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47)
547화. 전사들의 도시 ‘아스가르드’ (1)
같은 시각.
회담에 참여할 또 다른 세력인 ‘천세’와 ‘에덴’ 쪽에서도 움직였다.
이글거리는 붉은 수정구가 위치한 신전 내부에선 서로 다른 신화를 가진 두 세력이 모였다.
“…….”
“…….”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애초에 워낙에 상반된 성향을 가진 신격들이었기에, 단순히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급진적인 성향을 가진 우리엘은 당장이라도 모든 걸 쓸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아내는 중이었다.
“참으셔야 합니다.”
우리엘의 호위로 따라온 또 다른 천사 ‘아타엘’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래. 알고 있다.”
여기서 분노를 드러냈다간 모든 게 무너진다.
현재 에덴은 가브리엘과 미카엘을 필두로 한 소수 세력이 암덩이처럼 퍼져있는 상태.
초반에 압도적인 세력 차도 이제는 더 이상 메리트가 되지 않았다.
계속된 실패로 인해 가브리엘과 미카엘의 입지가 계속해서 탄탄해진 탓이었다.
심지어 지금에 와서는 굳이 다른 세력들과 전쟁을 벌이면서 에덴을 피폐하게 만드는 게 맞는지.
그에 관한 의구심까지 갖는 천사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너무 그리 인상 쓰지 말라고. 우리도 좋아서 이 자리에 온 건 아니니까. 그냥 할 일만 잘 하면 되는 거야.”
가네샤가 어깨를 으쓱였다.
나머지 천세의 신격과 친위병들도 느긋한 자세를 유지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잘 모르나 본데… 그 할 일이라는 게 빌어먹게 쉽지 않다는 거다.”
아스가르드는 위그드라실의 복구 이후 눈부신 번영을 이루어나가는 중이었다.
거기에 강진혁과 고인물 코퍼레이션까지.
안일하게 생각했다간 과거의 악몽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그 외부인이 엘리스의 계약을 깨뜨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고. 올림포스 측에선 아레스가 직접 움직이기로 했다. 이 정도 패를 움켜쥐고 있으면 충분히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만?”
“그 ‘할 만하다’라는 어설픈 사고방식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 꼴이 됐다는 소리다.”
“흐음.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지. 허면.”
가네샤 옆에 앉아있던 시바가 한 마디 덧붙였다.
“만약에 상대의 심장부에 우리 편이 있다고 하면 좀 안심이 될 텐가?”
“뭐…라고?”
북유럽 쪽에 천세의 내부자가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엄청나게 폐쇄적인 혈족 관계의 특성상, 북유럽 신격들이 외부인을 받아들였을 리는 없다.
허면….
“설마….”
우리엘의 동공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단 하나.
시바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비틀렸다.
“그래, 내부에 있는 놈들 중 하나를 포섭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도 주력 신격 중 하나를 말이지. 물론, 값은 비싸게 치르긴 했다만, 돌아오는 리턴을 생각하면 몇 배는 싸게 먹히는 셈이다.”
확실히, 주신급이 도와준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것도 내부에서 완벽한 타이밍에 뒤통수를 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터.
우리엘이 느긋하게 턱을 팔에 괴었다.
“……일이 재밌게 돌아가는군.”
처음으로 승리에 대한 확신이 서기 시작했다.
⁕ ⁕ ⁕
쏴아아….
눈부신 금빛 물결이 쏟아져 내렸다.
새하얀 페가수스와 수많은 생명체들이 가득 넘치는 곳.여기가 바로 북유럽 신격들의 새로운 거점. ‘신(新) 아스가르드’다.
“와아.”
진혁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위그드라실이 다시 자라남에 따라 번영을 할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속도가 이 정도로 빠를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이건 과거의 모습을 따라잡은 수준이다.
아니, 어쩌면 그때보다 더욱더 찬란한 문명을 이룩했을지도 모르겠다.
“크하하! 우리가 좀 애를 쓰긴 했지. 그래도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그대가 도와줬기 때문이다.”
토르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
“계약자, 뭘 잘못 먹기라도 한 것이냐? 어떻게 계약자가 그런 겸손한 말도 다 할 줄 알… 아얏! 꼬집지 말거라! 뜯겨나간다. 짐의 볼이 뜯겨나간다고!”
엘리스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러게 말을 잘 선택해서 했어야지.
괜히 함부로 말하다가 찹쌀떡 같은 볼 위로 빨간 손가락 자국이 생겨났잖아.
“그리 말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모두는 진심으로 그대에게 감사하고 있으니까. 안 그런가!”
토르의 외침에 언덕 아래에 있던 이들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워낙에 목청이 컸던 탓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오오오오!”
“저기! 저길 봐! 토르님과. 인간 영웅이다!”
“아스가르드를 살려준 구원자!”
“강진혁! 강진혁! 강진혁!”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이어졌다.
수백 수천이 내지르는 함성은 아스가르드 전체를 진동시킬 만큼 압도적이었다.
확실히….
북유럽을 도와준 건 옳은 선택이었다.
적어도 은혜를 잊진 않았으니까.
“회담은 오늘 자정이네. 그 전까지는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내게나. 숙소는 저기 보이는 산의 중턱에 마련해두었네.”
토르가 바로 앞쪽에 보이는 산을 가리켰다.
가파른 절벽에 지어진 새하얀 저택은 한 눈에 봐도 고급스러워보였다.
대번에 엘리스가 두 눈을 반짝였다.
화려한 걸 좋아하는 성향에 딱 맞는 최고급 숙소였기 때문이다.
⁕ ⁕ ⁕
“으으음. 오오오! 헤에.”
엘리스의 입에서 각양각색의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먹음직스럽게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고기와 최고급 와인.
향기로운 과일과 각종 치즈에 진한 수프까지.
음식은 완벽했다.
더군다나 그런 최고급 요리들을 절벽 위에 지어진 대저택에서 먹으니 눈과 입이 동시에 즐거웠다.
엘리스가 양 볼 가득 음식을 넣고 오물거렸다.
‘이제 당분간은 좀 얌전하겠지.’
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시간을 좀 벌게 되었다.
진혁이 엘리스 곁을 떠나 조용히 저택의 뒤뜰로 향했다.
본격적으로 이번 일을 진행하기에 앞서 몇 가지 준비해야 될 것들이 있었다.
가장 먼저….
우우웅!
[아공간 인벤토리가 개방됩니다.]공간이 열리며 나타난 건 뼈로 만들어진 티본이었다.
“달그락. 마스터. 불렀는가?”
티본이 유령군마를 이끈 채 나타났다.
그동안 아공간에서 머물며 성장해온 덕에 이제는 스켈레톤 워리어가 아닌 데스나이트를 넘어 그 이상의 존재가 되어 있었다.
티본 혼자만으로도 어지간한 층계 가디언 정도는 쓰러뜨릴 수 있는 수준이라는 소리다.
“응. 부탁할 일이 한 가지 있어서.”
“뭐든지 말만 해라.”
“아공간 안에 보관해둔 드래곤 시체 알지?”
“당연히 알고 있다. 그 커다란 걸 내 집에다 쑤셔놨는데 모를 리가 있겠는가? 한데, 그건 왜?”
“그거 본 드래곤으로 만들어야 하거든. 열심히 제조 좀 해달라고 해서 불렀어. 아, 기한은 오늘까지야.”
“……미쳤는가, 휴먼?”
티본의 텅 빈 안광이 격하게 타올랐다.
대마도사급 리치가 붙더라도 꼬박 일주일은 걸릴 만한 과제.
그런데 그걸 같은 시간도 아니고 하루 만에 하라니.
그냥 죽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말이다.
하지만, 진혁에게 그런 상식 따윈 통하지 않았다.
“요즘에 애들이 몸이 허하다고 난리던데, 마력이 듬뿍 담긴 뼈를 넣어서 사골국이라도 좀 끓여줘야 하나 고민이 되더라고. 어라? 근데 마침 딱 좋은 뼈가 있네?”
“달그락! 할 수 있다. 하루면 가능하다!”
“그래, 믿고 맡길게. 고마워.”
진혁이 생긋 웃었다.
‘드래곤 하트’까지 있으니 티본이 본 드래곤을 완성만 시켜준다면 그 다음은 쉽게 진행될 수 있을 거다.
이제 두 번째로….
진혁이 아공간에서 또 다른 이들을 불러왔다.
저벅.
“못 보던 장소야. 응.”
프레이와.
“흐음. 이건 또 어디래?”
고대종 중 하나인 베헤모스였다.
둘 역시 고인물 코퍼레이션에 속해 있는 강력한 전력.
앞으로 탑을 오르는 데 큰 역할을 해줘야 한다.
진혁이 대답 대신 두 자루의 검을 꺼냈다.
‘홍련’과 ‘바너드’에서 날카로운 예기가 맺혔다.
“대련…이야?”
“호오. 간만에 한 판 붙자는 거냐?”
프레이와 베헤모스가 진혁의 투기에 반응했다.
“조만간 굉장히 강한 놈들이랑 붙어야 할 것 같거든. 일대일이라면 나 혼자서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놈들이 그렇게 정직하게 싸워줄 것 같지 않아서. 무엇보다 숫자상으로 불리하기도 하고.”
거점을 방어하고 상대의 거점을 공략하기 위해선 다수의 아군이 필요하다.
하나하나가 최강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둘의 성장치도 확인해보고 싶고 만약 호흡이 잘 맞는다면 둘을 한 팀으로 묶을 계획도 있어.”
“실력을 올리는 훈련이라면 납득 가능한 일이야. 혼자서 싸우면 승산은 7% 정도. 하지만, 고대종과 함께라면 승산은 37% 정도로 올릴 수 있어.”
“하! 그게 무슨 개떡 같은 계산이야? 둘이서 덤비면 당연히 100% 이겨야지.”
베헤모스가 이빨을 드러낸 채 으르렁거렸다.
모처럼 전력을 다해서 날뛸 수 있는 기회를 잔뜩 즐기겠다는 듯이.
콰앙!
지면을 박찬 베헤모스가 곧장 진혁의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빠르다.
‘순간 가속’을 발동한 데다 ‘질량 변화’로 자신의 몸무게까지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있었다.
진혁이 두 개의 검을 교차했다.
콰아앙!
묵직한 충격이 손을 타고 뼈까지 전해졌다.
공격이 적중한 순간, 무게를 한계치까지 늘린 게 틀림없었다.
근데, 이거…. 단순히 대련용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위험해 보이는데?
“역시, 대단하네. 다음에 다시 싸우게 되면 한 방에 보내버리려고 준비한 거였는데.”
“진짜 죽일 생각은 아니지?”
“그럴 생각으로 해야 조금이라도 통하지 않겠어? 상대가 다른 놈도 아니고 너잖아?”
“논리가 어이가 없긴 하지만, 공격 자체는 완벽했어. 스킬 활용도. 위력도 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네.”
“훗! 당연하지. 누가 한 공격인데.”
진혁의 칭찬에 베헤모스가 잔뜩 우쭐거렸다.
반면.
“……나도 잘 싸울 수 있어. 응. 그렇구나.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으면 칭찬을 받을 수 있는 거였어.”
프레이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짧은 단창을 따라 푸른 강기가 맺혔다.
베헤모스가 호쾌하게 맞부딪치는 게 목적이었다면.
프레이의 투기는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스멀스멀.
강한 집념마저 느껴지는 마력이 저택 전체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응. 갈게.”
“프레…이야?”
부우웅!
단창이 허공을 갈랐다.
카앙!
진혁이 단창을 쳐내는 것과 동시에 프레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뒤다!
[고유 능력 ‘트리플 매직’이 발동됩니다!]‘블링크’와 ‘공간왜곡’이 한번에 발동되었다.
단창의 궤도를 조금이라도 비틀어버리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효과는 있었다.
투쾅!
두 번째 단창이 진혁의 겨드랑이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해 지면에 박혔다.
반응이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몸에 바람구멍 하나가 생겼을 것이다.
“내 공격이 더 치명적이었어. 응.”
“아하하! 이야, 저번에도 느꼈지만, 진짜 저 인형도 제정신이 아니라니까? 좋았어. 어디, 다시 한 번 놀아보자고.”
베헤모스 역시 일그러진 균열에서 자신의 대검을 꺼냈다.
“얘들아. 이거 대련이야. 알고 있지? 응?”
진혁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돌아온 대답 따윈 없었다.
아무래도 본래의 목적은 퇴색된 지 오래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