 사람이라고.”
“드디어 꽃길을 걷는구만.”
새로운 지원군.
그것도 33층의 수뇌부라 할 수 있는 이들이 와줬다는 사실에, 공격대의 사기는 한껏 끌어올랐다.
캄캄하기만 하던 유적 공략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공격대를 보며, 요한네스는 속으로 비웃음을 삼켰다.
‘멍청한 놈들 같으니라고.’
지금 안내하고 있는 곳이 지옥인 줄도 모르고 낄낄 대는 머저리들을 보자니,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아니, 그래도 방심해선 안 되지. 다른 놈은 몰라도 저 강진혁이란 놈만큼은 무시할 수 없어.’
설마 정말로 히든 연계 퀘스트의 조건을 달성할 줄이야.
지난 몇 시간 팬드래건의 분노를 진정시키느라고 진땀을 뺐다.
수정의 탑 일부가 박살나 버리기도 했고.
하지만, 그런 치욕도 전부 끝이다.
조금만 더 간다면….
수십 명을 모조리 죽여버릴 수 있는 장소가 나타날 테니까.
요한네스가 시치미를 뚝 뗀 채 일행을 유적 깊숙한 곳으로 안내했다.
그렇게 나타난 곳은 기다란 외다리.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긴 다리가 거대한 두 절벽을 잇고 있었다.
“크흠! 큼. 저 앞에 있는 게 조금 전에 말씀드린 ‘몽상의 다리’라 불리는 곳입니다. 이 다리만 통과하면 유적의 최심부로 들어설 수 있죠.”
“몽상의 다리라… 이야, 이거 떨어지면 뼈도 못 추리겠는데요?”
진혁이 슬쩍 아래를 내려다봤다.
저 아래 붉은 빛으로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게 마그마일 터.
떨어진다면 죽는다고 봐야 될 것이다.
“하하, 몇 가지 함정들이 있긴 한데… 공략법을 알려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공략법이라….
진혁의 입 꼬리가 씰룩였다.
터져나오는 실소를 참느라 애를 쓴 탓이었다.
“조언을 해주신다면 감사히 듣겠습니다.”
“사실, 몽상의 다리는 말 그대로 오감을 교란해 오는 특징을 지닌 다리입니다. 수없이 많은 함정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허상일 뿐. 진짜만 구별할 수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죠.”
요한네스가 준비된 멘트를 폭풍처럼 쏟아냈다.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아시는 겁니까?”
“예. 다리 주위에 떠 있는 희미한 연기 보이십니까? 환각을 유도하는 안개입니다.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종류죠.”
피부를 통해 흡수된다는 말에, 경청하던 공격대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몸 전체를 밀봉시켜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공기를 완전히 차단시키는 아이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허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수정 목걸이를 목에 매신다면 환각으로부터 저항할 수 있을 테니까요.”
요한네스가 품속에서 눈부신 푸른 수정이 박힌 목걸이들을 꺼냈다.
“오오오!”
“정말 리플로어의 관계자분들을 만난 게 정말 천운이군요!”
“좋아.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플레이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쉽게 얻을 수 없는 기연이 연이어 나왔으니 당연히 신이 날 수밖에.
진혁 역시 수정 목걸이를 손에 넣었다.
‘이런 걸 그냥 주다니 진짜 대인배가 따로 없네.’
요한네스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사실이라면 말이다.
[용기의 목걸이]입수 난이도: A
내용: 사파이어 수정을 꽤나 정교한 솜씨로 가공시켜 만든 마도공학 아이템입니다. 착용 시. ‘공포’에 대한 내성을 130%만큼 상승시킵니다. 또한 목걸이를 착용하는 플레이어의 숫자 +1당 내성 +1%가 추가로 증가합니다.
용기의 목걸이.
현대로 치면 일종의 마약 목걸이다.
공포를 마비시키고 대신 아드레날린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주는 특성을 지닌 아이템인데, 한마디로 겁대가리를 상실하게 해준다는 소리다.
‘새빨간 거짓말로 우리를 구워삶은 뒤 다리에서 모조리 죽여버리겠다는 속셈이군.’
어이가 없을 정도로 뻔뻔하고 잔인한 계획이다.
어느 정도 신뢰를 쌓은 뒤에 하는 행동이라 더욱 치명적이었고.
꽤나 머리를 굴려서 세운 계획인 건 알겠지만….
글쎄.
상황이 마음처럼 돌아가진 않을 거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라면 응당 해줘야 할 반응 정도는 해줘야겠지.
너무 의심을 받지 않도록 말이지.
“흐음. 정말 좋은 조건이긴 한데 안개가 너무 짙어서요. 안내 겸 요한네스 님과 나머지 분들이 선두를 맡아주실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만, 저희가 안내해 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유적의 최심부로 가는 것 이상은 규율로서 금지됐거든요. 무엇보다 몽상의 다리에 마도공학자가 올라갈 경우 다리 자체가 붕괴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진실을 확인할 길이 없으니 무조건 믿으라… 이건가.
뭐, 예상했던 대로의 반응이다.
“……후우.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주의 해야할 건 있나요?”
“아, 한 가지. 절대 고유 능력이나 스킬을 사용하셔서 안개를 걷어내시면 안 됩니다. 이 역시도 다리 자체가 붕괴될 위험이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이 정도까지 도움을 주셨는데, 이제부터는 저희끼리 어떻게든 해볼게요.”
진혁이 생긋 웃으며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형, 괜찮겠어요?”
“맞아 오빠. 지나친 환대는 조심해야 하는 법인데… 좀 이상해. 보통 층계에 있는 거주자들이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해주는 경우는 없었잖아?”
이태민과 유연화가 경계심 가득 실린 눈초리를 보냈다.
“흐음. 짐이 보기에도 뭔가 찜찜하구나. 아무리 연구에 치중하는 학자들이라고 해도 자신이 관리하는 층계가 쉽게 공략당하는 걸 원하진 않을 텐데.”
엘리스도 팔짱을 낀 채 한 마디 덧붙였다.
“에헤이. 좋은 의도로 접근한 사람들한테 그렇게 의심만 해서 쓰나? 걱정 말고 내 뒤만 단단히 붙어 있어.”
진혁이 목걸이를 착용한 채 가장 선두에 섰다.
“형, 근데 왜 검은 꺼내는 거예요?”
“마력도 최대치로 올리는 것 같은데…?”
“계약자. 저 다리, 괜찮은 것 맞느냐?”
모두가 불안한 듯 물었다.
하지만, 진혁은 대답하지 않은 채 다리 위로 올라섰다.
[‘몽상의 다리’에 입장하셨습니다!]저벅.
짙은 안개 사이로 발을 내딛자 시야가 뿌옇게 물들었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이 다리는 정말로 미친 난이도를 자랑한다.
이미 몇 번이고 경험해본 적이 있음에도 손발에 식은땀이 배어 나올 정도로 말이다.
‘요한네스가 필살을 자신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
그렇기에.
여기선 더욱 미친 짓을 해야 한다.
진혁이 속으로 타이밍을 재기 시작했다.
일행들이 불안해 하면서도 한 명씩 다리 위로 올라왔다.
‘용기의 목걸이’가 지닌 효과 덕분이었다.
3초… 2초, 1초.
모두가 다리에 완전히 다 올라온 순간.
부우웅!
무시무시한 파공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개를 뚫고 나타난 건 집채만 한 골렘의 손.
손가락 하나만 해도 코끼리의 크기에 육박했다.
“으아아악!”
“아, 아이언 골렘이다!”
전신이 철로 뒤덮인 골렘.
아니, 표면에 굵은 수정들이 박힌 걸로 보아 그보다 훨씬 상위 종이 틀림없었다.
‘이터널 골렘….’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마도공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몬스터 중 하나가 등장한 순간이다.
쿠쿠쿠쿠쿠!
연기 사이로 굵은 손가락들이 보인다.
플레이어들이 혼비백산한 채 피하려 했다.
하지만, 폭이 7m 남짓한 다리 위에서 도망갈 곳은 극도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콰아아앙!
골렘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그대로 멈췄다.
[이태민이 고유 능력 ‘기계 군주’를 발동합니다!] [마도공학의 특전에 따라 고유 능력의 전체 능력치가 200%만큼 상승합니다!]무려 200%.
강화된 드론들이 모여 골렘의 일격을 받아냈다.
방어에 성공한 드론들의 기체에서 마력폭탄이 쏟아졌다.
콰콰콰콰쾅!
퍼어엉!
푸른빛 화염이 사방으로 피어올랐다.
이터널 골렘이 육탄 공격을 하려고 할 때마다 요리조리 날아다니는 이태민의 드론들이 가차 없이 반격을 가했다.
“어림없어!”
넘쳐나는 마력에 흥분한 이태민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평소보다 몇 배나 강해졌다는 고양감이 기분 좋게 심장을 자극했다.
지금이라면….
어쩌면 8성급 이상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태민이 흥분을 가라앉히며 정신을 집중했다.
[기계군주 – 오토 파일럿 모드, ‘스톰 세이버’가 발동됩니다!]…성공이다!
전신을 뒤덮은 갑주.
기계 로봇에 탑승한 이태민이 양 손에 플라즈마로 구성된 한 쌍의 검을 뽑았다.
파츠츠!
아름다운 광선이 2m가량 뻗어나왔다.
“그오오오…!”
이터널 골렘이 심상치 않은 걸 감지하고 공격 패턴을 바꿨다.
근거리가 아닌 원거리.
수정구에 담긴 에너지를 태워 다리 위에 있는 침입자들을 한꺼번에 증발시킬 계획이었다.
[이터널 골렘이 고유 능력 ‘마도 양자포’를 사용합니다!]파츠츠!
저 멀리서 노란색 선들이 모여들었다.
⁕ ⁕ ⁕
‘흐음….’
전투를 지켜보던 요한네스가 수염을 쓰다듬었다.
낯선 지형과 기습적인 골렘의 공격을 가미하면 빠르게 승부를 결정지을 거라 생각했었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강진혁이라 할지라도 ‘몽상의 다리’에서만큼은 힘을 쓰지 못할 테니까.
그런데 웬걸.
공격대 사이에 마도공학을 다룰 줄 아는 놈이 섞여 있었다.
그것도 매우 능숙한 수준을 지닌.
“예상 외로 골치 아프게 될지도 모르겠어.”
“너무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현자시여. 만에 하나 골렘을 통과했다고 해도 저 뒤엔 이 유적 최강의 가디언이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가디언도 가디언이지만, 유적 최심부에 있는 신전은 저희들조차도 알지 못하는 금지입니다.”
함께 온 거주자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첨언하며 요한네스를 안심시켰다.
물론, 그들의 말대로 한 번 다리에 발을 디딘 이상 이곳에서 살아 돌아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정말 운이 좋다고 해도 딱 한 명.
마도공학자만 간신히 자기 명줄 하나 챙길 수 있을까 말까였으니.
그런데도 왜인지 모르겠다.
요한네스는 계속해서 불안한 감정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곧바로 드러났다.
……음?
요한네스의 시선과 진혁의 시선이 정면에서 마주쳤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절묘한 타이밍이다.
무엇보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진혁이 보여준 불길한 미소가 요한네스의 심장을 후벼팠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
본능이 그렇게 전력을 다해 경고를 보내는 중이었다.
-절대 고유능력이나 스킬을 사용해 안개를 걷어내지 마십시오.
몽상의 다리에 관해서 유일하게 제한했던 단 한 가지 조건.
“아, 안 돼!”
요한네스가 다급히 손을 뻗어 진혁을 만류하려 했다.
그러나.
“돼.”
이미 늦었다.
[고유 능력 ‘바람의 영역’이 발동됩니다!]다리 전체를 감싸던 연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동시에.
[유적의 가디언이 깨어납니다.] [가디언의 감지 범위에 있는 모든 대상이 적으로 인식됩니다.] [절대 판정 ‘몽상의 결계’가 발동됩니다!] [가디언이 소멸되기 전까지 유적 안에 있는 모든 존재들은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됩니다.]최악을 알리는 문구들이 연이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