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34)
534화 ‘기계군주’ 이태민 (1)
1분 1초가 정신없는 난전.
오롯이 눈앞에 있는 적들을 처리하고 옆에 있는 동료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아직… 버틸 수 있어.’
이태민이 모든 마력을 긁어모았다.
마도공학을 익힌 자만이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대전제.
그렇기에 자신이 무너지면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이 전신을 짓눌렀다.
버텨야 한다.
어떻게든.
‘내가 잡몹들을 상대하고 있으면 형이 활로를 열어 줄 거야.’
아무리 최악의 순간이라도 진혁과 함께라면 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형?”
그 생각은 완전히 무너졌다.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오…빠?”
전갈을 맨손으로 박살내던 유연화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저 앞에서 피투성이가 된 진혁이 비틀거리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저벅.
“하아… 하아….”
거친 호흡과 초점을 잃은 동공.
옷을 적신 출혈량이 심상치 않다.
살아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중상이었다.
“형! 대체…!”
이태민이 말을 잇지 못한 채 한걸음에 달려왔다.
진혁이 이태민의 어깨에 기대 쓰러졌다.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숨소리 역시 너무나 가냘팠고.
“미안…. 너무 강한 놈이 올라와서… 최대한 버텨보려고 했는데. 컥. 쿨럭! 컥!”
진혁이 입에서 각혈을 쏟아냈다.
정확히는 식용 색소와 물엿으로 만든 가짜 피였지만, 워낙에 연기가 리얼했기에 그걸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딱 하나.
이 모든 걸 바로 옆에서 지켜보던 엘리스를 제외하곤.
“으음. 계약자. 그런 것 치곤 너무 마력이 멀쩡… 아얏!”
말을 하던 엘리스가 옆구리를 움켜잡았다.
바위 파편이 그대로 날아와 가격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명치가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적중시킨 탓에, 통증은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지독했다.
엘리스가 배를 움켜잡고 끙끙거리는 사이 진혁이 마지막으로 이태민의 손을 꼭 붙잡았다.
“태민아….”
“형… 아무 말 하지 마요. 말하면 출혈이….”
이태민이 다급히 아공간에서 붕대와 포션을 꺼냈다.
하지만, 아무리 포션을 들이부어도 피는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다.
상처 자체가 없었으니까.
미리 준비한 가짜 혈액만이 계속해서 뿜어져 나올 뿐이었다.
“난 괜찮아. 그보다… 다른 사람들. 우리 믿고… 여기까지 온 다른 사람들은 구해야 해. 그리고…너무 졸려서 잠깐만… 잠깐만. 아주 조금만 눈 좀 붙일게.”
진혁이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스스로 눈을 감았다.
캬아.
적절하게 배치해둔 대사와 각 장면을 잇는 타이밍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
나중에 녹화를 해두고 두고두고 돌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형!”
“오빠!”
두 사람의 목소리가 뾰족해졌다.
이대로 의식을 잃었다가는 정말 위험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진혁의 상태를 살피던 두 사람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최상급 포션마저 통하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무엇에 당했는지는 모르지만, 진혁이 당할 정도면 어지간한 힐러나 주술사로는 어림도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최소한 테레사 씨라도 있었으면….’
그랬다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았을 텐데.
“태민아!”
“어…?”
“정신 차려. 오빠 말대로 우리가 무너지면 정말로 다 끝장인 거야!”
그렇다.
이제는 뒤가 없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도. 누군가 대신 해주지 않겠느냐는 보험도 전부 사라졌으니.
무엇보다….
이태민의 시선이 의식을 잃은 진혁에게 향했다.
1분 1초가 시급한 시점.
지킨다.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서.
[이태민이 고유 능력 ‘기계군주’를 발동합니다!]쿠쿠쿠쿠쿠!
흩어졌던 드론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시작했다.
⁕ ⁕ ⁕
콰직!
다리가 기괴한 각도로 꺾였다.
“끄아아악!”
요한네스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끔찍한 격통이 뇌수까지 파고들자 도무지 버틸 재간이 없었다.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분명, 크리드마저 사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카드를 사용했건만.
자신작들이 모조리 박살나 버렸다.
특히 ‘수정 드래곤’은 골렘들과 달리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마도공학의 정수.
그런데, 그 수정 드래곤이 크리드 앞에서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끝장났다.
동력원인 거대한 수정은 반으로 박살났고. 생기 잃은 텅 빈 동공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몽상의 다리 위에 있는 크리드는 입신(入神)의 경지에 이른다.
제한된 조건에서라면 기존의 한계를 초월한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지금에서야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아파? 응? 많이 아프냐고?”
크리드가 키득거리며 다른 쪽 다리를 붙잡았다.
“그, 그만해라 이 미친… 사이코패스 새끼야….”
“이야, 역시, 재밌네. 이 상황에서도 주둥아리가 살아 있는 거 보면 진짜 우리 영감탱이가 대단하긴 대단해.”
가차 없이 관절을 꺾는다.
우두둑!
발목이 그대로 180도 가량 돌아갔다.
요한네스의 얼굴이 급속도로 붉어졌다.
“우아아아악! 우아아아아!”
“그래, 그렇게 울부짖어야 내 화가 조금이나마 가시지.”
아직도 한참은 더 남았다.
고통은 최대한 길게 줄 생각이었으니까.
‘아, 맞다. 느긋하게 즐기기 전에 저쪽에 있는 떨거지 놈들도 정리해야지. 아니, 한 300마리 정도 보내놨으니 벌써 끝났으려나?’
크리드가 조금 전에 이죽이던 진혁을 떠올렸다.
요한네스만큼은 아니어도. 그 인간 역시 자신의 심기를 건드린 건 마찬가지였다.
절대로 곱게 보내진 않으리라.
그런데 바로 그때.
“응…?”
크리드의 등 뒤에서 기묘한 마력이 감지되었다.
“뭐야, 저 놈은 갑자기 왜 발광질이지?”
유일하게 마도공학을 익히고 있는 인간.
그렇기에 조금 관심 있게 지켜봤었는데, 약간의 흥미를 가졌을 뿐. 그 이상의 관심을 두진 않았었다.
가지고 있는 능력의 한계가 너무 명확히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뭔가… 달라졌어?’
심상치 않은 힘.
공중에 떠 있던 수정구들이 고통스러운 공명음을 내뱉고 있었다.
크리드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요한네스는 안중에도 없게 되었다.
이건….
……쉽지 않다.
“흐음. 인간들 중에서도 재밌는 놈이 있었네?”
[크리드가 고유 능력 ‘철의 제국’을 발동합니다!]크리드의 이마에 나타난 강철로 만든 왕관.
50층을 돌파하는 데 필요한 위대한 왕관은 아니었으나, 유적 내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들을 부릴 수 있는 권능을 지닌 성유물이었다.
우뚝하고.
기계 벌레들이 전부 그 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동시에. 모든 벌레들의 시선이 이태민이 있는 곳을 향했다.
“죽여.”
크리드가 명령을 내렸다.
“키에에에!”
“크오오오!”
순식간에 엄청난 숫자의 벌레들이 이태민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병력을 분리하는 것이 아닌, 모든 화력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건 요한네스가 아니라 수정탑의 나머지 현자들이 모조리 몰려오더라도 불가능한 일이리라.
쿠쿠쿠쿠쿠!
지축이 뒤흔들리는 굉음이 절벽 전체를 가득 메웠다.
공중에서도 날개를 가진 곤충류들이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수정구를 매개체로 동력을 공급받는 마도생명체들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전신이 얼어붙을 것만 같은 대군.
“으으으….”
“어, 엄청나군.”
“저 많은 놈들을 다 상대해야 하는 건가?”
플레이어들의 볼을 따라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
그 순간.
우우우웅!
하늘에서 황금색 빛줄기가 낙하했다.
[이태민이 ‘기계 군주’ – 라운드 캐슬을 발동합니다!]수정구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드론들과 기계 병사들이 재조합된다.
철컹! 철컹!
1인 군단.
천이 넘는 기계 병력을 거느린 이태민이 선두에 섰다.
욱씬!
과부화된 마력이 전신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애초에 지금 보유한 7성급 능력으로 이만한 대군을 거느린다는 건 불가능했다.
모두가 한계를 넘어서 자신의 생명력까지 태웠기에 가능한 영역이란 소리다.
“…….”
그러나 아무리 통증이 심하고 괴롭더라도 결코 내색하지 않는다.
이태민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포진한 배치.
그 한가운데서 이태민이 새하얀 갑주로 된 기계 로봇에 탑승했다.
“지금부터 내가 모든 걸 통제하겠어.”
[System all green. Aye Aye sir. master.]눈앞에 홀로그램으로 만든 거대한 화면이 나타났다.
모든 병력들의 배치와 적의 위치까지도 볼 수 있는 일종의 전시판.
이태민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모든 작전을 머릿속으로 그려나갔다.
곧이어 두 개의 병력이 한 점에서 충돌했다.
콰콰콰콰쾅!
“케에에엑!”
“케엑?”
파죽지세로 밀어붙이던 크리드의 벌레들이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단단하다.
1열의 철갑병들이 방패를 쥔 채 전선을 유지했다.
그렇게 벌어준 몇 초간의 틈은 난전에 있어 매우 값진 시간이었다.
위이이잉!
드론들이 마도탄을 쏟아부으며 융단폭격을 가했다.
콰아아앙!
콰콰콰쾅!
적이 밀집되어 있는 곳을 노렸기에 피해는 그야말로 엄청났다.
화염이 솟구치며 벌레들이 모여 있는 곳이 삽시간에 불바다로 변했다.
절벽 전체가 화산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이 일어날 지경이다.
까다로운 종류의 조건형 방어스킬 역시 연이어 발동했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구멍이 생길 것 같은 곳이 있다면, 흰색 기체에 탑승한 이태민이 직접 나서 공백을 메웠다.
서걱!
플라즈마를 뿜어내는 녹색 창이 반원을 그렸다.
일격에 토막이 난 전갈과 거미.
진혁과는 자주 다니지 않았지만, 유연화와의 실전 격투를 통해 이미 근접전에 대해서도 일정 이상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 ⁕ ⁕
‘좋아.’
두 눈을 감고 있던 진혁이 슬쩍 실눈을 떴다.
‘밑밥은 이 정도 깔면 되려나.’
이태민의 각성 조건은 간단하지만, 달성하기 쉽지 않다.
생사를 넘나드는 격전 속에서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닌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한계를 넘어설 것.
그리고 그 이유가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위한 것일 것.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내 완벽한 연기 덕분에 둘 다 모두 해결된 셈이지.’
이태민이 마음을 완전히 다잡은 이상 이제 각성까지는 시간문제일 것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완전히 진심을 내보이고 있지 않은 크리드가 고유성창을 개방하기 전에 끝내야한다는 건데….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병력이 빠른 속도로 줄어감에 따라 크리드의 표정에 미미한 변화가 일어나는 게 보였다.
본인이 믿어 의심치 않는 고유 능력 ‘철의 제국’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으니….
……당연히 언짢은 기분이 들 수밖에 없겠지.
무엇보다 마도공학자로서 자신보다 하위 클라스의 이태민에게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존심을 긁고 있는 게 틀림없다.
바로 그때였다.
크리드가 있는 곳에서 이변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