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35)
535화. ‘기계군주’ 이태민 (2)
푹!
크리드의 허벅지에 생겨난 상처.
마도공학으로 만들어진 벌레 중 하나가 크리드의 허벅지를 찌른 것이다.
“뭐…야?”
크리드가 두 눈을 부릅 떴다.
시큰한 통증은 둘째치고. 지금 이 상황이 대체 어떻게 된 건지에 대한 당혹감이 더욱 짙게 배어 있었다.
콰콰콰쾅!
“케엑!”
크리드의 손짓 한 번에 항명을 일으켰던 놈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붉게 변한 수정은 틀림없이 통제에서 벗어났다는 증거.
“설마….”
그럴 리가 없다.
단순한 우연이겠지.
‘철의 제국’을 발동한 지금, 자신의 능력에 개입할 수 있는 존재 따위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한 번의 사건을 두고 우연이라고 하지. 연이은 사건들을 모두 포함하여 우연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다.
끼기긱….
끼긱!
연거푸 바뀌는 수정구들의 색깔.
“네놈….”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 ⁕ ⁕
두근….
무아지경 속.
이태민이 실낱같이 남아 있는 의식의 끈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었다.
…이미 어떻게 싸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저 진혁과 나머지 사람들을 구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티고 또 버티고 있을 뿐.
콰아앙!
거대한 충격으로 인해 몸이 튕겨나갔다.
전신을 짓누르는 묵직한 충격.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갈비뼈는 몇 개나 나갔는지 셀 수조차 없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난다.
으득!
어금니를 깨물고 떨어진 창을 재차 움켜쥐었다.
쓰러지고.
다시 또 일어난다.
또 쓰러지고. 다시….
그리고 그 숫자를 세는 게 무의미해진 순간.
끝없이 자신을 몰아붙이던 이태민이 그 경계선에 도달했다.
한계의 끝에서 마지막 남은 마력까지 전부 사용해버린 것이다.
[‘고유 성창’의 개방 조건을 달성했습니다.]띠링!
나타난 건 한 개의 메시지였다.
[고유 성창 ‘라스트 마이스터’가 발동됩니다!]파츠츠…!
이태민의 주위에 있던 드론들과 모든 기갑병들의 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기계들의 중심을 담당하던 수정구들 위로 룬어들이 떠오르며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마력이 주입되었다.
[기체가 업그레이드됩니다.] [넘버링 003 – ‘화이트 아웃’이 기동합니다.]눈송이처럼 새하얀 갑주.
음각으로 새겨진 문양 위로 가늘고 긴 마정석이 나타났다.
우우웅!
고속으로 회전하는 마정석으로 인해 무시무시한 마력이 응집되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고유 성창의 개방.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2차전의 시작이다.
콰앙!
이태민이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달렸다.
신형 기체의 부드러움과 압도적인 속도는 이태민 스스로가 놀랄 지경이었다.
‘이게… 내 능력이라고?’
어느새 고통은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오히려 새롭게 넘치는 활력으로 인해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
툭… 탓!
2초.
열 마리가 넘는 적을 돌파하고 크리드의 뒤를 잡는 데 걸린 시간이다.
부드럽게 회전한 창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리꽂혔다.
“…큭!?”
크리드가 한 박자 늦게 반응했다.
기존보다 몇 배나 빨라졌기에, 그만 속도를 잘못 가늠하고 말았다.
콰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다리 일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놀랄 새도 없이, 이태민이 속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플라즈마로 만든 한 쌍의 날개가 펼쳐지자 소닉붐이 연거푸 일어났다.
콰콰콰콰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 이태민이 폭풍처럼 창을 휘둘렀다.
마치, 동시에 수십 개의 창이 연거푸 몰아치는 느낌.
크리드가 창날을 잡으려는 순간, 이태민의 창이 사라졌다.
대신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단단한 주먹이 크리드의 안면을 가격했다.
……투쾅!
완전히 꺾여버린 고개에서 긴 핏줄기가 뿜어졌다.
“이, 쥐새끼 같은 인간 놈이….”
크리드가 입가에 흐르는 피를 훔쳤다.
“이제야 좀 아파하는 티가 나네.”
“같잖은 힘을 좀 얻었다고 까불다간 박살날 줄 알아….”
크리드의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는 그래도 여유가 있었다면, 이제는 공기부터가 달라졌다.
전력을 다해 찍어눌러버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크리드의 옆에 떠 있던 수정구들이 기묘하게 공명했다.
동시에.
치이이익!
세 개의 수정구에서 레이저들이 뻗어나갔다.
이태민은 간신히 몸을 틀었지만, 대신 드론들이 그 공격에 말려들었다.
퍼퍼펑!
스치는 것만으로도 모조리 폭발해버린다.
허공에 있던 드론들이 낙엽마냥 떨어졌다.
“죽어라.”
크리드가 백탁색 꼬챙이를 양 손에 쥔 채 이태민에게 달려들었다.
콰콰콰콰쾅!
카아앙!
말도 안 되게 빠른 속도.
이태민보다 한 단계 더 빠른 공격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튕겨나간 이태민이 재차 주도권을 잡으려 했지만, 크리드는 노련하게 빈틈을 방어하며 이태민을 더더욱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호흡 몇 번 고를 사이에 수십 합이 넘는 창격이 오고갔다.
“네놈 실력이 제법 쓸 만한 건 알겠다만, 이제 막 익힌 고유 성창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크리드의 입가에 가소롭다는 미소가 걸렸다.
고유성창은 말 그대로 한 개체가 발휘할 수 있는 극의.
익히는 것도 말도 안 되는 난이도를 요구했지만, 그걸 다루는 건 또 다른 영역이다.
날고 기는 괴물들조차 수년간 갈고닦아야 하는 최강의 성멸절기란 소리다.
그걸 익히자마자 제대로 활용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 터.
크리드가 다시 한번 손바닥을 뒤집었다.
레이저들이 어지럽게 얽히고설키며 촘촘한 그물 형태를 이루었다.
[회피기동이 발동됩니다!]시스템이 궤도를 계산해 최적의 도주로를 계산했다.
그러나.
전부 다 피하기엔….
……너무나 많고 패턴이 복잡하다.
이태민이 공중으로 날아가며 어떻게든 크리드의 시야에서 벗어나려 했다.
현란하기 짝이 없는 움직임.
대부분의 레이저들은 이태민의 기체를 스치지도 못했다.
문제는.
크리드의 노련함과 실전 경험이 이태민보다 몇 배는 더 많다는 점이었다.
퍼퍽!
“크윽!”
이태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신없이 움직였지만, 완전히 회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삼중으로 설계한 덫에 빠진 이태민의 기체에 가느다란 구멍이 생겼다.
상처의 크기는 크지 않았으나 관통당한 부위가 수정구 쪽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이상 징후가 감지되었다.
[Warning! 동력원이 손상되었습니다!] [출력이 급속도로 저하됩니다!] [가동 출력 92%… 70%, 55%….]빠르게 떨어지는 마력.
‘이래도 안 되는 건가….’
이태민이 어금니를 부러져라 깨물었다.
“그럭저럭 재밌는 술래잡기였어. 풋내기 마도공학자. 한 몇 년만 더 있었어도 훨씬 더 흥미진진했을 텐데… 그건 좀 아쉽네.”
우우웅!
이태민의 코앞에 또 다른 레이저가 응집되는 게 보였다.
시스템이 다운된 상태에서 저걸 맞았다간 끝장이다.
그렇다고 나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피한다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이었다.
얌전히 최후를 받아들이든가.
아니면 처참하게 발악하다 죽을 것인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승산은 없다.
그런데 크리드가 마무리를 지으려던 바로 그때.
우우웅!
모두의 앞에 붉은색 상태창이 나타났다.
유적의 보스 몬스터만이 보낼 수 있는 메시지였다.
[보스 몬스터 ‘나노리프’가 전투를 잠시 멈추라고 합니다.]유적에 들어온 플레이어들에게 보내는 관심.
동시에 크리드에게 보내는 명령이기도 했다.
움찔하고.
크리드의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났다.
자신이 하는 일이 방해받는 게 상당히 신경을 거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는 어쨌거나 이 유적 전체를 총괄하는 보스 몬스터.
아무리 크리드라 할지라도 그 명령을 거스를 순 없었다.
스윽….
크리드가 손바닥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물밀듯이 몰려오던 벌레들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키이이….”
“크르르….”
안광을 번뜩인 채 먹잇감들을 바라볼 뿐이다.
급박했던 전장에 잠깐의 쉼표가 찍혔다.
상황이 진정되자 보스 몬스터 ‘나노리프’가 재차 메시지를 보냈다.
[나노리프가 플레이어 강진혁과 고인물 코퍼레이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하, 제안이라니… 그 강진혁인지 뭔지 하는 놈은 이미 저한테 당해서 기절해 있습니다. 목숨만 간신히 달랑달랑 붙어 있는 놈한테 제안은 무슨 놈의 제안을 한단 말입니까?”
크리드가 기가 막히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능력의 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지금까지 조용했던 곳에서 누군가 꿈틀거리며 일어났다.
* * *
“어으… 이제야 좀 가볍게 움직일 수 있겠네.”
진혁이 길게 기지개를 켰다.
고유 성창을 복사하기 위해서 계속 시체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조금 전의 일로 인해 더 이상 연기를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형…?”
“오빠!”
반쯤 자포자기하고 있던 이태민도 플레이어들을 이끌며 몬스터들을 막아내고 있던 유연화도 깜짝 놀라 외쳤다.
다들 진혁이 의식을 잃고 죽어가고 있던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싸우는 것을 선택했었고.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너무나 평온한 얼굴을 한 채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었다.
‘역시, 고유 성창이 달달하긴 달달해.’
크리드가 했던 말대로 재능이 넘치는 이가 수많은 노력과 기연을 얻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극의.
그게 고유 성창이 지닌 의의였다.
물론, 누군가가 그토록 애써서 얻은 걸 날름 집어삼켰을 때의 쾌감은 그 어떤 마약과도 비교할 수 없는 법이다.
‘그나저나 나노리프가 플레이어들한테 관심을 갖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진혁의 눈가에 흥미롭다는 빛이 맺혔다.
대부분 크리드에게 막혀서 죽어버렸으니 관심을 가지려야 가질 수 없긴 했지만. 애초에 나노리프의 성격상 열등한 종족과 말을 섞는 것 자체를 꺼려했다.
과거 시련의 탑을 올랐을 때와 다른 패턴이 나타난다는 게 확실히 재밌긴 하다.
“제안이라면 어떤 건지 물어봐도 될까?”
[나노리프가 어차피 이 싸움의 승자는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다른 곳에서라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몽상의 다리 위에서라면 당신들은 결코 크리드를 넘어 설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니….]상태창이 연이어 점멸했다.
[‘패도의 왕관’과 ‘벌레 소리가 나는 책’에 관한 단서만 넘겨준다면 당신은 물론 당신과 함께 온 모든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합니다.]목적은 왕관.
그리고 ‘네크로노미콘’에 관한 것이었다.
“하하….”
진혁이 머리를 긁적였다.
새삼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정말 50층의 놈들이 층계 구석구석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이젠 하다하다 유적의 보스한테까지 그걸 회수하라고 시킬 줄이야.
‘반대로 생각하면 놈들 입장에서도 그만큼 쫓기고 있다는 뜻이겠지.’
이제는 슬슬 사정권에 놈들이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미안하지만 그 제안은 거절해야겠네.”
진혁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노리프가 불편한 감정을 드러냅니다.] [괜한 고집을 부리다간 정말로 죽게 될 거라 경고합니다.]“글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진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재차 제안을 거절했다.
너무나 능글맞은 태도에 나노리프는 더 이상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대신 깊게 침묵하며 크리드에게 무언의 명령을 내렸다.
“하하하,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유일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제 발로 걷어차다니. 뭐, 나야 처음부터 널 밟아주고 싶었으니 차라리 다행이야. 백날 발악해보라고. 그 어설픈 능력으로 내 몸에 상처 하나 입힐 수 있는지.”
크리드가 킥킥대며 재차 꼬챙이를 움켜쥐었다.
음….
아무래도 저 녀석이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정말 미안한데, 우리 중에서 마도공학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은 태민이 혼자가 아니야.”
[고유 능력 ‘기계 군주’가 발동됩니다!]왼손에 푸른 빛의 마력이 일렁였다.
그리고 거의 동시라 해도 좋을 찰나.
서고에 저장된 또 하나의 능력이 나타났다.
[고유 성창 ‘라스트 마이스터’가 발동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