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37)
537화. 홍염의 연계 퀘스트 (2)
너무나 깔끔하게 끝나버린 레이드.
가루가 되어 흩어져버린 크리드와 그걸 멍하니 바라보는 플레이어들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 이겼어.”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없네. 이거 현실 맞는 거지?”
“대단하다고는 많이 들었지만, 진짜로 보니 아예 차원이 달라.”
감탄을 넘어선 경외.
도저히 같은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경지다.
특히 이태민은 아예 어이가 없다는 듯 연신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사람이 붕어가 된다면 딱 저런 느낌일 것이다.
“혀…혀어어엉?”
“오빠, 아니 그 능력은….”
이태민과 유연화가 진혁과 수많은 마도공학 병기들을 번갈아 가리켰다.
조금 전까지 다 죽어가던 사람이 한숨 푹 잤다는 듯 멀쩡하게 일어나질 않나.
자신이 죽어라고 익혀왔던 능력을… 아니, 그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수준의 마도공학을 다루질 않나.
모든 게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내 노력이 전부 부정당하는 것 같네….’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랭커라 칭송받으며 마도공학에 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자부했다.
하지만, 그런 알량한 자부심은 지금을 기점으로 모두 산산이 박살나버렸다.
‘역시나 형은 괴물이라니까….’
솔직히 말해 그냥 규격 외라 상정하고 비교를 안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응?”
“태권도는 건들지 마.”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튼 건들지 마 거기까진. 진짜로 안 돼. 알았지? 제발….”
유연화도 다급히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 했다.
“엣헴. 짐은 계약자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능력이고 스킬이고 다 가져가도 되느니라.”
유일하게 엘리스만이 경계심 전혀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바로 그때.
[보스 몬스터 ‘나노리프’가 또 다른 제안을 합니다.]유적의 주인이 다시 한 번 말을 걸어왔다.
아까와는 다르게 붉은색 빛깔이 훨씬 더 옅어졌다.
크리드가 박살나는 광경을 지켜보며 심경에 커다란 변화가 온 게 틀림없었다.
“듣고 있어.”
진혁이 허공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그런 거였나.
연출을 너무 과하게 해버렸더니 기대 이상의 효과가 나와 버렸다.
나노리프마저도 지금 당장의 싸움을 피하고 싶어 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런 제안을 곧이곧대로 들어줄 필요는 없다.
“흐음. 왜 내가 그딴 말을 들어줘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 이왕 몸도 푼 김에 쭉 안쪽까지 들어가면 시간 낭비 안 해도 되는데?”
사실 말한 것과 달리 쉬는 틈을 준다면 이쪽으로서도 나쁠 게 없다.
혹처럼 붙어 있는 나머지 플레이어들도 슬슬 떼어놔야 했고.
하지만,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독인 법.
기왕에 쉴 거면 최대한 뜯어낼 수 있는 건 뜯어내는 편이 좋으리라.
[…….]잠시 고민하던 나노리프가 재차 입을 열었다.
[만약 자신의 요구 조건을 들어준다면 그 대가로 ‘이그니의 화염석’을 주겠다고 합니다.]이번엔 진혁이 놀랄 차례였다.
뭔가 쏠쏠한 걸 제시할 거라곤 생각했지만….
……설마 그게 ‘이그니의 화염석’일 줄이야.
연계 퀘스트를 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 중 하나를 거저 얻을 수 있게 된 순간이다.
진혁이 떨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켰다.
표정 관리를 제대로 한 건 덤이었다.
“크흠! 큼… 뭐, 아주 나쁜 조건은 아니네. 그렇지 않아도 괜히 무리를 할 바엔 다시 한 번 전력을 가다듬고 도전하고 싶었어. 유적 공략은 유적 공략에 걸맞은 예우를 해줘야 하는 법이니까.”
진혁이 헛기침을 하며 허공에 나타난 붉은 돌멩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화끈하고.
돌멩이가 손바닥에 닿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돌멩이가 손바닥에 닿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이그니의 화염석]입수 난이도: S
내용: 연계 퀘스트의 일부이며 이 화염석을 소지하고 있는 자는 이그니와 처음 조우했을 시 적대심을 해소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불의 정령과의 친밀도가 25%만큼 상승하게 됩니다.
좋아.
이걸로 3일이란 시간도 벌고 동시에 화염석까지 손에 넣었다.
⁕ ⁕ ⁕
리플로어의 중심에 있는 수정탑.
“으으으으….”
“쿨럭… 쿨럭!”
이곳엔 현재 두 명의 현자가 공포에 질려 벌벌 떠는 중이었다.
“……그래서. 결국 멍청한 요한네스와 가디언은 죽고 나노리프는 꼬리를 말고 놈들을 내보냈다는 거군.”
팬드래건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오싹!
주위의 온도가 10도 가량 더 내려간 듯한 착각이 일어났다.
“아, 아무래도… 뭔가 실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에게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예! 맞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만회를 할 테니 부디 노여움을 거둬주십시오.”
제아무리 리플로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두 현자라 하더라도 겁을 집어먹을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있는 드래곤은 드래곤들 중에서도 차원이 다른 존재였기 때문이다.
‘흑염룡’.
에이션트급 드래곤들 중에서도 그 수명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격에 도달해야만 얻을 수 있는 칭호.
고대룡 중 하나인 블랙 드래곤은 그 일족의 정점에 이른 절대자였다.
팬드래건이 두 현자를 천천히 훑었다.
“아니.”
입에서 나온 말은 최악의 선고.
“너희 역할은 여기까지다.”
더 이상 머저리들을 믿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자, 잠깐….”
“안 돼 안 돼…!”
울카라와 프라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코앞에서 보이는 흑염을 보자 생존에 대한 욕구가 머리를 지배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콰콰콰콰콰!
“끄아아악!”
“으아아악!”
삽시간에 전신을 집어삼킨 불덩이.
아무리 발버둥 쳐 봤자 불씨는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매캐한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저벅.
팬드래건이 산 채로 타들어가는 두 현자의 사이를 가로질렀다.
“진즉에 내가 직접 움직일 걸 그랬어.”
굳이 직접 손을 쓰지 않더라도 충분할 거라 생각했건만….
귀찮더라도 이제는 어쩔 수 없다.
멍청한 상층부의 신격들이나 다른 놈들을 믿을 바엔 이편이 훨씬 더 나을 테니까.
‘새로운 고대종이라….’
팬드래건의 머릿속엔 오직 진혁이 데리고 다니는 검은색 드래곤 한 마리로 가득 차 있었다.
특유의 기묘한 마력과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깊은 존재감.
자신과 동류 중 하나인 고대종이 틀림없었다.
그것도 진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 ⁕ ⁕
유적에서 나온 진혁은 곧장 마도공학자들이 모여 있는 공방으로 향했다.
연계 퀘스트를 시작하게 해줬던 하플링 ‘아이작’과 1시간 내로 튀어오라고 연락을 해둔 대장장이 ‘오룬’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쾅! 따앙! 콰앙!
화르륵!
망치가 움직이며 진한 불꽃이 피어오른다.
10층짜리 공방은 수많은 마도공학자들로 인해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진혁이 계단을 따라 3층에 위치한 개인 공방으로 향했다.
분명, 이 근처 어디라고 했는데….
바로 그때.
“어? 강진혁 플레이어님!”
진혁을 발견한 아이작이 대번에 손을 흔들었다.
“일하는데 방해를 한 건 아니지?”
“네네. 마침 쉬려고 했거든요. 헤헤. 그보다 잘 지내셨어요? 유적 공략을 하러 가신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셨네요?”
“일이 잘 풀려서 잠시 여유가 좀 생겼거든. 그나저나 오룬 영감님은 왜 거기 숨어 계시는 거죠? 엉덩이가 다 보이는데요?”
“크흠! 큼! 그게 또 다 보였나…가 아니라 잠깐 바닥에 뭐가 떨어져서 줍고 있었던 것뿐이네.”
“당연히 대관식은 다 고친 거겠죠?”
“그, 그게… 말일세.”
“설마, 아직까지도 복원이 안 된 거라면… 그건 정말 실망인데요. 그리고 제가 정말 실망하면 이성이 끊어지는데….”
진혁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식었다.
어느새 아공간에서 꺼낸 단검이 차가운 예기를 발했다.
오룬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일주일만, 아니 딱 삼 일만… 히이익! 아니 하루만 더 주게. 하루만! 그러면 내가 내 목을 걸고 복원을 시켜놓겠네!”
“분명, 하루라 했습니다?”
진혁이 타이머를 작동시켰다.
오룬의 목에 걸린 시계가 째깍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은 정확히 24시간.
그 안에 실패할 경우 자동적으로 목에 달린 시한 폭탄이 폭발하는 구조였다.
“히이익!”
얼굴이 하얗게 질린 오룬이 재빨리 망치를 든 채 대장간으로 달려갔다.
다시 한 번 근로자의 의욕을 고취시켰으니 이제는 연계 퀘스트에 관한 것들을 처리할 차례다.
진혁이 ‘이그니의 화염석’을 꺼내 아이작에게 건넸다.
“우와아!”
아이작의 두 눈에 불꽃이 튀어올랐다.
흔치 않은 희귀 아이템을 봤으니 당연히 장인 정신이 불타오를 수밖에.
“이걸 ‘살라맨더의 피 25mg’, ‘아크스샵 뿌리 2.5개’, 루비 수정구 중급짜리로 12개, 에스타인식 회로 3등급짜리를 이용해 조합해줘. 융합 반응이 잘 안 나긴 할 텐데 그거야 마도공학자가 센스 있게 잘 처리해줄 거라 믿어.”
“어….”
아이작이 당황한 듯 말끝을 흐렸다.
“저 강진혁 플레이어님? 이거 조합 방식이 되게 참신하긴 한데 이대로 하면 재료만 다 버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생전 처음 보는 조합식.
화염 속성을 극한까지 끌어 올려주는 방식이 너무나 매력적이었으나, 위험도 또한 말도 안 되게 높았다.
세세한 계산이야 둘째 치더라도 실패 확률이 90%는 가볍게 넘어 보였으니까.
특히나 원재료가 되는 ‘이그니의 화염석’이 걸려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런 도박을 한다는 건 미친 짓이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부탁할게.”
진혁은 확신 가득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아이작이 뭐라 더 말하려 했지만 이내 입술을 다물었다.
‘저분은 뭔가 달라.’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또 플레이어들은 물론 거주자들조차도 엄두도 내지 못하던 연계 퀘스트를 주파해 나간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괴물의 영역.
때문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요구마저 진혁이라면 마냥 무리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예. 맡겨주세요.”
아이작이 즉각 조합에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했다.
우우웅!
화려한 빛과 함께 아이템들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아이작의 전신이 흠뻑 땀으로 젖었다.
10시간 이상의 고강도 노동으로 인해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여기서 이걸 섞으면….”
중급 루비 가루들이 용광로에 떨어지자 영롱한 빛깔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조합식의 마지막 과정이 끝난 것이다.
두근! 두근! 두근!
아이작이 걱정과 기대가 담긴 눈으로 용광로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 조합식에 몇 번이고 감탄사가 나왔었다.
다른 마도공학자들이 이걸 봤다면.
아니, 심지어 수정탑에 있는 현자들조차 이 과정을 봤다면 입에서 침을 질질 흘렸을 것이다.
그 정도로 진혁이 알려준 조합식은 완벽했다.
때마침 그 순간.
[15번째 연계 퀘스트 ‘불의 조각’을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성공을 알리는 화려한 상태 메시지가 나타났다.
동시에.
대망의 후반부를 알리는 상태창 역시 함께 나타났다.
“와아아! 됐어요. 진짜로 됐다고요! 세상에나 대체 어떻게 마도공학을 이렇게 잘 아시는 거예요? 저도 다양한 걸 많이 봤지만 이건 진짜… 혁신 그 자체… 어?”
호들갑을 떨던 아이작의 동공이 갑자기 급속도로 커졌다.
쿠쿠쿠쿠쿠!
창 밖에서 보이는 거대한 화염구.
33층에 와서 느꼈던 그 어떤 마력보다 강력한 마법이 발동되고 있었다.
이 공방 전체를 타겟팅으로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