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48)
548화. 전사들의 도시 ‘아스가르드’ (2)
콰콰콰쾅!
콰아앙!
대검과 단창이 폭풍처럼 파고들었다.
더 이상 대련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각각의 공격에는 살벌한 위력이 실려 있었다.
지면에 구멍이 생기고 나무들이 이쑤시개처럼 잘려나간다.
서걱!
푹!
특히, 시간이 갈수록 프레이와 베헤모스가 서로의 간격을 이해하기 시작하며 합격전의 위력은 처음보다 몇 배나 올라간 상태였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붓는 베헤모스와 프레이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빌어먹을,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야?’
‘……우리는 강해지는데, 주인은 그보다 훨씬 더 강해지고 있어.’
분명, 전력을 다하고 있다.
아니, 호흡이 맞을수록 더욱더 성장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
이제는 공격의 궤도가 완전히 읽히고 있었으니까.
온몸으로 부딪치며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젠장, 이렇게 계속 끌려만 다닐 거야?”
“……응. 알고 있어.”
[프레이가 Lv30 ‘인형의 춤’을 발동합니다!] [베헤모스가 Lv?? ‘거합(巨合)’을 발동합니다!]잔상을 남기는 찌르기와. 모든 것을 베어버릴 듯한 참격.
두 개의 공격이 동시에 펼쳐졌다.
진혁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몸을 가볍게 회전했다.
정확한 궤도와 마력의 흐름이 약해지는 부분만 안다면….
……아무리 강한 공격도 파훼할 수 있다.
카카카캉!
단창과 대검이 동시에 튕겨나갔다.
둘이 펼친 회심의 일격이 여지없이 막혀버린 순간이다.
‘진짜 시너지가 장난이 아니긴 하네.’
진혁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
이건 기대 이상이다.
이 둘의 조합을 상대할 수 있는 건 적어도 30층 대에선 손에 꼽을 테니까.
툭.
진혁이 자리에서 멈췄다.
싸움이 절정을 지났다는 걸 말해주듯, 칼끝이 살짝 아래로 늘어졌다.
원래라면 이쯤에서 끝내면 적당하겠지.
실력은 충분히 가늠했으니.
그러나.
이성과 감성은 완전히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조금 더 격렬하게 싸우며 몸을 풀고 싶다는.
“이번엔 내 차례야.”
[고유 능력 ‘검의 무덤’이 발동됩니다!]화르륵!
홍련을 따라 검붉은 불길이 일어났다.
[고유 능력 ‘어스 퀘이크’가 발동됩니다!]쩍쩍 갈라지는 지면 사이로 진혁이 공격을 개시했다.
‘천마신공’의 초식이 펼쳐지며 단검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마력이 폭발했다.
“아하하! 아주 제대로 해볼 심산인가 보네. 좋아. 당연히 그래야지!”
베헤모스가 대검을 똑바로 치켜들었다.
물러서지 않고 정면에서 맞받아치겠다는 생각에서다.
동시에.
진혁의 검이 초식을 갖췄다.
콰콰콰콰콰콰콰!
‘천마일검’.
공간을 도려내는 듯한 횡베기가 펼쳐졌다.
“……위험해. 응.”
프레이가 살기를 감지하고 몸을 뒤로 뺐다.
반면 베헤모스는 그런 살벌한 투기에 반응해 더욱더 달아올랐다.
콰아앙!
“크아악!”
베헤모스의 몸이 반대쪽으로 날아갔다.
전력을 다해 마력을 쏟아부었지만, 가해진 충격은 예상치를 아득히 초월해버렸다.
이 형태로는 답이 없다.
이성의 끈을 살짝 놓아버린 베헤모스가 마력을 전신에 재분배하기 시작했다.
본신으로 현현하려는 것이다.
날카로운 스파크가 사방에서 몰아치며 저택 전체에 폭풍이 몰아쳤다.
휘이이잉!
강풍이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날려버렸다.
집중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균형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을 지경이다.
이런 미친.
진심인가, 저 녀석?
“야! 잠깐…. 선은 좀 지켜. 선은!”
진혁이 다급히 외쳤다.
다른 놈도 아니고.
층계 파괴에 특화된 고대종 중 하나인 베헤모스가 현현한다면 애써 재건한 아스가르드가 또 다시 잿더미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민폐도 정도것이지. 이 정도면 재앙이리라.
그런데 바로 그때.
“이것들이 짐이 식사 중인데 대체 뭘 하는 짓거리들이야아아! 내 밥상이 다 엉망이 됐잖아!”
세상에 모든 분노를 가득 담은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창 기분이 좋던 엘리스였다.
[고유 성창 ‘개벽의 계시록’이 발동됩니다!]검게 물든 하늘.
그 아래로.구름을 뚫고 붉은 꼬챙이들이 사정없이 낙하했다.
콰콰콰콰쾅!
콰아앙!
“진조의 고유 성창… 응. 생존 확률은 0%야.”
“으아아악!”
“꺄아아아!”
지옥이 펼쳐졌다.
차라리 베헤모스가 현현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식탁이 날아가버린 분노로 가득 찬 엘리스의 공격이 이어졌다.
1분, 3분… 5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택은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변해버렸다.
이제는 절벽마저 걸레짝으로 변해갈 무렵.
우우웅!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구세주가 등장했다.
[아스가르드의 신격들이 현현합니다.]헤임달이 공간을 잇는 문을 열었다.
공간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화려하게들 날뛰셨군요.”
헤임달이 검지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 옆에는 토르와 로키 그리고 발두르와 프레이야 마지막으로 헬라까지 함께 와 있었다.
워낙에 거칠게 날뛰어댔으니 온 아스가르드인이 죄다 알아차렸을 수밖에 없을 거다.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어요.”
“크하하! 역시 강한 자라면 훈련을 하루라도 빼먹으면 안 되는 법이지. 나중에 나도 좀 끼워주게나.”
“농담은 자제해주시길. 그랬다간 정말로 여기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고요.”
“흐음. 그건 그것대로 또 재밌겠는데?”
“로키 님까지…. 골칫덩어리는 토르 님 하나로 충분합니다.”
주신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늘어놨다.
오딘만 없다 뿐이지. 거의 올스타들이 다 모인 셈이다.
“저희가 너무 요란하게 놀았나봐요. 그러지 않아도 여기까지만 할 생각이었습니다.”
“이런, 벌써 끝낸다니. 기왕 이렇게 된 거 그 유명한 고인물 코퍼레이션 멤버들의 전력을 좀 파악해두고 싶었는데 말이죠.”
로키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껄껄껄. 나도 같은 생각이긴 하다만, 어차피 앞으로도 기회는 많을 거다. 형제여. 이 친구는 우리와 계속해서 함께할 테니까.”
“그보다 지금 당장은 회담을 잘 마무리 짓는 게 우선이에요. 강진혁 님. 노파심에 여쭤보는 거지만, 계획은 있으신 거겠죠?”
발두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계획이라….
물론 가지고 있다.
맛있는 당근과 입맛을 싹 없애버릴 만큼 화끈한 채찍.
그리고 여차하면 판 자체를 엎어버릴 수 있는 히든 카드까지.
“기껏 맡겨주셨는데, 실망시켜드릴 일은 없을 겁니다.”
진혁이 느긋한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초침이 자정을 가리켰다.
[종전 회담이 시작됩니다!] [네 개의 신격들이 한 자리에 모입니다!] [상급 관리자와 중급 관리자들이 이번 회담을 주시합니다.]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을 알리는 서막이 펼쳐졌다.
⁕ ⁕ ⁕
아스가르드의 중앙.
위그드라실의 뿌리가 위치한 호수엔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북유럽의 신격들과 천세 그리고 에덴에 소속된 천사들이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서로를 노려봤다.
당연한 이야기다.
말이 좋아 전후 정리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혈투를 벌이던 사이였으니까.
계기만 생긴다면 당장이라도 칼을 뽑을 게 틀림없으리라.
그리고 그 한가운데선 유일하게 이 협의에서 모든 세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가 자리 잡았다.
이번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은 인물.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강진혁이었다.
“다들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최근 비도 많이 내리고 날씨도 쌀쌀하던데, 어떻게, 잘들 지내셨나요?”
진혁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일상적인 인사를 건넸다.
“…….”
“……잘 지내긴 개뿔.”
“우리가 안부나 주고받을 사이인가.”
당연히 분위기가 싸늘할 수밖에 없었다.
“크흠! 흠! 뭐 서로 남은 감정이 있는 거 알고 있지만, 언제까지고 으르렁댈 수만도 없는 노릇 아닌가요? 이제는 적당히 잊고 앞으로를 향해 나아가야죠.”
“그래, 맞는 말이다! 우리도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그만 끝내고 싶다. 하지만, 저 전사답지도 않은 것들이 승부에 승복하지 못 하고 비겁하게 뒤통수나 치고 있질 않느냐!”
콰앙!
토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터질 듯 우락부락한 근육과 손에 쥔 묠니르가 거칠게 떨린 건 덤이었다.
“우리가 대체 언제 뒤통수를 쳤다는 거지?”
우리엘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되도 않는 말을 지껄이는군요.”
“어머나. 증거도 없이 억지를 부리는 거라면 곤란한데… 뇌까지 근육으로 된 천둥의 신이라 그런 걸 부탁하기엔 무리려나?”
올림포스에서 온 아테나와 아프로디테 역시 어깨를 으쓱였다.
‘쉽지 않겠네.’
이런 호랑이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휴전 협정을 맺으라니.
벌써부터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기분이다.
게다가.
‘……뭔가 이상해.’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회담장에 왔을 때부터 느껴지던 묘한 위화감.
본래라면 위그드라실에 의해 펼쳐진 대결계가 완벽하게 이 일대를 봉쇄하고 있어야 한다.
허락받지 않은 존재가 절대 들어오거나 혹은 엿들을 수 없도록 말이다.
하지만, 예리한 기감에는 몇몇 틈이 감지되고 있었다.
워낙에 미세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과거에 위그드라실의 묘목을 직접 키워보기까지 한 진혁에겐 그 차이가 확연하게 보였다.
‘……누군가 장난질을 쳐놨네.’
올림포스나 천세, 에덴 쪽은 아니다.
애초에 외부인들이 위그드라실의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위그드라실이라는 세계수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경우의 수는 단 하나.
내부에 적이 있다.
그것도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위그드라실에 직접 개입할 수 있을 만한 위치에 있는 자가.
⁕ ⁕ ⁕
같은 시각.
탑 밖에서도 역시 심상치 않은 이변이 일어났다.
“어…?”
한국 각성자 협회에 소속된 직원 김원석 과장, 그리고 차성호 대리는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게 맞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성호야. 저거… 맞지?”
“예. 다시 체킹 했는데, 확실합니다.”
기다란 붉은 장발에 장신.
보디빌딩 선수마저 한 수 접어버릴 듯한 사내가 게이트 너머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까지는 크게 이상하지 않다.
워낙에 출입이 빈번한 시련의 탑에서, 다소 덩치가 큰 남자가 나왔다 해서 문제될 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협회의 판정을 받지 않은 비승인자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실수거나 혹은 고의거나.
어느 쪽이든 붙잡아야 한다.
그런데.
“잠깐….”
파앙!
무언가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상대방을 불러 세우려던 차성호의 상반신이 그대로 사라졌다.
홀로 남은 하반신이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더러운 인간 따위가 감히 누구 몸에 손을 대려 하는 거지?”
아레스가 벌레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다 아테나의 당부가 생각났는지 가볍게 혀를 찼다.
“쳇! 그 잔소리쟁이가 최대한 죽이지 말라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실수를 해버렸군. 뭐, 어쩔 수 없지. 목격자만 모두 없애버린다면 들킬 염려는 없을 테니까.”
이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을 한 놈도 남김없이 다 쓸어버린다.
[아레스가 ‘전쟁의 검’을 소환합니다.]우우웅!
아공간을 뚫고 60cm 길의의 양날검이 나타났다.
“당장 경보 울리고… 길드에 연락을…!”
김원석이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칼날이 목을 스치고 지나간 뒤였으니까.
가벼운 손짓 한 번에 사람을 베어버린 걸로도 모자라 기둥과 반대편의 벽까지 깔끔하게 양단되었다.
쩌저적 갈라지는 균열.
쿠쿠쿠쿠쿠쿠!
건물 전체가 요동쳤다.
그리고 곧이어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무, 무너진다!”
“모두 대피해!”
비명과 고함소리가 한데 뒤섞였다.
“흐음. 여기가 그놈의 고향이란 말이지….”
낙하하는 파편 속에서. 아레스는 생각했다.
이 도시… 아니, 이 나라 전체를 전쟁터로 만들어버리겠노라고.