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36)
536화. 홍염의 연계 퀘스트 (1)
“뭐, 뭐야?”
크리드가 말을 더듬었다.
너무나 당혹스러운 광경에 사고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진혁이 보여준 능력들은 전부 마도공학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들이었으니까.
‘저토록 많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마도공학까지 익혔다는 건 불가능해.’
인간이라는 한정된 수명을 가진 필멸자.
그런 이들에게 주어진 재능은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건 틀림없는 마도공학이었다.
그것도 겉핥기 식으로 익힌 것이 아닌, 어딘지 모르게 숙련미까지 느껴지는.
오싹. 오싹.
전신에 소름이 오소소 일어났다.
여태껏 능력을 숨기고 있던 건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제는 상대의 의도를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너… 대체 뭐냐. 뭐하는 놈이길래….”
크리드의 의문은 지속되지 못했다.
부우웅!
어느새 측면에서 다가오는 거대한 골렘의 팔이 감지되었던 탓이다.
“큭!”
크리드가 재빨리 같은 종류의 골렘을 소환했다.
벌레형과 달리 심혈을 기울여 손수 제작한 수정구를 장착한 특수 골렘이었다.
[골렘이 ‘수정 방패’를 꺼냅니다!]한눈에 봐도 육중해 보이는 덩치와 두꺼운 방패.
그 중심엔 몇 겹이나 되는 방어 스킬이 중첩되어 있었다.
설령 운석에 정면으로 충돌하더라도 버틸 수 있을 만큼의 대비가 되어 있다는 소리다.
그런데.
콰아앙!
주먹과 방패가 충돌하는 순간 크리드의 예상은 또 다시 박살났다.
자신작이던 골렘의 방패가 일격을 견디지 못한 채 관통당했기 때문이다.
우수수 떨어지는 파편.
“그오오오!”
수정구가 파괴당한 골렘이 단말마를 내지르더니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말도 안 돼!”
크리드가 비명을 질렀다.
대체 얼마나 실력이 차이나길래….
이 정도로 압도적인 광경이 연출된단 말인가.
두 눈으로 보고 있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그러나 악몽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저벅.
순식간에 코앞에 나타난 진혁이 새로운 능력을 사용했다.
[고유 성창 ‘페이즈 2’가 발동됩니다!]‘라스트 마이스터’의 효과로 인해 만들어진 흰색 갑주에 ‘페이즈 2’가 덧씌워진다.
기묘하게 생긴 건틀릿이 진혁의 두 주먹을 완전히 감쌌다.
우우웅!
손등에 박힌 수정구가 격렬하게 회전하며 폭풍을 만들어냈다.
위기를 느낀 크리드가 반사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학습 능력이 없네. 이걸 막으려고?”
아래에서….
…위로.
진혁의 주먹이 허공을 꿰뚫었다.
한 줄기 섬광이 번뜩였다.
투콰아앙!
“크아악!”
크리드의 몸이 기역자로 꺾였다.
터무니없는 위력.
방어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
생전 느껴보지 못한 격통이 신경을 타고 전신을 후벼팠다.
“미안, 많이 아팠나 보네? 나름 힘 조절 한다고 한 건데.”
“빌어먹을… 새끼가! 이래도 웃을 수 있나 보자.”
크리드의 옆에 떠 있던 수정구들이 일제히 점멸했다.
이태민을 몰아붙였던 바로 그 레이저들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파츠츠… 치치칙!
그물 형태의 레이저들이 사방에서 진혁을 노렸다.
하지만.
[고유 성창 ‘라스트 마이스터’ – 루멘 리플렉터가 발동됩니다!]반투명한 리플렉터가 레이저가 오는 길목에 나타났다.
레이저가 리플렉터에 닿는 순간 궤도가 꺾이기 시작하더니 불규칙하게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어지러운 움직임.
적아를 가리지 않는 레이저가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을 베어버렸다.
“……헉!?”
크리드가 황급히 몸을 날렸다.
동시에 난사하던 수정구들의 마력 공급을 끊어버렸다.
계속했다간 자신이 발동한 레이저에 자기가 죽어버리는 대참사가 벌어질지도 몰랐다.
반면, 진혁은 뒷짐을 진 채 느긋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마치 다음 공격은 또 어떤 거냐고 묻는 것처럼.
뿌드득!
크리드가 이빨을 부러져라 깨물었다.
“방금 전에… 날 노리기에 절호의 찬스였을 텐데, 어째서 그렇게 가만히만 보고 있던 거지?”
레이저를 피하느라 균형이 크게 무너졌던 상황.
공격을 한다면 틀림없이 큰 타격을 입혔을 것이다.
“그야 그렇겠지. 근데… 능력을 제대로 익히려면 타격감 좋은 샌드백이 필요하거든.”
“타격감 좋은… 샌드백?”
“응. 아직 더 활용할 스킬들이 많은데, 샌드백이 벌써 터져버리면 안 되잖아. 그래서 적당하게 강약조절을 해주는 중이야.”
진혁이 싱긋 웃었다.
그리고 그 말이 크리드의 이성의 끈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지금 대체 저 인간이 뭐라 지껄이고 있는 걸까?
샌드백?
능력을 익히려고 강약조절을 해?
유적 최강의 가디언인.
“이 몸을… 지금 봐주고 있기라도 한단 말이냐!”
크리드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노도와 같이 뻗친 마력이 범람했다.
분노치가 한계를 넘어섰기에 눈에 뵈는 게 없어졌다.
[크리드가 고유 성창 ‘철련화’를 발동합니다!]퍼퍼퍽!
곤충들의 몸에 박혀 있던 수정구들은 물론, 떠있는 수정구들까지 모조리 박살났다.
수천 개가 넘는 동력원들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이다.
쿵!
쿠웅!
실이 끊어진 인형마냥, 수많은 벌레들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츠츠츳!
이번엔 박살난 수정 가루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꽃의 형태를 이룬 수억 조각의 가루들.
저 많은 조각들이 각각의 동력을 가진 결정체인 셈이다.
[꽃잎이 완전히 개화합니다.]무수한 빛들이 점멸했다.
이것이 바로 크리드의 고유 성창인 ‘철련화’다.
“하하하… 크하하하! 그래, 이거지. 바로 이거야!”
스스로의 힘에 도취된 크리드가 광소를 터뜨렸다.
리스크가 크긴 해도 역시 고유 성창은 고유 성창.
발동이 되는 기간 동안엔 최강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콰앙!
지면에 선명하게 남은 발자국과 함께 크리드의 모습이 사라졌다.
진혁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킥!”
그러나 손을 뻗었을 땐 크리드가 이미 그 정반대편에 도달해 있었다.
순간, 꽃가루들이 고속으로 회전했다.
파괴력에 이어 관통력까지 극대화한 일격.
콰아앙!
주먹이 그대로 진혁의 안면을 강타했다.
묵직한 타격감이 손끝을 타고 뇌수까지 짜릿하게 자극했다.
……제대로 들어갔다.
“아직 멀었어!”
퍽! 퍼퍼퍽! 콰콰콰콰쾅!
전후좌우.
주먹이 쉴 틈 없이 몰아쳤다.
동시에 크리드의 등 뒤에선 꽃가루들이 모이며 기다란 창의 형태를 이루었다.
연타로 정신이 없는 틈을 노린 최후의 공격.
양손으로 창을 잡은 크리드가 모든 마력을 일점으로 쏟아부었다.
……끝이다!
창날의 끝이 정확히 심장을 노렸다.
철련화의 가루들이 잔뜩 묻은 창이 살 속으로 파고든다면 결코 회복할 수 없을 터.
크리드가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다.
그런데.
카아앙!
울려 퍼진 건 부드러운 살이 파헤쳐지는 파육음이 아닌 날카로운 날붙이에 튕겨나가는 소리였다.
설마, 이게 막힐 줄이야.
우연이다.
상대는 분명 조금 전의 연타에 얻어터져 피떡이 되어 있을 테니까.
다 쓰러지기 직전의 적 따위야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되리라….
……그게 정상일진대.
“으…으으윽….”
크리드의 이마에 굵은 심줄이 툭하고 튀어나왔다.
전력을 다해 밀어붙이고 있었지만, 어떻게 된 게 창은 굳어버린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건틀렛으로 창날은 잡은 진혁이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작 이거면… 복사할 가치가 떨어지는데… 흠, 너무 과거의 추억에 젖어서 고평가를 해버린 건가? 아니면, 내가 과거보다 너무 강해져버린 거려나?”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과거니 뭐니 하면서 영문 모를 말을 늘어놓기나 하고.
“…….”
크리드의 목구멍 끝까지 욕설이 치솟았지만, 제대로 된 말을 내뱉을 여유가 없었다.
단지 이 균형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온 정신을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미미한 균형마저 오래가지 못했다.
콰드드드…득!
진혁이 힘을 주자 창이 통째로 우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콰아앙!
진혁의 공격이 개시되었다.
“끄아아악!”
철련화가 한 방에 모조리 날아갔다.
가슴이 움푹 들어가며 갈비뼈가 박살났다.
입에서 피가 울컥하고 쏟아졌다.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진혁은 보이지 않았다.
쾅!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격통.
정신이 아득해질 것만 같다.
콰앙! 퍼어억!
이번엔 옆.
다음은 측면.
그림자에 그림자가 이어지며 잔상만을 남겼다.
삽시간에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크리드가 비틀댔다.
한 박자 늦게 철련화로 만들어진 꼬챙이들이 허공을 갈랐으나, 당연하게도 진혁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상대는 일방적으로 이쪽을 두드려 패는 데 비해 이쪽의 공격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먹히질 않는 셈이다.
‘내 실력으론 안 돼.’
분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상대는 감히 쳐다도 보기 힘들 만큼의 강자라는 사실을.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정말로 죽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때.
크리드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지나갔다.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활로.
고민은 길지 않았다.
툭.
크리드가 최대한 거리를 벌린 뒤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크리드가 Lv33 ‘마도의 문’을 개방합니다!]저 먼 허공에서 보이는 수십 개의 빛.
융단폭격을 통해 아예 이 다리를 통째로 날려버릴 생각이다.
“넌 살아도 나머지는 죽는다.”
그거면 됐다.
저 자신만만해 하는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이다.
남은 몇 명이라도 살리려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테니, 그 틈에 몸을 피하면 최상의 결과였고.
반면, 무식하게 ‘마도의 문’에서 나오는 폭격을 정면에서 막으려고 했다간 제아무리 괴물 같은 놈이라 해도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진혁이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려 하는 수십 개의 빛은 과연 ‘문을 개방한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광경이었다.
“꽤 멋진 공격이긴 하네.”
그 점은 인정하는데….
[Lv?? ‘심연의 문’을 개방합니다!]그림자를 타고 스멀스멀 퍼지는 검은 기운.
회오리치는 연기가 원의 형태를 이루었다.
파츠츠!
수백 개의 문이 개방되며 칠흑처럼 어두운 빛이 맺혔다.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문’이라고 지칭할 만하지 않겠어?”
선택을 강요할 정도가 되려면 어설픈 힘 가지곤 안 된다.
아예 전의 그 자체를 꺾어버릴 수 있는 무력을 보유하고 있어야지.
“으으… 으아아아!”
크리드가 비명을 지르며 마력을 개방했다.
하지만,
‘문’의 숫자에서도, 각 문이 가지고 있는 마력의 질에서도 아예 차원이 달랐다.
콰콰콰콰콰콰!
지면에서 솟구친 검은 빛이 하늘의 빛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당연히 그 한가운데 있던 크리드 역시 겁화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레벨업을 나타내는 메시지와.
[상대에 대한 도발을 최대치로 달성했습니다.] [고유 성창 ‘철련화’을 복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능력 복사의 성공을 알리는 메시지도 함께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